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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저: 찰스 테일러): 헤겔 철학 전체에 대한 최상의 입문서!

동방박사님 2022. 9. 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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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인 찰스 테일러가 집필한 헤겔 연구서이다. 청년기 헤겔의 형성 과정에서 정신현상학, 논리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미학, 종교철학, 철학사 등에 이르기까지 헤겔 사상의 전 분야를 상세히 해명한다. 이 책은 헤겔 철학을 자기 시대의 문제와 열망에 응답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이해함으로써,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를 엄정하게 밝히고 있다. 더불어 헤겔 철학이 던진 질문들이 어떤 현재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드러내 준다. 1975년 출간 이래 헤겔 연구의 고전으로 인정받은 저작이며, 헤겔 사상의 전체 윤곽 및 세부 사항을 이해하는 데 최상의 도움을 주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목차

서문 | 약어표

1부 사변 이성의 요청

1장 새 시대의 목표
2장 헤겔의 청년기
3장 자기 정립하는 정신

2부 정신현상학

4장 의식의 변증법
5장 자기 의식
6장 정신의 형성
7장 계시 종교로의 길
8장 해석적 변증법으로서의 현상학

3부 논리학

9장 범주들의 변증법
10장 존재
11장 본질
12장 개념
13장 자연 안의 이념

4부 역사와 정치

14장 인륜적 실체
15장 이성과 역사
16장 실현된 국가

5부 절대 정신

17장 예술
18장 종교
19장 철학

6부 결론

20장 헤겔과 현대

부록
헤겔의 생애 | 참고문헌 |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찰스 테일러 (Charles Taylor)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2007년 템플턴상을 수상하고 2008년 예술 및 철학 부문에서 교토상을 수상하였다. 문화 다원주의를 이론화하고 다른 문명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중요성을 역설하였으며 이 공로로 2016년 철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베르그루엔상을 첫 번째로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자아의 원천들』, 『불안한 현대사회』, 『세속화와 현대 문명』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헤겔이 자신의 목표를 가장 분명하게 서술하는 곳은 아마 『정신현상학』 「서론」일 것이다. 그의 목표는 논증을 통해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자신이 서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때 논증은 외적인 고려 사항을 끌어들이거나 외부로부터 우리의 견해를 논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출발점의 내적 논리에 의해 진행된다. 따라서 『정신현상학』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어떠했나를 보여 주는 일종의 여정표이며,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에 대한 동시대의 관점들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관점을 얻기 위한 투쟁이다. 헤겔에게 동시대의 관점들은 인간의 정신적 여정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이제는 극복되고 격렬하게 논박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정신현상학』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명료히 하는 작품이며, 강력한 내적 긴장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특별히 강력하고 매혹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234~235쪽)

『논리학』에서 우리는 ‘존재’로부터 출발하는 이 범주적 개념들을 다루면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범주가 자신을 넘어 다른 범주들을 지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모든 범주는 정신이 자기 세계와 대립 속에서 통일을 표현하는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체계는 이념(Idee)이라 불린다. 헤겔은 이 이념을 다음의 말들로 공표한다. 즉 우리는 더 이상 주체와 세계의 분리와 통일의 드라마를 연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미 존재와 자아의 통일인 개념들을 우리의 주체로서 다룰 것이다. 이 주체는 자아를, 따라서 자기 안에 부정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특수한 개념들은 “자기 자신을 지양해야 한다는 불안”에 빠진다. 그렇다면 이 순수한 학문은 이념으로까지 이행해 가는 이 개념들의 내적 운동을 따를 것이다. 언제나 그러듯이 학문은 단 하나의 명제로 표현될 수 없고, 자기 전개하는 체계 속에서만 언표될 수 있다. (397~398쪽)

부적합한 범주들에 상응하는 것은 부적합하고 부분적인 실재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실존하면서도(따라서 범주들은 불가피하다), 모순적으로 존재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몰락한다(따라서 범주들은 비일관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진리에 도달하고 나면 그 이전 것들을 망각해 버리는 가상의 변증법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실재의 변증법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헤겔이 ‘이념’이라 부른 궁극적으로 적합한 범주는 앞선 범주들을 전혀 참조하지 않은 채 그것들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모두 체화하고자 한다. 이 궁극적 범주는 전체 범주들의 연결의 필연적인 연관을 상승 과정 속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이때 낮은 단계의 범주는 불가피하면서도 비일관적인 것으로서 보다 높은 범주와의 관계 속에서만 현실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이 범주들이 지시하는 실재는 ‘이념’의 필연적이지만 자기 부정적인 구현물로서만 실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21~422쪽)

하지만 이러한 자유주의적 전통의 개념들로 헤겔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왜곡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헤겔의 국가론은 그 악명 높은 예이다. 원자론적 자유주의 전통에서 ‘국가’는 ‘정부 기관’과 같은 것으로 이해될 뿐이다. 정부 기관을 시민의 ‘본질’이나 ‘최종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전제 정치에의 종속을 의미할 뿐이다. 그러나 헤겔에게서 ‘국가’의 의미는 정치적으로 조직된 공동체이다. 그의 모델은 프리드리히 대왕의 권력 국가가 아니다. 그는 이 국가에 한 번도 경의를 표한 적이 없다. 그의 모델은 오히려 그리스 폴리스였다. 따라서 그의 이상은 개별자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나타나는 조건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의 구분이 극복된 유기체처럼 모든 것이 수단이면서 목적인 공동체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가는 내적 목적론이라는 범주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헤겔 철학 전체에 대한 최상의 입문서!
최고의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쓴 헤겔 연구의 고전!!

