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물사 연구 (책소개)/1.세계인물평전

러셀 자서전 (상.하) 2003

동방박사님 2023. 10.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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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버트런드 러셀은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숨졌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듬해에 태어난 그는 98년 일생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핵무기 개발과 사용, 베트남 전쟁과 같은 격렬한 정치 사회적 변동과 정신분석학, 통계학 등 현대 학문의 탄생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이 격동의 시대를 한 세기 가까이 살아낸다는 것도 보통 사람에겐 기대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의 업적에 이르면 누구나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분석철학의 초석을 놓은 철학자였고, 세계적인 연대 활동에 뛰어든 정치가였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에세이스트였다. 숱한 철학자들이 러셀의 영향을 받았지만, 러셀주의자라는 단어는 없다. 현대철학자라면 기호논리학, 분석철학과 무관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때론 오만하기까지 한 이 무신론자의 자신만만하며 쾌활한 뒤집어 보기, 들여다 보기는 모든 철학자들의 기본 소양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굳이 말하자면, 현대철학자들은 모두 반쯤은 러셀주의자들이다.

이 자서전은 각 장마다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셀 자신이 쓴 회고와 편집자가 수집해서 넣은 편지글이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을 회고해 내는 것으로 자서전을 시작한 러셀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내어 써두었다. 독자는 그가 언제 처음으로 키스를 했는지 알 수 있으며, 네 차례에 걸친 결혼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엿볼 수 있다.

이 내밀한 고백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이 남다른 데에 원인이 있다. 이를 테면, 그가 친구 험담을 살짝 한다면, 그것은 화이트헤드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 드러나는 화이트헤드의 모습은 차분하고 합리적이고 사려 깊고 분별이 있었으나, 그를 깊이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제력 강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그는 온건하다고 보기 힘든 충동들로 고생하고 있었다'

또, 여행 중에 만난 사람에 대해 몇 마디 한다면, '레닌과 한 시간 동안 대화한 후 나는 약간 실망을 느꼈다. 애초에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지적 한계가 뚜렷이 느껴졌다'

아인슈타인, 에리히 프롬과 국제적 연대 활동에 대해 논의하는 편지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작업을 평가하고 두둔하는 편지글, 카르납, 콰인, 펄 벅, 주은래 등 셀 수 없이 많은 지난 세기의 거인들과 나눈 편지를 들여다 보는 것은 러셀의 회고를 읽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어떤 의미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이다. 이 개인은 놀라운 지성과 실천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고, 특유의 반성적 태도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두었다. 독자들은 러셀을 통해 20세기 지성사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그의 회고와 일기, 편지글에서 통찰과 함께 특유의 유머와 낙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돌아보는 지난 세기 곳곳에서, 놀랍게도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목차

제1부

프롤로그는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제1장 유년기
제2장 청년기
제3장 케임브리지의 시절
제4장 약혼
제5장 첫 결혼
제6장 수학원리
제7장 다시 케임브리지로

제2부
제8장 제1차 세계대전
제9장 러시아
제10장 중국
 
저자 소개
저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B.A.W. 러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러셀은 분석철학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이자 노벨 문학상(1950년)을 받은 문필가이기도 하다. 1872년 영국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과 도덕과학을 전공하였다. 수학과 철학뿐 아니라, 과학?역사?교육?정치?종교?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지적 정열로 하루 평균 3,000단어 이...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교직 생활을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세잔느를 찾아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키아벨리』, 『상처뿐인 어린 천사 엘런』 ,『안데르센의 지중해 기행』,『라테란의 전설』, 안 해리스의 『블랙베리 와인』,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과 『인간과 그 밖의 것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러셀 자서전』, 노암 촘스키의 『...

