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한국역사의 이해 (책소개)/4.한국학연구

한반도고대전쟁사

동방박사님 2022. 5. 2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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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문명과 전쟁의 태동기로부터 고대국가 간의 항쟁과 통일전쟁, 수당제국과의 전쟁, 부흥운동과 후삼국의 쟁투까지 숱한 전쟁과 거기에 읽힌 복잡한 국제관계와 인간군상, 탁월한 지략과 용맹으로 빝나는 전쟁 영웅들, 전술과 전쟁 무기의 급속한 발전, 화려한 중장기병과 흔하디 흔한 보병에 대한 환상과 실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첫번째권 '전쟁의 파도'편은 중국 한나라의 주체할 수 없는 팽창욕과 고조선의 급속한 성장이 빚은 우리 땅에서 벌어진 최초의 국제전으로부터, 작은 도시국가로부터 고대국가로 성장하기까지 삼국의 건국과 성장기, 만주 한국 일본을 오고가는 고대세계의 피할 수 없고 커져만 가는 숙명적 전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쇠와 불
1. 전쟁의 조건
2. 상처뿐인 영광

제2장 혼강의 건너편
1. 약속의 땅
2. 동부여의 이단아
3. 골짜기의 평화
4. 졸본에서 국내성으로
5. 대소, 3대에 걸친 악연
6. 용기 있는 자에게만 허용되는 승리
7. 환도산성

제3장 삼국의 풍운
1. 악전고투
2. 서쪽의 해, 동쪽의 달
3. 새로운 숙적
4. 전쟁 영웅의 비극
5. 성장의 조건
6.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7. 심화되는 위기
8. 폴리스를 넘어서

제4장 새로운 군대와 전술
1. 병종별 특징
2. 전투방법과 전술

제5장 동상이몽
1. 정복왕
2. 평양 천도와 북위와의 전쟁
3. 계림의 수탉
4. 운명의 망치
5. 숙명적 만남
6. 전격작전

제6장 최후의 승자
1. 반쪽의 성공
2. 막다른 선택

 

저자 소개

저 : 임용한 (林容漢)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역사학자.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과 역사》 시리즈 등 많은 저서를 출간해 역사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누적 조회수 8천 만이 넘는 유튜브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史〉와 〈순삭밀톡, 삼국지 뒤집기〉에 출연하며 전쟁사와 역사 마니아들...
 

출판사 리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히는 책

우리 전쟁사에 다소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임용한의 『전쟁과 역사』 시리즈를 기억하실 것이다. 지금까지 삼국편, 거란·여진과의 전쟁, 고려후기편까지 총 3권이 출간되었는데, 2001년 선을 보인 첫 번째 권은 기존의 우리 전쟁사 서술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탁월한 역사적 안목과 서양과 중국 전쟁사에 대한 방대하고 심도 깊은 지식, 엄격한 역사적 상식과 자유로운 상상력의 절묘한 균형, 쉽고 명쾌하며 간결한 글쓰기, 마치 카메라로 장면 장면을 찍어 보여주는 듯한 비주얼 넘치는 서술 방식을 견지하여 그동안 영성한 자료에 극히 평면적인 서술에만 그쳤던 우리 고대 전쟁사를 신선하고 풍부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문적인 지식 없어도 누구나 쉽고 재밌게 정말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전쟁사를 일단 써보자는,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다분히 ‘아마추어적인 충동’에 1권 삼국편을 전광석화처럼 저술하였는데, 한 권의 책에 방대한 내용을 빡빡하게 담아내느라 아무래도 생략하고 건너뛰고 상세함을 결한 부분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후속권을 내면서도 계속 1권의 “주 내용이 삼국항쟁에서 수당전쟁과 삼국통일로 한정되어 있었던 것도 그렇고, 1권을 쓸 때는 생활이 빠듯했던 시절이라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쓴 부분도 꽤 있었던 것, 무엇보다 당시에는 전쟁과 군제에 대한 지식이 진짜 건전한 상식선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되었던 것도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커져 갔던” 저자는 몇 년을 벼르며 온전한 고대 전쟁사의 저술을 준비하였다.

