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2.전쟁문학

17.속죄 (이언 매큐언)

동방박사님 2022. 1. 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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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08년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어톤먼트' 원작.

천진함으로 저지를 수 있는 범죄는 '어린아이'에서 끝나야 한다. 문제는 이런 '어린' 욕망이 한층 더 교활하고 치밀해진 어른의 욕망으로 자라날 때다. 매큐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집단 무의식'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 중에서 단연 탁월하다. 1998년『암스테르담』으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 전까지도 신체절단과 근친상간 등 소재의 선정성과 거침없는 전개 때문에 그의 이름 뒤에는 '불온함'이라는 빨간 딱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작품『속죄』로 그는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 매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완급 조절 능력, 여기에 다른 문학작품에서 얻은 영감이나 캐릭터의 인상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령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서는 '생의 음모론'이랄까,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속이 후련해지는 전복이 있어서 좋다. 멀쩡해 보이던 삶의 이면을 살짝 뒤집어서는 "네가 이렇잖아, 맞지? 별 것 아니지?" 하고 묻는 예리함.

이번 작품 『속죄』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는 수작!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언니 세실리아는 생의 권태로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영국 상류층 아가씨. 의대생이라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둔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으로 오히려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이 저택에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와 쌍둥이 동생이 찾아오고 이어 오빠의 친구이자 초콜렛 재벌 2세인 마셜이 손님으로 초청된다. 그리고 농밀한 여름 저녁, 쌍둥이 동생들을 찾아나선 롤라는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 소녀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느날 들이닥친 한 사건이 그들을 어떤 이해관계로 결속하고 내밀한 욕망과 타협하게 하는지, 그것이 또 얼마나 천진한 허울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지 파헤친다. 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전쟁에 징집된 로비 터너의 행보를 통해,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 뿐 아니라 그것이 집단 광기로 드러날 때 나타날 수 있는 폭력의 더 큰 수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저자 소개 
저 : 이언 매큐언 (Ian Russell McEwan)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48년 6월 21일 영국 잉글랜드 남부 도시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독일,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식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스트 앵글리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소설집 『첫 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서머싯 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후 1987년 『차일드 인 타임』으로 휫브...

역자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잔의 첫사랑』『우울한 생활 극복하기』『이 잔을 들겠느냐』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YES24 리뷰

이언 매큐언이 들려주는 '속죄'의 의미
 
이언 매큐언의 작품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처음 읽었을 때 현기증이 났다. 아내를 사라지게 하는 엽기적이고 탐미적인 '입체기하학'은 내가 처음 접한 그의 단편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속죄』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는 말에 뒤늦게 이 책을 구입했다.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이다. 이언 매큐언은 섬세한 표현으로 그녀의 시선에서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아름답지만 다소 권태에 빠진 듯한 언니 세실리아, 곧 집에 돌아오는 똑똑한 오빠 레온, 그리고 롤라를 비롯한 사촌들... 그녀는 그녀만의 견고한 왕국에서 나름대로의 정갈하고 질서정연한 삶을 보내고 있다. 조숙하고 영리하기 그지 없는 어린애다.

