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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 독재자의 새로운 얼굴

동방박사님 2022. 8.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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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탈린 개인사와 스탈린 시대 사회사를 결합시킨 역작

러시아의 역사학자 올레크 흘레브뉴크는 최근 러시아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스탈린 옹호의 목소리를 우려하면서, 『스탈린: 독재자의 새로운 얼굴』에서 이 문제적 독재자의 74년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책은 흥미롭게도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한 층위는 스탈린이 뇌출혈로 쓰러진 1953년 3월 1일부터 3월 6일 장례식에 이르는 1주일 간의 미시적 기술이다.

다른 한 층위는 출생에서부터 혁명, 집권, 숙청, 제 2차 세계대전, 전후처리에 이르는 생애사적 기술이다. 미시적 기술 부분에서는 별장, 가족, 측근들과의 관계, 독서 편력, 건강 등 독재자의 사생활이 집중 조명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탈린의 성격과 인간됨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생애사적 기술 부분에서는 이전의 스탈린 연구자들이 제기했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가 문서고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한 부분을 첨가하거나 기존의 견해를 비판,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학술 전기와 다르게, 이 책은 스탈린 시대의 의사 결정 구조, 정책 수행 방식, 개별 정책들의 의도와 효과를 평가하는 사회사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목차

서문 010
감사의 글 022

# 스탈린 권력의 소재지들 025

1. 혁명 이전 039
신학교 낙제생 046
지하 활동, 투옥, 유형 057
시베리아에서의 4년 070

# 스탈린 권력의 보루들 077

2. 레닌의 그늘 아래서 091
레닌의 혁명에서의 스탈린 100
당의 군사화 109
총간사 스탈린 126
스승과의 다툼 135
집단 지도 체제의 실험 146
트로츠키와 지노비예프의 축출 155
선택 163

# 독서와 사색의 세계 173

3. 스탈린의 혁명 187
극좌로의 전환 195
농민과의 전쟁 203
기근 213
‘온건론자’ 스탈린 222
키로프의 살해 230
대숙청의 리허설 240

# 권력 최측근 집단 내의 공포 253

4. 테러와 다가오는 전쟁 267
이 모두는 예조프의 잘못이었을까? 279
동맹을 찾아서 286
휘몰아쳐 오는 전쟁 298
최고 권력의 공고화 309
선제공격? 317

# 1번 환자 327

5. 전쟁에서의 스탈린 343
국방위원회 351
서투른 사령관 359
포위된 모스크바 안에서 368
1942년의 패배들 376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385
승리와 보복 394
군 독재 체제의 조정 403
승리의 무대들: 크림, 베를린, 포츠담, 만주 413

# 가족 423

6. 대원수 443
동료 지도자들에 대한 단속 456
체제의 반영으로서의 화폐 개혁 465
소련 영향권의 공고화 473
마오와의 만남 483
제3차 세계대전의 위협 493
완고한 보수주의자 501
독재의 단말마 508

# 독재가 무너지다 521

장례식: 수령, 체제, 그리고 인민 533

해설 556
주석 574
찾아보기 630
 

저자 소개 

저 : 올레크 V. 흘레브뉴크 (Oleg V. Khlevniuk)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 ‘제2차 세계대전과 그 결과에 대한 역사학 및 사회학 국제센터’의 수석연구원이자, 러시아 연방 국립문서보관소 선임연구원이다. 저서로 『굴라크의 역사(The History of the Gulag)』, 『집안의 주인: 스탈린과 그 측근들(Master of the House: Stalin and His Inner Circle)』, 스탈린 서한집 등이 있다. 스탈린은 1929년부터 1953년까지 ...
 
역 : 유나영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지도의 역사』 『민족』 『사회문화인류학』 『네 번째 원고』 『굴드의 물고기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왜 지금 지리학인가』 등이 있다. 블로그 '유나영의 번역 애프터서비스(lectrice.co.kr)'를 운영하고 있다.
 
 

책 속으로

나는 이 인물을, 그리고 수백 수천만의 생명을 뒤엎고 완전히 말살한 그의 행동 저변에 깔린 근원과 논리를 20년 넘게 연구해 왔다. 이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감정적으로 진이 빠지는 일이지만, 그것이 나의 소명이다. 더욱이 최근 러시아사의 역설적 전환들과, ‘대안적’ 스탈린에 대한-스탈린의 효율적인 관리 능력을 본받을 가치가 있는 모델로 내세우는-신화가 대중의 정신에 대대적으로 스며들어 끼치고 있는 해악 탓에 내 연구는 학문적 적합성을 뛰어넘는 의미를 띠게 되었다. --- p.10

그는 냉정한 혁명가, 집요하고 체계적으로-심지어 신중하게-혁명을 진전시키며, 일단 성공이 다가오면 권력을 다질 최선의 기회를 잡는 부류로 묘사할 수 있다. 그에게는 과단성과 신중함, 집착과 냉소가 혁명의 수많은 위험을 탈 없이 뚫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딱 알맞게 배합되어 있었다. --- p.59~60