전 3권으로 기획된 『한국고대전쟁사』는 10년 전 『전쟁과 역사』 삼국편에서 저술의 출발점을 고구려 장수왕 63년 시점으로 잡았던 것(이 부분은 새로 출간된 책 1권의 제5장에 해당한다)에서 훨씬 거슬러 올라가 고조선으로 앞당기고, 삼국 통일전쟁 이후 부분은 백제부흥군과 나당전쟁을 추가하고, 후삼국의 항쟁도 대폭 보완했다. 현지 답사와 중국과 만주 지역에 대한 답사도 크게 보강했다. 동서양의 전쟁사를 참조하여 우리 역사 기록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장면, 장비와 무기에 대한 서술도 가능한 한 충실하고 구체적으로 재현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분량이 3권으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1권 '전쟁의 파도', 2권 '사상 최대의 전쟁', 3권 '부흥운동과 후삼국').

2월의 진창 속에서 골리앗 부여군을 쓰러뜨린 다윗 대무신왕의 고구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고조선이 벌인 한나라와의 전쟁에서부터 광개토왕의 정복전쟁을 거쳐, 삼국의 항쟁이 본격화되는 나제동맹의 결성과 성왕의 죽음까지를 다루었다. 서양의 전쟁사를 보면 전투 장면의 생생함, 합리적인 전략·전술에 대한 서술이 돋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전쟁사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장군의 한 번의 계략, 병사들의 용기백배한 돌격으로 승부가 갈린다. 전략과 전술을 거론할 때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도망가는 적은 쫓는 법이 아니다”라는 식의 손자병법을 남용하는 원론적인 해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실제 전쟁에서 그런 원론에 의지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한국의 전쟁사가 추상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일차적인 원인은 사료에 있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는 전투 현장의 디테일한 부분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 기록에는 그런 서술이 전무하다. 하지만 사료탓만 할 수는 없다. 사료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복원하는 것은 역사가의 책임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쟁사의 폐단이었던 현학적이고 단선적인 서술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투 현장을 사실적으로 복원했다는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지 답사로 전투 현장을 분석하고, 사료에 보이는 한 줄의 설명을 동서양의 전술, 전투와 비교하여 그 의미를 추적해 냈다. 내용이 좀 길지만 고구려가 비상하는 과정을 그린 '제2장 혼강의 건너편'에서 부여의 대소와 대무신왕의 국운을 건 일전에 대한 서술을 보자.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과 국민을 설득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대한의 병력을 끌어모은다? 이것은 최악의 하수다. 병력과 물자라는 강대국의 장점을 가지고 겨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대무신왕도 다윗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 병사를 더 줄여서 최소화한 것이다 - 물론 이 정도 수준만으로도 고구려의 국력을 기울였다고 할 만큼 투자가 필요했다 -. 병력과 물자의 부담을 최소화한 대무신왕은 전쟁의 법칙을 깨고 농사철에 공격을 감행했다.……
고구려군의 내습이 알려지자 대소는 신속하게 반응했다. 대소는 전국에 동원령을 내려 병력을 쓸어모았다. 한순간에 고구려군의 몇 배가 되는 군대가 편성되었다. 그들은 바로 진군해서 아직 국경의 평원에 머물러 있는 고구려군을 포위했다. 포위는 물샐 틈이 없다고 할 만큼 완벽했다. 이것은 부여군이 고구려군을 360도로 감쌌다는 의미가 아니다. 평원에서의 전투는 패배해서 도주하거나 후퇴할 때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철수를 엄호할 배후 요새나 지형이 없기 때문이다. 한니발은 평생 단 한 번 패했지만, 그 패전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패배한 장소가 현재의 알제리 평원에 위치한 자마의 벌판이었기 때문이다. 승리한 로마군은 기병을 풀어 밤새도록 한니발의 패잔병을 학살했다. 기병의 추격 앞에서 한니발군은 달아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고구려군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고구려군은 만주의 평원에서 부여군에게 둘러싸였다. 더욱이 부여군은 로마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하고 풍부한 기병을 보유한 군대였다. 대소의 입장에서 보면 학반령에서의 치욕을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였다. 모든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했다. 대소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내기로 하고 전군의 기병을 총동원한 일제공격을 구상했다. 커다란 해머를 들고 내려친다고 할 때 최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때는 첫 번째 타격이다. 두 번, 세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당신의 팔은 지쳐갈 것이다. 병력이 많다고 해서 소심하게 찔끔찔끔 이용하다가는 병력이라는 장점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시간을 끌수록 군량 소모도 엄청나다.
