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4.빈곤문제

빈곤의 연대기 : 풍요로운 세계가 만든 가난한 나라들

동방박사님 2022. 9. 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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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난한 나라는 언제부터 가난해졌고, 왜 여전히 가난한가?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만든 불평등한 세계의 구조를 연대기적으로 파헤친다

아침에 먹은 신선한 바나나, 출근하며 마신 향긋한 커피, 오후에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 저녁으로 먹은 칵테일 새우,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에 숨겨진 빈곤의 역사를 알고 있는가? 막대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졌음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다이아몬드를 팔아야 하는 짐바브웨, 콜탄으로 인해 내전이 지속되는 콩고민주공화국, 세계1위 카카오 생산국이지만 자국민은 굶주리는 코트디부아르, IMF의 잘못된 권고로 대량학살이 발생한 르완다, 다국적기업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 새우양식을 위해 자신들의 삶터를 파괴해야 하는 맹그로브 숲 주민들. 이 책은 풍성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빈곤의 속성을 켜켜이 파헤치고 있으며, 제국주의의 식민정책과 지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어떻게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화했는가를 연대기적 맥락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왜 가난한 나라는 계속해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체제의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인 단면을 면밀하게 살펴보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간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아울러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 쿠리치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점차 빈곤에서 벗어나는 볼리비아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나라 스스로 진정한 대안을 찾아가는 희망 섞인 전망을 전해준다.

 

목차

들어가는 말: 왜 가난한 나라는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날 수 없는가

1장 가난한 나라는 부유해질 수 있을까?
1.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2. 빈곤으로부터 빠져나오기
3. 부와 빈곤을 창출하는 세계화

2장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갈림길
1. 잉카제국의 멸망
2. 스페인제국의 탄생과 실패

3장 부자나라의 탄생
1. 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2. 약탈이나 다름없는 무역
3. 투자하라, 보호해줄게
4. 만약 불공정한 교역이 없었다면

4장 기울어진 찻잔
1. 무역과 폭력
2. 아이티, 최초의 흑인 노예 국가
3. 티파티와 스리랑카의 눈물

5장 자원의 저주에 걸린 가난한 나라들
1. 풍요로운 자원이 불러온 빈곤
2. 가장 비싼 보석,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진 가난한 나라
3.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콩고민주공화국, 자원부국의 초상

6장 바나나공화국과 다국적 식품기업
1. 냉전과 냉장선
2. 엘풀포와 바나나공화국

7장 누가 진짜 해적일까?
1. 국가 대신 국제기구
2. 르완다의 잘못된 역사, 잘못된 제안
3. 지상에 있는 지옥, 소말리아

8장 세계를 여행하는 부품들, 이주하는 공장들
1. 포디즘과 포스트포디즘의 공간 분업
2. 세 도시 이야기

9장 민영화, 이게 최선입니까?
1. 신자유주의 시대, 공공재를 팝니다
2. 민영화와 세계 제1의 부호 탄생

10장 카카오와 밀가루
1. 탈냉전 이후 가난한 나라의 농부들
2.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 밀가루

11장 세계화 시대에 떠도는 사람들
1. 이주하는 사람들
2. 스스로 만든 도시, 스스로 지은 집
3. 돈 데 보이

12장 연결된 세계, 분리된 사람들
1. 컴퓨터와 인터넷의 탄생
2. 아웃 가능한 아웃소싱

13장 장미와 새우
1. 케냐의 슬픈 장미
2. 값싼 새우와 맞바꾼 맹그로브 숲

14장 국제원조와 공정무역의 나르시시즘
1. 원조는 약일까, 독일까?
2. 공정무역, 대안이 될 수 있는가?

15장 스스로 만든 변화, 연대가 키운 희망
1. 약한 이를 위한 강한 도시, 쿠리치바
2. 희망을 추수하는 꽃, 볼리비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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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박선미
고려대 지리교육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8년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사회과 교육과정, 교수학습 방법 및 수행평가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05년부터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로서 사회교과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예비교사들과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소에 깨어 있는 시민이 만드는 살맛나는 공...
 
저자 : 김희순
2006년 고려대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이후 멕시코의 지역격차 변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HK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멕시코 지역연구자로서 지역격차의 원인에 대해 식민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왔다. 식민시기 스페인의 도시 및 경제체제에 관한 연구와 현대 멕시코의 산업 및 인구와 관련된 지역격차...
 

책 속으로

한 사회 안에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있듯이 지구상에 부유한 나라도 있고, 빈곤한 나라도 있다. 부자와 빈자 간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듯이 부유한 국가와 빈곤한 국가 간 소득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정 개인이 빈곤한 원인을 반드시 게으름이나 무능력과 같은 개인적 특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듯이 특정 국가가 빈곤한 원인도 국민성이나 자연환경 등 개별 국가의 속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사회집단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구조를 배제하고 개인의 빈곤을 설명할 수 없듯이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구조를 배제하고 특정 국가의 빈곤을 설명할 수 없다.(p.36)

