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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최명희의 대하소설) :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동방박사님 2022. 2. 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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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아름다웠던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모두 원고지 1만 2천장에 달한다.

소복한 종부 청암부인은 흰 덩에 앉아 신행을 갖추면서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고 다짐한다. 무너지는 기둥을 곧추세우고 시부의 상을 치르며, 조카 기채를 아들로 입양한다. 몰락해가던 종가를 홀로 일으키고, 아들 기채가 손자 강모도 생산하여 가문에 대를 이었으며 저수지축조의 대역사도 마치지만, 합방당한 나라는 사라지고, 창씨개명의 강요로 가문보전의 위기를 당한다. 손자 강모는 효원과의 혼인에 좌절하며, 소꿉동무 사촌 강실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다가가지만, 이룰 수 없는 안타까움은 자포자기의 방관과 도피, 퇴폐적 낭만으로 자신을 내몰면서 방황한다. 버려진 고아로 태생이 천민인 춘복은 타고난 운명의 한계를 비관하면서, 신분을 바꾸고 뛰어넘을 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데.......
 

[도서] 혼불 1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2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3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4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5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6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7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8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9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도서] 혼불 10 | <최명희> 저 | 매안출판사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

목차

전5부 10권

1부 흔들리는 바람 1권

1청사 초롱
2백초는 다심어도 대는 아니 심으리라
3심정이 연두로 물들은들
4사월령
5암담한 일요일
6홀로보는 푸른 등불
7흔들리는 바람
8바람닫이

1부 흔들리는 바람 2권

9베틀가
10무심한 어미, 이제야 두어 자 적는다
11그물과 구름
12망혼제
13어둠의 사슬
14나의 넋이 너에게 묻어
15가슴에피

2부 흔들리는 바람 3권

1암운
2떠나는 사람들
3젖은 옷소매
4돌아오라, 혼백이여
5아름드리 흰 뿌리
6가도 가도 내 못 가는 길
7부디 그 땅으로
8거멍굴 근심바위
9고리배미

2부 흔들리는 바람 4권

10귀천
11무엇을 버리고
12그을음 불 꽃
13서러운 소원은
14별똥별
15박모
16변동천하
17덜미
18평토제
19동계와 남평

3부 아소, 님하 5권

1자시의 하늘
2발소리만, 그저 다만 발소리만이라도
3서탑거리
4조그만 둥지
5수상한 세월
6덕석말이
7달 봤다아
8인연의 늪
9액막이 연
10아랫몰 부서망
11나 죽거든 부디 투장하여 달라
12아아, 무엇 하러 달은 저리 밝은가

3부 아소, 님하 6권

13지정무문(至情無文)
14매화 핀 언덕이면 더욱 좋으리
15그날
16시린 그림자
17저 대나무 꽃
18얼룩
19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
20남의 님
21수모
22안개보다 마음이
23시앗
24진맥
25에미 애비

4부 꽃심을 지닌 땅 7권

1검은 너울
2죄 많으신 그대
3발각
4흉
5어찌꼬잉
6내 다시 오거든
7푸른 발톱
8납치
9암눈비앗
10이 피를 갚으리라
11먼 데서 온 소식
12허공의 절벽
13추궁
14지금이 바로 그 때여

4부 꽃심을 지닌 땅 8권

15세상은 무너져도 좋아라
16뜻이 가는 길
17꽃심을 지닌 땅
18이름이 바뀌어도
19저항과 투항
20그리운 옛 강토
21내비두어
22조짐
23시궁이 비취로
24매 안 놓치려고 꿩 잡아다 바치고는
25윷점
26졸곡(卒哭)
27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

5부 거기서는 사람들이 9권

1종이꽃 그늘
2체리암(滯離巖)
3어둠의 마지막 문
4이 소식을 모르는 이 답답하여라
5아름다운 사천왕
6만다라
7죄의 날개
8마음자리, 꿈
9안되야, 안되야요
10여기에도 저 꽃이 피네
11차라리 훨훨
12괴로운 목숨

