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의 이해 (책소개)/2.민주주의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동방박사님 2021. 12. 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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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력해진 민주주의와 적나라해진 자본주의
비뚤어진 이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집요한 탐구


1970년대 이후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밀려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불평등한 경제와 권력지향적 정치는 과연 시장경쟁과 지구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일까?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는 한때 서로를 강화하는 건강한 사이였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쩌다가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지를 수많은 정치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얽어내며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커트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건전한 균형을 이루었으나 글로벌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이러한 균형이 무너졌다고 강조하면서, 전후의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에서 오늘날의 대안을 찾는다. 또한 전 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의 근원과 금융의 지구화로 심화된 약탈적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분노할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도록 만든다.

목차

제1장 화난 사람들의 노래
제2장 취약한 기적
제3장 민주적 글로벌리즘의 등장과 몰락
제4장 금융의 자유화
제5장 노동에 대한 글로벌한 공격
제6장 유럽의 깨진 사회협약
제7장 중도좌파의 치욕
제8장 괜찮은 경제 팔아버리기
제9장 조세와 기업 국가
제10장 글로벌 자본주의 통치하기
제11장 자유주의, 포퓰리즘, 파시즘
제12장 나아갈 길

저자 소개

 

저 : 로버트 커트너 (Robert Kuttner)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편집인이다. 또한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설립자로, 그곳의 집행위원회에서도 일한다. 『비즈니스위크』,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리스트로 일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 사회정책 초빙교수이기도 하다. 저서로 The Revolt of the Haves: Tax Rebellions an...

역 : 박형신 (朴炯信)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간 강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사회학과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지금은 다시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사회이론, 감정사회학,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정치위기의 사회학』(1995),『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
 

책 속으로

노동자의 기술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고 더 많은 교육이 해결책이라는 메시지에는 심층적으로는 정치적이고 모욕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다시 말해 당신의 경제생활이 지옥에 떨어졌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 사람들은 자주 무덥고 더러운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했다. 누군가는 게임의 방식을 바꾸어 일자리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쫓겨난 사람들을 패배자라는 이유로 무시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이해한 상처였고, 그가 매우 효과적으로 되받아친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는 단지 경제학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존엄에 관한 것이었다.
--- p.30

힐러리 클린턴이 선거운동에서 놓친 요소가 바로 계급이었다. 그 결과 클린턴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체 파이의 몫과 규칙을 만드는 힘을 가차 없이 증대시켜 온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진지하게 공격하지 못했다. 이 부자 집단에 대한 공격은 부자들의 과도함에 불만을 가진 모든 미국인을 잠재적으로 단결시킬 수 있었다.
--- p.46

왜 민주당은 중앙으로, 공화당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는가? 몇 가지 일이 일어났다. 정치에서 돈이 더 중요해졌다. 월터 먼데일이 1984년에 크게 패배한 이후 기업 친화적인 남부 민주당이 결성한 민주당지도위원회는 선거에서 더 경쟁적인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더 중도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가진 진보적 민주당원들이 은퇴하면서, 그 일부가 기업 친화적인 민주당원으로 대체되었다. 또 다른 일부는 민주당 솔리드 사우스(Solid South)가 인종적·지역적 분노로 인해 점차 공화당 솔리드 사우스로 넘어가면서 우파 공화당원으로 대체되었다.
--- p.64~65

불만과 치유책 간의 단절에는 믿기 힘든 혼란 상태가 자리하고 있다. 화가 난 사람들은 외견상 포퓰리스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투표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의 정책과 지명자들을 통해 경제를 매우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만들 독재자를 얻는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은 앙심, 기분전환, 맹목적 애국주의의 혼합물-그리고 실제 정책에 관한 한 기업과의 동맹-임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약탈에 반대하는 정부 정책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주의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 p.66

1983년 이후 중도좌파 정당들은 변화된 권력 역학과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풍조에 맞추어 시장을 해방시키고 시장 결과를 수용한 다음 사후에 재분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세대 전에 추구되었던 완전고용과 보편적 복지국가보다 더 취약하고 더 어려운 정치임이 드러났다. ‘승자’들이 대체 왜 ‘패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단 말인가? 이 협상에서의 패자들이 르펜, 브렉시트, 트럼프의 지지자가 되었다.
--- p.144~145

