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로마카톨릭-천주교 (책소개)/1.천주교일반

침묵 (엔도 슈사쿠)

동방박사님 2022. 1. 15. 07:11
728x90

책소개

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대표 작품. 배경은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시기.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던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신부의 선교와 곧 이은 배교(背敎) 소식, 그 배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잠복한 제자 신부가 겪는 고난과 갈등.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죽어 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침묵만 하고 계신 하나님!

신학적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조용하지만 가슴 뜨겁게 그리고 있다.
 

저자 소개 

저 : 엔도 슈사쿠 (Shusaku Endo,えんどう しゅうさく,遠藤 周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가톨릭 신자인 이모의 집에서 성장하였으며, 열한 살 때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가톨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장학금으로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결핵으로 인해 2년 반 만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1955년에 발표한 『하얀 사람』(白ぃ人)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바다와 ...
 

책 속으로

"일본인들은 인간을 미화하거나 확대시킨 것을 신이라 부르고 있어. 인간과 동일한 존재를 신이라 부르지. 그러나 그것은 교회의 하나님은 아니야."
"당신이 이십 년 동안 이 나라에서 깨달은 것이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야."

페레이라는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내게 선교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 거야. 이곳까지 어렵게 가져온 묘묙이 이 일본이라는 늪지대에서 어느 틈엔지 썩어 갔어.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깨닫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
--- pp. 235
"내가 여기서 보내던 밤에는 다섯 사람이 구멍 매달기 고문을 받고 있었어. 다섯 개의 소리가 서로 뒤섞여서 귀를 때렸어. 관리는 이렇게 말했지. 당신이 배교하면 저 사람들을 곧 구덩이에서 꺼내 밧줄도 풀어 주고, 약도 주겠다고 말이야. 나는 대답했지. 저 사람들은 왜 배교하지 않느냐고. 관리는 웃으면서 가르쳐 주었어. 그들은 이미 몇번이나 배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가 배교하지 않는한 저 농민들을 구할 수 없다고."
"당신이 기도를 했어야 하는 건데."
신부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물론 기도했지. 나는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었어. 하지만 기도도 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지. 저 사람들의 귀 뒤에는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어. 그 구멍과 코와 입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지. 그 고통을 나는 내 몸으로 맛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어. 기도는 결코 그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해."
--- pp. 235
"자네는 그들보다 자기 자신이 더 소중하겠지. 적어도 자기 자신의 구원이 중요한 것일 테지. 자네가 배교하겠다고 말하면 저 사람들은 구덩이에서 나올 수가 있어. 고통에서 구원받는 거지. 그런데도 자네는 배교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자네는 그들을 위해 교회를 배반하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야. 나처럼 교회의 오점이 되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지."
--- pp. 264
 

추천평

『침묵』에는 엔도 특유의 재능인 인상적인 발단, 대담한 역사적 상황 설정,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거리낌 없는 성격 묘사 등이 잘 나타난다. 절제된 고전 기법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시련, 일본 문화와 지극히 서양적인 종교 양식의 미묘한 대립 등이 엔도가 이 책에서 그려낸 업적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작품의 기조(基調)는 그렇게 잔인한 박해에서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신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문하는 데 있다. 어째서 이러한 시련을 견뎌야 하는지 물어도 하나님은 대답이 없으시다. 하나님이 대답하시지 않는 것은 거기에 하나님의 예지(叡智)가 있고 하나님의 사랑이 있어서이지만, 엔도 씨의 작품은 그 점에 얽힌 또 다른 문화사적인 해답을 제시한 문제작이다.
--- 가와카미 테츠타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