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쟁연구 (책소개)/7.국가정보기관

잿더미의 유산 (2007)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잃어야 할 책

동방박사님 2023. 1. 1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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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사는 거짓말이다!

지난 60여 년간 세계 역사를 조종해온 CIA의 비밀 공작과 전쟁을 낱낱이 파헤친 최초의 시도이다. 북한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한국인 CIA 특공대 이야기부터 일본 자민당과 CIA의 반세기에 걸친 밀월관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무기를 제공한 CIA의 비밀 공작,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정권의 폭력 행위,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현대사를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역사는 어둠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선언을 들은 것과 같은 이 이야기들이 단지 음모론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신 첩보위성과 감청 장치 그리고 수천 명의 정보 분석 전문가와 비밀 공작원을 두고도 왜 미국은 세계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은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 공작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팍스 아메리카'의 감춰진 진실과 전망을 담은 텍스트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서문
CIA의 역대 국장 및 주요 인물과 사건

1장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 CIA 탄생과 한국전쟁 (트루먼 대통령, 1945~1953년)
1 CIA의 아버지, 와일드 빌 도노번
2 미지의 적, 소련
3 불에는 불로 싸워라
4 은밀한 전쟁
5 부유하고 눈이 먼 조직
6 한국전쟁의 자살 특공대
7 환상 속의 광대한 평원

2장 비밀 전쟁 : 냉전과 비밀 공작 전성 시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1953~1961년)
8 우리에게는 계획이 없다
9 이란을 전복시켜라
10 미국을 위한 테러
11 비밀주의
12 일본을 매수하다
13 희망적인 무지
14 중동에 대한 무지와 실패
15 수카르노 축출 작전
16 치명적인 오류와 실패들

3장 잃어버린 대의명분 : 쿠바 그리고 베트남전쟁 (케네디·존슨 대통령, 1961~1968년)
17 피그스 만 침공
18 우리는 바보처럼 우리 자신에게도 속았다
19 핵 위기와 은폐된 진실
20 미국의 악몽, 베트남
21 카스트로가 케네디를 암살했을까?
22 불길한 징조
23 무모한 전쟁
24 길고 긴 내리막길
25 베트남이라는 거짓말
26 정치적인 수소 폭탄
27 공산주의자를 사냥하라

4장 어릿광대들을 제거하라 : 워터게이트와 끝없는 혼돈 (닉슨·포드 대통령, 1968~1976년)
28 전면적인 비밀 전쟁
29 미국은 칠레의 쿠데타 아니 혼돈을 원한다
30 워터게이트
31 비밀 공작의 개념을 바꾸어라
32 파시스트와의 타협
33 CIA는 파괴될 것이다
34 여기는 사이공, 교신 끝
35 계속된 실패와 침체

5장 기쁨 없는 승리 : 냉전의 절정과 갑작스런 종식 (카터·레이건·부시 대통령, 1977~1993년)
36 냉전의 규칙을 바꾸다
37 예측하지 못한 이란 혁명
38 프리랜서 해적
39 그들만의 중동정책
40 새로운 위험
41 이란 - 콘트라 스캔들
42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
43 적응해라 아니면 죽던가

6장 불가능한 미래 예측 : 세계적인 테러와 이라크전쟁 (클린턴·조지 W. 부시 대통령, 1993~2007년)
44 우리는 실패했다
45 붕괴의 조짐
46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한다
47 위협은 절대적으로 현실적이다
48 9·11 이후의 세계
49 이라크전쟁, 미국이 세계를 속였다
50 장례식

저자 주
CIA 한국전쟁 관련 일급 비밀 문서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팀 와이너 (Tim Weiner)
 
『뉴욕 타임스』 기자이자 국가 안보와 비밀 공작에 관한 최고의 저널리스트.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정보기관에 대해서 글을 써 왔으며,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과 생생한 현장 취재가 조화를 이룬 이 책은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워싱턴 포스트)이란 찬사를 받으며『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가장 권위 있는...
 
역 : 이경식 (李慶植)
 
서울대 경영학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플랫폼 기업전략』, 『부의 감각』, 『프레즌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신호와 소음』, 『승자의 뇌』, 『안데르센 자서전』, 『카사노바 자서전』, 『투자전쟁』, 『태평양 전쟁』 등 90여 권이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1960년생 이경식』,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대한민국 깡통경제학』, 『미쳐서 살고 정신 들어 죽다』, ...
 