5부 거기서는 사람들이 10권

13과연 나는 어디서
14멍
15유랑민
16숨
17하찮아서 장하다
18나는, 모른다
19슬픈 오유끼
20모래반지
21봉천의 봄
22눈물의 비늘

저자 소개 

저 : 최명희
 
1947년 10월10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에서 아버지 成武씨와 어머니 妙順(陽川 許氏)의 2남 4녀 중 장녀로 출생하였다. 최명희는 전주 풍남초등학교와 전주 사범병설중학교를 거쳐 전주 기전여자 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72년부터 74년까지는 모교인 전주 기전여자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74년 봄부터 81년 2월까지는 서울 보성여자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면서 ‘...
책 속으로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대숲에서는 제법 바람 소리까지 일었다.
하기야 대숲에서 바람 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 굳이 날씨 때문이랄 수는 없었다. 청명하고 볕발이 고른 날에도 대숲에서는 늘 그렇게 소소(蕭蕭)한 바람이 술렁이었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 1권, p.7

종가는 단순히 큰집이라는, 대대로 맏이의 집안이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중의 기쁨은 그만큼 컸던 것이다.
제사 때에 첫번으로 신위(神位)에게 술을 드리는 초헌(初獻)은 말할 것도 없이 언제나 종손이 먼저 드린다.
제사에서의 위치도, 문중의 원로 어른인 문장(門長)은 좌중에 끼어서 있지만 종손은 맨 앞자리 한가운데 혼자 앉는다.
종회(宗會)도, 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에 있는 문장의 집에서가 아니라, 종손의 집안 종가에서 열게 되며, 종중(宗中)의 모든 기록 문서는 반드시 종가에 보관하여 대대로 전하게 한다.
그뿐이 아니다.
종회에서의 자리도, 종손이 문장보다 상좌(上座)에 앉는 것이다.
비록 종손이 이제 이십도 채 못된 홍안의 소년이라 할지라도, 백발의 수염을 늘이운 문장보다 윗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종손은 종중의 기둥일세. 우리들은 가지야. 종손은 대대손손 바른 핏줄을 보전하여 우리 가문을 이어가야 하느니.”
문장은 어린 종손에게 몇 번이고 이른다. --- 1권, p.89

작년부터 시작한 일이 해가 바뀌어 순종 임금 융희 5년, 경술(庚戌), 서력으로 1910년 여름. 공사가 막바지를 향하여 치달을 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청천벽력, 천만 뜻밖에도, 팔월 스무아흐렛날,
“조선은 망하였다.”
했다. ‘한일합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미처 실감도 하기 전에 매안의 저수지가 완성되었다.
오랜 공사 끝에 숙원하던 저수지를 얻은 매안은, 통곡 소리 진동하는 대신, 거꾸로, 짙푸른 하늘 아래 부시도록 하이얀 열두 발 상모를 태극무늬 물결무늬 휘돌리며, 북 치고, 장구 치고, 꽹매기, 징소리 한바탕 흐드러지게 어울어, 하늘에 정성껏 고사 지내고, 넘치는 기쁨을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울었다.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백성이 시퍼렇게 눈 뜨고 살아 있는데, 누가 감히 남의 나라를, 망하였다, 할 수 있단 말이냐. --- 1권, p.155

감잎 같은 매끄럽고 도톰한 본견과, 풀 먹인 열한새 광목 하얀 호청이 서로 접히고 펼쳐지면서 와스락거린다.
사위가 고요하여, 물 밑바닥처럼 적막한 방안에 홀로 이불 펴는 소리만이 낙엽 소리처럼 부서진다.
뒤안의 감나무 가지에서 때를 맞추어 마른 잎사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중 몇 잎은 떨어지는지 마당에 구르는 소리가 떼구르르 난다. 산이 가까운 탓인가. 떡갈나무 잎사귀들, 참나무, 상수리나무 잎사귀들이 서로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바로 귀밑에서 들린다.
솨아아.
문득 효원의 귀에 친정 대실의 대바람 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온다.
성성한 대숲의 대이파리들이 날을 파랗게 세우며 바람을 일으킨다.
아아. --- 1권, p.166

흡월정이란, 음력으로 초열흘부터 보름까지 닷새 동안 달이 만삭처럼 둥그렇게 부풀어오를 때, 갓 떠오르는 달을 맞바라보고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셔, 우주의 음기(陰氣)를 생성해 주는 달의 기운을 몸 속으로 빨아들이는 일을 말했다. 그렇게 하면 여인의 몸에 달의 음기가 흡수되어 혈력이 차 오른다는 것이다. 저 무궁한 우주를 한 점 달에 응축시켜 몸 속으로 흡인하는 힘.
그 혈력으로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1권, p,242

