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3.글쓰기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동방박사님 2022. 5. 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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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직도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써라”
“실패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컴퓨터는 사람이 세팅한 대로 움직인다. 10가지 팩트 중에 5가지를 골라 압축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사람이 10가지 팩트의 중요도를 정해 놓아야 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자동차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내용 5가지를 추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팩트를 고르더라도 구체성, 단순성, 맥락, 완성도, 간결성을 컴퓨터가 인간만큼 만들 수 없다. 인공지능 스스로 사람이 하는 것만큼의 심리적 임팩트를 줄 수 없다. 소설을 쓰더라도 줄거리는 쓸 수 있겠지만, 심금을 울리는 감정적 표현을 인간처럼 쓰지는 못할 것이다.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나 직업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글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면 생각을 잘 다듬어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표현과 사고의 방식은 사람의 성향, 태도, 창조성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세상의 무수한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세상의 무수한 미로 메이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 책이 미로 메이커에서 미로 가이드로 가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목차

01 / 프롤로그 009
02 / 스토리텔링 023
03 / 구체성 049
04 / 단순성 097
05 / 맥락 127
06 / 취향과 완성도 167
07 / 최소화 181
08 / 퇴고 207
09 / 스티브 잡스처럼 발표하기 221
10 / 에필로그 235
11 / 마치며 247

저자 소개 

저 : 우종국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 줄곧 경제 분야를 맡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거품 경제 시절의 주가 폭등, 2009년 리먼 사태로 인한 자산 가격 폭락, 2010년대 중반 역대급 부동산 과잉 공급, 201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 폭발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제경영 이슈와 함께했다. “성공한 스포츠 지도자 중에 현역 시절 슈퍼스타였던 이가 드문 이유는, 부족...
 

책 속으로

스토리텔링의 소재는 가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실제 존재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설명하지 말고 스토리텔링을 하라’고 할 때의 의미는 ‘사실을 나열하지 말고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일 것이다. 음식 재료를 테이블에 올려놓지만 말고, 요리를 해서 내놓으라는 것이다. ‘설명’은 음식 재료(팩트)만 제공하는 것이고, ‘스토리텔링’은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리는 고객이 아니라, 요리사가 하는 것이 맞다. 고객은 요리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요리사는 요리법을 알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설명은 고객에게 재료만 던져주고 ‘알아서 먹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5∼27

청년 실업에 대해 쓴 언론 보도를 보자. 입사원서 100번 쓴 A, 10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B, 구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는 C의 사례를 먼저 소개한다. 그 후 청년 실업률과 정부 대책을 설명한다. 근경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몰입도가 강하다. 청년 3명의 사례 없이 바로 통계 수치를 설명하면 지루해서 보기 힘들다. 근경·중경·원경의 순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기법을 실무적 글쓰기에도 응용했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 p.63

몬드리안과 폴록의 작품은 단순하다. 누구나 그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똑같이 그리면 어떻게 될까? 몬드리안과 폴록의 짝퉁이 될 뿐이다. 몬드리안과 폴록의 작품 같은 단순한 작품을 독창적으로 그려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리지 못할 것이다.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시대의 작품은 역사적 장면 또는 성경의 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9세기 초 사진의 발명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는 사진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 p.111

자동차 세일즈맨이 고객을 만나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짧은 시간 내에 자동차의 장점을 설명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쟁 제품과 차별화된 부분을 설명해야 한다. 자동차를 모르는 고객이라고 해서 ‘모노코크’를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고객이 다른 브랜드 제품도 알아보러 다니다 보면 모노코크가 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서면으로 된 제품 자료는 자동차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하므로 모노코크 관련 내용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설명하려고 하루를 다 쓸 수 없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책 10권 분량의 글을 쓸 수는 없다.
--- p.141

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다니기 때문에 성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취업 목적 또는 직장에서 보고서를 쓸 때는 돈을 받고 콘텐츠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성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 상사, 고객은 모두 바쁘다. 1페이지짜리 아이디어를 10페이지에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싫어한다. 10페이지 분량의 아이디어를 1페이지에 담아야 좋아한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의 착각이 있다. 표현이 풍부하면 글을 잘 쓰는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실은 반대다. 표현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되어야 한다. 표현 과잉의 글을 보았을 때 독자의 느낌은 1리터 용량의 글라스에 와인 한 모금이 담긴 것을 마주한 것과 같다.
--- p.189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의 퇴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초고를 완성한 뒤 일주일을 쉰다. 그리고 고쳐쓰기에 들어간다. 고쳐 쓰는 작업에도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 1차 고쳐쓰기가 끝난 뒤 다시 일주일을 쉬고 2차 고쳐쓰기에 들어간다. 장편소설을 쓸 때는 아예 보름에서 한 달쯤 작품을 서랍에 넣어두고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여행을 하거나 의뢰받은 번역을 한다.
--- p.210∼211
 

