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역사기행 (책소개)/5.세계문화기행

무심히 인도

동방박사님 2022. 8. 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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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틀즈의 음악을 들은 수많은 서구인이 동경했던 인도
인도의 정신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인도미술사학자 하진희가 천천히 스미듯 함께한 인도 인문 여행 에세이


인도로 떠나 영감을 받았던 비틀즈, 비틀즈의 음악을 듣고 인도로 떠났던 수많은 서구권 사람들. 스티브 잡스 또한 갭이어 장소로 인도를 택할 정도로 동경했던 인도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1974년 인도를 방문했던 스티브 잡스는 후에 이렇게 회고했다.

“인도에 갔을 때보다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훨씬 더 커다란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지력을 사용하지 않아요. 그 대신 직관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직관력은 세계 어느 곳의 사람들보다 수준이 훨씬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면서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할 때에도 이 캠페인에 어울리는 인물로 ‘간디’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무심히 인도》는 인도 국립 비스바바라티대학에서 미술사학 석·박사를 취득한 인도미술사학자가 30여 년 간 매년 한 번 이상 인도를 드나들며 자연스레 접한 인도의 문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관찰하고 연구한 인문 여행 에세이다. 이 작업은 인도인의 하루, 표정, 무언의 의미 등 아주 미시적인 것에서부터 일상 속 신, 음식, 계급, 종교, 건축물, 예술에 이르기까지 점차 시야를 넓혀 인도를 통째로 관통한다.

인도 여행은 위험하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볼거리와 다양한 먹거리로 중국·유럽과 함께 배낭여행의 끝판왕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알면 알수록 이질적이고 이해불가하며 때로는 엉뚱하고 우습기까지 한 인도는 모순으로 가득해 기피하는 여행국으로 언급된 적도 있다.

이런 모순덩어리 세상이 바로 그들의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그 반대의 역설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모습들을 단순히 ‘틀림’이라 규정할 수 없음을, 더 나아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되물어 무심히 나를 되돌아보도록 인도한다.

 

목차

프롤로그
산티니케탄의 하루

1. 산티니케탄

산티니케탄, 타고르가 꿈꿨던 평화의 마을
나무 그늘 아래서 공부하며 행복한 아이들
아침을 여는 새들의 노래
타고르와의 약속을 지킨 간디

2. 사람들 성향

그들의 인내심을 쏙 빼닮은 띡띠기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
오래된 물건도 버리지 않는 사람들
신을 숭배하는 만큼 물질을 중시하는 사람들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들

3. 푸자, 신과 만나는 삶

수백억 명의 신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
푸자 의식과 놀이
일상을 지배하는 푸자
고성방가가 묵인되는 푸자와 축제
봄을 맞이하는 축제, 홀리

4. 인도의 맛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
채식과 비채식의 공존
카리와 카릴이 커리가 된 사연
치명적인 단맛, 라사골라
중독성 강한 거리의 간식

5. 생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
자물쇠를 채워야만 안심
신의 축복, 몬순
결혼과 지참금
다중적 이미지의 여성상
전통 의상 사리
알포나, 신을 위한 그림

6. 계급

삶 속에 녹아버린 카스트
왕, 신의 선택을 받은 자
소를 돌보는 임무가 주어진 이들

7. 힌두교

힌두교 사원, 인도 문화의 중심
힌두교의 삼신
힌두교도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들
바라나시, 산 자와 죽은 자의 의식이 이곳에서
세상을 등지고자 하는 고행승들

8. 유적지

에로틱한 사원, 카주라호
타지마할, 천상의 무덤
이상적 국가를 꿈꿨던 아소카 황제의 야망
천년의 세월이 여기에, 아잔타 석굴
왕들의 도시, 분디와 코타

9. 예술

힌두 여신도 사랑한 루이비통 문양
인도 고대 문명을 꽃피운 아리아인
카마수트라, 성의 경전
카타칼리, 팬터마임의 시조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떠돌이 가수, 바울

에필로그
인도, 그들만의 세상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하진희
 
인도미술사학자.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직물디자인을 공부했고, 인도 국립 비스바바라티대학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박사를 취득했다. 제주대 미술학과에서 25년간 후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제주대 스토리텔링학과 대학원에서 문화와 신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0여 점 이상의 인도미술품을 수집·소장하여 제주 대학교박물관, 청계천문화관, 충북대학교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구대학교박물관, 제주도립미술...
 

