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서양사 이해 (책소개)/2.서양고중세사

중세 접경을 걷다 (차용구)

동방박사님 2022. 9. 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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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접경에서 만들어진 활기차고 역동적인 중세 이야기

접경은 역사가 피어나는 공간이었다. 이질적인 것들이 부딪치고 맞물리면서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삶과 문화가 솟아났다가 사라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공간이었다.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상충적인 가치들이 뒤섞이는 관용의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접경의 역사는 전승 과정에서 거짓과 오해의 그을음이 덧입혀져 조작되고 왜곡되었다. 역사적으로 접경지대의 사람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연대를 구축하고 지역 간 협력 공간을 확충했으며, 혼종화된 지역 정체성을 발판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했다. 경계는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낙후된 주변부가 아니라 새로운 중심이 되는 해방의 공간, 창조의 공간, 생명의 공간이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2000년대 초반 어느 기자로부터 서양 예술사의 등장인물 중에서 식사를 같이하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추천했다는 우타! 이 책에서는 중세에 접경지대를 넘나들었던 우타를 비롯해 레글린디스, 테오파노, 기젤라, 힐데군트 등의 여성들과, 나움부르크 장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십자군 원정대, 엘시드 등 근대의 시각에서 볼 때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의 인물이라고 여겨지는 존재들과, 서고트족의 알라리크 1세, 프랑크족의 클로비스 1세, 헝가리를 세운 마자르족의 이슈트반 1세, 키예프 루스 공국의 대공비 올가 그리고 칸트에 이르기까지 접경지대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을 통해 중세가 얼마나 드라마틱한 시대였는지를 보여주며, 근대 민족주의 시각으로는 포착하지 못하는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생생한 중세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삶과 문화가 만나고 충돌하여 새로운 정체성이 꽃핀,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중세 접경지대의 흥미로운 역사 여행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목차

책을 내면서
프롤로그: 왜 경계인가

제1부 경계와 여성

제1장 경계에 선 여인들
제2장 경계를 넘은 여인들
제3장 경계 위의 유랑인, 헝가리의 왕비 기젤라
제4장 경계를 허문 남장 여자들

제2부 중심과 주변

제5장 경계를 넘는 사람들
제6장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제7장 경계를 이은 십자군 원정대
제8장 경계 위의 중세 시칠리아왕국
제9장 세계의 접경 중세 에스파냐
제10장 분단, 접경 그리고 통일

제3부 이주와 국가 만들기

제11장 로마인이 되려 했던 게르만족 알라리크
제12장 이방인 통치자 클로비스 1세
제13장 이주민이 만든 나라 헝가리왕국
제14장 변경 국가 우크라이나
제15장 망명, 추방 그리고 환대

제4부 항구도시

제16장 바이킹 디아스포라
제17장 이주와 복수의 도시 칼리닌그라드/쾨니히스베르크
제18장 발트해 오디세이
제19장 항구의 시각으로 본 역사

에필로그: 이주가 만들어낸 서양 중세사
 

저자 소개

저 :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중앙대·한국외대 <접경인문학> 연구단장. 서양 중세사 전공. 저서에 『중세 유럽 여성의 발견-이브의 딸 성녀가 되다』(한길사, 2011), 『가해와 피해의 구분을 넘어-독일·폴란드 역사 화해의 길』(공저, 동북아역사재단, 2008), 역서에 『교황의 역사-베드로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길, 2013),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근대 유럽을 만든 중세의 모든 순간들』(현실문화, 2013...
 

출판사 리뷰

* 이 책에서는 한 장소의 외곽 혹은 가장자리에 불과하다는 뜻의 ‘변경’ 대신에 경계와 경계를 서로 잇는다는 의미의 ‘접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경계를 단순히 중심들 사이의 주변이나 변두리로 설명하면서 중심에 대한 대립 항으로 보려는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 서유럽에 편중된 서양 중세사의 공간적 지평을 동유럽과 북유럽으로 넓혔다. 기존의 유럽과 ‘기타’ 유럽이라는 중심-주변의 공간적 차별을 넘어서 관계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역사의 상호 교섭적인 모습을 되찾고자 했다. 중심과 여타 지역의 종속적 관계라는 근대적 패러다임을 해체하고, 중심·주변의 얽히고설킨 총체적인 중세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지금도 크게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특히 남성보다 연약하고 열등한 성(性)으로 여겨졌던 중세 시대의 여성들 삶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문화를 싹 띄우고 도도한 새 물결을 만들어내거나 가뭇없이 사라진 여성들, 즉 우타, 레글린디스, 테오파노, 기젤라, 힐데군트, 올가 등을 통해 남성 중심적인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접경지대에서 펼쳐진 여성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 역사적 흔적과 영향력을 살펴보고 있다.

* 역사학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은 남장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남장 여자는 잔다르크가 유명하지만 12세기에 등장하는 남장 여자였던 힐데군트를 추적하고, 그 외에 기록에 남은 남장 여자들의 삶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를 성소수자의 시선으로 다시 조명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 중세를 어둡고 교조적인 시대라고 여겼던 편견에서 벗어나, 근대 역사학을 비판하는 시선을 가지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이슈로 삼고 있는 여성, 성소수자, 변방, 경계, 접경 등 주변적이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생생한 이야기와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주제들을 통해 중세를 인물 중심으로 미시적으로 되살리며 그 꿈틀거리는 역사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