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과학의 이해 (책소개)/2.동물탐구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동방박사님 2022. 7. 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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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개든, 고양이든, 말이든, 소든, 토끼든, 거북이든, 인간이든,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눈물을 삼킬 수도 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폭식을 거듭할 수도 있다. 넋을 놓을 수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 각자가 슬픔을 짓는 방식이 다르듯이 동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겪을 것이다. 다만 동물들이 어떻게 슬퍼하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든(이해할 수 있다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사랑에서 온다. “슬픔은 두 동물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나아가 상대의 존재가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하다는 가슴의 확신에 따라 서로 사랑할 때, 피어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 즉 새끼를, 형제자매를, 친구를, 동료를 떠나보낸 동물들에게 슬픔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찾아올지언정 같은 흔적을 남긴다. 이들은 체중이 줄어든다. 먹기를 거부하거나, 먹을 것을 찾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한다. 무기력에 빠져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어떤 경우에는 병에 걸린다. 고통스러워한다. 세상을 떠난 이를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물론 동물들은 인간이 그러하듯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지도, 관을 짜지도, 저승길 편히 가라며 돈이나 귀금속을 함께 묻지도,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동물들은 사랑하는 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일정한 반응을 보인다. 사랑하기에 치르는 대가를, 슬픔을 앓는다.

 

목차

서문: 슬픔과 사랑에 관하여

1장 고양이 카슨의 죽음과 애도
2장 개의 가장 친한 친구
3장 농장의 추모 행사
4장 토끼가 우울한 이유
5장 코끼리 뼈
6장 원숭이도 죽음을 슬퍼할까?
7장 침팬지: 때때로 잔인한 것은 사실이다
8장 새들의 사랑
9장 감정의 바다: 돌고래, 고래, 거북
10장 경계는 없다: 종을 초월하는 슬픔
11장 동물의 자살?
12장 유인원의 슬픔
13장 옐로스톤의 죽은 들소와 동물 부고
14장 슬픔을 쓴다는 것
15장 슬픔의 선사시대

맺는 말
참고자료
 

저자 소개

저 : 바버라 J. 킹 (Barbara J. King)
 
윌리엄메리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이자, 유인원 관찰자이자, 고양이 구조자이자, 과학 작가다. 한편으로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동물들의 가장 친한 친구{Animals’ Best Friends}』,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Being With Animals}』, 『접시 위에 놓인 개성들{Personalities on the Plate}』 등 동물의 감정 및 인지, 우리가 동물과 맺는 관계에서의 윤리에 초점을 맞춘...
 
역 : 정아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국제협력단(KOICA)에서 활동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 그룹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 등 모든 계층을 위한 다양한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초생산성』 『만화 스토리 창작의 모든 것』 『세상이 확 달라지는 정치 이야기』 『오줌 X파일』 『세상의 모든 국기』 『세상 좀 바꾸고 갈게요』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동물이 겪는 사별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지금 두 장대 사이에 팽팽하게 묶인 줄 위를 걷는 기분이다. 하나의 장대는 동물들의 감정적 삶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의 장대는 인간의 독특한 특성을 예우하고 싶은 내 욕구다. 나는 결국 인류학자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라는 종에 고유한 애도 양상을 수없이 많이 수집하고 기록해왔다. 침팬지가 화학 물질에 조종당하는 개미와 다르듯, 인류는 정교한 버전의 침팬지가 아니다.

동물 중 인간만이 죽음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예상한다. 우리는 언젠가 우리 정신이 희미해지고 숨이 멎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 순간이 부드럽게 다가올지 아니면 두려우리만큼 급작스럽게 닥칠지는 알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더없이 거룩한 형태로, 또 다듬어지지 않은 무수한 형태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 p.18

우리―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서로 닮았고, 또 서로 다르다. 닮은 점과 다른 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살펴볼 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쪽은 닮은 점이다. 아마 동물들이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우리가 그러하듯이) 슬퍼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동물의 슬픔은 동물의 사랑에 대한 강력한 지표로 볼 수 있다. 동물의 사랑에 관해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나? 애초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침팬지의 사랑을, 더욱이 염소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설명하려면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의 호르몬 수치가 얼마나 치솟는지 측정하고, 새롭게 탄생한 연인이 나누는 눈빛, 몸짓, 속삭임을 도표화한 자료 이상이 필요하다. 과학은 사랑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람의 사랑도 이럴진대 과학이, 언어를 통하지 않고, 언어를 통한다 해도 우리가 정의하는 단어와 문장이 결여된 언어로 생각하고 느끼는 동물의 사랑을 다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p.20

동물이 슬픔을 느낄 가능성이 죽음의 개념을 완벽하게 인식하는 데 달린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와 동물행동학이 반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죽음을 예상한다.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달가워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면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어쩌면 다른 동물들도 죽음의 돌이킬 수 없는 최종성에 대한 관념을 지녔을지 모른다, 캐런이 윌라가 그렇다고 확신한 것처럼. 하나 나는 앞서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탁월한 사고 능력이 아닌 감정을 근거로 슬픔을 정의한다. 슬픔은 두 동물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나아가 상대의 존재가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하다는 가슴의 확신에 따라 서로 사랑할 때, 피어난다.
--- p.32

분명 사람과 다른 동물들이 겪는 우울증의 모든 양상을 포괄하는 단 하나의 지배적인 설명은 없다. 그렇지만 스미스 박사와 마쿠 박사의 모델은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묘미가 있다. 바로, 죽음과 애도는 모든 존재가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 사건 중 하나로 간주해도 무방하므로 말, 염소, 토끼, 고양이, 개, 코끼리, 침팬지, 그리고 사람이 느끼는 슬픔에 공통된 생물학적 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다.