부여의 기병이 일제히 전진을 시작했다. 보통 이런 경우 중장기병대가 전위에 서서 적진 돌파를 맡는다. 경기병대는 중장기병대의 앞과 뒤에서 선다. 전위의 경기병은 엄호와 적진 교란 업무를 맡는다. 그들의 장기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적진 주변으로 돌며 사격하거나 창을 던진다. 상대가 약하면 이런 예비공격만으로도 적진을 분쇄할 수 있다.
병사들에게 전쟁은 지옥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삼면에서 압박해 들어가는 병사들의 행렬은 장관이다. 수많은 깃발과 다양한 색상, 질서정연하고 힘이 느껴지는 대열, 그리고 세 개의 축선이 만나는 지점에 웅크리고 있는 초라한 적군. 그런데 얼마 후 부여군의 장엄한 대형이 우그러지기 시작한다.
음력 2월, 초봄의 대지는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진창으로 변해 있었다. 만주의 토양은 곱게 갈아놓은 듯한 흑토다. 농사 짓기에는 최적의 흙이지만 물을 만나면 진창이 된다. 더욱이 조금만 파면 암반이 나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만주의 흑토는 대지를 두껍게 덮고 있어서 휘저으면 저을수록 진창은 더욱 깊어진다.
기병의 전진이 저지되기 시작했다. 원래 기병의 최고 약점이 진창이다. 말은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통발굽이다. 진창에 박히면 사발을 진창에 박은 꼴이 되어버린다. 이런 곳을 무리하게 행군하면 말이 망가지거나 죽는다. 유럽이나 중국의 화북평원에서는 농사에 말을 중시하고, 우리나라와 강남지방에서는 소를 중시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소가 말보다 힘이 세서가 아니라 - 사실은 말이 소보다 훨씬 힘이 세다 - 밭농사와 논농사 지역의 차이다. 밭농사 지역에서는 힘 좋은 말을 선호했고, 진창을 밟아야 하는 논농사에는 발굽이 갈라지는 소가 적합했다.
전위가 간신히 통과해도 말이 헤집어놓은 진창은 더욱 심해져서 뒷열의 기병은 더 큰 곤란을 겪는다. 마른 땅이나 전위가 밟지 않는 곳을 찾다 보면 대열은 흩어지고 전위와 후위의 간격은 더욱 벌어진다. 부여군 전체가 진창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부대 간의 진격 속도도 제각각이었다. 모두가 진창은 아니었을 테니 형편이 좀 나은 부대도 있었겠지만 작전 계획을 짠 이상 전체 부대와 보조를 맞추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부여군 전체가 지체되고 뭉그적거리고 있을 때 고구려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구려군은 마른 땅에 자리잡고 부여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벌판에 진을 치고도 태연자약했다고 한다. 부여군이 올 때까지 시간이 있었던 만큼 주변 지형을 정찰하고, 마른 길과 이동 루트를 파악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부여의 대군이 온다면 부여의 중군과 대소의 지휘소가 자리잡을 지역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여군의 발이 묶이고 혼란에 빠진 순간, 고구려군 일대가 대소의 진영을 향해 질풍같이 돌격을 시작했다. 선두에 선 장수는 괴유였다. 부여군은 이 상황을 보면서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묻지 않아도 고구려의 공격부대는 최정예 부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기습적인 일격에 자신들의 목숨과 운명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소의 병사들은 이 기세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대소의 진은 붕괴되었고, 대소는 빠져나갈 틈조차 얻지 못했다. 괴유는 대소를 사로잡아 현장에서 칼로 쳐 죽였다.……
세 번의 전쟁을 보면 대소는 항상 병력의 우위에 집착했다. 전쟁사를 보? 평범한 리더일수록 산술적 우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군수와 병참에 과부하가 걸린다. 병사들의 훈련과 통제가 부족하니 군대는 느려지고,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제한되어서 행동이 예측 가능해지고, 전쟁 수행기간은 짧아진다.…… 대소는 무능한 장군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장군이었다. 전 세계의 수천 년 간의 전쟁사에서 대소와 같은 장군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당장 모험을 포기하고 쉽고 안전한 승부를 거두려고 할까? 알렉산더가 페르시아 제국에 뛰어들 때 처음 거느린 병력은 겨우 3만(나중에는 5만으로 증가)이었다. 알렉산더만이 아니다. 한니발, 카이사르, 징기스칸 등 세기의 정복자들은 모두 어처구니없는 병력으로 터무니없는 전쟁에 도전했다. 이것은 결코 자신의 용기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알렉산더가 3만이 아닌 30만 명을 동원했다면 페르세폴리스까지 가기도 전에 스스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3만은 무모한 병력이 아니라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국력과 보급 능력에 맞춘 페르시아 정복에 가장 적절한 병력이었다. 페르시아의 대군과 힘겨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3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3만으로 승부를 내든가 정복을 포기하든가 해야 한다. 이것이 세기의 정복자들이 공통적으로 소유한 자질이었다.