헤겔 철학 전체를 이해하는 일이 오늘날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헤겔 철학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망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헤겔 철학은 분야를 막론하고 거대한 영향력을 미쳤지만 반대로 수없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헤겔 체계 자체의 방대함과 난해함에 후대의 온갖 해석들까지 덧붙여져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우리에게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나아가 절대 정신이나 총체성, 모순 등 우리가 단편적으로 접하는 헤겔의 사유들과 개념들은 낯섦과 당혹스러움만을 불러일으키며 그를 독해할 가치가 없는,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이미 죽은 철학자로 생각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는 1975년 『헤겔』(Hegel)이라는 저작을 출간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인 테일러는 근대성의 원천들을 근원에서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온 사상가이자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무기를 제공해 온 대표적인 공동체주의 이론가이기도 하다. 『헤겔』은 그의 사상적 버팀목 중 하나인 헤겔 철학을 상세히 해명하려는 시도로, 영미권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인정받은 헤겔 연구서이자 테일러의 철학적 뿌리에 접근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헤겔』은 근대 대륙 철학에 대한 영미 철학의 해석의 전범을 보여 주는 저작으로서, 테일러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헤겔 철학에 진입하는 가장 완전한 통로를 제시한다. 헤겔 사상 전반을 충실하면서도 이해 가능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저작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은 헤겔 사상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밝혀 주며, 나아가 헤겔 사상을 우리 현실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도 드러내 준다. 『헤겔』은 1975년 출간 이래 헤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해설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도 헤겔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찰스 테일러의 『헤겔』은 그린비출판사가 펴내는 ‘프리즘총서’ 12번째 책이다. 헤겔 철학 전공자이자 현대 사상과 독일 고전 철학 사이의 가교를 놓는 데 몰두해 온 옮긴이 정대성(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HK 연구교수)의 번역 노고 덕분에 이제 우리말로도 이 대작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원작의 무게감에 옮긴이의 노력이 합쳐져 탄생한 『헤겔』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헤겔 사유의 전체 윤곽과 그 정수뿐 아니라, 헤겔 철학과 현대 사회 문제의 연결고리도 확인시켜 줄 것이다.

헤겔을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오늘 우리에게 헤겔은 누구인가? 우리 시대에 헤겔은 그야말로 죽은 철학자, 혹은 죽어야 하는 철학자로만 보인다. 그가 제시했다고 여겨지는 이상들, 즉 절대 정신, 역사의 진보, 총체성의 획득 등은 역사의 진행 과정 속에서 현실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아가 파괴되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실제로 헤겔은 1831년에 사망한 직후부터 여러 면에서 비판받기 시작했고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비판적 지성의 주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헤겔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걸까?
한편으로 헤겔이 이후 세대에 미친 영향이라는 문제가 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헤겔 이후 “모든 위대한 철학적 관념들―맑스와 니체의 철학, 현상학, 독일 실존주의, 정신분석학 등―은 그 기원을 헤겔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사상은 헤겔을 계승하거나 부분적으로 비판하거나 헤겔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19세기 이후 철학적 사유의 발전을 파악하려면 우선 헤겔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헤겔이 철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남겨진 문제들이기도 하다. 헤겔은 근대 사회의 파편화와 인간 소외 문제를 동시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감지한 사상가였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핵심적인 철학적 쟁점으로 삼았다. 비록 그가 내놓은 답 중 많은 것이 오류로 밝혀졌더라도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렇게 헤겔은 우리 시대의 철학적?정치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서 중요한 참조점이자 대화 상대자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느 철학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체계를 세운 데다가 난해하고 모호하기 그지없기까지 한 이 철학자 사상의 핵심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헤겔 체계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상세한 연구
찰스 테일러는 「서문」에서 헤겔을 해명하려 한 시도들이 부딪힌 두 가지 난점을 소개한다. 하나는 아주 명쾌하게 헤겔 사상을 요약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어려운 부분을 삭제하게 되고 그 결과 헤겔을 왜곡할 위험이 커진다. 다른 하나는 그와 반대로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헤겔 사유에 아주 충실한 서술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 독자는 결국 헤겔의 텍스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테일러의 『헤겔』은 이 두 가지 위험을 의식적으로 피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헤겔 철학을 성실히 전달하면서도 이해 가능한 설명을 제시하려는 테일러의 시도 덕분에 『헤겔』은 헤겔 사상의 전체 윤곽과 세부 사항 양자 모두를 포괄하는 저작이 되었다.

