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5.노동문제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 (2017) -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동방박사님 2023. 4. 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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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신노동자’라는 새로운 집단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3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 ‘농민공’을 ‘신노동자’로 지칭해 이 집단의 과도기적 성격과 현황, 전망을 연구한 기록이다. 저자 려도(뤼투)는 중국에서 ‘신노동자’ 연구 시리즈를 차례로 펴내고 있으며,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은 이의 첫 저작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신노동자’ 관련서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그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저자에게 ‘농민공’이 스스로 ‘신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중국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사회학자이자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인 저자는 농촌에 호적을 두고 도시로 와 일하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고용, 임금 등의 노동 과정은 물론 주거, 여가, 가족관계, 생활방식 등 삶의 모습까지 두루 분석했다.

오늘날 차별과 양극화 등 이 집단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원인을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바뀌어 가는 중국의 경제 상황, 호적제도와 특수한 사회 환경 속에서 규명하며, 조사에 근거한 통계를 이용해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편에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들을 더 이상 ‘농민공’으로 부를 수 없는 이유, 이들이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조건,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혼란까지 들여다보며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 이들은 ‘농민공’으로 남아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신노동자’로서 운명을 개척할 것인가. 저자는 이들의 각성이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목차

추천의 글 노동자의 대안적 공동체 문화 실험과 기록 _장영석
추천의 글 나도 이름이 있다 _왕휘
한국어판 서문
서문

총론 우리는 신노동자, 품팔이 노동 30년
1. 농민공인가, 품팔이인가, 신노동자인가?
2. 신노동자 집단의 형성
3. 신노동자 집단의 개괄

제1부 살 수 없는 도시

제1장 도시에서의 노동
1. 불안정한 일자리
2.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유
3. 만족스러운 일자리 ≠ 만족스러운 생활

제2장 도시에서의 삶
1. 퇴근 후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2. 우리가 사는 4㎡의 공간

제3장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기 어렵다
1.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가구
2. 부부만 함께 사는 가구
3.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가구

제4장 품팔이 자녀의 도시에서의 삶
1. ‘유동 아동’과 ‘품팔이 자제’
2. 품팔이 자녀의 현재 상황
3. 부모의 마음속 이야기
4. 아이의 마음속 이야기

제5장 철거당하랴, 이사 다니랴
1. 북경 도농 경계 지역 개발의 배경
2. 조사 지역 및 조사 방법
3. 중오촌 품팔이의 현황
4. 철거 인지 상황
5. 철거가 품팔이에 미치는 영향
6. 철거에 대한 생각

제6장 토론
1. 자발적 선택과 어쩔 수 없는 선택
2. 사회 발전 방향의 결정 요소
3. 호적제도 개혁
4. 평등한 교육
5. 주택 문제 해결

제2부 돌아갈 수 없는 농촌

제7장 쇠락해가는 농촌
1. 5개 마을 개괄
2. 농촌 인구의 감소
3. 무너지는 농업 생태계
4. 토지제도
5. 기반시설
6. 농촌의 기층 조직
7. 시골 양아치

제8장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1. 보잘것없는 농업 수입
2.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제9장 농촌의 아이들
1. 잔류 아동의 수
2. 잔류 아동의 이야기
3. 아이를 돌보는 노인들의 이야기
4.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부모들의 이야기
5. 잔류 아동의 학교 이야기

제10장 토론
1. 신농촌 건설의 희망은 어디에
2. 가족의 결합은 사회의 책임

제3부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길 잃음

제11장 타지에서의 생활
1. 무엇을 위해 집을 짓고 사는가?
2. 불확실한 삶

제12장 파열된 사회
1. 3세대와 3개의 세계
2. 같은 세계, 다른 현실
3. ‘지금 여기’에 의해 생활수준이 결정되어야 한다
4. 같은 세계, 같은 꿈

제13장 성별관계에 대한 품팔이 노동의 영향

1.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이 남녀관계에 미치는 영향
2. 전통과 현대라는 씨줄날줄에 얽힌 여성

