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4.한국고전문학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동방박사님 2022. 7. 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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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은 딴지일보 김용석 편집장이 딴지일보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신랄한 문체로 누구나 한 번쯤 읽었으리라 여겨지는 13권의 고전문학 작품을 색다르게 파헤쳤다.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에서 한발 나아가,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얕잡아 보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목차

머리말
읽은 척 총론

PART 1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때
죄와 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덴의 동쪽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PART 2 1분 이상 한곳에 눈동자를 모으기 힘들 때
농담
1984
호밀밭의 파수꾼
채털리 부인의 연인

PART 3 자아에 치명상을 입었을 때
데미안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그리스인 조르바
목로주점

 

저자 소개

저자 : 김용석
2000년 딴지일보 공채 1기로 입사해 ‘너부리’라는 필명으로 십여 년 이상 활동, 현재는 딴지일보의 ‘각종 편집장’으로 재직 중. 글만 편집하는 게 아니라 기획, 영업, 인사, 영혼 등 각종 영역에 관여하기 때문에 각종 편집장. 고故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가 삭제되어 유통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작가를 설득해 다시 무삭제로 복원한 일이 자랑. 대한민국 최초의 성인정당인 남로당(남녀불꽃노동당)을 창당했던 것도 ...
 

책 속으로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렇다고 이 작품이 아벨은 ‘좋은 놈’, 카인은 ‘나쁜 놈’으로 이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착한 아벨처럼 살아야 함을 강변한다는 식으로 섣부른 읽은 척을 자행했다가는 이미 《에덴의 동쪽》을 읽은 적들에게 단번에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언컨대 소위 고전명작이라고 추앙받는 작품 가운데 선과 악을 가르마 가르듯 갈라놓고 일종의 운동회 청백전을 벌이다가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식의 수족 오글증을 유발하는 작품은 없다. 선과 악을 무슨 물과 기름처럼 뒤섞일 수 없는 대립항으로 이해하는 읽은 척은 어린이용 동화책이나 국정 교과서에서만 유용할 뿐이라 하겠다.
- 74~75쪽, 중에서

정리하자면 《농담》은 많은 절대 가치들 중에 사회주의를 한 예로 들어 절대 가치 혹은 절대 신념을 광신하는 일종의 우상숭배자들에 대해 니체의 실존주의 사상과 같은 맥락에서 조롱을 날린 작품이지, 네이버 백과사전에서처럼 “비뚤어진 사회주의 사회의 인간관계를 묘사”한 작품이라고 섣불리 읽은 척하는 것은 마치 영화 밀양을 두고 반기독교적 이단 영화라고 평가하거나, 본 읽은 척 매뉴얼을 두고서 《농담》에 대한 스포일러성 서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다름 아닌 농담이라 할 것이다.
- 113쪽, 중에서

조지 오웰이 반공 작가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984》가 읽은 척 대상 서적에 선정될 리는 없다. 게다가 그가 저주를 퍼부었던 구소련의 공산당이 결국 역사에서 퇴장한 지 십여 년이 넘은 지금에도 이 작품이 널리 회자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스탈린 자체를 비판했다기보다는 파시즘으로 변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비민주적 공산주의를 비판했기 때문이고, 또한 그 파시즘은 오직 소련의 공산주의에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133쪽, 중에서

고전작품을 읽은 척할 때 범하기 쉬운 자충수 중 하나가 대가들이 쓴 위대한 작품의 주인공이니만큼 당연히 반듯하고 훌륭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에서 비롯된, 인물에 대한 과대평가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전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작품은 벅찬 감동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간증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읽은 척의 팔 할은 유사간증 혹은 묻지 마 오두방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라 하겠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가장 흔한 요약이 ‘한 소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어른들도 못 찾는 자아를 수소문하는 독일 소년이라면 왠지 철학적이지만 금발이고, 조숙하지만 늘씬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면서 주인공에 대한 닥치고 찬양 모드가 읽은 척에 효과적일 것 같은 반사적 생존 본능이 들겠으나 오히려 이때가 읽은 척의 고난도 변칙 스킬인 ‘까대기적 읽은 척’을 구사해볼 만한 절호의 순간이라 하겠다.
- 189~190쪽, 중에서

고로 대부분의 읽은 척 초보자의 경우, 누군가 《이방인》의 주인공이 왜 사람을 죽였는가를 물었을 때 행여 늦을세라 “그야 물론 태양 때문이지”라는 식의 경거망동을 연출할 확률이 높다. 물론 그 질문을 던진 사람 역시 태양 때문이라는 답변에 목이 부러질 듯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만족해한다면 더욱 볼 만한 광경이 되겠지만 말이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영혼을 일시불로 팔았는지 혹은 6개월 무이자 할부로 팔았는지 등등의 계약 성사 과정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만이천 행의 방대한 글이 소비된 것은 아니듯, 《이방인》 역시 주인공 뫼르소가 백주대낮에 사람에게 총질하는 묻지 마 살인극을 실감 나게 연출할 목적으로 쓰인 작품이 아님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 217쪽,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과 분위기는 30대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신파극으로 알려진 이수일과 심순애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 김중배에게 시집간 심순애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으로 큰 부자가 되어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다는 내용은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각종 문학적 상징이니, 시적 묘사니 하는 디테일을 빼고 본다면 꼭 닮은 줄거리라 할 수 있다. 다만, 이수일과 심순애의 경우, 마지막에 죽는 인물이 이수일이 아니라 죄의식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택한 심순애라는 점은 아무래도 남존여비 혹은 일부종사의 유교적 생활양식에서 익숙했던 그 시대 동양과 서양의 감수성 차이라 볼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누군가에게 잘 알지 못하는 인문 고전 얘기로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가녀린 영혼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서적이다.”