일반 대출자와 대부업자에 대한 극단적인 이중 기준에 주목하라. 만약 내가 대출을 신청하고도 내가 내 아들을 위해 공동 서명한 큰 담보 대출 때문에 또는 내가 고리대금업자에게 갚고 있는 도박 빚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은행에 밝히지 않는다면, 나는 다름 아닌 사기죄를 범하게 된다. 나는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출 담당자(또는 검사)에게 “아, 그 빚요? 그건 부외거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나 은행가들이 자신들의 진짜 경제적 위험을 숨기기 위해 창조적인 방법을 고안한다면, 그 방법은 금융공학으로 간주되고, 그것의 합법성 문제는 불가해한 회계 기준의 늪 속에서 길을 잃는다. 어느 누구도 개인적으로 쉽게 기소되지 않는다.
--- p.165

이러한 책략에서 패자는 언제나 노동자이다. 노동자들은 임금, 사회보장 혜택, 연금, 또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는다. 사모펀드는 저하된 노동의 복잡한 태피스트리에 단지 하나 더 추가된 가닥일 뿐이다. 일반 노동자들은 복잡한 전략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 결과는 미루어 알고 있다. 왜 그것이 합법적인가? 사모펀드 회사들은 어떻게 그러한 조처를 잘 해낼 수 있는가? 그들은 정치적 영향력에 크게 투자한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그 결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규칙이 조작되었던” 것이다.
--- p.194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러한 다양한 정책 변화의 동학을 세밀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일상적인 경제적 삶이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가용한 일자리가 대부분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해외로 이주하면서 전체 지역사회가 공동화되어, 사람들은 월마트나 버거킹에서, 아니면 경비원이나 임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자리들은 그들이 쫓겨난 블루칼라 일자리 임금의 아주 일부만을 지급했다. 사람들은 그 일자리에서 중간계급 생활방식을 열망할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NAFTA나 TPP와 같은 무역협정을 맹비난했을 때, 민주당은 그런 협정을 후원하거나 그 협정을 개혁하는 데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노동계급 유권자들은 그 뜻을 알아챘다.
--- p.195~196

더 나이 든 세대는 GDP의 상승과 평등의 증가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더 젊은 세대는 계급 라인이 강화되고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이점이 이전됨에 따라 더 더딘 성장보다는 불평등의 증가로부터 고통받았다. 연구자들은 1940년대의 소득분포로 돌아가면 최근의 이동 감소 대부분이 일소될 것이지만, 더 높은 성장률도 저소득층 사람들이 경제 사다리를 오를 능력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통적인 경제 지식과는 반대로 게임의 규칙이 원 성장률보다 더 중요하다.
--- p.202~203

1993년 이후 마스트리히트 조약하에서 유럽연합의 규칙이 보다 강화되고 2002년에 유로화가 채택되면서 유럽을 하나의 신생 국가로 보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에서 볼 때, 유럽은 결코 하나의 정체일 수 없다. 유럽연합은 한 대륙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도구와 훨씬 더 유사하다. 그 렌즈를 통해 보면, 유럽은 자유방임주의를 조장하는 초국적 기관들이 어떻게 괜찮은 사회계약을 중개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능력을 약화시키는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 p.208

그리스의 날조된 장부들은 하나의 교훈극으로, 그리고 그리스의 국가 기관과 관행에 대한 훨씬 더 면밀한 감시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증거로 취급되었다. 2009년 12월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리스 국채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1월경에 그리스는 빚을 갚는 데 GDP의 7%를 쓰고 있었다. 4월경에는 그 비율이 15%로, 그리스는 채무 불이행 직전에 있었다. 유럽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은 아주 마지못해 구조방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새 대출금은 그리스를 궁지에서 구해내는 것이 아니라 주로 채권 보유자에게 이자를 계속해서 지불하는 데 사용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유럽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은 긴축을 압박할 것이었으며, 그 압박의 대부분은 그리스 노동계를 향하게 될 것이었다.
--- p.239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는, 그것이 미국의 글로벌 금융과 미국 기업의 해외 생산에 얼마나 적절하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완전히 무능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은 공산주의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해 40년 동안 세계를 핵전쟁 직전까지 몰고 가려던 나라였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나 중국이 군사적·경제적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해마다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대응은 미약했다.
--- p.327

이 책은 친기업적인 브랜드의 지구화가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과 민주주의 자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버전의 지구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본, 상품, 사람의 더 자유로운 흐름이 가난한 나라들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글로벌리즘의 옹호자들은 자주 글로벌 북부의 노동자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더 가난한 남부의 형제자매들의 발전을 방해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북부의 노동자들을 비난한다. 이 보호주의자들은 왜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가?
--- p.333