제14장 구인난과 신노동자 형성

1. 구인난은 존재하는가?
2. 구인난의 양상과 원인
3. 구인난의 영향
부록. 중국의 폭스콘 확장에 대한 고찰

제15장 산업 이전과 신노동자의 출구
1. 산업 이전이 농촌과 품팔이에 미치는 영향
2. 귀향은 농촌으로의 회귀가 아니다

제16장 토론
1. 근거 없는 ‘안정감’
2. 파열된 사회가 분열된 사람을 만들어낸다
3. 파열된 사회와 구인난
4. 신노동자의 도시 정착 방안

제4부 신노동자 주체의식의 형성

제17장 공평
1. 평등 추구는 공평으로부터
2. 노동자가 체득한 사회적 불공평
3. 사회 불공평에 관한 견해
4. 사회 공평의 추구

제18장 자유
1. 자유에 대한 인식
2. 자유를 찾아서
3. 어쩔 수 없는 선택

제19장 도덕
1. 노동자의 도덕과 양심
2. 노동자의 도덕적 선택
3. 목숨 값 협상에서 경영자의 선택

제20장 집은 어디에?
1.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사영도의 이야기
2. 떳떳한 삶의 첫걸음 - 엽자의 이야기
3. 안정된 집에 대한 정당한 요구 - 양춘명의 이야기

후기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저 : 뤼투 (呂途,려도)
1968년 창춘시 지린성 출생.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발전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주류 학계를 떠나 기층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하고 연구하면서 중국의 ‘신노동자’ 영역을 개척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연구와 교육 및 공동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2013),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2015)를 출간하며 중...

역 : 정규식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 저역서로 『노동으로 보는 중국』,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2』(공저),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공역),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공역) 등이 있다. 현재 “중국식 사회주의의 진화와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노동, 생산 네트워크, 지역 질서의 구조변동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역 : 연광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교통대학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박현채 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인류학과 방문학자,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대만 국립교통대학 국제문화연구센터 연구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상의 분단》, 번역서로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민주 수업》, 공역으로 《중국 신노동자...
 

출판사 리뷰

중국 사회의 특수한 집단 ‘농민공’, 경제 발전 주역이지만 차별 대상
혼란과 방황을 딛고 ‘신노동자’로 불려야 하는 이유

중국에서 1980년대부터 나타난 ‘농민공’은 호적은 농촌에 있지만 도시로 이주해 일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농촌 출신으로서 호구제도에 따라 도시민과 엄격히 분리되며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신분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이 지난 현재,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활약하며 중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으로 인식되지만 그들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6년 농민공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농민공 수는 무려 2억81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민의 무려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들에겐 취업차별, 저임금(월 평균 54만 원), 임금 체불 등의 불이익은 물론 농촌에 남은 자녀와 생이별하거나 도시로 데려오더라도 부모의 이직에 따라 이리저리 유동을 겪게 할 수밖에 없는 가족 전체의 고난이 있다. 교육이나 의료, 주택 등 도시민이 적용받는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된다. 하지만 이들은 오로지 고향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자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좁은 방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품팔이’ 인생을 이어간다.

그리고 어느덧 80년대 이후 태생의 ‘2세대 농민공’이 전체 농민공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농업이 피폐해진 후에 태어난 젊은 농민공들은 1세대와 달리 농업으로 생계를 꾸린 경험이 거의 없다. 도시에서 태어난 3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도시 생활을 더 희망하고 쭉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결국은 언젠가 농촌으로 돌아가겠지’라는 ‘농민공’으로서의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산다. 이렇게 ‘농민공’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도시민과 구별되는 편견이자 이들의 정체성을 옥죄는 굴레로 작용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호적에 따라 ‘농민’이고,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지만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절의 ‘공인工人(노동자)’과도 같지 않다. 호적이 다르므로 생활수준의 차이와 정책적 차별이 따르는 도시에서 계속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거리가 없는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 거대한 모순과 혼란을 어찌할 것인가. 이것이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의 저자 려도가 ‘농민공’이라는 용어를 거부하는 이유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사회학자들은 농민공 집단 내부의 성격 변화나 전망, 이들을 둘러싼 제도 등에 주목해 왔다. 그리고 이 연구 분야에서는 ‘농민공’ 대신 ‘신노동자’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신노동자’ 연구의 선두주자인 려도는 이 책에서 ‘품팔이’와 ‘신노동자’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도입부인 총론에서 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농민공’이라는 과도기적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이들이 공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점, 둘째,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신분 차별의 근거라는 점, 셋째, 평등한 노동자가 아님을 함축한다는 점, 넷째, 그들 스스로의 요구에 걸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집단을 호명하는 데 심사숙고하고 이들을 농민공으로 부르지 않는 것으로부터 그들의 주체성을 북돋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시도다. 국유기업 시절의 ‘노동자’와 달리 새롭게 출현해 염가 노동력으로 간주되는 이들 품팔이는 과거 30여 년 동안 그 숫자를 형성했고 앞으로는 사회 진보와 지위 향상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와 발전 방향을 대표하는 용어로 적절한 것이 ‘신노동자’다.

