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종교의 이해 (책소개)/2.한국종교

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

동방박사님 2022. 4. 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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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는 2010년 5~6월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주최하여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열린 '종교대화콜로키움'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이 콜로키움에는 한국 종교 전반 및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오늘의 한국 종교가 초심에서 멀어져 갈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과 조화하지 못한 채 사회와 불화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의식을 구체화시켜 이들 종단이 종교 본연의 자리를 찾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종교에 대한 비판적 문헌들이 등장하며, 종단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개개 종단 안에서 드러내놓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종단들의 내부적 현실을 균형감 있게 반영하며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한편으로는 숨기고도 싶지만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도리어 종교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된 일들을 함께 나누게 된 것은 한국 종교사에 의미가 깊은 일일 것이다.

 

목차

한국 종교, 어디까지 왔나? │최준식
프롤로그
1. 들어가며
2. 서설: 종교를 정의하는 문제 -- 영원철학을 중심으로
3. 본설 : 한국 종교계의 비종교적인 모습
4. 마치면서

한국 천주교회 성장의 빛과 그늘 │박영대
1. 2005년 인구센서스를 통해서 본 한국천주교회
2.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서 본 한국 천주교회
논평/ 가톨릭 제자리 찾기 │ 변진흥

한국 개신교, 자리 잡기와 자리 찾기 │김진호
1. 시작, 근대성과 식민성, 그리고 배타성
2. 한국 개신교회의 자리 잡기, 전형이 형성되다
3. 한국 개신교회의 전형, 절정을 지나 위기에 놓이다
4. 맺음 : 작은 교회들의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능성
논평/ 한국 개신교의 자리 찾기 │ 최대광

한국 불교, 문제와 발전 방향 │이병두
1. 이야기를 시작하며
2. 한국 불교의 문제
3. 바람직한 불교의 발전 방향 - 결론을 대신하여
논평/ 불교 제자리 찾기 │ 조준호

개교 100년, 원불교의 과제 │김경일
1. 시작하는 말
2. 원불교 출현의 시대적 배경
3. 원불교의 유래와 성립과정
4. 불교와 원불교의 관계
5. 불평등한 사회 혁신을 위한 방안 - 사요四要
6. 원불교의 자리 찾기
7. 마무리의 말
논평/ 원불교의 자리 찾기를 위하여 │ 이찬수

천도교의 위기, 한계와 기회 │김용휘
1. 동학·천도교의 창도와 역사적 전개
2. 현실진단
3. 원인 분석과 대안의 모색
4.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논평/ 천도교 제자리 찾기 │ 정혜정
 

저자 소개

저자 소개
이찬수 : 종교문화원장, 강남대 교수 (서론)
최준식 : 종교문화연구원 이사장 (총론)
박영대 :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천주교)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개신교)
이병두 : 《불교평론》 편집위원 (불교)
김경일 :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 (원불교)
김용휘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천도교)
 
 

책 속으로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는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소공동체 사목, 교구 시노드 등 다양한 사목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인구 센서스 결과, 천주교가 크게 성장한 것이 드러나면서 자성과 쇄신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다. 대신에 각 교구가 성장 제일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희망은 깨어 있는 평신도이다. 교회를 이미 떠나 있거나 교회의 경계에 서 있는 깨인 평신도를 어떻게 조직해서 효과 있는 실천을 함께 해 나갈 것인지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천주교회 성장의 빛과 그늘│박영대)」 중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성장은 현저히 둔화된다. 하지만 교회의 신앙적 제도는 성장주의에 맞추어져 있었다. 성장은 지체되었는데, 성장주의는 지속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이 시기 교회 위기의 요체였다. … 한데 이 시기에 급부상한 교회들이 있다. 우리가 ‘후발 대형 교회’라고 부르는 이념형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함축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 하여 작은 교회들은 사회를 횡단하는 수평적 연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평적 연대는 배타성을 지양하는 새로운 존재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수직적 네트워크가 낳은 식민주의도 청산할 수 있는 신앙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한국 개신교, 자리 잡기와 자리 찾기│ 김진호」 중에서

