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인간과 건강 (책소개)/4.건강관리지식

살리는 맛 (2023) - 식탁과 세상을 연결하는 비건 살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동방박사님 2023. 6. 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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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늘, 당신은 무엇을 먹었어요? 어떤 음식으로 생명을 살렸나요?
식탁과 세상을 연결하는 맛있는 비건 ‘살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 폭력과 저항에 대한 깊은 사유를 글로 쓰는 예술사회학자 이라영과, ‘동물해방물결’에서 동물권 활동가로 일하며 밴드 ‘양반들’에서 노래하는 전범선이 만났다. 두 작가는 1년간 비건의 ‘먹고 살리는 일’을 주제로 깊고 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은 두 작가의 일상 속 사유를 담은 편지 모음이자, 독자들에게 비거니즘의 세계를 소개하고 비건 지향을 권하는 다정한 초대장이다. 약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을 지닌 이라영과 모든 생명과 하나되는 ‘풍류’를 지닌 전범선이 소개하는, 맛도 있고 멋도 있는 ‘살림’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이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나 소비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착취와 폭력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려는 실천 방식이자 라이프 스타일이다. 공장식 축산이 동물에게 가혹한 착취와 폭력을 가할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로 지구 온난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모든 인간이 책임을 갖고 비인간 동물과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라영 작가와 전범선 작가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비거니즘으로 세상과 연결되었듯이, 비건 지향 일상이 담긴 편지로 서로와 연결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먹히는 존재와 먹지 못하는 존재

1장 연결과 관계

지역 특산물과 제철음식이 포장되는 세상에서
중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서로에게 이름을 주는 일
‘전버섯’이 되려고 합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며

2장 책임감과 조신함

소금을 찾아서
타인을 살리는 일이 나를 살리는 일이라고
막힌 기를 뚫고 살리며
책임감의 연대
조신함의 정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
비거니즘은 우리 모두가 당사자

3장 살림과 풍류

생각하는 손
만물과 하나되기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풍류가 있는 땅끝에서
화를 내기보다는 화음을 쌓으려고 해요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합주하는 것처럼

4장 분노와 희망

우리의 결핍을 위하여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불행을 함께 겪을 의무
방학 숙제를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덜 고통스럽게 멸종하려면
숨과 쉼

에필로그

살리는 사람들
 

저자 소개 

저 : 이라영 (LEE Ra-Young )
예술사회학 연구자. 예술과 정치, 그리고 먹을 것을 고민한다. 지은 책으로 『환대박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말을 부수는 말』 등이 있다. 『비거닝』과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 공저자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에 공역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저 : 전범선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 1991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밴드 ‘양반들’ 보컬이자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이다. 로큰롤과 비거니즘 모두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느낌을 살리고, 기운을 살리고, 생명을 살린다. 하지만 집안 살림은 아직 실력 미달이다. 참된 ‘살리미’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 중이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상을 수상했다. 『살고 싶다,..

책 속으로

세상이 비건 지향에 관대하다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나는 적어도 먹는 것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더 느슨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엄격한 비건도 아니고 단지 고기를 안 먹는 정도만으로도 식탁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는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면서 점차 나도 그들 곁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자꾸 부당한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다시 말해 나는 기후위기나 동물권 같은 굵직한 정치적 사안 때문만이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비난받는 상황을 도저히 봐줄 수 없어서 그저 내 입 하나를 이동시켰을 뿐이다. 눈치 보게 만드는 권력에 가담하고 싶지 않아서.
--- p.9

김장이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더라구요. 전날 저는 공연이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를 즐겼기 때문에 오전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았어요. 가자마자 무를 깨끗이 씻고, 채 썰고, 양념에 버무려서 속을 만들기만 했는데도 녹초가 되었죠. 밥 먹고 겨우 힘을 내서 배춧잎 사이사이 속을 넣었습니다. 겨울을 나려면 김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욕심만큼 배추를 담그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두 통만 챙겨서 낑낑 들고 왔지요. 며칠 뒤, 가스가 차서 폭발해버린 김치통을 열어서 맛을 봤어요. 고생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루 세 끼 김치볶음밥, 볶음김치, 두부김치를 먹었어요. 들기름, 두부, 밥, 김치, 그리고 김의 조화는 정말이지 천하무적이에요.
--- p.65