스탈린은 공안 기관에 크게 의존했지만 절대 그 포로가 되지 않았다. 비밀경찰에게 지저분한 일을 맡기면서도 양날을 지닌 ‘혁명의 검’의 충성심에 대해 환상을 품지 않고 주기적인 개편과 숙청으로 체키스트들의 고삐를 죄었다. 허심탄회한 순간에 그는 국가보안부 장관 이그나티예프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체키스트에게는 딱 두 가지 길만이 있지-승진 아니면 감옥.” 그는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체키스트 조직들은 무자비한 탄압의 물결에 휩쓸렸다. 신임 도살자가 전임 도살자를 처리했고, 그 또한 나중에 고문실에서 최후를 맞았다. --- p.90

스탈린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숙청될 차례가 왔을 때에야 자신의 선택을 씁쓸히 후회했다. 그의 희생자들이 너무 늦은 시점에야 후회하게 만드는 것, 이 점이 스탈린의 천재성이었다. --- p.201

아내의 자살은 스탈린에게 확실히 크나큰 충격이었다. 상실의 슬픔과 자식들에 대한 연민이 분노와 결합되었다. 나데즈다는 그를 배신하고 모욕했으며, 그의 평판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의 사생활을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추잡한 억측의 소재로 만들었다. “그 여자는 아주 나쁜 짓을 했어…날 평생 불구로 만들었다고.” 그로부터 약 2년 반이 흐른 뒤에 그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p.434

소련과 중국의 지도자는 서로를 좋아했을까? 확실히 그들은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외딴 시골 지방의, 가난하지만 극빈하지는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둘 다 자기 아버지를 경멸했고 어머니를 사랑했다. 둘다 물질적 궁핍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았고 청년 시절에 지하 혁명 운동에 참여했으며, 보잘 것 없는 사회적 출신을 극복했다. 둘 다 책을 많이 읽어서 독학했고 추상적·철학적 주제와 급진적 사상에 경도되었다. 둘 다 시를 썼고, 단호한 성격, 물리적인 힘, 불굴의 의지를 지닌 반란자와 호걸을 이상화한 문학 작품을 즐겨 읽었다. 둘 다 언어에 재능이 없어서 단 한 가지 외국어도 하지 못했으며 주로 쓰는 언어조차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스탈린의 러시아어에는 조지아 억양이, 마오의 베이징 말에는 후난 성 사투리가 강하게 배여 있었다. 둘 다 과단성 있고 무자비했다. 마오는 유일 독재 권력의 획득과 지배에 대해 스탈린과 견해를 공유했다. 그리고 많은 부분 소련 지도자의 방법론을 빌어 숙청을 단행했고, 오랜 혁명 동지들을 제거했으며, 대약진 운동과 대기근을 주도했다. --- p.487~488

죽음의 고통은 지독했다. 그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말 그대로 숨이 막혀서 죽었다. 최후의 순간에-확실히는 모르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그는 별안간 눈을 부릅뜨고 주위에 선 사람들을 흘깃 둘러보았다. 미쳤거나 어쩌면 노여운 것 같기도 하고 죽음과 그에게로 몸을 기울인 낯선 의사들의 얼굴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순식간에 우리 모두를 훑고 지나갔다. --- p.527

스탈린의 ‘배은망덕한’ 후계자들은 수령 개인이 초래한 많은 패악들을 거의 힘들이지 않고 제거했다. 그들의 개혁은 소련 정권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는 더 이상 ‘스탈린주의’ 정권이 아니었다. 즉 덜 잔혹하고 좀 더 예측 가능하며 유연해졌다. 소련 정부의 한 형태로서의 독재 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격을 맞았다. 정부 상층부 내의 투쟁은 이후 몇 차례의 권력 교체로 이어졌지만, 그 어떤 소련 지도자도 스탈린이 행사한 것 같은 유일 권력을 휘두르지는 못했다.
--- p.530~531
 

출판사 리뷰

푸틴 시대 스탈린 향수와 러시아판 현대사 논쟁

강철의 대원수인가, 인간백정인가. 공산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러시아를 초강대국으로 만든 영웅인가, 사회주의 이념을 타락시킨 기회주의적 권력자인가. 20세기사에서 스탈린만큼 첨예하게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가도 드물다. 그는 1879년 러시아 제국의 변방인 조지아에서 출생, 권력의 최정점에 도달한 자수성가형 입지전적 인물이다. 또한 레닌, 트로츠키와 함께 1917년 내전과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폭력 혁명가이자, 2차 세계대전의 동부 전선에서 독일과 싸워 기적적으로 승리한 군사 지도자다. 동시에 대량 체포와 감금, 처형으로 점철된 1936-38년의 대숙청을 기획하고, 농민 착취에 기반한 산업화와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하여 대량 기근을 초래했으며, 공산당 엘리트의 특권·특혜에 기반을 둔 노멘클라투라 계급 사회를 수립한 최악의 권위주의 독재자이기도 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스탈린은 러시아의 근대화, 내지 러시아‘적’ 근대화를 대표하는 인물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스탈린 시대의 공과를 둘러싼 논쟁은 강하게 현재적이며 정치적인 문맥을 가지고 있다. 스탈린은 1953년 사후에 이미 어느 정도 탈신화화되었고, 페레스트로이카 시대를 맞아 소련 내부적으로도 대대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러나 탈냉전기 상대적 국가 지위 하락을 겪고 있는 불안정한 러시아 상황 속에서 강한 지도자와 스탈린 향수를 드러내는 수정주의적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인권탄압, 언론통제에도 불구하고 반서방주의와 냉전 시대 소련의 영광 회복을 표방하며 18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푸틴의 인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스탈린 개인사와 스탈린 시대 사회사를 결합시킨 역작 - 러시아 문서고의 달인 올레크 흘레브뉴크