그런 그녀가 막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을 불행에 빠뜨린다. 자신의 짝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을 배신한 남자 로비에게 대한 복수였을까? 이해할 수 없는 복잡다난한 감정으로 가득찬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보낸 편지를 보았기 때문일까? 어리지만 때론 섬뜩할 정도로 영리한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그 폭력의 수위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징집되어 2차 대전의 지옥을 겪으면서 집단 광기의 모습으로 또다시 증폭된다. 브리오니의 자아 과잉과 오만함은 이렇듯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애에 크나큰 상처를 안긴다. 사소한 한 마디의 말, 우연찮게 발생한 사건이 거세게 급류를 타며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다.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여과없이 나타난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무언가 규명지을 수 없는 불쾌한 끈덕함이 있다. 『체실 비치에서』도 『암스테르담』에서도 절절하게 생생하면서도 또한 폐부를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매순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섬세하게 진행되는데, 그가 그리는 세상은 아름답고 잔잔한듯하면서도 또한 잔인하다. 이 책에서 그의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들은 "죄인줄 모르고 저지르는 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거짓에 상처받은 언니와 로비에게 어떻게든 속죄하고 싶어 간호사가 된 브리오니는 과연 진실된 '속죄'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어른이 되었지만 간호사라는 험한 일을 한다고 보여주려는 모습과 자신의 사촌을 원망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그녀는 13살 어린아이다. 위선과 기만은 어린 시절 당돌하고 천진난만한 소녀일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녀의 속죄는 자신이 사랑한 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속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찌 이다지도 이기적인 것인가…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을 쉽게 깨어나오지 못한다. 때로는 끔찍한 잘못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을 쉽사리 버리지 않는다. 잠을이루지 못할 정도로 죄의식에 사로잡히면서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릴 변명이 있고, '몰랐다'고 무지(無智)는 죄가 아닌 것처럼 말한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란 존재의 그 하찮음을 비웃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넘어서 나름대로의 '속죄'를 하고자 하는 인간의 몸부림을 가상히 여기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초여름 후덥지근한 오후의 가랑비를 연상시킨다. 영화처럼 아름답고 매끄럽지만은 않은, 끈끈한 무엇인가가 내 마음에 달라붙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깊고 짙게 내 몸을 적신다.
 

책 속으로

그날 아침 롤라는 어른 같은 모습으로 유아실에 들어왔다.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이런 연극이나 할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엉덩이에서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밑으로 갈수록 점점 더 좁아지고 발목 부근에서는 나팔꽃처럼 활짝 벌어지는 주름진 플란넬 면바지에 캐시미어 반팔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작은 진주가 알알이 박힌 목에 딱 붙는 목걸이에, 밝은 갈색 머리칼은 밝은 녹색 머리집게로 묶었고, 주근깨가 있는 팔목에는 은팔찌 세 개가 느슨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움직일 때마다 장미 향수 냄새가 나는 것이 어른처럼 보이려고 꽤나 신경을 쓴 듯했다. 그러나 어른처럼 보이는 데 겉치장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가식적인 관대함이었다. 롤라는 브리오니의 지시에 냉정하게 반응하면서도 감정을 풍부하게 넣어 대사를 읊었고 - 밤 사이 대사를 연구하고 전부 외운 모양이었다 - 연출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동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런 롤라의 모습은 마치 세실리아 언니나 엄마가 어린애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연극에 출연하기로 하고서 지루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롤라에게는 투박하지만 어린애다운 흥분과 열정이 없었다. 전날 저녁 브리오니가 사촌들에게 매표소와 매표함을 보여주었을 때, 쌍둥이들은 프런트 앞에 앉겠다고 서로 다투었지만, 롤라는 팔짱을 끼고 서서 비웃는 것도, 정말 좋아서 웃는 것도 아닌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른처럼 예의바른 칭찬의 말을 했다. "멋있다, 브리오니. 이런 걸 다 생각해내다니 참 영리하구나. 이걸 모두 너 혼자 만들었니?"
--- p. 58
그러나 그 다음 한 주가 지나가기도 전에 그렇게도 굳건했던 확신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브리오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문자 그대로 자기가 본 것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준 것은 눈이 아니었다.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바로 곁에 있었던 롤라의 얼굴조차 어둠 때문에 둥그런 윤곽만 희미하게 보였는데, 하물며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있다가 브리오니가 다가가자 등을 돌려 달아난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체격과 움직임이 매우 눈에 익었다. 그녀의 눈은 그녀가 알고 있고 경험한 모둔 것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었다. 진실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진실이 그녀의 눈을 이끌었다. 따라서 그녀가 몇번이고 반복했던 "내가 그 사람을 봤어요"라는 말은 말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 열의에 찬 발언이었을 뿐 아니라 정직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의도한 뉘앙스는 사람들이 열심히 귀기울여 듣고 이해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것이어서, 자신이 이런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지곤 했다. 그렇다고 그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진지하게 노력을 해본 것도 아니었다. 그럴 기회나 시간이 없었고, 어른들이 이를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이삼일 동안, 아니 단 몇 시간 안에 상황은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었고 이미 그녀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었다.
--- p. 243
 

출판사 리뷰

세계적인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 『속죄』가 출간되었다. 매큐언은 첫 소설집인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재능 있는 젊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서머싯 몸 상을, 『시간 속의 아이』로 휘트브레드 상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수상하는 등 영미권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휩쓸면서 일약 현대 서구 문학계의 중요 작가로 떠오른 작가다.