출판사 리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주는 위로
진짜 즐거운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매년 겨울이면 산티니케탄으로 떠나 한두 달을 지낸다. 인도에 머무르지 않는 동안에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인도를 생각한다. 저자는 “나의 인도 여행은 그렇게 대단하고 신나고 진기한 세상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라고 먼저 고백한다.

그가 인도에서 즐기는 것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기차를 타고, 새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는 그런 것들이다. 해질 무렵 걸으러 나가 공터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서점에 들러 읽을 줄도 모르는 뱅골어 동화책을 펼쳐본다. 협동조합에 가서 짭짤한 콩과자를 사거나, 맘에 드는 천을 끊어 양장점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에서 옷을 맞추기도 하고, 마치 아는 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씩씩하게 걸어서 동네 탐방을 한다. 이런 것들을 즐기기 위해 그 먼 길을 간다. 스미듯 그들 속에 무심히 머물고 싶을 뿐이다. 그것으로 족한 곳, 인도!

고단한 삶의 아이러니
진짜 행복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인도 사람들에게 아직도 계급 제도가 존재하는지 묻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계급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상위 계층과 봉사 계층 간에 묵인된 오랜 생각과 행동들은 마치 잘 짜인 씨실과 날실의 관계처럼 견고하게 존재한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혈통에 의해 불평등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인도는 오늘날 여타 국가의 현실과 다르지만,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 중에서도 가난한 이가 있고, 상위 계층에게 봉사하는 수드라일지라도 정작 이들은 직조, 금속, 목공, 석공, 향신료, 보석, 농사 등 다양한 분야 가운데 한 가지의 전문가들이어서 계급과는 상관없이 번영을 누리기도 한다. 인간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수드라 계층은 낮은 계급임에도 인간 본성의 발현을 통해 완성되어가는 삶을 살아간다. 가장 낮은 계급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임무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세기 초 인도 서남쪽 마이소르 주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프랑스 신부 뒤쇼수아는 인도가 다양한 인종과 언어와 전통을 지녔음에도 평화를 유지하며, 물질적 부가 사회를 움직이기보다는 전통의 숭배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카스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
삶에 정답이 있을까?


인도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과의 만남,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수천 년을 카스트의 제약 아래서 살아야만 했던 인도 사람들은 그 고단한 삶을 기댈 존재가 필요했고, 필연적으로 신을 통해 위로받기를 원했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 오늘도 신과의 만남인 푸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그들은 브라만의 축복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오늘도 14억 인도 사람들은 수백억 명의 힌두교 신들과 함께 살아간다. 신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신의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힌두교도에게 가장 신성한 경전 리그베다는 3000년 이상을 이어져온 신에 대한 찬가를 집대성한 것이다. 서양 학자들이 그것을 책으로 엮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 동안 브라만 계급에 의해 구전으로 이어졌다. 기원전 1500~기원전 1000년에 조성된 리그베다와 힌두교 문학의 몸체가 기록되지 않은 채 브라만에 의해 암송으로만 이어져 온 것이다. 그야말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신에게 바쳤던 제식이 지금까지도 그 방식 그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곳이 인도다. 심지어 문자가 존재하던 시대에도 신에 대한 찬가는 기록되지 않았다.

인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오래된 신화와 고대의 농사법 하나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모두 생활 속에서 그대로 변함없이 이어져왔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수확량이 많은 새로운 농사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갖지 않는다.

한편 서양 학자들은 인도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퍼즐 조각들을 찾아서 인도라는 거대 문명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인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찰나같이 짧은 생을 과거의 퍼즐이나 맞추면서 보내기는 싫어서다. 그렇기에 서양인들이 그렇게 애쓰며 인도의 역사를, 철학을, 문학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거나 고맙다고 여기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