“도시에서 계속 살 수도 없고,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요”
신노동자의 노동과 삶, 심리 상태까지 살핀 생생하고 끈질긴 연구

저자 려도는 네덜란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회학자이지만 자신을 늘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로 소개한다.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고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한 2008년부터 그의 관심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 노동자와 지식인과의 연대, 대안 공동체 등에 있다. ‘북경 노동자의 집’은 ‘신노동자 예술단’으로 시작해 대안학교, 박물관, 농장, 상점에 이르기까지 북경의 피촌에서 대안 공간을 확장한 단체로,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중국 당국의 철거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저자에게 품팔이 노동자들은 연구 대상이기 이전에 친구이며, 그들의 생활상을 가까운 곳에서 깊이 들여다 본 경험은 품팔이 노동자들을 조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퍼즐 연구법’에 따라 이들의 증언을 일정한 논리로 결합하고 정리했는데, 수년에 걸친 려도의 관찰과 인터뷰, 끈기있는 추적과 연구는 이 시대의 중국 ‘신노동자’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왕휘(왕후이) 교수는 려도가 “다른 학자들처럼 ‘품팔이’를 ‘대신’해 말하지 않고 그들의 운명 내부로부터 문제를 제기한다”고 보았다.

이 책의 제1부는 ‘살 수 없는 도시’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품팔이는 도시에서 일하지만, 일자리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도시에서 생활하지만 도시에서 집을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거 상황도 매우 열악하다. 대다수 품팔이의 자녀는 도시의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없으며, 고향에 남겨져 조부모 손에 양육된다. 이들은 부모의 운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중국의 도시는 품팔이의 생존과 발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급속도로 확장 발전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진행되는 개발의 물결 속에서 품팔이는 더욱 주변화되고 있다.

제2부는 ‘돌아갈 수 없는 농촌’에 관한 내용이다. 노동자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일지 물으면, 그들은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 가야죠. 지금 돌아가면 뭘 먹고 살아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지 상상 속의 퇴로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다. 농촌의 경작지 규모는 품팔이가 귀향해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현재 농촌의 연간 수입은 외지에 나가 6개월간 벌어들이는 수입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선택이다. 부모가 외지로 품팔이를 나가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은 ‘잔류 아동’으로 불린다. 쇠락하고 고령화된 농촌이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도시를 위해 염가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제3부는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길 잃음’을 다루며, 사회구조적 현상 및 품팔이의 미래에 대해 분석했다. 품팔이의 소위 ‘길 잃음’ 상태는 ‘기호로서의 집’에 불과한 허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이들에게 ‘길 잃음’이 초래된 이유, 여성의 역할 변화와 결혼관계의 변화, ‘구인난用工荒’ 분석, 산업 이전과 도농격차 문제 등이 서술된다. 제4부는 ‘신노동자 주체의식의 형성’을 다룬다. 여기서는 공평, 자유, 도덕이라는 세 가지 개념과 품팔이의 진정한 ‘집’에 관해 논하며 노동자의 시각에서 그들의 현실에 가장 근접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노동자와의 교류를 통해 소박하면서도 심오한 이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평하면서 이 책의 분석과 결론이 신노동자 주체의식 형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저자는 북경과 중경을 비롯한 5개 도시 노동자 54명, 하남성과 사천성 등 농촌 5개 마을에서 36가구를 인터뷰했으며 평균 2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까지 대화하는 등 노동과정은 물론 가족관계나 생활방식까지 대상을 심도있게 조사했다. 특히 신노동자들의 육성이 그대로 실려, 이들의 처지와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왕휘 교수는 “이 책은 일상생활과 제도적 배치 등 각 방면에서 신노동자의 객관적 존재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신노동자의 생활세계를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체감과 의식 및 판단 과정에서 현재 축적되고 있는 집단적 자각을 탐색한다”고 평가했다.