책 속으로

2001년부터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적이 있는 토머스 허버드도 1995년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94년 12월 17일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피격당한 미군 조종사의 송환 문제를 협상하려고 평양에 갈 때였다. 그도 역시 평양에 가기 전에 워싱턴 외곽에 있는 CIA 본부에서 수많은 CIA 사건 담당 요원과 분석가를 만났다. 이때 일을 그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방에는 약 200명이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다수가 성인이 된 이후로 줄곧 북한 연구에만 매달려 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곧, 이들 가운데서 북한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은 무지에 빠져 있다. 보안과 공포에 무지가 섞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 p.5

- “미국 첩보 역사에서 북한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실패 사례이다.”
도널드 그레그가 하는 말이다. 그 역시 자기가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서울에서 CIA 지부장으로서 그리고 주한 미국대사로 근무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남한에 대해서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적과 맞서고 있으면서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무지로 인한 공백을 편견으로 채우려는 위험한 의식이 미국에 존재한다.” --- p.6

- “북한은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는 곳이다. 우리는 북한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며 누가 이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그들이 추구하는 진짜 전략이 무엇인지는 더더욱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이 다 추측이다. 두세 개의 자료만 가지고 전체 모습을 파악하려고 하니 잘못될 수밖에 없다.”
숱한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건 놀라울 정도의 요행이라고 볼 수 있다. 1994년에는 거의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긴급한 (하지만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전혀 반갑지 않았던) 외교 노력으로 이 위험은 해소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십 년 동안 CIA는 끊임없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북한 과학자들이 플루토늄으로 원자폭탄을 이미 만들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또 북한은 은밀한 우라늄 농축 공장에서 더 많은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을 입증할 증거는 별로 없었다. 명확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야망과 북한이 이룩한 업적을 혼동하고 과대포장 했다. --- p.8

- 한국전쟁은 CIA가 맞이한 최고의 시험대였다. …… (한국)전쟁이라는 무대에서 CIA가 동맹자로 삼았던 대상은, 부패하고 믿을 수 없는 두 지도자인 남한의 이승만과 중국 국민당 지도자 장개석의 정보기관이었다. CIA 요원들이 서울과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것은 주변 들판에 널려 있던 인분에서 나는 악취였다. 믿을 만한 정보라고는 전기나 수돗물처럼 드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CIA는 사기꾼과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에 굶주린 피난민들이 정보를 조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콩 지부장이었던 프레드 슐레시스는 한국전 동안 중국인 난민들에게서 산 온갖 쓰레기 정보들을 정리하느라 그 다음 6년을 소비해야 했다. --- p.99

- CIA 본부에서는 중국이 절대로 상당한 규모로 전쟁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계속해서 트루먼에게 전달했다. 10월 18일, 맥아더 장군의 부대가 압록강 가까이까지 진격했을 때 CIA는 “한국에 대한 소련의 모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보고까지 했다. 10월 20일, CIA는 압록강에서 발견된 중국군은 수력발전소를 보호하려고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8일에는 백악관에 그 중국군은 지리멸렬한 오합지졸의 지원병들이라고 보고했다. 10월 30일, 미군이 기습을 받고 큰 피해를 입은 뒤에도 CIA는 중국군의 대규모 참전 가능성은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며칠 뒤, 중국어를 구사하는 여러 명의 CIA 요원들이 교전 중에 사로잡은 중국군을 심문한 결과 이들이 마오의 병사들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CIA 본부에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서 국경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틀 뒤, 30만 명의 중국군 부대가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미군을 한반도 최남단까지 밀어붙였다. --- p.101

- 전쟁 초기에 와이즈너는 한국에 수천 명의 대원들을 배치했다. 타이완에도 300명을 배치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마오의 요새와 김일성의 군사 독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별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또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도널드 그레그라는 요원이 있었다. 윌리엄스 칼리지를 갓 졸업한 인물이었다. …… 피난민 수용소에서 용감하기만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한국의 시골 청년들이 이 훈련소로 무더기로 뽑혀 왔다. 이들은 영어도 할 줄 몰랐다. 그레그는 이들을 즉석 미국 첩보원으로 바꾸어놓는 일을 맡았다. CIA는 이들을 조잡한 계획으로 점철한 작전들에 투입했다. 이 작전들의 성과라고는 실종자 명단을 점점 더 늘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기억은 그레그가 극동 담당 간부로, 다시 CIA 서울 지부장으로, 또 한국 주재 미국 대사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지 H. W. 부시 부통령의 수석 국가 안보 보좌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 p.105

