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이데올로기 연구 (책소개)/2.러시아혁명사

제국주의

동방박사님 2021. 11. 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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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1. 근대 제국주의 ― 패권의 추구와 식민지 세력권 형성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는 ‘비타 악티바Vita Activa|개념사’ 시리즈의 열네 번째 권으로, 독점 자본주의 시대에 원료 공급과 상품 시장 그리고 투자 대상을 필요로 한 강대국들의 식민지 정책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 19세기 근대 ‘제국주의’의 이론과 현실을 다룬 책이다.
19세기 영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의미하던 팍스 브리태니카는 타자에 대한 지배와 패권 추구, 영토 확장과 식민지 세력권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제국주의의 토대 위에 수립된 세계 질서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제국주의와 구별되는 근대 제국주의는 산업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국가의 시장 확대 필요성, 19세기 유럽 강대국의 체제 위기라는 상황에서 생겨났고 유럽 열강의 식민지 정책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했다. 독일제국의 비스마르크는 해외에서의 식민지 획득과 세력권 확대를 통해 당시 유럽의 현상 유지 체제에 균열을 가하려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아프리카에서 식민 정책을 펴면서 파쇼다에서 충돌했고 긴장 관계를 조성했다. 이러한 분쟁과 갈등은 1914년 사라예보에서 총성이 울렸을 때 결국 유럽 각국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동맹 지도를 만들어냈고, 이 때문에 인류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커다란 규모의 세계대전을 겪어야 했다.
이 책은 근대 제국주의의 발생 배경과 각국의 정책 그리고 제국주의를 이해하는 각국의 서로 다른 시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근대 제국주의의 이론과 현실을 이해하는 틀을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과 함께 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책임이 유럽의 균형을 깨려는 독일과 이를 막고 독일의 고립에 몰두한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강대국들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자국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한 독일의 경우 제국주의가 사회적 갈등의 외화, 중산층의 이해관계 등을 반영한 것이었고 제국주의 정책의 성격 또한 관제 제국주의, 대중 제국주의 정책을 띄고 있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를 분석하는 데는 산업 자본의 시장 개척의 필요성, 아프리카 분할 정책 등에 대한 경제적ㆍ군사적 해석이 필요하다. 저자는 유럽 열강을 포함한 미국,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제국주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고, 1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한 레닌주의 해석과 달리 전쟁의 원인이 ‘독일의 고립’과 그로 인한 독일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근대 제국주의가 종언을 고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패권은 계속되고 있고, 인구와 정치적ㆍ경제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중국, 새로운 정치 체제를 수립한 유럽 연합 등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현재 패권 추구와 세력권 형성이라는 제국주의의 이론과 현실을 보여주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이 세계의 제국주의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제국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2. 근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정당화 논리 ― 문명의 원리를 보급하라
저자에 따르면 제국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 정책의 필요성과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를 개발해 제국주의의 본질을 은폐하고 침략을 미화하고자 했다. 먼저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지배가 식민 지역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식민지가 외국에 시장을 개장하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 경제의 낙후성을 극복한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된다. 또 다른 논리는 ‘제국주의 국가의 우월한 정치 체제를 식민지에 이식할 수 있다, 기독교와 유럽 문명을 전파해 야만에 머물러 있는 국가에 문명의 원리를 제공한다’와 같은 것이다. 한편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구 열강은 식민지 획득을 위해 애국심을 조장하고 식민 정책을 통해 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와 백인종이 유색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사회 진화론적 논리로 그들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정당화하려 했다.

3. 근대 제국주의의 발생 배경 ― 상품 시장을 확보하고 적국을 견제하라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권력 관계가 대외 관계에서도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세계 체제를 성립하게 했다고 말한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제국주의는 19세기 중엽에 영국의 보수당 정치가 디즈레일리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의 정복 정책을 영국의 자유주의자들이 비판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델로스 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아테네 제국주의와 구별되는 ‘신제국주의’ 또는 ‘근대 제국주의’로 불렸는데, 아테네 제국주의와 근대의 제국주의 사이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제국주의도 함께 발전한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또 고대 로마에서슴 주변 지역으로의 영토 확장과 식민지 세력권 형성이라는 제국주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근대 제국주의 국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근대 제국주의의 발생 배경에는 19세기 후반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 급격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품을 내다 팔 시장을 필요로 하게 된 자본가와 산업화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신흥 중산층의 내적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정치가들의 부합된 동기가 있었다. 또 19세기 서양에서는 철도망, 증기선, 운하, 전보ㆍ전화, 해저 케이블 등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속한 정보 전달과 군대 파견이 가능해졌고 이것은 본국에서 먼 곳에 식민지를 두고 세력권을 형성하는 식민지 정책을 수월하게 펴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로 이루어져 있던 열강의 대열에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가 신흥 강대국으로 등장하면서 기존 체제에서 유지되던 힘의 균형 관계가 깨지게 된다. 이는 기존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국가와 그 균형을 깨려는 국가들로 하여금 얽히고설킨 동맹 체제와 식민지 팽창 정책에 몰두하게 했다.

