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쟁연구 (책소개)/8.전쟁기억평화

전쟁과 희생

동방박사님 2022. 4. 2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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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사자 숭배, 애국심을 넘어 정치적 행위로

전사자 숭배의 트로이카 : 이 책은 ‘전사자 숭배’라는 관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재해석해보려는 국내 최초의 시도이다. 전사자 숭배란 전장(戰場)에서 죽거나 거기서 입은 치명적 부상으로 죽은 군인들을 향한 예찬과 영웅화와 성화,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실천·제도·관행들을 가리킨다. 전사자 숭배는 전사자 의례, 전사자 묘, 전사자 기념시설, 전사자에 대한 서훈·표창, 유가족을 위한 보훈·원호사업, 특정 전사 영웅에 대한 기념사업 등을 모두 망라한다. 특히 이 가운데 전사자에게 바쳐진 ‘의례, 묘, 기념시설’,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저자는 이들을 ‘전사자 숭배의 트로이카’라 부르고 있다. 한국에서 행해진 전사자 숭배의 트로이카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전사자 숭배와 지배질서의 재생산 : 전사자 숭배는 지배질서의 재생산과도 직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국가와 지배층은 전사자들의 육신을 전유하여 정치화함으로써 전쟁을 미화하거나 신화화하고, 국민들을 동원하고 통합하며, 기존 체제의 정당성을 획득하거나 공고화하려고 애쓴다. 이런 숭배 활동에 공을 들이지 않는 국가나 지배층은 단연코 없다. 이렇게 보면 전사자 숭배는 단순한 애국심의 표현을 넘어 고도록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시각과 접근방법
1장 죽음 위계의 재구축
2장 전사자 숭배와 그 기능들

2부 전사자 의례
3장 전사자 의례 ― 쟁점과 개념
4장 식민지 조선의 전사자 의례
5장 해방 후의 전사자 의례 [1]
6장 해방 후의 전사자 의례 [2]
7장 장례에서 기념으로 [1]
8장 장례에서 기념으로 [2]

3부 전사자 거처와 기념시설
9장 식민지 조선의 전사자 거처
10장 장충사,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납골묘
11장 한국전쟁과 전사자 거처의 다변화
12장 국립 국군묘지의 탄생
13장 시신의 대이동과 국가신전으로의 상승
14장 국립묘지의 재봉건화와 안팎의 긴장들
15장 전사자 기념시설
16장 전사자 숭배를 넘어
 

저자 소개

저 : 강인철
 
199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민종교, 전사자 숭배, 한국의 종교정치, 군종제도,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한국 천주교, 북한 종교 등을 탐구해왔다. 현재 개념사 연구서인 『민중(民衆)』을 집필 중이며, 시민성 형성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
 

출판사 리뷰

전사자 숭배의 동아시아적 특성과 식민지 조선

두 가지 동아시아적 특성 : 저자는 서구 사회들의 전사자 숭배와 대비되는 ‘동아시아적 특성’을 부각시키며, 이 특성을 적절하게 포착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들을 제안한다. 저자는 전사자 숭배에서 발견되는 동아시아 사회들의 특성이 ‘전사자의 신격화’ 그리고 ‘촘촘하고 다중적인 영적 안전망’, 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본다. 식민지 조선과 역사적 기원 : 또한 저자는 대한민국 전사자 숭배의 역사적 기원을 ‘식민지 조선’에서 발견한다. 고도로 발달된 전사자 숭배 시스템을 만들어냈던 군국주의 일본의 영향이 의례, 묘, 기념시설의 트로이카 모두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식민지 유산의 영향이 가장 선명하게 발견되는 영역 중 하나가 전사자 숭배일 가능성이 높다”는 명제가 이 연구에서 일종의 작업가설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전사자 숭배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 그 이면의 반성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 : 이 책에는 그동안 학계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동작동 국립묘지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국립납골묘였던 장충사의 존재, 그리고 그 장충사가 이토 히로부미의 추모 사찰인 박문사에 설치되었을 가능성, 한국전쟁 때 전사자 유해 안치소로 활용된 불교 사찰들, 또한 현재까지도 존속하고 있는 40여 곳의 ‘작은 국군묘지들’, 동작동 국립묘지의 역사적 기원으로서의 (미국 알링턴국립묘지가 아닌) 1938년 이전의 일본 군용묘지, 1960년대의 반공애국유적부활운동, 1970년대 이후 국립묘지의 전면적인 재봉건화 등이 모두 그런 사례들이다.

이면의 그림자와 틈새들 : 저자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전사자 숭배의 화려한 풍경만이 아니라 그것의 이면과 그림자, 틈새들까지 섬세하게 부각시킨다. 아울러 전사자 숭배를 통한 지배질서의 재생산이 항상 순조롭고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특히 애도와 숭배의 불균형, 공적 의례의 넓은 빈틈, 레토릭과 현실의 간극, 묘지 내 불평등으로 대표되는 전사자 숭배의 전근대성, 실종자를 비롯해 사실상 방치되어온 방대한 규모의 아군 측 전사자 등에 주목한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 시점에서 전사자 숭배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거리두기가 요구되며, 여기서부터 이중의 전환 곧 ‘평화주의로의 전환’과 ‘애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데, 전자는 전쟁에 대한 미화?신화화와의 결별을, 후자는 전사자 예찬?영웅화와의 결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