부커 상 수상작가, 이언 매큐언 최고의 걸작!

이언 매큐언의 최근작이자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작품들 중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속죄』는 2001년 9월에 출간되자마자 영국과 미국에서 10주 이상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했고, 2002년 부커 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비록 상은 호주 작가인 피터 캐리에게 돌아갔지만, 『속죄』가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중평이었다. 이언 매큐언은 영국 BBC 방송 주최로 독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정하는 '피플스 부커(People's Booker)' 상 선정 과정에서 피터 캐리와 다시 한번 경합하게 되었는데, 독자들은 이언 매큐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속죄』에서 주로 변태적 상상력에 근거한 어른과 아이 간의 갈등, 폭력과 섹스 문제를 다룬 끔찍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초기작들에서와 달리 인간성에 대한 더욱 폭넓은 이해와 깊은 통찰을 시도하여 한 차원 성숙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존 업다이크는 이 작품에 대해 「뉴요커」에 "아름답고 장엄한 허구적 파노라마"라고 평했으며, 「타임스」「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보스턴 글로브」「빌리지 보이스」 등 유력 언론들은 앞다투어 『속죄』를 '올해의 소설'로 꼽았다. 2002년에는 미국의 '내셔널 북 크리틱스 서클 어워드(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범죄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 브리오니 탈리스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지만, 결벽증이 있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아직 2차 대전이 발발하지 않았고 영국 상류층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던 1935년,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리오니의 언니 세실리아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탈리스 가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가 있다. 계급적 거리감, 그리고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를 멀리해온 로비와 이를 눈치채고 표현하기 힘든 울분을 느끼는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마주친다. 그 동안 쌓인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감정이 폭발한 세실리아는 로비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고 분수대로 뛰어들고, 건물 위층 창가에서는 상상력 풍부한 어린 브리오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오후, 탈리스 가에는 손님 한 사람이 찾아온다. 저녁 식사 도중 탈리스 가에 와 있던 친척 아이들이 실종되고,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가 아이들을 찾아나섰다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한다. 한편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덧붙인 브리오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의대에 진학하려던 총명한 청년 로비와 로비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제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징집되어 2차 대전의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낸 장인적 묘사들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 선에서 퇴각하여 됭케르크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서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그려진다.

제3부에는 브리오니가 안락한 가정환경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하여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브리오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언니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세실리아는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집을 나가 브리오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브리오니는 언니의 하숙집에서 뜻밖에 로비와 마주치고,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전쟁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한편으로 안도하며, 또 한편으로는 쓸쓸해하며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과연 두 연인이 정말로 행복한 결말을 맞은 것일까?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반전이 다음 장에서 펼쳐진다.

지금 24개국 독자들이 읽고 있는 소설!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치밀한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다. 또한 이 작품은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의 영문학에 대한 애정 고백이이기도 하다. 제인 오스틴, 새뮤얼 리처드슨, T.S. 엘리엇, D.H. 로렌스 등 영문학사에 쟁쟁한 자취를 남긴 문인들이 거론되고 시릴 코널리, 엘리자베스 보언 같은 실존하는 문학비평가가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메타픽션적 요소는 소설 전체의 구조와 결합되면서 심플하면서도 감동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속죄』는 현재 세계 24개국에 판권 계약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영미권의 독자와 평론가들은 오랜만에 일치된 견해를 보이며 이 작품을 이언 매큐언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고 있다. 『속죄』는 다수의 셰익스피어 희곡을 TV 드라마로 만들었으며 여성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의 생애를 그린 영화 <아이리스>를 연출하기도 했던 영국 영화감독 리처드 에어 경(卿)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