(물이란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좁은 통에 들어가면 좁아지고 넓은 바다에 쏟으면 넓어진다. 높으면 아래로 떨어지고 낮으면 그 자리에 고인다. 더우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추우면 얼어 버린다. 그릇과 자리와 염량(炎凉)에 따라 한 번도 거역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순응하지만, 물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 있지 않은가.)
모습과 그릇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땅 속으로 스며들어간 물은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마는 지하수가 되어 샘물을 이루고, 하늘로 증발한 물은 이윽고 구름이 되어 초목을 적시는 비를 이룬다. 대저 형식에 집착한다는 것이 무엇이랴. 보쳀는 것에 연연하여 보이지 않는 것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오히려 형식에 본질이 희생을 당하는 것이리라. --- 2권, p.66

(강실아…….)
어찌하여 그 이름은 이다지도 서럽고 눈물겨운가.
가슴의 살 속 가장 그늘진 곳에 가느다란 금실처럼 애잔하게 반짝이는, 보일 듯 말 듯한 그
간절함을 어떻게 차마 말로 할 수 있으리.
그것은 때때로 촛불의 심지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그네의 이름이 떠오르면, 그 이름은 부싯돌같이 순간적인 불꽃을 일으키며 심지에 불을 붙이고 만다.
그것은 강모의 힘으로도 막을 길이 없었다.
아무리 숨을 깊이 들이마시어 꺼 보려고 하여도 속절없는 일이었으며, 가슴을 오그려 불꽃을 죽여 보려 하여도 허사일 뿐이었다.
살에 박힌 심지는 살을 태우며 속으로 잦아들어간다. --- 2권, p.96

천지에 의지할 곳 없다는 생각이 등골에 사무치며 오르르 몸이 떨렸다. 그 순간 청암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인력이 지극하면 천재를 면하나니. 이 뼈가 우뚝 서서 뿌리를 뻗으면 기둥인들 되지 못하랴. 무성하게 가지 뻗으면 지붕인들 되지 못하랴.
그네는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있는 양자 기채를 서리 맺힌 눈매로 바라보았다. --- 2권, p.237

마치 지하의 뿌리가 캄캄한 어둠 속으로부터 홀로 진한 수액을 빨아 올려 살구나무 가지의 저 먼 끄트머리까지 보내 주듯이, 가지는 천지에 내리는 어스름의 어둠을 온몸으로 빨아들여 지하의 뿌리에게로 내려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둥치가 뿌리라면, 거꾸로 뿌리는 나뭇가지일 것이다. --- 4권, p.155
보름날의 보름달은 누가 보아도 이지러진 데 없는 온달이지만, 칠흑 속의 먹장 같은 그믐밤에 그 무슨 달이 뜬다고 온달이라 하는가.
그렇지만 보름의 달은 지상에 뜨는 온달이요, 그믐의 달은 지하에 묻힌 온달이다.
사람의 눈이 무엇이리오.
그 눈에 보이면 있다 하고, 안 보이면 없다 하지만, 푸른 달빛의 눈썹끝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먹통보다 짙고 검은 밤, 달은 짐작조차 할수 없는 지하에서 저 홀로 만월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 5권, p.158

기응은 연달을 다 깎아 한쪽으로 밀어 놓고, 깨끗한 연종이를 가로 한 번, 또 다시 세로 한 번 접어서, 각이 지게 접혀진 한가운데를 칼로 그린 듯 동그랗게 오려 냈다. 반듯하고 온전했던 하얀 백지는, 그만 한순간에 가슴이 송두리째 빠져 버려 펑 뚫리고 말았다.
종이의 오장(五臟)을 무참하게 도려내 버린 것이라고나 할까.연이야 무슨 생각이 있을까마는, 그렇게 제 가슴을 아프게 도려낸 애를 곱게 곱게 물들이어 이마빼기에 붙이고, 그 어느 연보다 더 휘황한 빛깔로 자태를 자랑하며, 이름까지 지어 받아, 소원을 싣고 악귀를 쫓으면서, 높고 높은 하늘의 먼 곳으로 나는 것이다.
얼마나 서럽고도 아름다운 일이리.
사람도 그러하랴. --- 5권, pp.225~227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지. 껍데기만 살었다고 목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같이 잘 보존허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목숨이 혼(魂)이다.
혼이 있어야 목숨이야.
“잘 알겠습니다.”
“어쩌든지 마음을 지켜야 한다. 사람의 마음이 곧 목숨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을 잃어버리면 한 생애 헛사는 것이야.”
“예.” --- 6권, p.119