계급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신노동자’ 집단
노동자의 미래를 가늠하고 중국의 변화를 읽는 창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문제인 ‘신노동자의 계급의식 각성’은 이후의 과제이자 전망이기도 하다. 왕휘 교수는 저자가 신노동자 ‘계급’ 대신 신노동자 ‘집단’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에 관해 그들이 “분명한 주체의식이 구성되지 않은” 점을 든다. 또 저자가 현재 신노동자와 과거 국가 영도 계급으로서 (국유기업) 구노동자를 대비시키기 위해 노동자계급이나 무산계급 대신 ‘품팔이 집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유의 세심함으로 이론의 문제에도 예민하게 접근하는데, 중국의 계급관계가 시장화에 따라 재구성되었다는 점을 의식했다. 노동계급의 형성이 복잡한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볼 때도 신노동자 집단이 아직은 계급을 자각하는 과정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왕휘 교수에 따르면 “신노동자 집단은 계급의식이 결핍된 것이 아니라 계급의식이 발생하는 정치적 과정이 종결된 것이며, 계급의식의 형성을 추동하는 정치적 역량이 변화된 것”이다. “초기 노동계급의 역사적 형성과 당대 국가의 신노동자 집단의 상태를 비교하면, 노동관계 영역에서 조절과 관리, 그리고 규범화 등의 역할에 거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대리되는 운명에서 벗어나 이제 능동적인 노동자로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그리고 의지할 곳 없는 그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남해혼다 자동차공장 노동자 투쟁이나 폭스콘 노동자의 소리 없는 저항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 2015년 한국에 방문한 저자 려도는 중국 신노동자에 관한 문제를 반드시 대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3억 명에 가까운 중국 신노동자에게 미래가 없다면 중국의 미래도 없고,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미래와 관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신노동자는 점차 각성하고 있다. 노동자 의식의 각성은 그들의 노동과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 노동자는 생산 과정에서 노동 효율성 제고가 자신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수차례의 이직을 경험한 후 거의 모든 사장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장주의의 조류 속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규정 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으로 자기 시간도 가질 수 없다. 자기 시간이 없다는 것은 생명이 없다는 것이고, 생명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이러한 노동과 삶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단순한 인식이 노동자 주체의식 굴기의 전제다. 중국 신노동자가 진정으로 굴기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중국 경제 정치 문화 민족정신의 진정한 굴기를 결정할 것이다.”

저자의 말

나의 한국에 대한 유대감은 전태일로부터 비롯됐다. 나는 『전태일 평전』을 읽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했다. 2015년 11월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45년이 흐른 지금도 전태일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꼈다.
인류는 자본의 통제 아래 움직여 왔기 때문에 자본과 투쟁할 수 없다는 깊은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투쟁을 시작하면 자본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본의 논리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추천평
급변하는 중국 경제와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삶과 일상도 격랑에 휘말렸다. 농촌에서 도시로 온 3억 명의 중국 노동자들은 빠르게 자본주의화하는 중국에서 신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얻어 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노동자들을 수년 간 인터뷰해 그들의 특수한 경험과 고난을 생생히 그려냈다. 후일 ‘중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논할 때 이 책은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려도는 ‘농민공’이란 이름으로 잔여적 비주체적으로 지칭되던 중국의 거대한 새로운 노동자군을 ‘신노동자’로 불러내 무대의 중심에 세우는 이론적 실천적 작업의 중심에 서 있다. 그녀 자신이 이들 신노동자의 삶을 함께하면서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삶의 방식, 문화 모두를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음을 역설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운동 경험이 서로를 어떻게 북돋을 수 있는지 발견한다. - 백승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신新’이라는 글자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저자가 호명한 중국의 ‘신노동자’를 읽으며 신자유주의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동체적 삶이 분할된다. 그 분할의 무기는 탐욕과 차별이다. 결과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의 고통의 증대, 권력과 자본의 부의 증대였다. 이 잔혹한 비非인간이 체제와 역사를 넘어 관통되는 21세기 현실에서 여기 화를 복으로 바꾸는 지혜로운 탐색이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용기를 품은 ‘밑돌 하나’ 일독하자.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