진정한 불교 포교는 인구 통계상의 불교인 숫자를 증가시키는 일이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을 좇아 세상을 지혜롭게 그리고 자비 정신을 구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세상이 평화로워지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글 서두에 올린 달라이 라마의 발언에 100% 동감하고, 한국 불교계가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 「한국 불교, 문제와 발전 방향│이병두」 중에서

원불교는 아직 100년이 채 안 된 어린 교단이다. 최근 ‘4대 종단’의 하나로 이름하고 상대적으로 잘 정돈된 교단이라고 하는 칭송을 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기성종단에 비하여 아직 교세의 규모나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는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시대의 문제를 원불교는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이 말은 원불교 개교開敎정신을 집약한 핵심 표어이다. 원불교가 이 시대 대중이 필요로 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참된 길 찾기는 가능할 것인가. --- 「개교 100년, 원불교의 과제│김경일」 중에서

(천도교의) 문제는 하나로 요약된다. 수행과 사회 참여가 함께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행의 목적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였고, 사회 참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지 않았고 거친 이데올로기의 주변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몸의 변화이고 생활의 변화이다. 정신 개벽과 생활 개벽이 동학 개벽의 핵심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증을 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함이 중요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끝까지 주어진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천도교의 위기, 한계와 기회│김용휘」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다종교국가”이면서 “종교간의 갈등”이 “기적적일 만큼” 적다고 정평이 나 있다. “종교의 차이” 때문에, 혹은 “종교의 차이”가 주요한 기반이 되어 전쟁과 테러, 학살적 만행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그러한 평가--종교 갈등의 무풍지대--라는 평가는 과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일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사정을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자체의 ‘종교 갈등’은 사실 심각할 정도이다. “성탄을 축하하는 스님”이나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는 신부님, 목사님”이 없지 않으나, 이 또한 “신기한 일”이거나 “이벤트성”의 범주를 “아직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땅밟기’와 같은 ‘갈등’과 ‘반목’의 사건들은 일부 “몰지각한” 종교인들의 돌출적인 행동이라고 치부한다면, 종교간 대화 모임이나 종교인들간의 연합운동(KCRP, 한국종교연합), 종교지도자 모임, (4대강 반대 등과 관련한)종교인들의 연대 활동 등은 늘 ‘변수’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상수(常數)는 교세 확장을 둘러싼 종교간 대립,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종교간 대립과 대결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조선시대의 유-불 사이의 문제 같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가 실질적으로 주목해 보아야 할 문제는, 최근에 이러한 종교 갈등 또는 종교 편향 문제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종교와 종교 사이의 문제에 국가 또는 국가적 차원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국가(공무원)들의 종교 편향적 자세가 두드러진 주목을 받게 되면서부터라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나마 이들의 “전면전”을 유보시키고 있는 것은 “종교는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발전에 이바지해야하고, 그것을 해치는 것은 종교 본연의 자세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대(對)종교관에 젖어 있는 “국민여론”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보다 크기/범위는 작지만, 더 “골병”스러운 일은 각 종단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인(성직자) 자체의 “문제적 상황”이다. 그 자세한 내용들은 이 책(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이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문제가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종교인구가 50%를 상회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 종교 내부의 문제 혹은 종교간 갈등의 문제가 “종교인들만의 문제”로 남아 있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가 사회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구원해야 할 지경”이라는 자탄(종교인)과 조롱(일반인, 반(反)종교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컨설팅”에 해당하는 “대안적 방향 내지 모습”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상한 영적 혜안으로 충만한 종교인들이 많은 한국 종교 사회에서, 이 책의 행간에 놓인 그 내용들을 찾아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바르게 알고 있는 그것을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고, 그 실천의 힘은 기도와 수행에서만이 비롯될 수 있음을 믿는 것이 종교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종교인”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 종교인의 자세를 오롯이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각 종단의 성직자나 신도들이 이 책의 1차 독자가 되어야겠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일독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에게 삶과 죽음이 있는 한 종교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비판과 비난을 넘어 건전한 종교, 행복한 신앙이 애정어린 종교비판과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종교인/비종교인을 막론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종교인들 자신들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질정의 자세를 가진다면, 이 책이 우리들(종교인/일반인) 스스로의 내면을 살찌우는 데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