“아, 그런데, 스님. 각 존위의 방위 서신 위치가 동·서·남·북이 아니고, 동·남·서·북으로 되어 있습니까?”
“예. 이 세상의 방위를 둥그렇게 본 것입니다. 동·서·남·북이 방위를 서로 반대 개념, 즉 대칭으로 짚은 것이라면 동·남·서·북은 원으로 짚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동·남·서·북으로 방위를 보면 해가 뜬다, 해가 진다, 춥다, 덥다, 밝다, 어둡다,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나누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동·남·서·북 방위는 해뜨는 동쪽에서 출발하여 해가 점점 길고 밝아지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다음은 해가 지는 서쪽으로 갑니다. 그러고 나면 밤이 오지요. 북방입니다. 그리고 북방은 동방과 나란히 있지요. 어둠이 고요히 우주와 만물을 품어 주면 이윽고 해뜨는 아침이 옵니다. 그래서 동·남·서·북으로 이동하는 것은 우주의 자연이 주는 생체 방위의 평화와 순리가 있지요. 우리의 몸에 맞는 방위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이 방위에는, 모든 것이 옆에 있고 동등하며 끝없이 순환하는 평화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방위를 짚는 데도 우주를 짚는 손.
--- 9권, p.166
 

 

출판사 리뷰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복간하면서

꽃심을 지닌땅 한국, 한국에는 혼불이 있다. 한국인은 혼불을 읽는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끊임없이 “혼불”을 쓰게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나,
첫째로 가장 중요한 바탕을 이루는 것은 나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이를 다른말로 하면 ‘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있는 넋의 비밀들이 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비밀들이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작용하여 어우러지는 현상을
언어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하여 섬세하게 복원해 보고 싶었다.」
-미국 시카고대학 초청강연 중에서-

20세기초 격변의 세계사는
제국주의열강의 패권주의에의한 침략전쟁과
새로운 시민계급등장에의한 사회질서의 재편등 변혁과 소용돌이로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격변의 흐름은 우리전통사회와 문화의 맥을 흔들어놓고
나라는 국권을 빼앗기는 치욕을 안겨주며 사라지고
의연한 조상정신을 보전해야할 한가문의 종가는 방황했다.

작가 최명희는 이러한시대를 배경으로,
흔들리며 방황하고 사라저가는 우리혼을 되살려,
이곳 꽃심을 지닌땅에,
밝고 환하게 빛나는 혼불이 살아있는시대를 꿈꾸며
17년의 긴세월을 혼불집필에 몰두했다.

내정신과 몸의 근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작가는 근원에 대한 그리움, 다른말로 나에 대한 그리움이
혼불을 쓰게된 중요한 바탕이라고 술회하면서,
우리조상 선조들이 이루어낸 모든 것들, 우리정신의 원형질을 복원하고자 하였다.
인간 자연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있는 넋의 비밀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서 존재할 수 있게하여,
우리혼의 무늬가 오늘 내삶과 한탯줄로 잇기 위해서는
어머니 할머니의 목소리를 그대로 혼불안에 되살려 놓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혼불 속에 담은 많은 사상중에는,
보름달과 그믐달을 두고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고 말하며,
대칭적 동서남북 방위를 설명하며 끝없이 순환하는 우주 자연이 주는 평화는
옆에 있고 동등하며 순환하는 동남서북의 개념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종부 청암부인은 내 홀로 내뼈를 일으키리라 다짐하며 강인한 서릿발 틀을 세우고
그안에 다사로운 모성적 정감을 채워 한몸에 음양을 갗춘
자웅동체로서의 거대한 여성성을 보여주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고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다.
우리의 혼, 나의 혼,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불빛같은 알맹이를 담고있는 우리말의 씨로, 기승전결이 아닌 우리의 서술방법으로
우리선조들의 삶의 방법, 사유방식을 여러이야기와 역사, 의식 의례를 통하여
실체를 보여주고, 박제된 역사자료가 아닌, 살아숨쉬는 존재로서의 느낌을 복원하여,
시대를 극복해나가는 사회상을 그려내면서, 오늘 우리에게 존재하는 삶과 내일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다.