- 1951년 2월과 3월 그리고 4월에 1200명이 넘는 북한 피난민이 부산에 있는 영도에 집결했다. 이들을 지휘하는 작전 대장은 과거 OSS 대원이었던 한스 토프트였다. 그런데 그는 적보다는 자기 상관을 속이는 재주가 특출한 사람이었다. 토프트는 44개의 게릴라 부대를 갖춘 세 개의 여단을 조직했다. 부대의 이름은 각각 백호, 황룡, 청룡이었다. 이들의 임무는 세 가지였다. 첫째가 정보 수집이고, 둘째가 게릴라전 수행이고, 셋째가 적진에 떨어진 미국인 조종사 및 승무원을 구조하는 것이었다.
백호 부대는 1951년 4월 말에 해상을 통해 북한에 투입되었다. 처음에는 104명이었지만 나중에 추가로 36명이 공중 투입되었다. 토프트는 한국을 떠나기 넉 달 전에 자기가 거둔 전공(戰功)을 화려하게 부풀린 보고서를 본부로 보냈다. 11월이 되면 백호 부대의 게릴라 대원들은 대부분 살해되거나 체포되거나 혹은 실종되었다. 청룡 부대와 황룡 부대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는 침투조들은 적에게 잡혀서 작전 지휘부에 무선으로 역정보를 보냈다. 게릴라 부대원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실종되거나 살해되었다. --- p.107

- 한국전쟁이 끝나고 많은 세월이 지난 뒤 CIA는 하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전 동안에 CIA가 수집한 거의 모든 기밀 정보들이 북한과 중국의 보안 기관에서 제조한 역정보였다. 엉터리 정보들이 펜타곤과 백악관으로 전달되었던 것이다. CIA가 한국에서 수행한 준군사작전들 역시 적에게 심각하게 침투되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기도 전에 적에게 완전히 노출되었다. --- p.108

- CIA가 한국에서 맛보았던 쓰라린 실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또 하나의 사건은 1953년 7월에 조인된 한국전 휴전 직후에 나왔다. 당시 CIA는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그를 대체할 인물을 물색해오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CIA가 하마터면 실수로 이승만을 죽일 뻔 한 일이 일어났다.
구름 한 점 없던 늦여름의 어느 날 오후였다. 요트 한 척이 부산의 영도 앞바다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요트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영도는 CIA가 한국인 특공대를 훈련시키던 섬이었다. 이 훈련소의 책임자나 경비원들은 대통령이 영도 앞바다를 지나간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던 터라 이 보트를 향해서 마구 총질을 해댔다. 기적적으로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무척 화가 나서 미국 대사를 불러 CIA 훈련소를 72시간 안에 나라 밖으로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곧 운수가 나빴던 CIA 지부장 존 하트는 한국인 특공대를 모집하고 훈련시켜서 북한에 침투시키는 작업을 모두 새로 시작해야 했고, 이 작전은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침투된 대원들은 그가 알기로 모두 사로잡히거나 사살되었다.
CIA는 한국의 모든 전선에서 실패했다. 긴박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일이나 정보를 분석하는 일 그리고 특공대를 침투시키는 일 모두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그리고 수천 명의 미국인과 아시아인들의 죽음이 그 실패의 결과로 남았다. --- p.115

- CIA는 이중간첩으로 의심되는 인물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비밀 감옥을 세 개 만들어두고 있었다. 하나는 일본에 있었고 또 하나는 독일에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파나마 운하 지대에 있었다. …… 파나마에서 섭씨 38도까지 육박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해 늦여름, 독일인으로부터 운하 지대에 넘겨진 두 명의 러시아 난민에게 마약을 주사하고 이들을 잔인하게 심문했다. 그리고 이중간첩의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인 네 명도 일본의 CIA로부터 같은 심문을 받았는데, 이들이 소위 ‘아티초크 사업’이라는 암호명의 프로그램 아래에 희생된 최초의 인간 모르모트였다.(*아티초크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옮긴이) 아티초크 사업은 인간의 마음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CIA의 15년 탐색 가운데 작지만 의미 있는(?) 한 부분이었다.
--- p.118
 

출판사 리뷰

민주주의 이름으로 미화된 CIA의 비밀 공작과 테러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테러와 살인을 기획하고 실행했으며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대규모로 무기 지원을 했던 조직은 어디일까?
정답은 미국의 CIA다. 2차 대전 이후 창립된 CIA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건 미국의 그림자 속에서 속임수와 술책을 동원해 미국의 국익을 지켜온 비밀정보기관이다. CIA는 공산주의와 대결하기 위해 전 세계 독재정권에 돈과 무기를 제공했고 심지어 폭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를 전복시키는 ‘미국을 위한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에서 미화된 CIA의 성공 스토리와 달리 CIA는 잘못된 정보수집과 정세 판단으로 한국전쟁에서부터 이라크전쟁까지 끊임없는 실패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지금의 세계적인 테러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잿더미의 유산』은 북한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한국인 CIA 특공대 이야기부터 일본 자민당과 CIA의 반세기에 걸친 밀월관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무기를 제공한 CIA의 비밀 공작,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정권의 폭력 행위,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현대사를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년간 CIA 전·현직 국장 10명과 요원 300여 명을 수천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참고한 문서만 5만 건이 넘고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 국가들을 여러 차례 직접 여행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미 미국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미국의 정치계, 학계,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고 비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CIA의 공식 논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음모론이 아니다. 『잿더미의 유산』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왜곡된 현대사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한국어판을 위해 특별히 공개한 CIA의 한국전쟁 일급 비밀 자료와 본문에 모두 싣지 못한 사료들로 꼼꼼히 작성된 저자 주는 사료적 가치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전쟁의 자살특공대와 CIA의 잘못된 전통

