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의 이해 (책소개)/9.정치외교학일반

독재의 법칙 (2021)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탐욕과 배신의 정치사

동방박사님 2024. 5. 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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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독재 탄생의 핵심은 법, 총, 카리스마가 아니다
혼탁한 정보와 거짓 여론, 다수의 선택에 맞추는 조정,
그리고 쉽게 믿어버리는 우리의 순진성이다


정치가 사회의 근본 문제이자 해결책이라 믿는 정치학자 한병진 교수가 시민의 정치 공간인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 기술을 이야기한 『광장의 법칙』을 쓴 데 이어, 이번에는 광장의 반대편에서 ‘독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무너지는지’ 독재의 흥망성쇠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독재 권력을 잡으려는 자들의 유형과 그 특징들,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처세술과 생존 법칙을 살펴보고, 실존한 여러 독재자들의 사례를 통해 독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하나하나 파헤쳐나간다.

특히 저자는 독재를 단순히 민주주의의 대척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독재자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 혹은 이기심을 이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권력을 탄탄히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재자가 어떻게 사람들(특히 엘리트들)을 기만하고, 이런 약속을 믿은 순진한 이들이 역사에서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독재 탄생의 핵심을 법, 총, 카리스마, 쿠데타 등에서 찾기보다는 혼탁한 정보와 조작된 여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것들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순진함에서 바라봐야 독재정치의 주요한 수수께끼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독재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나쁜 정치권력에 의해 얼마든지 억압받고 통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독재의 법칙』은 독재의 기술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도구로 쓰이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예비적 고찰: 민주주의, 집단독재, 정도전의 실험
1. 민주주의와 독재의 구분선: 선거와 소통의 자유
2. 집단독재 vs 개인독재
3. 조선의 정도전, 시대를 앞서다

2장 독재의 원리
1. 조정(調整), 권력의 원리
2. 슈퍼스타와 독재자
3. 독재 권력의 원천, 여론
4. 다이내믹 소련

3장 권력투쟁과 숙청: 탐욕과 배신의 앙상블
1. 승자독식: 혼자서 다 가지려는 아이 같은 독재자
2. 초전박살: 권력투쟁은 초반전이 전부다
3. 있는 자는 더 풍족해지고 가난한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
4. 거부할 수 없는 숙청의 유혹: 수비가 공격보다 쉽다

4장 개인독재의 기술
1. 숙청의 기술
2. 속이기? 어렵지 않아요.
3. 후흑(厚黑): 독재자의 처세술
4. 전국의 극장화, 전 인민의 배우 및 관객화

5장 ‘국가 2025’: 일그러진 개인독재

6장 절대 지존의 생존 법칙

저자 소개 

저 : 한병진
 
여전히 정치가 사회의 근본 문제이자 해결책이라 믿는 정치학자이다. ‘독재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자비한 독재자는 왜 침상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정치적인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회과학 모델과 이론을 통섭, 종합할 때 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등 주요 사회과학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책 속으로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던 시절, 법복을 입은 판사들은 위법이라며 망치를 두드리지 않았다. 헌법 제정, 사법부의 설립만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는 없다. 공식 제도와 규칙은 분명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버팀목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시민의 힘에 달렸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지키는 시민의 힘 때문에 국가권력을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자는 민주적 규칙을 준수해야 했다.
--- p.22

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있는 독재국가는 한마디로 주기적이고 경쟁적인 선거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중 어느 하나라도 허용하지 않는 사회다. 선거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는 인민에 의한 정부를 가능케 하는 핵심 제도다. 누군가 인민을 위한 정부를 부르짖으면서 선거를 불허하거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한다면 그는 독재자라 불러 마땅하다
--- p.29

여론은 서로의 선택을 맞추는 조정(coordination)을 돕는다. 이 조정이야말로 폭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지배 집단 내부를 질서정연하게 만드는 근본 원리다. 폭력 조직의 구성원은 살아남
고 출세하기 위해 다수의 선택에 자신의 선택을 무조건 일치시킨다. (…) 반대로 지배당하는 절대다수는 인물이나 가치로 뭉치는 데 실패하고 흩어져 묵종하게 마련이다. 다수가 묵종하니 자신이 묵종하는 피지배 집단 역시 한으로 조정된 상태다. 위와 아래의 이중 조정 덕분에 지배 집단은 폭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 p.59

독재의 권력투쟁은 두 명의 총잡이가 사격 실력을 겨루는 황야의 총싸움이 아니다. 다채로운 군상들이 엉겨 붙어 뻔뻔한 거짓말과 귀를 아프게 하는 고성, 비밀스러운 눈짓, 과장된 환호 등으로 여세를 한으로 몰아가는 여론전이다. 어긋난 선택은 곧 죽음이기에 초반전의 혼전 양상이 끝나고 나면 다수의 마음은 결국 한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그 결과 다수가 권력을 잡는다고 기대하는 인물이 권력을 잡는다. (다수의) 기대가 현실이 된다.
--- p.87