4. 제국주의의 이론과 현실 ― 제국주의는 어떻게 작동했는가
근대 제국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독일 측의 정치적ㆍ사회적 해석과 미국ㆍ영국 측의 경제적ㆍ군사 전략적 해석이 존재한다. 막스 베버에서 시작되는 독일 측의 해석에서는 이 시기 비스마르크의 식민 정책을 분석하면서 대외적인 성과를 통해 독일 내의 사회적 갈등과 대립 관계를 약화하기 위해 제국주의 정책을 시행했다고 분석한다. 또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 해외에서의 국가 세력 증대를 요구하면서 제국주의 정책이 정치적ㆍ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영국과 미국 측의 해석에서는 팽창의 원인을 경제적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상품 시장과 자본 투자 지역으로서의 식민지가 필요했고 또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원료 공급지로서의 역할도 했다. 레닌의 ‘자본주의 최고 단계로서의 제국주의’라는 해석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제적 해석으로는 1871년의 독일 통일로 유럽 세력의 균형에 균열이 가해지면서 아프리카 분할 구도 역시 변화했다는 해석과 영국에 있어 인도의 중요성 때문에 아프리카의 남단과 북단을 연결하는 종단 정책은 제국주의의 동기가 아니라 결과였다는 해석도 있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주요한 제국주의 정책과 그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영국의 제국주의는 다른 열강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해군력과 산업 혁명 이후 세계 경제 체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재정력을 그 바탕으로 했고 카이로, 콜카타, 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3C 정책은 영국에 있어 인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신생 통일 국가이던 독일은 대내적 결속력의 강화를 중심에 두고 대외 정책에서는 유럽에서의 자국의 지위 확립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대외 정책인 제국주의 정책에 중산층을 포섭하는 정책으로 대내적 안정을 보장하려 한 것이다. 러시아의 제국주의 정책에서 부동항 확보라는 목표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중앙아시아 철도 건설로 이어지고 그래서 러시아의 제국주의는 철도 제국주의 또는 팽창주의라고 불린다.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은 서구적 근대화와 함께 이루어졌는데, 서구에 의해 강제로 개항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되고 이후 서구가 일본에 강제한 방식 그대로 동아시아 국가에 개항을 요구하면서 팽창 정책을 펴갔다.

5. 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책임 문제
한국에서 1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보는 레닌의 해석을 주로 수용한 것과 달리 이 책에서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독일의 고립’이라는 지점에 주목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각국은 복잡한 동맹 관계 속에서 현상 유지되는 세계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다민족 국가 오스트리아는 슬라브 민족주의를 탄압해야 했지만 대규모 유럽전을 원하지는 않았고, 혁명 세력의 확산을 염려하던 러시아는 범슬라브주의를 활용해 발칸 반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또 1870년 이래로 비스마르크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독일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는 독일을 약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면 삼국 협상 국가들(영국, 러시아, 프랑스)에 의해 고립되어 있다고 판단한 독일은 이를 깨고 중부 유럽에서 확고한 세력을 구축하려고 했으며 유럽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자국이 유럽 내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다.
유럽 각국이 제국주의 정책을 펴던 과정에서 독일이 고립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강대국들이 뚵일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1905년 모로코 문제를 두고 회담에 모인 각국이 프랑스에 유리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때부터 독일의 대외적인 고립이 시작된 것이다. 독일의 동맹국은 오스트리아뿐이었고 1914년 7월 사라예보에서 총성이 울렸을 때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결국 1차 세계대전이 자국의 고립을 자초한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열강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1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레닌주의의 해석, 전쟁의 원인으로 동맹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외교사가들의 해석, 경제 대국인 영국과 신흥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제적 갈등이라는 해석 그리고 영국과 독일의 군비 경쟁을 지적하는 정치학자들의 해석 등 기존의 시각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다. 즉 저자는 독일이 타자에 의해 대외적으로 포위되었는지, 스스로가 고립을 자초했는지에 따라서 독일의 전쟁 발생 책임도 다시 규정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목차

1장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1. 제국주의의 기원과 의미
2. 근대 제국주의 발생의 배경
3.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화 작업
깊이 읽기 - 희와단 사건

2장 제국주의 이론
1. 정치적·사회적 해석 - 독일의 해석
2. 경제적·군사 전략적 해석 - 영국과 미국의 해석
3. 사이드의 해석 - 오리엔탈리즘
깊이 읽기 - 제국주의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3장 제국주의의 현실
1. 영국의 제국주의
2. 프랑스의 제국주의
3. 독일의 제국주의
4. 러시아의 제국주의
5. 미국의 제국주의
6. 일본의 제국주의
깊이 읽기 - 파쇼다 사건

4장 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책임문제
1. 7월 위기
2. 1차 세계대전 참전국들의 참전배경
3. 1차 세계대전의 근본적 원인
4. 독일의 고립
깊이 읽기 - 슐리펜 계획과 티르피츠 계획

글을 맺으며 - 제국주의의 전망

도움 받은 자료들
개념의 연표 - 제국주의
 

저자 소개

 
저자 : 정상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가 전공을 바꾸어 독일 근현대사를 공부했다.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러일 전쟁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칭다오 점령을 중심으로 한 독일 제국주의 정책 연구로 같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제국주의를 강의했고 현재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독일과 황해 ― 독일의 동아시아 정책 1897~1902년Deutschland und das Gelbe Meer. Die deutsche Weltpolitik in Ostasien 1897~1902』, 『영웅 만들기』(공저) 등이 있다. 독일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서양사를 연구했지만 최근에는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많다. 연구 과정에서 구한말 시기의 한독 관계사를 보여주는 고종의 밀서를 비롯해 많은 자료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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