『잿더미의 유산』의 저자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의 한 원인으로 CIA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 분석을 꼽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정보 수준은 미미한 형편이다. CIA 내부에 있는 북한 전문가 중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사정에 어두우며 특히 북한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접근통로조차 없다고 한다. CIA는 이런 정보 부족과 함께 백악관이 가진 북한에 대한 일종의 규정된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정보를 꿰어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사실 CIA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전쟁 때부터 ‘실패의 연속’이었다. CIA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 피난민들을 훈련시켜 북한에 공중 투입시키는 비밀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 작전은 중국, 북한의 역공작과 문화적 무지로 완전히 실패한다. 투입된 특공대는 대부분 사살되거나 적의 역정보만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CIA는 이때의 잘못을 밝히고 오류를 수정하려하기보다는 한국전쟁에서의 실패를 지금까지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이런 은폐와 거짓말은 이후 CIA의 전통이 되었다. 냉전시기에 저지른 수많은 ‘미국을 위한 테러들’, 베트남전쟁이나 이라크전쟁에서의 치명적인 오류들, 국익을 위해서라면 남미에서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독재정권의 후원자를 자처한 미국의 비밀 대외정책은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진실은 조작된 성공 신화로 포장돼 왔을 뿐이다. 『잿더미의 유산』은 지난 60여 년간 세계 역사를 조종해온 CIA의 비밀 공작과 전쟁을 낱낱이 파헤친 최초의 시도이다.

현대사와 세계 정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줄 최고의 문제작!
현재 CIA는 미국 정보 분야에서 2류 조직으로 밀려난 상태다. 60년 만에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미국은 여전히 얼마 되지도 않는 실제 정보를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시안적인 대외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 인식을 흐려놓을 뿐 아니라 각 나라와 민족 간의 오해와 반목을 낳고 있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 이래로 안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도, 감청을 합법화하고 더 나아가 다른 국가의 내정에 은밀한 공작보다는 직접적인 간섭에 나서는 분위기다.
『잿더미의 유산』은 CIA와 같은 비밀정보기관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역겨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말을 빌려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차원의 정보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는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보와 분석이 안보라는 이름 아래 왜곡될 경우 심각한 세계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CIA가 수행해온 비밀공작은 대륙과 국가, 민족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것이었고 여기에서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의 쓰라린 실패와 쉬지 않고 등장하는 한국과 관련된 직간접적 사건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웃인 일본과 CIA의 밀월관계, 비밀리에 추진된 중국정책 등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CIA의 흔적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잿더미의 유산』에서 지적하는 CIA의 실패는 단순히 미국의 실패가 아니라 세계적 위기이자 점증하는 테러와 전쟁공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줄 것이다.
 

추천평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워싱턴 포스트
세계 안보에 대한 가장 최신의 그리고 가장 놀라운 이야기
시애틀 타임스
CIA의 역사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CIA가 이라크에서 저지른 실패들을 다루는 대목은 압권이다.
마크 보든 (『블랙 호크 다운』의 저자)
환상적인 책, 동시에 소름이 돋는 책이다. 팀 와이너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를 동원해서 CIA가 여태까지 어째서 전통적인 정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전체가 하나의 매혹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강력한 경고이다. 우리가 세상의 진실들을 알고 또 거기에 맞서려면 그럴 능력과 의지를 키워야 한다.
월터 아이잭슨 (『아인슈타인 : 그의 삶과 우주)』의 저자)
이 책은 최고의 역사 서적들이 모두 그렇듯이 풍성한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흥미진진하며 번뜩이는 통찰력까지 담고 있다. 팀 와이너가 들려주는 CIA의 역사는, 창설 첫날부터 CIA가 안고 있었으며 그 뒤로 지금까지 줄곧 미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구조적이며 철학적인 결함들을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설명한다.”
테드 거프 (『비밀의 국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