출판사 리뷰

글쓰기와 요리는 비슷하다

요리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나 혼자 먹기 위한 것이다. 둘째, 가족을 먹이기 위한 것이다. 셋째, 가족이 아닌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다. 넷째, 팔기 위한 것이다. 자취하는 사람이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해보자. 나 혼자 먹을 음식이라면 맛이나 모양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맛있으면 좋겠지만, 맛있지 않아도 그만이다. 결혼해서 가족을 위한 요리를 만들 때라면 어떨까? 맛에 조금 더 신경 쓸 것이다. 그렇지만 모양을 낼 필요는 없다.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라면 맛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모양도 신경 써야 한다. 돈을 받고 팔기 위한 요리는 최고의 맛과 최고의 모양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요리와 비슷하다. 나 혼자만을 위한 글쓰기, 지인들을 위한 글쓰기, 남에게 보여주는 비상업적인 글쓰기, 마지막으로 직업적인 글쓰기가 있다. 비상업적인 글쓰기는 어떻게 쓰든 진심이 전달되면 된다. 서툰 요리라도 진심을 담아 만들면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의 세계는 냉정하다. 자신의 요리가 옆 가게 요리보다 맛있어야 한다. 옆 가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그것이 프로페셔널의 세계다.

글쓰기에도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이 있다

지하철 노선을 텍스트로 제공하는 것과 노선도로 제공하는 것의 차이는 복잡성을 누가 떠안는지다. 필요한 정보는 노선도건 텍스트건 동일하게 담길 것이다. 선으로 표시된 노선도는 지하철을 갈아탈 때 한 번 보면 금방 갈아타야 하는 곳을 알 수 있다. 텍스트로 된 노선 정보는 빨간펜을 들고 갈아탈 곳을 일일이 찾아서 표시해야 한다. 최초의 지하철 노선 정보는 텍스트였을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선으로 표시하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형태와 색상을 고민해 컬러풀한 지하철 노선도가 나왔다. 생산자가 고민을 하자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야후와 아마존의 전 UI 책임자인 래리 테슬러는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자가 복잡성을 많이 떠안으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은 최소화된다. 반대로 생산자가 복잡성을 떠안지 않으면 소비자가 모든 복잡성을 떠안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1976년 개인용 컴퓨터 애플1을 만들었다. 1984년 맥킨토시를 만들면서 텍스트로 된 복잡한 명령어 체계를 직관적인 GUI로 바꾸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플라스틱 키보드로 조작하던 스마트폰을 직관적인 손 터치로 바꿔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30년에 걸쳐 컴퓨터의 복잡성을 줄여왔기 때문에 갓난아이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이 고민하는 만큼 보는 사람은 적게 고민하게 된다. 반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고민을 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글쓰기를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글쓰기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복잡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열심히 일한 것 같은’ 착각 때문이다. 단순성이 결여되는 이유는 글쓴이가 미로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양적으로 많아 보여야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글쓰기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은 미로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시도다. 글쓰기의 목적은 미로를 탈출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길목마다 안내판을 붙이든지 아니면 미로를 부숴 일직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처럼 간결하게 써라

최근 인기를 끄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한 명이 나와서 화면 전환 없이 이야기만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을 편집으로 모두 잘라냈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는 ‘실제로는 30~40분 떠든 분량을 10분으로 편집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1페이지짜리 얕은 생각을 10페이지로 뻥튀기하는 글쓰기를 배웠다. 1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쓰려면 20~30페이지 분량의 아이디어와 자료를 압축해야 하는데, 빈약한 내용을 가리기 위해 또는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 위해 늘려 쓰기에 급급했다. 유튜버가 30분 떠든 영상을 10분으로 여백 없이 편집하는 것처럼 글도 일단 쏟아낸 다음 다듬어가며 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말에서는 수식어가 퍼포먼스적 기능을 하지만, 글에서는 수식어가 아무리 강해도 큰 의미가 없다. 동일한 내용을 2배로 불려 쓸 이유가 있을까? ‘시를 쓰듯 빼고 또 빼라. 더는 뺄 수 없을 때까지 빼라.’ 뛰어난 문장력으로 인정받는 작가라도 의미 없이 허투루 쓰는 표현은 하나도 없다. 그 작가가 사용한 어휘·문체는 심사숙고해서 살아남은 도구들이다. 전문 작가가 아닌데 과잉 표현을 남발하면 겉멋이다.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고 말했다. 부사는 민들레와 같다. 잔디밭에 하나가 있으면, 예쁘고 독특하다. 뽑지 않고 두면, 다음 날은 다섯 송이로 늘 것이다. 또 다음 날은 쉰 송이가 될 것이다. 마침내 잔디밭은 전부 쓸모없이 민들레로 덮일 것이다. 그것이 잡초임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는다. 우리는 학교에서 강건체·우유체, 만연체·간결체, 화려체·건조체 등의 문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양한 어휘를 활용하면 글이 풍부해진다. 그런데 문체·어휘는 생각을 담는 그릇, 즉 글라스다. 휘황찬란한 글라스라도 맛없는 와인을 담으면 맛없는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다. 어휘가 풍부하면 글이 돋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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