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5.한국전쟁 6.25

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2024) -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참전 이야기

동방박사님 2024. 5.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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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지은이의 말
엮은이의 말
40년 전의 나를 만나다

1부 기약 없는 이별

1. 6·25 전쟁 발발
2. 모든 것이 달라지다
3. 가족을 떠나 자유의 남쪽 땅으로

2부 국군 용사가 되어 전쟁 속으로

1. 대한민국 국군이 되다
2. 북쪽으로 진격하라
3. 죽음을 각오하면 죽지 않는다
4. 속사리와 하진부리 일대에서 위기를 맞다
5. 첫 번째 고지 점령
6. 두 번째 고지 점령
7. 포위망을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8. 연대장의 즉결 처분 명령을 받은 무전병
9. 설악산 전투와 신흥사 주둔
10. 인민군 병사의 목숨을 살려 주다
11. 향로봉 전투
12. 최후 3인의 고지 사수
13. 억새들 속에서 기다리던 것은

3부 인민군 생활과 탈출

1. 해방 전사 교육
2. 인민군 부대에 배치를 받다
3. 기회가 오다
4. 탈출을 감행하다

4부 전쟁포로 생활, 그리고 마침내 자유

1.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
2. 반공포로 식당 생활
3. 판문점에서 자유의 몸이 되다

저자 소개

저 : 한희나
1930년 함경북도 출생으로, 흥남공업대학교 전기과에 1학년까지 재학하였다. 화목한 가정에서 엔지니어의 꿈을 품고 학업에 매진하다가 대학 1학년 마지막 기말고사 날에 6.25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에 자유주의 국가에서 학업을 이어 가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고 국군에 자원입대하였다. 수도사단 기갑연대 직속인 수색 중대에 배치받아 생사를 넘나드는 많은 전투를 하였다. 휴전 성사 이후, 연고 하나 없는 남한에 정착해 ...
 
편 : 한다희
편 : 한진영

출판사 리뷰

한겨울, 인민군에게 온통 포위된 설산 한가운데서 홀로 다음 작전을 생각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죽어도 혼자 죽고, 살아도 혼자 살아남는 처지였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와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하지만 포위망을 돌파하려면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새하얀 설산에 몸을 위장하기 위해, 흰색 내의를 제외한 모든 군복은 맹추위 속에도 과감히 벗어 던지기로 했다. 상의를 벗어 놓고 하의를 벗으려는데 발목에 매어 놓은 끈이 꽁꽁 얼어붙어 풀어지지 않았다. 총 개머리판으로 몇 번이나 발목 끈을 내리쳐 보아도 소용없어 어쩔 수 없이 하의만 그대로 입기로 하였다. 두툼한 겨울 장갑도 총의 방아쇠와 노리쇠를 신속하게 당기는 데 좋지 않아 벗어 던졌다. 철모 역시 신분의 혼동을 주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벗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신상정보가 기록된 학생증이었다. 내가 북에서부터 남쪽으로 어렵게 내려온 이유, 자유주의 세상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줄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조차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 본문 내용

서평

전쟁은 참혹하고 무자비하다. 으레 전쟁은 죄 없는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희생당한 사람은 점차 기억에서 잊힐 뿐이다. 하지만 인류는 어리석게도 전쟁을 반복한다. 우리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이들이 지켜 낸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산다. 그럼에도 그 끔찍한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차츰 잊힌다. 이 땅에서 벌어진 비극이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억에서 멀리 도망가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6·25전쟁을 미국에서는 ‘잊힌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잊힌 전쟁과 영웅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열심히 공부하던 꿈 많은 대학 1학년, 6·25전쟁의 발발은 저자가 누리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급박한 전시 상황에서, 저자는 매 순간 새로운 운명을 선택해야 했다. 북한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지만, 부모 형제와 고향을 등지고 국군으로 참전하여 고향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 자유주의 사회를 갈망했고, 엔지니어의 꿈을 위해 학업을 이어 가기 위해서였다. 국군으로 참전하여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수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도중에 안타깝게도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힌다. 북한 출신의 국군이라는 것에 총살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면하고 종국에는 인민군 신분이 되어 총을 들게 된다. 자유를 찾아 먼 길을 떠났던 목숨 건 여정은 이대로 좌초되는 것인가. 새로운 운명을 위한 저자의 고뇌와 선택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은 6·25전쟁을 잊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마치 전장에서 실제로 총을 들고 싸우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험악한 백두대간 산악지대에서의 전투로 극한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수색대원의 특별 임무, 혹한의 추위와 극심한 굶주림, 피로와 공포의 교차 속에 빗발치듯 날아드는 총탄을 피하며 싸워야 하는 용사들의 생생한 모습과 서늘한 참상을 들려준다.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산화하여 이름 모를 계곡과 산자락에 묻힌 호국영령들을 떠올리게 한다.

남한과 북한에 씌워진 이념은 변함없이 세월만 무심하게 흘렀다. 우리는 참혹한 전쟁이 남긴 폐허의 구렁텅이 위에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전쟁과 영웅들이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영웅들의 위대한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다시금 마음에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