저는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생명은 결국 모두가 살생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을 받아들일 때 나의 ‘살아 있음’이 다른 생명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것이 다른 생명을 제대로 존중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믿어요. 우리는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죽이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겠죠.
--- p.96

태어날 때부터 어떤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야말로 억압이고, 여성에게 강요하는 그 역할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동일해요. 여성주의가 가부장제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도록 이끌었다면, 비거니즘은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이 사회에서 누군들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꿈틀거려야 착취를 막아낼 수 있겠지요.
--- p.136

생명을 옮기는 행위야말로 소외의 본질입니다. 전쟁이나 댐 건설 때문에 마을을 옮기는 것과 자본의 논리 때문에 파프리카와 감자를 옮기는 것은 다를 바 없습니다. 사람과 환경, 생산자와 생산물, 창조자와 피조물의 연결을 끊는 거니까요. 옮김은 죽임의 시작입니다. 멀리 옮겨진 음식을 먹을수록 우리는 죽음에 둔감해집니다. 아마존 원주민이 자명하게 겪고 있는 생태의 파괴가 지구 반대편 소비자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 p.167

딜 옆에는 바질이, 그 옆에는 샐러리가 있었습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자란답니다. 고수, 딜, 바질, 샐러리, 깻잎, 애플민트, 버터헤드레터스를 얻어 왔어요. 샐러리는 아예 세 뿌리를 얻어서 지금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샐러리를 살피는 게 요즘 작은 기쁨이랍니다. 애플민트를 우려 밤마다 차를 마셨더니 잠을 잘 잡니다. 딜을 넣어 방울토마토 초절임을 만들었고, 오늘 저녁에는 남은 딜을 오이 초절임에 넣으려 합니다. 오이와 딜이 잘 어울려요.
--- p.176

텃밭에서 따온 못생긴 오이를 자르면서 생각했습니다. 마트에 있는 미끈한 호박과 줄기가 튼실한 샐러리는 사실 인간의 욕망이 성형해낸 모습이죠. 어느 순간 인간들은 그 모습이 ‘정상’인 줄 아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흠집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약하고 상처 받은 것들을 외면하죠. 타자의 결핍과 상처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스스로의 결핍도 부정할 것입니다.
--- pp.196~197

저는 갈수록 책임에 대해 생각합니다. 세상에서는 무책임이 자유의 동의어처럼 유통되기도 해서요. 책임감은 어느덧 억울함의 배경처럼 취급 받습니다. 무책임은 많은 문제들을 외면하게 만들지요. 알기 싫은 것들을 외면하며 책임에서 벗어날 ‘자유’가 자유는 아닌데, 어쩐지 제 눈에는 책임감이 이 자유의 외피를 두른 무책임에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p.221

먹기의 ‘예능화’는 식문화뿐 아니라 식탁 예절까지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는 인간들이 입을 쩍 벌리고 음식을 집어삼키거나 과장된 감탄사를 내뿜는 모습을 쉽게 만납니다. ‘면치기’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면을 후르륵 후르륵 시끄럽게 먹고, 큰 덩어리 음식을 한입에 먹는 걸 마치 먹음직스럽게 먹는 것처럼 다루더군요. 저는 보기가 몹시 거북해요. 게다가 각종 먹는 방송에는 정말 육식이 많이 나옵니다.
--- pp.235~236

나는 이 책이 지구 살림을 위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기후생태위기에 맞서는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의 조화. 살리는 맛이 담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라영 작가와 내가 그렇게 만났다. 살리는 마음으로 차린 우리의 식탁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 p.260
 

출판사 리뷰

우리의 ‘먹는 일’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한 생명을 살리고, 온 세상과 관계 맺는 비거니즘
지금 여기 나의 입속에서 시작되는 공감과 연대


수많은 ‘맛집’과 ‘먹방’의 등장으로 우리는 음식과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멀어졌다. 우리는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요리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노동이 들어가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우리는 부위로 호명되는 고기들이 한때 살아 있었던 동물이었다는 것도, 배달음식이 오토바이로 배달되는 동안 배출되는 탄소가 기후위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않는다.