? 시대의 열망 속에서, 그의 전체 체계 속에서 헤겔 읽기
테일러는 헤겔 세대의 주된 열망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왜냐하면 헤겔의 철학적 비전은 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 세대의 문제에 반응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17~18세기는 계몽의 시대였고, 계몽은 인간 자신이 승인한 것 이외의 어떤 것에도 복종하지 않는 ‘자기 규정적 주체’라는 관념을 확립했다. 그럼으로써 계몽은 세계를 탈신성화했고 인간 이외의 자연을 객체화했다. 하지만 계몽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인간 삶과 역사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범주들을 말할 수 없게 되었고, 인간과 자연을, 이성과 감성을 분리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근대 유럽 사회는 냉혹한 계산적?도구적 이성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낭만주의가 태동했지만 낭만주의는 역으로 감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비합리주의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렇듯 계몽과 낭만주의가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헤겔 세대의 주요 열망이었고 헤겔 철학 역시 그 두 기획을 지양하고 넘어서고자 하면서 형성되었다. 『헤겔』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발전한 헤겔 철학의 의미를 해명하면서 헤겔 체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1부에서 헤겔 시대의 열망과 청년 헤겔의 철학적 도야 과정을 서술한 뒤, 2부에서는 “체계의 서설”이라 불리는 『정신현상학』을, 3부에서는 “헤겔 체계에서 유일하게 엄격한 자기 근거적 변증법”이자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에 전제”가 되는 『논리학』을 다룬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을 이해 가능하게 서술하기 위해 테일러는 두 저작의 서술 순서를 따라가면서 각 부(部)별로 매우 상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의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있고, 두 저작에 담긴 수많은 세부 쟁점들(내용과 방법론 모두에 걸친)에 대한 테일러의 엄정한 해석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두 저작이 헤겔의 전체 철학 기획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유의미한 헤겔의 질문들

? 근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
이 책의 4부에서는 헤겔의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을 다룬다. 테일러는 언뜻 보면 보수주의자인 것 같은 헤겔이 사실은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었고 근대 사회의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치철학을 전개한 사상가였다고 주장한다. 헤겔은 근대의 인간 소외 현상을 예리하게 파악한 철학자였으며, 자신의 형이상학에 기초해(그러므로 헤겔의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은 정신현상학 및 논리학과 분리될 수 없다) 이를 이해하고 해소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의 자유를 최고의 이상 중 하나로 보았지만, 자유롭다고 간주된 원자적 개인이라는 생각에 만족하지 않고 그 개인들이 귀속되고 발전할 수 있는 공동체를 추구했다. 비록 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군주제나 신분 분할이 이후 역사를 통해 현실성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원자론적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그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해 ‘절대적 자유’와 ‘총체적 참여’를 추구한 이론(공산주의 등)이 초래한 폐해에 대한 예견 등은 대안 사회를 고민하는 이론가라면 누구나 참고해야 할 통찰로 남아 있다는 것이 테일러의 주장이다.
더불어 테일러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헤겔의 태도, 당대 프로이센 국가에 대한 헤겔의 평가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청년기에 급진적이었던 헤겔이 말년에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나 헤겔이 자기 시대의 프로이센을 찬양한 국가철학자라는 비난이 후대의 무지와 오해가 빚은 왜곡임을 밝혀낸다. 이는 테일러가 헤겔을 헤겔 자신의 시대 속에서 그리고 그의 전체 체계 안에서 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헤겔의 철학적 유산들
5부에서는 절대 정신(Geist)이 취하는 세 가지 형태인 예술과 종교와 철학을 다룬다. 여기서 테일러는 헤겔의 예술철학과 종교철학, 철학사를 살펴보면서 각 영역의 특징을 간략히 서술하고, 이 세 영역의 차이 및 가장 낮은 단계이자 감각적 비춤의 방식인 예술에서 표상의 방식인 종교를 거쳐 가장 높은 단계이자 개념적 파악의 방식인 철학으로 나아가는 정신의 운동을 그려 준다. 결론인 6부에서는 헤겔 이후 서양 철학이 전개된 양상을 소개한다. 헤겔 사후 근대 사회의 모순은 한층 더 심화되었고 이를 해소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등장했다. 맑스와 니체 등 19~20세기를 대표하는 여러 사상가가 계몽주의 혹은 낭만주의의 자장 안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그들은 일정 부분 헤겔을 계승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또 때로는 헤겔이 이미 비판한 바 있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고 테일러는 주장한다. 그 외에 테일러는 현상학의 발전 및 20세기의 ‘언어적 전회’가 헤겔 철학에 어떻게 빚지고 있는지, 혹은 헤겔 철학과 어떻게 공명하거나 어긋나는지도 밝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