저자는 사료 몇 줄에 불과한 평면적인 전쟁 기록들을 이렇게 생생하게 재구성하여 독자로 하여금 바로 눈앞에서 전투 과정을 실제로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해준다. 그런데 전쟁을 전투 현장으로만 조망하게 되면 전쟁의 배후에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놓칠 수가 있다. 저자는 역사학자의 장기를 살려 전쟁의 배후에 있는 역사적 사실, 삼국의 성장과 사회구조에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다.

어떤 수식어도 과하지 않을 군사적 천재이자 탁월한 통치자 광개토왕

그러니 이 책은 전쟁사가 아니라 삼국시대의 통사로 읽어도 부족함이 없다.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군대와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는지(제4장 새로운 군대와 성장),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주변 국가에 비해 더 나약하고 불리한 집단이었던 고구려, 백제, 신라가 주변국을 평정하고 삼국으로 성장한 비결이 무엇인지(제3장 삼국의 풍운), 광개토왕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지(제5장 동상이몽)를 전쟁 장면 장면마다 설득력 있게 설명해 넣었다. 재위 22년 동안 말 그대로 사방의 적을 격파하면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광개토왕에 대한 서술을 보자.

그런데, 우리는 광개토왕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군사적인 업적만 열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군사적인 재능만이 아니라 통치자로서도 안목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었다. 최초의 대원정이었던 거란 원정에서 그는 거란 땅에 살고 있던 고구려민 1만여 명을 타일러 데리고 돌아왔다고 한다. 『삼국사기』에서는 이들이 거란에 잡혀간 인물들이라고 하지만 타일러서 돌아왔다는 기사를 보면 이들은 거란으로 망명했거나 이미 거란에 정착해서 적응한 부족들이 분명하다.…… 북쪽으로는 농안 지방에 있던 부여를 멸망시켰고, 남으로는 백제를 한강까지 완전히 밀어내고 백제 아신왕의 항복을 받았다. 후반기에는 주로 왜와 격전을 치러 신라와 가야에 침공한 왜구를 격퇴했고, 신라는 반(半)속국으로 만들었다. 이 빛나는 원정사는 근본적으로는 고구려의 잠재력을 결집시킨 국가체제 개혁의 결과였다. 그러나 아무리 구조가 훌륭해도 그것이 실전에서 발휘되려면 구체적 전술과 노력, 지도자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광개토왕의 거침없는 진격에도 숨은 비밀이 있다.……
어떤 분들은 광개토왕의 백제 침공을 수륙병진책이라고 하면서 광개토왕을 전략의 천재라고 평한다. 그러나 수륙병진책 자체는 앞으로도 보겠지만, 이 시기에는 보편적인 전술이다.
광개토왕의 전술가로서의 진면목은 수륙병진책이 아니라 산사람들을 배에 태워 강이나 바다로 내려보내는 발상을 했고, 이들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백제의 수군을 격파하고 위례성을 장악했다는 점이다. 이런 용기와 성공 사례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거의 없다. 1차 포에니 전쟁 때 배를 저을 줄도 모르는 로마군이 육지에서 노젓기 연습을 하고, 배에 올라 지중해 최고의 해상왕국인 카르타고를 격파했다. 이 전쟁으로 로마군은 불멸의 명성을 얻었는데, 아마 이 정도가 비슷한 사례일 것이다. 이것은 광개토왕의 놀라운 용기와 추진력의 증거다. 물론 이것이 광개토왕의 리더십만으로는 되는 일은 아니고, 수많은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장병이 필요했다. 고구려가 그들을 얻었다면 이 역시 사회를 더 개방적으로 바꾼 개혁의 힘이었다. 