지역 특산물과 제철음식이 포장되고 배송돼 문 앞에 도착하는 시대에, 둘은 배달음식을 시키는 대신 바쁘게 손을 움직여 스스로 음식을 만든다. 집에서 직접 버섯을 길러 먹고, 작은 텃밭에서 제철 먹을거리를 얻는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고, 다른 존재의 생명과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두 비건은 도시인의 입맛과 편의에 맞춰지는 음식을 곁에서 밀어내고, 무해한 재료들과 오롯한 한 사람의 노동으로 만든 음식으로 하루를 채우려 애쓴다. 또한 비인간 동물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축될 뻔한 소들을 구조해 보금자리를 만든 과정,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으며 이름을 붙이고 정을 준 일화를 편지에 털어놓기도 한다.

소소하고 깊은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두 작가는 매일매일 ‘누군가를 살리는’ 식탁을 손수 바쁘게 차린다. 시원한 막국수, 향긋한 쑥국, 명절에 식구들과 함께 만드는 비건 만두, 제철 채소로 만든 지삼선……. 계절을 따라간 그들의 비건 식탁에는 규칙이 있다. 누군가의 생명을 해치지 않은 음식,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음식,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타인의 결핍을 인정하고 불행을 함께 겪을 의무가 있다고,
다른 존재를 살리는 일이 곧 나를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
‘살리는 사람들’의 맛과 멋 그리고 희망


이라영과 전범선은 비거니즘의 지평을 넓혀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과 착취를 짚는다. ‘관광’의 이름으로 지역을 도시의 입맛에 맞추려는 식민주의적 움직임을 비판하고, 무한한 발전과 무책임한 자유를 말하며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남성 중심적인 정치를 꼬집는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만 오가지는 않는다. 이라영은 과거 20대 시절 방랑하다 어떤 절에서 숙식을 했던 이야기를 하며 “타인을 살리는 일이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경이로운 순간에 대해 들려준다. 두 작가가 주고받은 내밀한 편지에서 비거니즘은 페미니즘과 에콜로지, 일상의 깨달음과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둘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더 많이 먹고,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소비하고, 더 많은 물건을 사고,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를 생산하는 대신 담백하게 ‘살리는 삶’을 살자고 이야기한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두 작가는 매일 동물이 죽고 환경이 파괴되는 사회 구조에 관한 죄책감과 답답함을 공유한다. 전범선은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는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자고 격려한다. 두 명이 위안과 위로를 얻는 공통의 통로는 예술이다.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은 전시를 보러 다니며 예술이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동물권 활동가이자 밴드의 보컬인 전범선은 동료들과 연대하고 노래를 만들며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간다.

두 비건의 폭력에 대한 저항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은, 약한 존재를 배제하고 끝없이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이라영과 전범선은 점점 더 폭력에 둔감해지는 사회를 경계하며 아프고 상처받은 이들을 되돌아보고, 서로의 결핍과 슬픔을 들여다보며 고통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넓혀, 이 지구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고 연대하는 비거니즘의 미학을 말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가장 사적인 ‘먹는 일’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행위다. 이 책은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먹기’가 어떻게 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며, 동시에 맛있는 비건 레시피들로 독자들을 ‘빼기’가 아닌 ‘더하기’의 비건 지향의 세계로 이끄는 책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건강하고 맛있는, 다정하고 매력적인 비건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동녘이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
지금 가장 뜨겁고 빛나는 작가들의 편지!


동녘에서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은 마주보며 타오르는 불처럼 두 작가가 주고받는 대화가 피워내는 미덥고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번역가 노지양X홍한별의『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90년대생 만성질환자 안희제X이다울의 『몸이 말이 될 때』, 고통을 연구하는 여성 이현정X하미나의 『상처 퍼즐 맞추기』에 이어 이라영과 전범선이 네 번째 맞불을 지핍니다. 탁월한 비건 살림꾼이자 모든 존재와 연결되고 연대하는 두 작가는 계절을 따라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수다를 떨며 독자들을 비건의 세계로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