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5.한국전쟁 6.25

민초가 겪은 6.25전쟁 야샤

동방박사님 2023. 1. 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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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일곱 살 꼬마의 눈에 비친 6.25전쟁 당시의 필름 원판 같은 역사의 현장
6.25전쟁 발발에서 종전 이후의 실상을 낱낱이 재생해낸 기록 공개!

지나간 일들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에 남는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어쩐 일인지 남겨진 역사적 기록을 100% 믿을 수가 없다. 이는 남겨진 역사의 기록들이 승자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남겨진 역사 기록을 ‘정사’와 ‘야사’로 구분하여 정사에서 읽을 수 없는 행간을 ‘믿을 만한’ 야사로 보충하는 예도 있다.

‘야사’는 흔히 당시의 현장 증인인 개인의 기록을 토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안네의 일기이다. 나치의 감시를 피해 골방에서 생활하며 전쟁의 참상을 전한 세계적인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열세 살 소녀의 눈에 비친 전쟁 속 생활 묘사에는 거짓이 있을 수 없으며, 그 소녀가 느낀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한다는 점에서, 겉으로 드러난 실상과 현장을 살아간 사람들의 감정을 재현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안네의 일기가 전하는 지구 반대편의 상황과 불과 6, 7년의 차이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5년 후에 발발한 한민족 전쟁 수난사의 한복판을 살며 느낀 일곱 살 꼬마의 기억. 그 기억이 재생해내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은 마치 아무 편집도 거치지 않은 원판 필름을 보는 듯하다. 게다가 순진무구한 일곱 살 꼬마가 느낀 감정은 오래된 원판 필름이 자아내는 빛이 바래 을씨년스러운 전쟁의 우울을 배경에 깔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에게는 아련한 아픔의 상처와 그 상처 속에서 아묾의 희망을 간직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계기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당시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아울러 정사에서 읽을 수 없는 행간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어느 역사가에게는 당당한 현장의 진실로 빠진 행간을 매울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목차

글을 쓰기에 앞서 004

제1부 알지 못하는 날
1. 6.25전쟁에 대한 역사적 기록 012
2. 해방 후부터 6.25전쟁 전까지 016
3. 6.25전쟁 발발 026
4. 9.28수복 039
5. 1.4후퇴 044
6. 부산 초량동에서의 피난 생활 061
7. 부산을 떠나 고향으로 067
8. 고향에 찾아와서 074
9. 어린이들이 겪는 수난 083
10. 향교 089
11. 월사금 098
12. 포성은 멎고 107
13.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118
14. 이산가족 122
15. 멀리 떠난 자의 돌아옴 128

제2부 마음의 재현
1. 정찰기의 엔진 소리 142
2. 가족을 잃은 사람들 146
3. 헬로우 초코렛트 기브 미 151
4. 소련제 탱크의 좌초 159
5. 행방불명된 둘째 형제 166
6. 포로가 된 첫째 형제 174
7. 학예회 187
8. 가을 운동회 194
9. 서해 바다와 연평도 200
10. 하우스 보이 205
11. 맑은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다면 209
12. 정겨운 마을 그리고 집들 216
13. 수여선 협궤 철도 242
14. 반딧불 251

제3부 잊고 싶은 세월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세월
1. 깨엿과 옥수수 장사 272
2. 등교 281
3. 구슬을 다 잃은 날 291
4. 팔거나 교환하지 말 것 296
(Not to be sold or exchanged)
5. 초옥草屋 한 칸과 소 없는 외양간 301
6. 6.25전쟁 전후의 풍물 309
7. 6.25 음식 358
8. 메리 366
9. 네 이놈 이 손 꼼짝 마라 374
10. 대문을 놔두고 382
11. 고리대금 386
12. 공설운동장과 광명중학교 392
13. 하숙 가세요, 하숙 하숙 398
14. 구타 시대 405
15. 얘야, 너만이라도 굶지 말어라 411

 

저자 소개

저자 : 신현준
1944년 4월 26일 경기도 수원군 수원읍에서 출생. 포성으로 시작된 전쟁 발발 당시의 상황과, 피난 행렬, 군대 행렬, 피난 생활, 귀향 후의 생활 등 전쟁의 시작에서 끝까지 자신이 겪은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수원북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이공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한다. 1966년에 월남에 참전하는 등 군 생활을 마치고 석유화학지원공단에 입사하여 1996년 울산석유화학지원주식회사 부장직을 마지...
 

책 속으로

‘쿵쿵’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들려왔다. 느낄 수 없이 작게 들려오던 대포 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왔다. 어른들은 전쟁이 났다고 야단들이었다. 전쟁이 무엇인데 이렇게 걱정들을 하는가?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겪는 사람들은 마치 무슨 팔자인 양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백성들이야 무슨 죄가 있는가. 몇몇 사람에 의하여 일으켜진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공할만한 고통과 재난을 안긴다.--- p.26쪽)

그 추운 겨울에 우리 세 세대는 대전역 한구석에 모여 앉았다. 찾아온 짐 보따리는 울타리 삼아 빙 둘러가며 원을 그리며 바람막이용으로 쌓아 놓았다. 대전역 광장은 우리와 같이 기차에서 내린 피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둥글게 둥글게 피난 보따리가 달의 분화구처럼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름 야영객의 텐트촌이나 된 듯 피난민의 보따리 촌이 형성된 것이다. 대전역 광장은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요즘의 축구장 넓이의 4개 정도는 합쳐 놓은 것 같은 넓이로 느껴졌다.--- p.52

수원역에서 집으로 오는 신작로에는 양편으로 부서진 건물이 줄을 이었다. 구길 쪽을 보아도 그랬다. 우리는 부지런히 우리 집을 향해서 걸었다. 역에서 매교동 집까지는 거리가 제법 떨어진 곳이다. 지금 생각하여 볼 때 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삼거리를 지나 매교동 다리 쪽으로 향했다. 철근 시멘트로 되어 있던 매교다리는 폭파되어 있었고 폭파된 매교다리 옆으로 수원천을 지나가도록 임시교가 가설되어 있었다.--- p.72

나는 집에서 만들어 준 깨엿을 가지고 삼거리에 나가서 깨엿을 팔았다. 삼거리란 수원극장이 있는 삼거리를 가리키는데, 수원극장 옆에는 헌병대가 있었다. 그 헌병대 건너편 길 모판에 깨엿을 놓고 팔았다. 헌병대가 들어 있던 건물은 부친이 전에 다녔던 회사 소유의 건물이었다. 모판에 깨엿을 담아 웅크리고 앉아 깨엿을 팔았는데 좀처럼 깨엿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깨엿 사세요, 깨엿이요, 깨엿이 맛이 있어요. 집에서 직접 만든 깨엿이요, 깨엿 사세요, 깨엿이요”--- p.272

어린 시절 6.25전쟁을 치른 당대의 세대들은 간구한 나날 속에서도 또 알지 못할 나날 속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으며 가난과 배고픔의 설움 속에서 청소년과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들은 젊은 청년 시절에는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여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조국 근대화의 발판을 이룩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 또한 오천 년의 가난을 물리치는 데 중심 세대가 되어 온갖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청춘을 바쳐 피땀을 흘렸다. 또한 오늘날의 조국 발전을 위하여 젊은 청춘과 생애를 다 바쳤다.
--- p.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