누가 독재자가 되느냐뿐만 아니라 독재의 종류도 공동지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개인독재냐 집단독재냐는 엘리트 집단이 믿고 있는 공동지식의 내용에 달렸다.
--- p.93

독재정치는 국제정치의 무정부성과 닮았다. 두 경우 모두 법을 강제할 능력이 있는 제3의 심판자가 없어 자조(自助)의 원칙이 지배적이다. 어중간한 권력은 항상 도전자를 초대할 공산이 있기에 강대국이나 독재자나 중간에 만족하기보다 권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대륙과 대륙이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물리적 제약과 민족적 정체성 등으로 일극 체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독재정치에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걸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싸움이기에 권력투쟁에 나서는 자는 만족자가 아니라 철저히 극대화자처럼 행동한다.
--- p.111

권력투쟁에서는 “초장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속설이 통하지 않는다. 초반전에 어부지리로 승기를 잡은 자의 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상대와의 격차 역시 점점 더 벌어진다. 그래서 권력투쟁에서 역전승은 거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로 근성을 자극해도 소용없다. 권력투쟁에서는 초반전이 거의 전부다.
--- pp.119~120

러시아의 푸틴이 자신의 승리가 확실한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는 평범한 승리가 아니라 압도적 득표 차가 상대의 도전 의지에 대한 싹을 확실하게 도려내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편 야심가들은 똘똘 뭉쳐 푸틴에 반대하기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서로 볼썽사납게 다투기 바쁘다.
--- p.135

숙청은 독재자의 사사로운 비뚤어진 마음이 아니다. 독재자에게 커다란 정치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숙청으로 지배 엘리트의 수가 줄어들면 독재자는 지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이점은 측근들의 정치적 충성도와 복종심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 p.153

독재정치 전반에 퍼져 있는 비밀스러움과 불투명성을 최대로 이용하는 제1의 방법은 제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다.
--- p.183~184

무수한 공연예술, 집회, 거대한 조형물 등에 대한 수령의 집착은 자기애와 과대망상에 따른 이상행동이 아니다.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누가 너희들의 상전인지를 끊임없이 일깨워주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 pp.206~207

영리한 독재자는 섣불리 헌법을 바꾸지 않는다. 독재정치에서 헌법은 독재자와 엘리트 사이의 계약서다. 1인자가 조력자들에게 보상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공개 문서다. 급하게 바꾸면 오히려 집단 반발의 계기가 된다. 대신 여기저기 은밀하게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을 조금씩 늘려야 한다. 헌법이나 제도가 바뀌면 모두가 곧바로 알 수 있지만 권력 조직에 충성파가 비밀스럽게 늘어나면 일부만이 알아챌 뿐이다.
--- p.239

우리의 어중간한 본성, 정치적 양극화, 내로남불의 광풍의 기저에는 복잡한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는 조잡한 이데올로기가 있다. 이데올로기는 무서운 것이다. 함부로 마음에 들이면 안 된다. 이데올로그는 모든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한만 바라보면서 보지 못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 p.250

‘정치는 곧 싸움’이라는 본질은 민주주의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겨야 한다는 지상 과제로 인해 각 세력은 편협하게 똘똘 뭉치는 동이불화(同而不和)를 피하지 못한다. 정치인과 시민 모두 이런저런 인간적 약점을 조금이라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지키고, 권력을 최대한 분산하여 배우고자 하는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 p.253

출판사 리뷰

독재정치에서 왜 ‘공동지식’이 중요한가

이 책에서 저자는 민주주의와 독재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공동지식(common knowledge)’을 강조한다. 공동지식이야말로 권력투쟁의 승패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대와 예상이 하나로 수렴될 수 있도록 돕는 통념과 여론, 신념, 관습, 법 등을 일컫는 ‘공동지식’은 모두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조정되는지) 시민 개개인이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당연히 독재 권력은 시민들 사이에 공동지식이 형성될 계기를 주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집단행동을 선도하는 핵심 대중을 결집하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역사 속 수많은 절대적 개인독재자는 공동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가 허름한 빌딩 사이사이에 걸어놓은 텔레스크린은 단순 구호(“위대한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인 경의와 충성을”)를 반복할 따름이다. 구호와 상징은 거칠고 투박하다. 온갖 소음으로 둘러싼 도시에서 어느 누구도 이 메시지를 모를 수 없다. (…) 그 메시지에 따라 모두가 자신에게 절대복종한다고 믿게 되면 나의 합리적 선택 역시 절대복종이다. 그리고 나의 절대복종은 또 다른 이의 절대복종을 심화시킨다. 이것이 절대 권력을 꿈꾸는 야심가의 최강 공격 무기다.
_본문 중에서(94쪽)

이 책은 독재자가 자신의 독재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공동지식을 이용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 우상화와 엘리트 숙청 사업이 왜 불가피했는지 구소련(스탈린), 중국(마오쩌둥), 북한(김일성), 이라크(후세인)의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여기서 발견된 패턴들을 잘 들여다보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를 미리 알아차리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독재 방식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권력투쟁의 암투 속에서
독재자는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가


탐욕과 배신이 난무하는 권력투쟁에서 독재자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독재자 주변의 엘리트들, 특히 2인자의 존재다. 영조가 아들 사도와 사이가 벌어진 것도, 스탈린이 자신의 충신 예조프를 숙청한 것도, 김일성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죽은 것도 2인자로 세력이 분산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개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개인 독재화가 독재자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아닌 독재정치의 구조적 경향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선출된 독재자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해나가는지 몇 가지 특징으로 살펴본다.