중?고등학교 때 고전문학 한두 권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지만, 과연 그 시절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이 ‘고전문학’ 하면 좋은 책이긴 한데 왠지 어렵고 진부하다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난해한 번역체 문체 때문에 재미를 채 느끼기도 전에 책을 집어던지거나, 줄거리 파악하기에 급급해 행간 속 숨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어떤 책은 가공할 만한 분량 때문에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어떻게 저 두꺼운 책을 다 읽느냐며 지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문학이 그처럼 재미없고 난해한 책이라면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이 즐겨 읽을 수 있었겠는가.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은 재미있다”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고전을 가장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각종 매체에서 이루어졌던 ‘광고 아닌 척 책 소개하기’ 식의 책 광고도 아니고, 필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천차만별인 ‘내 맘대로’ 식의 고전 리뷰도 아님을 명확하게 밝힌다.
“생업에 지친 나머지 읽고 싶어도 책 읽을 기력과 의욕을 상실한 독자들에게, 설령 의욕이 있다손 치더라도 직장 내 오랜 눈칫밥 습관으로 인해 한곳에 1분 이상 눈동자를 모으기 힘든 독자들에게, 그리고 어디 가서 모르는 책 이야기만 나오면 자아에 치명상을 입는 가녀린 영혼을 소유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람들이 고전문학을 읽는 목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희망을 표명한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고전 얘기로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쫄지 않고 나를 방어할 수 있는 호신용 서적으로서 자리매김시킴으로써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시키는 데 총체적 목적이 있다 하겠다.

교양이 바닥 난 당신을 위한 뻔뻔한 고전 읽기

고전문학을 소개한 대부분의 책들은 ‘시간이 없어 고전문학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가 대신 줄거리를 요약해주고 저자의 머릿속에 든 지식을 독자에게 이입함으로써 해당 고전의 엑기스를 손쉽게 취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김용석 편집장은 ‘읽은 척 매뉴얼’이라는 허세 가득한 단어를 제목으로 삼아, 고전문학서 몇 권 읽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제목에 언급된 ‘읽은 척’은 대개의 경우 고의로, 아주 드물게는 착오에 의해 읽지 않은 책을 읽은 것처럼 행세하는 모든 행위의 통칭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읽은 척에는 다음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방어적 읽은 척’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보편적 형태인데, 타인들 앞에서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훌륭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읽은 척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읽지도 않은 사람이 오히려 한술 더 뜨는 ‘공격적 읽은 척’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해서 특정 서적에 대해 자신이 먼저 질문 공세를 퍼부음으로써 상대에게 ‘설마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저렇게 과감하게 물어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신뢰감 혹은 두려움을 심어주는 기선 제압의 읽은 척이다. 세 번째 유형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계형 읽은 척’이다. 때로는 몸담고 있는 회사 사장님 자서전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여지없이 읽은 척이 강요되는 경우가 있다. 네 번째 유형은 진짜로 읽었어도 내용을 잘못 파악해 오히려 재앙을 불러오는 ‘오독의 읽은 척’이다. 이런 경우 차라리 읽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저자는 성공적인 읽은 척은 상대에게 지적으로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리더십이나 경제적 성공 가능성까지 지닌 인물로 확대 해석되게 해주는 이득이 있지만, 실패한 읽은 척은 타인의 비웃음을 한 몸에 받으며 지적 부도 상태에 빠지거나, 도덕적 결함까지 드러내며 인격 파산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성공적인 읽은 척에 필요한 고난이도 스킬을 시전한다.

13권의 필독 고전에 대한 재미있는 안내서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나누어진다. 1부에서는 《죄와 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덴의 동쪽》,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소개하는데,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때 읽으면 힘이 되는 책들이다.
2부에서는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1분 이상 한곳에 눈동자를 모으기 힘들 때 《농담》, 《1984》, 《호밀밭의 파수꾼》,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데미안》,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그리스인 조르바》, 《목로주점》을 소개하는데, 누군가로부터 자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었을 때 읽으면 자존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에서 한발 나아가,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얕잡아 보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죄와 벌’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주인공이 왜 죄를 짓고 어떻게 벌을 받는가가 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테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진짜로 읽은 사람이 끼어 있는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읽은 척을 해야 할 상황이 장기 고착화될 경우,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내용은 십중팔구 대화의 떡밥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 되겠다. (중략) 예상과는 달리 주인공은 자수의 순간에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면모를 보인다. 물론 작품의 에필로그에서는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의 희생적, 기독교적 사랑에 힘입어 수감 생활 중 마침내 대오각성(大悟覺醒)을 하는 듯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긴 한다. 하지만 경찰서에 자진 출두하여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하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재판에서 형량을 선고받은 후 1년여까지 주인공은 자신이 살해한 이들에 대한 죄의식이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개뿔도 없다. 오직 자신이 살인을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것, 즉 비범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열패감만 가득할 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고전은 왠지 어렵고 지겨울 것이라는 편견이 여지없이 깨진다.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왜 그동안 읽지 않았던 거지’라며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을 스스로 찾아 읽게 될 것이다. 사실 가장 완벽한 읽은 척을 하려면 실제로 읽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저자의 집필 의도는 남들 앞에서 읽은 척 폼을 잡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라 고전 읽기를 참맛을 알게 해주기 위함이라 하겠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은 누군가에게 잘 알지 못하는 인문 고전 얘기로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가녀린 영혼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서적이다. 자신보다 더 인문 고전을 알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한 나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라는 경고 메시지 또한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