그런데 이 광개토왕의 정복전쟁에는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는 늘 광개토왕이 그려놓은 영토의 넓이에 열광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시대에 행해진 중요한 역사적 결단과 거의 헌신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전역의 목적은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저자의 설명들 가운데에는 간혹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설과 달라 당황스러운 내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주장이 결코 무리한 추정이 아니라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를 지니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우리나라 고대사 연구와 전쟁사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적 서술, 중국·왜(일본)와의 관계를 서술할 때 자주 보이는 지나친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거기에 지역주의의 폐단을 과감하게 극복하고자 하였다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예컨대 삼국의 초기 부분에서 특히 신라가 왜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내심 불편해하실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고대전쟁의 특징은 무엇보다 삼국 간의 전쟁이 아니라 중국, 일본, 말갈족이 어우러지는 국제전이었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각 국의 전략과 전술, 군대의 수준과 특징, 국가적 역량과 사회적 배경에 대해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비하하지도 자만하지도 않고, 각 국이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서로 간에 얻고 잃은 것과 그렇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였다. 전쟁사와 역사의 교훈은 아군에게서만 얻는 것이 아니라 적군에게서 적의 국가와 사회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도출되는 교훈들은 현란할 정도며,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수많은 교훈과 반성을 제공한다.

중국 한나라의 주체할 수 없는 팽창욕과 고조선의 급속한 성장이 빚은 우리 땅에서 벌어진 최초의 국제전으로부터, 작은 도시국가로부터 고대국가로 성장하기까지 삼국의 건국과 성장기, 만주·한국·일본을 오고가는 고대세계의 피할 수 없고, 커져만 가는 숙명적 전쟁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당시의 복잡한 국제관계와 인간군상, 탁월한 지략과 용맹으로 빛나는 전쟁 영웅들, 전술과 전쟁무기의 급속한 발전, 화려한 중장기병과 흔하디 흔한 보병에 대한 환상과 실체를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소 많아 보인다 싶을 정도의 사진자료와 지도를 싣고 그동안 국내 저서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자료들도 상당수 포함시켰다. 특히 사진자료들은 저자가 책을 기획하면서 아예 작정을 하여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것으로, 전쟁의 장면 장면과 상황들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라가 화랑도를 만들고, 화랑이 신라 중흥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로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권이 벌써 기다려진다.
 