* 권력은 누구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정치 행위는 기나긴 인류사에서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권력을 넘겨줄 거라는 약속을 믿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린 독재자의 맞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재정치에서는 다음 기회를 노리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초기 경쟁자들 사이의 사소한 권력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결국 승자가 모든 권력을 다 가진다. 권력뿐 아니라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

* 권력투쟁은 초반전이 전부다
권력투쟁에서 한 번의 승리는 다음 번 싸움의 승산을 높인다. 이길수록 점점 더 권력이 커지고 상대와의 격차 역시 점점 벌어진다. 그래서 권력투쟁에서 역전승은 거의 없다. “초장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속설은 통하지 않는다.

* 가진 자만 계속 갖는 힘의 쏠림이 생긴다
권력투쟁에서 한 판 한 판은 독립적이지 않다. 첫판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이들이 이긴 쪽으로 붙어 다음 판의 승산이 더욱 올라간다. 가진 자가 계속 갖게 되는 힘의 쏠림이 생긴다. 그 결과 힘의 절대적 차이가 점점 커지고 승리와 패배의 두 갈래 길은 갈수록 벌어지는 경로 의존 현상이 생긴다.

* 주기적인 숙청은 불가피하다
권력투쟁이 한창인 때는 엘리트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만, 권력투쟁이 마무리되고 지키는 단계가 되면 독재자의 마음은 빠르게 바뀐다. 이즈음이 되면 공격적 자세에서 수비 자세로 전환되는 만큼 많은 머릿수가 필요 없다. 독재자 주위에 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쓸모없어진 조력자들이 성가신 파리 떼 같다. 결국 소수의 충성파를 제외한 나머지는 숙청의 대상인 여분의 잉여가 된다.

어중간한 정직성, 허약한 정의, 정치적 양극화, 내로남불의 광풍에서
‘국가 2025’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우리 사회가 다시 독재로 회귀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민주주의에 균열이 보이는 건 누구도 부정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정치적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분위기에서 편향에는 편향으로 맞서는 게 정당화되는 분위기이고, 도덕이 양심의 잣대가 아니라 서로를 공격하는 내로남불의 무기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정직성만큼이나 정의로움도 허약해서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는 한에서만 우리는 정의를 외친다. 결국 해결은 안 나고 극단적 이견의 광풍에서 싸움만 깊어진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라면 흡사 독재의 모습을 띤 사악한 이데올로기가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우려한다.

팩션이긴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 소설 《1984》의 빅브라더를 ‘국가 2025’로 소환하여 독자들이 개인독재의 일그러진 사회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그려놓았다. ‘국가 1984’의 전체주의가 주변 세상의 진보를 버티고 견디다가 기괴하게 변모한 ‘국가 2025’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릴 만큼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아 독자로 하여금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버전의 독재에 관해 한 번쯤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 2025’의 일그러진 개인독재】

- ‘국가 2025’의 빅브라더는 통치(governance)에는 무능하나 지배(rule)에는 노련하다.
- ‘국가 2025’ 사회는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이미 경제를 포기한 빅브라더는 국유재산과 이끼처럼 퍼진 지하경제의 부를 두고 다투는 엘리트를 그저 내버려둔다.
- ‘국가 2025’의 엘리트는 놀랍도록 창의적인 기회주의자들이다. 자본가가 혁신과 창조로 이윤을 창출한다면, 빅브라더의 가신들은 자신들만 아는 정보를 이용해 국부를 일부 사적으로 전용한다.
- ‘국가 2025’의 정보 부족은 여러모로 심각한 수준이다. 당연히 통계 자료도 엉터리다. 그 덕분에 윗사람을 속이기에도 좋다. 누구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 경제 위기가 심각하지만, 이는 독재의 위기는 아니다. 시민의 위기일 뿐이다. 심지어 ‘국가 2025’는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치안을 포기한 지 오래다.
- 부패는 폭발하지 않고 만연할 뿐이다. 부패한 관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국가 체제를 흔들 까닭이 없다. 시민의 목을 움켜쥐는 것(감시 및 통제)만으로도 용돈벌이가 짭짤하다. 독재자 역시 자신에 대한 도전이 아닌 이상 수탈을 막을 수도, 막을 의지도 없다.
- 수많은 ‘통치’ 실패에도 불구하고(‘지배’ 실패는 아니다) 가장 끔찍한 상황은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소통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 2025’에는 새로운 생각과 여론을 전파할 중심 조직이 없다. 당연히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집단행동은 절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