대하소설 혼불과 작가 최명희

.......소복한 종부 청암부인은 흰 덩에 앉아 신행을 갖추면서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고 다짐한다.
무너지는 기둥을 곧추세우고 시부의 상을 치르며, 조카 기채를 아들로 입양한다,
몰락해가던 종가를 홀로 일으키고, 아들 기채가 손자 강모도 생산하여 가문에 대를
이었으며 저수지축조의 대역사도 마치지만, 합방당한 나라는 사라지고, 창씨개명의 강요로 가문보전의 위기를 당한다. 손자 강모는 효원과의 혼인에 좌절하며, 소꿉동무 사촌 강실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다가가지만, 이룰 수 없는 안타까움은 자포자기의 방관과 도피,
퇴폐적 낭만으로 자신을 내몰면서 방황한다. 버려진 고아로 태생이 천민인 춘복은
타고난 운명의 한계를 비관하면서, 신분을 바꾸고 뛰어넘을 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데.......

소설 “혼불”의 배경은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어두운 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아름다웠던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모두 원고지 1만 2천장에 달한다.

“魂불”의 작가 최명희는 1947년 10월10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에서 아버지 成武씨와
어머니 妙順(陽川 許氏)의 2남 4녀 중 장녀로 출생하였다.
최명희는 전주 풍남초등학교와 전주 사범병설중학교를 거쳐 전주 기전여자 고등탇교와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72년부터 74년까지는 모교인 전주 기전여자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74년 봄부터 81년 2월까지는 서울 보성여자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면서 ‘가장
잊지 못할 스승’으로 존경받기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 말고는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아본 적이 없다.
일찍이 학창시절부터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면서 탁월한 감성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은 그는 80년,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다음 해인 81년에는 동아일보가 창간 60주년 기념으로 공모한 장편소설 모집에
‘혼불’(제1부)이 당선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980년 봄 4월에 첫 문장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를 쓰기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 눈물이 차 오른다.”를 쓰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린 이 대하소설 “혼불”은
맨 처음 동아일보에 1부를 연재하고, 이후 월간 시사 종합지 “신동아”에 88년 8월부터 95년 10월까지 7년 2개월에 걸쳐 2부에서 5부까지를 연재한 뒤 모두 열 권으로 묶었다.
1996년 12월 전5부 10권으로 대하소설 혼불이 출간되자 단숨에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전문가100인에 의뢰한 20세기말 90년대 최고의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한국문학이 이룬 가장큰 성과로 평가되었다. 독서계는 대하소설 혼불 신드롬(syndrome)에 빠저들었다. 오로지 한 작품에 17년이라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긴 세월을 바쳐 탄생한 이 작품은 이제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 최명희가 소설 “혼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이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班常의 주인공들을 통해 불과 60여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살고 입고, 먹었던 풍경을 마치 눈으로 보는 듯이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불과 60여 년 전의 이야기를 할 뿐인데도 그것이 아득히 먼 시절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공백을 할퀴고 간 우리 사회의 현대화 과정 때문이라고 작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난 빠르기로, 걷잡을 수 없는 가속도까지 붙으면서 따라오지 못하는 자는 도태시키는 비정할만큼 야멸차고 단순한 시대 논리. 그러나, 그렇게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는
결국 모국어를 해체시키고, 모국어가 해체된다는 것은 곧 민족 정서가 변질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믿고 있었다.
“어둠이 아니면 우리는 아무도 생명으로 태어나지 못한다. 어둠이야말로 삼라만상의 지신(地神)이며, 생명의 모태다. 빛이 밝게 빛나려면 어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신의 불인 혼불은 사실은 혼돈의 시대에 더 환하게 타오를지도 모른다.”