책소개

전 3권으로 기획된 한국고대전쟁사는 10년 전 전쟁과 역사 삼국편에서 저술의 출발점을 고구려 장수왕 63년 시점으로 잡았던 것(이 부분은 새로 출간된 책 1권의 제5장에 해당한다)에서 훨씬 거슬러 올라가 고조선으로 앞당기고, 삼국 통일전쟁 이후 부분은 백제부흥군과 나당전쟁을 추가하고, 후삼국의 항쟁도 대폭 보완했다. 현지 답사와 중국과 만주 지역에 대한 답사도 크게 보강했다. 동서양의 전쟁사를 참조하여 우리 역사 기록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장면, 장비와 무기에 대한 서술도 가능한 한 충실하고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책에는 익히 알려진 너무도 유명한 사건과 인물들뿐 아니라 창과 방패와 활을 든 이름없는 병사들 한명 한명까지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자료도 대단히 풍부하다. 그 중 일부는 쉽게 구해보기 어려운 것들로서 당시대의 전쟁을 이해하는 데는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다. 실제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이 그림들은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머리에 그려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사상 유명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전략/전술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무기의 실상조차 알기 어렵게 되어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귀중한 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서문 4

제1장 순수비가 서까지 10
1. 달빛 스토리 14
2. 검과 사랑 32

제2장 폭군의 침공 52
1. 피할 수 없는 전쟁 56
2. 무모한 황제 60
3. 그들만의 전술 70
4. 위험한 여름 95
5. 자멸의 길 109

제3장 최강의 군대 116
1. 중원의 영웅 118
2. 다섯 자루의 칼 132
3. 전쟁 전야 140
4. 출정 143
5. 4월의 기습 150
6. 주필산 전투 175
7. 평양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198
8. 막다른 골목 209

제4장 서라벌의 선택 216
1. 서동요 218
2. 진화하는 위기 227
3. 백옥 같은 남자 240
4. 최후의 승부 249

제5장 660년 여름 266
1. 밀약 268
2. 백제 침공 271

제6장 반란과 혼돈 298
1. 희망 300
2. 두 번째 희망 307
3. 평양 포위되다 313
4. 백강의 불꽃 330

제7장 망향가의 시작 336
1. 임존성의 가을 338
2. 고구려의 멸망 347
주 362
 
 

책소개

이번에 출간된 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한 3권은 백제·고구려의 멸망과 함께 기나긴 통일전쟁이 막을 내리고 생존과 평화의 도래를 축하하는 화려한 서라벌에 음울하게 드리워지는 불길한 그림자를 추적하는 ‘제1장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시작한다. 당나라의 대 한반도 침략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지긋지긋한 전쟁에 다시 나서야 했던 통일신라의 지난한 여정, 이제는 멸망한 옛 백제와 고구려의 회복을 외치며 신흥세력으로 무섭게 성장하여 신라를 압박하고 새로이 한반도의 주인이 되기 위해 후백제와 후고구려(태봉-고려)가 펼치는 후삼국 전쟁을 거쳐 마침내 통일된 고려가 등장하기까지를 숨가쁘게 다루었다.

목차

서문

제1장 끝나지 않는 전쟁
1. 갈등과 전쟁
2. 돌아온 설인귀
3. 초조한 계절
4. 마지막 겨울
5. 난타전

제2장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1. 양들과 바람과 전설
2. 두 개의 운명
3. 영광의 장군들
4. 머나먼 천문령

제3장 천년의 벽
1. 균열의 시작
2. 삼대의 반란
3. 두 명의 밀항자

제4장 갱, 군인, 그리고 토호
1. 다시 세운 황룡사 9층탑
2. 반란 군단
3. 부석사의 칼자국

제5장 제1라운드
1. 전쟁의 시작
2. 나주의 반란과 신라의 각성
3. 타오르는 강
4. 궁예의 변신

제6장 용호상박
1. 철원의 쿠데타
2. 조물성 전투
3. 호랑이가 싸우는 법
4. 공산성의 대회전
5. 전략가 견훤, 화려한 부활
6. 역전과 반전
7. 일리천의 함성

 

저자 소개 

저 : 임용한 (林容漢)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역사학자.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과 역사》 시리즈 등 많은 저서를 출간해 역사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누적 조회수 8천 만이 넘는 유튜브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史〉와 〈순삭밀톡, 삼국지 뒤집기〉에 출연하며 전쟁사와 역사 마니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