만약 각국의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득분배에도 신경을 쓴다면, 자유방임주의 시장은 눈을 돌릴 만한 곳이 아니다. 자유시장은 극단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보다 평등주의적인 소득분배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겸비하려면, 민주적 정치가 요구된다. 글로벌 무역체계는 결코 정체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 독재자들의 동맹-민주적인 국가와 사회를 계속해서 약화시키는 연합-이 점점 더 많이 주도하는 광포한 시장이다.
--- p.336~337

트럼프는 일을 꾸며내고 그 체계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고 그다음에 현실을 직시하는 비판가들과의 싸움에서 전세를 역전시켜서 그들이 날조했다고 비난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트럼프에 따르면,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났고, 지구온난화는 신화이며, 자신이 실제로 일반 투표에서 승리했고, 수많은 이민자가 불법 투표를 했다 - 이 모든 것은 히틀러가 새빨간 거짓말을 이용한 것을 상기시켰다. 트럼프의 직관적인 전략은 거짓말로 넘쳐나게 하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세 가지 거짓말을 할 때, 언론은 단지 한 가지 명백한 거짓말만 포착해 낼 뿐이었다. 그것은 자유 언론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압도함으로써 허물어뜨리는 기발한 전술이었다.
--- p.435~436

얼마 전까지 유럽연합이 보다 사회민주주의풍의 혼합경제를 제공했다면(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미국은 많은 사람을 그냥 방치해 두고 있고 외교정책이 때때로 공언된 민주적 이상과 상충되기도 하지만, 정치적·문화적 개방성 때문에 세계에 대한 하나의 신호등이었다. 비록 트럼프 시대에 미국은 점점 더 스스로 고립적이 되고 있으며 결코 좋은 신호등이 아니지만, 어떤 다른 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공평성의 글로벌 망토임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잘못된 버전의 글로벌리즘을 전파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미국은 긍정적 글로벌리즘을 회복하는 데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이후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 시대에서만큼이나 미국의 리더십에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 p.455

자본가들은 통화 공급을 확대하여 자본을 싸고 풍부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중앙은행을 가진 덕분에 높은 수준의 부채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왔다. 심지어는 1929년에 버금가는 2008년의 금융 붕괴조차도 근본적인 방식으로 체계를 바꾸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압박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오늘날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대항하기보다는 외국인과 무능한 의회 의원들에게 대항하는 반란을 일으키는 경향이 더 강하다.
--- p.484

출판사 리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왜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가

오늘날 노동계급은 진보정치를 지지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호소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진보적인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트너가 이 책의 집필을 서두르게 된 계기도 바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지구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계급에게 극단적인 민족주의 감정을 조장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만들어준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선거전략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본주의가 무소불위의 힘을 얻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된 것은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적극 도입한 신자유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다가 진보세력, 즉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의 중도좌파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이 물결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고, 맹목적 애국을 강조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커트너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에서 불길한 조짐을 읽어낸다. 이 같은 현상은 20세기의 파시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트너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확대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정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좋았던 시기를 다시 성취할 수 있는 방법

이 책의 특징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이상주의적 관념이 아닌 역사적 실험에 근거해 모색한다는 것이다. 폭넓은 학식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커트너는 전후 루스벨트가 뉴딜정책을 통해 구축했던 혼합경제체계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지구화라고 하면 대개 소득불균형, 과도한 시장경쟁, 불평등 심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리즘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진전된 지구화는 달랐다. 당시에는 민주주의에 의해 관리되는 글로벌리즘 체계가 작동했다. 커트너는 당시의 ‘관리되는 자본주의’를 약탈적 자본주의와 무력해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스벨트는 자본주의의 엔진과 민주주의의 이상 간에 건전한 균형을 이루어내는 데 성공했다. 혼합경제체제를 통해 미국은 ‘자본주의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적을 이룩했고 그 결과 30년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처럼 ‘괜찮은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금융의 자유화, 노동조합 약화,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으로 인해 해체되고 말았다. 특히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과 가치는 전후 세계 각국이 합의한 사회적 약속을 해체시키는 추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커트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금융체계로 되돌아가 금융이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된다면, 제2차 세계대전 규모의 사회투자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그리고 전제정치 및 과두정치를 종식한다면 우리는 다시 관리되는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언한다.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진보정치의 역할과 과제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 시민권보다 더 강력해진 상황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분노의 타깃을 잘못 잡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분노의 원천을 포착하여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자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진보주의자들이 진보정치의 실책을 성찰하고 새로운 민주적 정치의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이 백인 노동계급을 도외시하고 오른쪽으로 이동해 정체성 정치에 매몰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탁월한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커트너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전망하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금융 권력에 대항하며 네오파시즘의 호소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2020년 미국의 실제 대통령 선거 과정과 비교해 보고, 나아가 곧 있을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비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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