그의 노력은 권위 있는 여러 상을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1997년 7월, 제11회 단재상 문학부문상 수상을 시작으로 같은 해 8월에는 전북대학교에서 주는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10월에는 문화체육부가 주관하는 제16회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인 1998년 1월에는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제15회 여성동아 대상을 수상했으며, 6월에는 호암재단이 주관하는 제5회 호암상 예술부문상을 수상했고 정부는 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작가 최명희는 17년 동안 투혼했던 “혼불” 외에도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놓았는데,
판소리꾼의 이야기를 담은 중편 소설 ‘제망매가’와 ‘몌별(袂別)’, ‘정옥이’, ‘만종’, ‘주소’
같은 단편 소설들은 이미 그 문학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94년에서 96년에 걸쳐 미국의 여러 유수 대학에서 초청 받아 강연을 하기도 했는데,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한국학과에서는 그의 강연 내용인 ‘나의 魂 나의 문학’을 고급 한국어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설이된,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아름다운 문체와 모국어에 대한 숭고한 신념으로
몰두했던, 작가 최명희는 1998년12월11일,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유언과 함께 꽃심을 지닌 이땅, 그가 사랑했던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쉰 하나. 그 안타까움을 어찌 필설로 다하랴.....
그는 이제 고향 전주의 ‘최명희 문학 공원’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밝고 환하게 빛나는 혼불이 살아있는 세상은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추천평

소설 만들기에 대한 최명희의 ‘혼불’ 같은 투신(投身)의 결정이 곧 혼불이다. 그가 묘사한 우리 삶의 진짜배기 원형질이 슬프고 아름답게 차근차근 다가온다. 탄생과 결혼과 죽음의 의식(리추얼)이나 그 사이에 낀 여러 풍속사의 극채색에 가까운 묘사는 놀랍다. 아, 이런 소설도 있구나 싶고 이건 미싱으로 박은 이야기가 아니라 수바늘로 한 땀 한 땀 뜬 ‘이바구’라는 걸 새삼 느낀다.
최일남 (소설가)
최명희는 문체에 관심하는 희유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정겨운 서정성과 예스러운 정취를 지향하는 문장으로 된 『혼불』은
우리말의 보고로서 주술적인 힘과 기운마저 가지고 있다.
우리 겨레의 풀뿌리 숨결과 삶의 결을 드러내는 풍속사이기도 한 이 소설은
소리 내어 읽으면 판소리 가락이 된다.
독특한 울림이 호소력을 발휘하는 노작(勞作)이다.
유종호 (문학평론가)
최명희의 소설을 대하면 어느 벌족한 가문의 종가 댁 잔치마당엘 들어선 것 같은 설레는 기대감과 아련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나는 곧 거기서 울을 넘는 음식 냄새와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 이어 뜨락을 메운 질펀한 흥취와 안방 여인네들의 정겨운 어우러짐, 그리고 사랑채 어른들의 경세담들을 모두 한마당에서 만난다. 고색창연한 그 일문의 내력을 숨기고 있는 뒤꼍 대밭의 은밀스런 속삭임까지도.
이청준 (소설가)
일제식민지의 외래문화를 거부하는 토착적인 서민생활 풍속사가 『혼불』에 이르러 비로소 정확하고 아름답게 형상화된다. 역사의 격심한 갈등과 대변혁 속에서도 의연히 민족혼의 알맹이를 마모시키지 않고 영글 수 있게 만든 것은 옹골찬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이 다져낸 넋의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청암부인을 비롯한 숱한 우리 민족의 어머니와 아내, 여인상을 최명희는 애절함과 그리움으로 우리 시대에 부상시켜 준다.
임헌영 (문학평론가)
최명희는 출중한 ‘이야기꾼’이다. 근대 말과 현대에 걸친 그 아픈 과도기의 구석구석, 바꾸어 말해서 안방, 집안, 고샅에서 사회에 이르는 크고 작은 현장을 바늘귀로 헤집어서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는 그 아린 사연들을 풀이하는 ‘이야기꾼’이다. 이 작가는 장단이며 사설에 걸쳐서 그녀의 고향 남도의 판소리 흥이며 기운을 이야기에 싣는 것을 절묘하게 연행(演行)해 보이고 있다. 전통적 이야기 곧 전통적 서사(敍事)가 오늘의 역사를 만나서 이룩한 최절정이 곧 『혼불』이라고 해도 좋다.
김열규 (문학평론가)
최명희는 원고지 한 칸 한 칸에 글씨를 써넣는 것이 아니라 새겨 넣고 있다. 그의 글씨는 철필이나 만년필로 쓰는 것이 아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든 정신의 끌로 피를 묻혀 가면서 새기는 철저한 기호이다. 『혼불』은 지금 우리 문학에 횡행하는 온갖 소음과 기만을 무섭게 경고한다. 최명희, 그는 분명 신들린 작가이다.
고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