물론 모든 생명체의 뇌가 똑같이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뜻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우리 포유동물들이 생명 활동, 그리고 삶의 경험들로부터 생명 활동에 영향을 받는 방식이 모종의 경향성을 띤다는 관념을 진지하게 상정하는 것일 따름이다. 이렇게 공통 플랫폼에 기초한다고는 해도 종 특이성 행동, 서로 다른 발달사, 개체별 성격 등이 복잡다단하게 작용하므로 그 결과는 종에 따라, 그리고 종 내에서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 p.101
 

출판사 리뷰

사진 한 장이 있다. 장례식 중에 찍힌 이 사진 한가운데에는 국기에 휘감긴 관이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 눈길을 끄는 것은 관 아래에 누워 있는 검은 개다. 이 개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친구의 관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이다. 뒷모습이기에 우리는 이 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단지 관 아래가 눕기에 좋아 보였던 것인지, 아니면 관 속에 든 것이 친구의 시신임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개가 관 아래에 누워 있는 대신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더라도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이 개는 슬퍼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오랫동안 함께해온 친구가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애도하고 있는 걸까? (종종 사람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 함께했더라도 작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개를 비롯한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원리에 따라 눈물을 흘릴까? (슬픔을 느끼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도식이 아닐까?) 슬픔에 빠진 개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걸음걸이로 걷고, 어떤 울음소리를 낼까?

만약 이들이 죽은 혈연이나 친구의 시신 앞에서 (인간이 분명하게 알아챌 수 있는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상갓집에서 한 번도 농담을 나누거나 웃지 않고 긴 시간을 보내다 오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동물들 역시 친밀했던 이의 시신 앞에서 놀이를 하거나 시신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다.

만약 우리에게 그들이 슬픔에 빠질 만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다시 말해서 사진 속 검은 개가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 잃은 친구가 바로 저 관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저 검은 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졸렸던 모양이라고, 관 아래가 아늑해 보였던 모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지만, 이 말이 사자가 인간 언어를 구사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결코 완전한 언어가 될 수 없으리라는 뜻은 아니었지만, 사자가 우리 삶을 이해하지 못하듯 우리도 사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언어적 장벽을 넘는다 해도 완전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뜻이었지만, 이는 우리에게 단순한 사실 한 가지를 환기시킨다. 같은 삶의 형식을 공유하는 두 사람 또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슬픔의 언어 속에서는 종의 차이보다 개체의 차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

개든, 고양이든, 말이든, 소든, 토끼든, 거북이든, 인간이든,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눈물을 삼킬 수도 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폭식을 거듭할 수도 있다. 넋을 놓을 수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 각자가 슬픔을 짓는 방식이 다르듯이 동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겪을 것이다.

다만 동물들이 어떻게 슬퍼하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든(이해할 수 있다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사랑에서 온다. “슬픔은 두 동물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나아가 상대의 존재가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하다는 가슴의 확신에 따라 서로 사랑할 때, 피어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 즉 새끼를, 형제자매를, 친구를, 동료를 떠나보낸 동물들에게 슬픔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찾아올지언정 같은 흔적을 남긴다. 이들은 체중이 줄어든다. 먹기를 거부하거나, 먹을 것을 찾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한다. 무기력에 빠져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어떤 경우에는 병에 걸린다. 고통스러워한다. 세상을 떠난 이를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물론 동물들은 인간이 그러하듯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지도, 관을 짜지도, 저승길 편히 가라며 돈이나 귀금속을 함께 묻지도,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동물들은 사랑하는 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일정한 반응을 보인다. 사랑하기에 치르는 대가를, 슬픔을 앓는다.

검은 개가 관 속에 든 것이 죽은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기 때문에 거기 누워 있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관 위에 놓여 있는 액자(죽은 이와 개가 함께 찍은 사진이 끼워져 있다)가 보여주듯이, 이 검은 개는 친구에게서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주었으며, 이제 그는 세상을 떠나고 없다. 개는 홀로 남겨진 채 친구의 부재가 드리운 세상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낄 따름이다.
 

추천평

뭉클하고, 사려 깊고, 때로는 가슴 아프다. 바버라 킹은 과학자로서의 조심스러움과 동물 애호가로서의 미덕으로 이 까다로운 주제를 다룬다.
- 제니퍼 홀랜드(『흔치 않은 우정Unlikely Friendships』 저자)

동물이 겪는 슬픔을 다룬 과학 문헌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이를 주제로 한 책이 쓰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하지만 바버라 킹은 멋지게 성공했다. 킹은 다양한 종의 동물에 대해 놀랄 만큼 많은 자료를 수집했고, 그것들은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마치 킹이 독자들을 위해 만든 모자이크인 것만 같다. 어쩌면 그가 모은 조각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는 하찮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킹은 능숙한 솜씨로 그것들을 한데 붙여넣었고, 완성된 그림은 동물의 슬픔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의 과학적 이해가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캔버스에 여백이 많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 여백이 채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과학자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매력적인 책이다.
- 제시카 피어스(『마지막 산책The Last Walk』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