러시아의 역사학자 올레크 흘레브뉴크는 최근 러시아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스탈린 옹호의 목소리를 우려하면서, 『스탈린: 독재자의 새로운 얼굴』에서 이 문제적 독재자의 74년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책은 흥미롭게도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한 층위는 스탈린이 뇌출혈로 쓰러진 1953년 3월 1일부터 3월 6일 장례식에 이르는 1주일 간의 미시적 기술이다. 다른 한 층위는 출생에서부터 혁명, 집권, 숙청, 제 2차 세계대전, 전후처리에 이르는 생애사적 기술이다. 미시적 기술 부분에서는 별장, 가족, 측근들과의 관계, 독서 편력, 건강 등 독재자의 사생활이 집중 조명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탈린의 성격과 인간됨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생애사적 기술 부분에서는 이전의 스탈린 연구자들이 제기했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가 문서고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한 부분을 첨가하거나 기존의 견해를 비판,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학술 전기와 다르게, 이 책은 스탈린 시대의 의사 결정 구조, 정책 수행 방식, 개별 정책들의 의도와 효과를 평가하는 사회사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대한 비판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 이후에 나왔던 스탈린 전기들은, 소련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스탈린 개인보다는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에서 발견했다. 그에 비해, 흘레브뉴크는 『스탈린: 독재자의 새로운 얼굴』에서 스탈린 개인에 착목해서 스탈린이 펼친 여러 정책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스탈린 실정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스탈린 체제의 운용방식이 가진 절대적인 독재성, 둘째,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매몰된 교조적이고 경직된 스탈린의 세계관, 셋째,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타산적이고 합리적이었던 스탈린의 성격 때문이다.

이러한 실정을 양산한 스탈린 체제는 테러의 국가도구화, 전통적 사회관계의 파괴, 사회의 원자화, 이데올로기적 조종을 포함하는 ‘전체주의 사회’라는 개념으로 규정될 수 있다. 다소 낡은 이러한 개념을 흘레브뉴크가 다시 꺼내든 이유는, 최근 러시아 사회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스탈린 신화 깨기 작업이라고 하겠다. 마찬가지 의도에서 흘레브뉴크는 스탈린의 잘못된 정책들이 초래한 당대 소련 인민의 참상과 고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농업집산화 정책이 야기한 농민들의 참상, 영아살해나 식인행위로까지 이어진 기근, 전인구의 3퍼센트를 강제 노동 수용소에 끌고간 항구적 테러와 숙청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나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채 냉혹하게 자기 신념을 밀어붙이는 ‘완고한 보수주의자’로서 스탈린 특유의 성격은 정책적 실패를 최악으로 몰고 가는 데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렇게 볼 때,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대한 향수는 전혀 역사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것이 야기했던 막대한 개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손실, 국가적 폐해를 상기하고 철저히 비판함으로써 21세기 러시아에서는 그와 같은 실정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흘레브뉴크는 결론짓는다.

왜 지금 우리는 스탈린을 읽어야 하는가

책 속에는 한국과 관계되는 부분도 상당히 등장한다. 악명높은 스탈린의 ‘민족 숙청 정책’에 희생당해 강제 이주된 소수 민족 속에는 고려인들이 있었다. 또, 스탈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게 된 경위와 동기,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간의 합의가 비교적 자세히 논해지고 있다. 스탈린이 북한을 비롯하여 한반도에 끼친 영향에 비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스탈린과 스탈린의 시대에 대한 학문적·대중적 관심이 놀랄 만큼 희박하다. 그 한 가지 이유로는 우리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가 탈냉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단 냉전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엄존하는 ‘반공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 독재자의 새로운 얼굴』에서 그려진 정치지도자의 모습과 한 정치사회의 비극은 공산 소련에 특유한 과거사에 그치지 않는다. 스탈린은 혁명과 전쟁, 제국주의로 얼룩진 폭력적 근대의 러시아적 모델이요,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탈린 시대 소련의 과거는, 오늘날 핵 보유 강성국가를 목표로 인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수령제 사회주의의 미래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푸틴 시대 러시아인들의 스탈린 향수는 바로 얼마 전까지, 그리고 지금도 일각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상기시킨다. 성장 침체와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신보수주의의 발흥은 전세계적 동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적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