책 속으로

위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1922년, 신비주의에 한창 열을 올리던 그가 내게 똑똑한 것보다는 착한 것이 낫다고 아주 진지하게 호언장담하던 시절, 나는 그가 말벌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스브루크에사 나와 함께 숙박 시설에 묵을 때도 벌레들이 무서워 한 곳에서 이틀을 자지 못했다. 나는 그때 러시아와 중국을 여행한 후여서 그정도 사소한 문제에는 단련이 되어 있었으나, 세상에 어떤 것을 준다 해도 벌레를 진득하니 참고 살 수는 없다고 하는 그의 확신에는 모두지 단련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작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명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1920년 한 해 거의 전부를 여행하는 데 보냈다. 부활절 때는 바르셀로나의 카탈란 대항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바르셀로나에 들렀다가 마요르카로 가 솔레르에서 머물렀다. 그곳 여관 주인이 말하기를, 자신은 홀아비이기 때문에 음식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지만 언제든 과수원에 들어가 오렌지를 따먹어도 좋다고 했다. 그 얘기를 얼마나 공손하게 하던지, 깊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pp. 565-566
어느 해 겨울, 친구와 나는 땅굴 집을 만드느라 한철을 다 보냈다. 기어들어가야 하는 길다란 통로와 180 세제곱 센티미터 크기의 방이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하녀를 하나 꾀어 땅굴 집에 데리고 들어가, 키스도 하고 포옹도 해보았다. 한번은 그녀에게 나와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그럴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대답하기에 곧이곧대로 믿었다. 게다가 그녀는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나를 착한 소년인 줄 알았노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아무런 일도 진전되지 않았다.
--- p. 60
『수학 원리』를 저술하는 동안 화이트헤드 부부와 나의 관계는 힘들고도 복잡했다. 세상에 드러나는 화이트헤드의 모습은 차분하고 합리적이고 사려 깊고 분별이 있었으나, 그를 깊이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제젹 강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그는 온건하다고 보기 힘든 충동들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가톨릭 교회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꿈을 접었다. 늘 돈 걱정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무모하게 돈을 쓰면서 그럴 여유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는 자기자신에게 험한 욕설을 마구 퍼부어 부인과 하인들을 겁먹게 만들곤 했다. 때로는 며칠씩 완전히 입을 봉하여 집안 식구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다. 화이트헤드 부인은 그가 미쳐버리지나 않을까 늘 염려했다.
--- p. 265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 p. 13
레닌과 한 시간 동안 대화한 후 나는 약간 실망을 느꼈다. 애초에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지적 한계가 뚜렷이 느껴졌다. 그가 신봉하는 마르크스주의는 다소 편협했고 작은 악마 같은 잔인한 일면마저 엿보였다. 나는 『볼셰비즘의 이론과 실천』이라는 책에 레닌과의 면담 내용과 러시아 여행기를 실었다.
--- p. 580
모든 사람들이 질문을 퍼부어댔다. 심지어 코펜하겐에서 전화로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 목소리가 말하기를, "물 속에 잠겨 있을 때도 신비주의와 논리학을 생각하진 않으셨겠죠?" 내가 대답했다. "그렇소." 전화 속 목소리가 끈질기게 물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물이 차갑다고 생각했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p. 220
제가 건강이 좀 좋지 않은 관계로, 비트겐슈타인의 최근 연구를 파악하는 작업이 당초 의도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그와 5일간 토론을 했고 그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제게 『철학 소고』 중 상당 분량의 타자 원고를 주고 갔는데, 3분의 1 정도밖에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원고가 모두 거친 메모들로 되어 있어, 그와 토론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래의 설명 정도라면, 그가 『논리철학 논고』 이후 처음 내놓은 생각들을 적어도 일부는 파악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p. 99

목차

제11장 두 번째 결혼
제12장 텔레그래프 하우스 시절
제13장 미국 : 1938-1944년

제3부

제3부 머리말
제14장 영국으로 돌아오다
제15장 국내외 활동
제16장 트라팔가 광장
제17장 재단

저자후기/내가 믿는 것들
편집후기/열정과 명쾌함이 갖추어진 한 편의 서사시
역자후기/러셀-휴머니즘으로 세상을 깨우치다

시기별 주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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