“스페인과 신대륙에서 온 원자재, 특히 실크, 철, 코치닐(붉은색 염료)을 외국인들은 1플로린에 사들인 다음 완제품을 만들어 스페인에 10~100플로린 사이의 가격으로 되팝니다. 스페인은 이렇게 하여 우리가 인디오들에게 강요한 것보다 더 심한 굴욕을 유럽인들에게 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인들은 별 가치도 없는 장신구를 주고 금은을 바꾸어왔지만 정작 우리의 원자재로 만든 가공품을 엄청난 가격에 도로 사들임으로써 온 유럽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였습니다.”(p.54)

독일의 경제학자인 리스트(F. List)는 이를 가리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불렀다. 그는 19세기 영국처럼 제조업을 독점하는 나라가 필연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하였다. 이미 산업화를 달성한 국가와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하려는 국가 간의 무역은 분명 산업화를 달성한 국가에게 유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산업화를 시작하려는 국가들은 자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 보호무역을 시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보호무역을 하면 관세 때문에 값이 비싸고 품질 낮은 국산 공산품을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의 고통은 있겠지만, 머지않아 국민 전체의 생산력이 증대됨으로써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p.75~76)

영국 차 문화를 위해 강제로 시행된 타밀족의 이주에서 시작된 종족 간의 갈등은 결국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길고 긴 전쟁은 이제 끝났으나 국민 전체가 종족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면서 30년에 걸친 기나긴 가난과 불안의 터널을 통과해야만 했다.(p.113)

차라리 그들에게 고무나무와 콜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가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DR콩고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고무나무나 콜탄처럼 산업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풍부한 자원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유한 국가의 착취 대상이나 분쟁 원인이 된다. 그것이 바로 자원의 저주다.(p.140)

중앙아메리카 국가를 쥐락펴락한 유나이티드프루츠는 미국 신제국주의의 민낯을 상징하는 부끄러운 이름이었다. 최근 유나이티드프루츠는 기업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기업명을 치키타로 바꿨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다국적 과일기업 중 가장 먼저 SA8000인증을 획득하였다. 미국 신제국주의의 첨병이자 상징이었던 기업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친환경 공정무역 바나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표면적으로는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우리는 치키타의 과거를 모른 채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를 구매한다는 일종의 자부심을 느끼며 치키타 바나나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p.162)

외국의 큰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의 물고기를 싹쓸이했고, 소말리아 어민들이 잡은 고기를 강탈했으며, 그들의 어망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외국 어선들은 소형 어선들에게 충돌과 협박을 자행해 소말리아 어민들을 어장에서 쫓아냈다. 외국 선박들의 횡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외국 선박들은 소말리아 해역에 유독성 폐기물을 방류하였다. 소말리아 해역까지 폐기물을 싣고 와 방류할 경우 그 처리비용이 유럽의 10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대형 어선들의 횡포와 해역의 오염으로 소말리아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 소말리아 어부들, 일자리를 잃은 도시의 실업자, 전직 해군 출신들이 살기 위해 해적이 되었다.(p.189)

대처의 사망 소식을 접한 영국의 진보 성향의 영화감독 켄 로치는 그의 트위터에 “그녀를 기리는 방법은 그녀의 장례식을 민영화하는 것이다. 경쟁 입찰에 맡겨 가장 싼 업체를 선정하자. 그녀는 분명히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실제로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는 인터넷 청원운동이 벌어졌으며 3만 명 이상이 동참하였다. 이는 대처가 수상 시절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p.227)

“애플의 콜센터를 하청하고 있는 사이먼은 오늘도 우리에게 미국 대통령 얘기, 폭염 얘기를 했다. 우리도 덥지만 거기도 매우 더운 모양이다. 사이먼이 나를 지적하며 어제 내가 한 영어가 필리핀 사람 같다고 불평한 사람이 있단다. 아, 어디가 그랬던 거지. 오늘은 잘 굴려보자. 전화가 걸려왔다. 탈라하시? 여긴 어디야? 아 플로리다로구나. 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어제 고객의 불평이 맘에 걸려서 좀 더 상냥하게 전화를 받는다. 가을인데도 오늘 날씨 많이 덥죠? 쳇, 날은 이미 어둡고 마닐라의 날씨는 제법 서늘해졌다.”(p.311)

아이들은 멱을 감다가도 물을 찾아온 목마른 소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주민들은 마실 물을 긷기 위해 먼 곳까지 걸어가야 하며, 그나마 그들이 마시는 물은 흙탕물이다. 가난과 목마름으로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제한된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죽음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농장과 다국적기업들은 이곳으로 이전해 대량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새로운 식민주의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물 발자국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면 수자원이 유출되는 국가는 과거 식민지배를 받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국가들이고 수자원이 유입되는 국가는 유럽의 서구 국가들이다.(p.325)

소비자는 공정무역시장에서도 여전히 소외되고 고립된 개인으로서, 어떻게 상품이 생산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 없이 상품을 구매하고, 그들이 하는 시장 결정의 직접적 결과와는 분리되고 차단되어 있다. 윤리적 소비자는 다른 집단과 책임감을 공유하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고, 윤리적 선善을 구매하는 최종 구매자의 역할만을 할 뿐이다.(p.359)

빈곤 문제를 부유한 국가의 원조, 다국적기업의 자선이나 개인의 봉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위로나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한 접근은 현재 시장구조를 생산하는 공급 기제와 계층적인 노동 분화 구조를 유지한 채 세계 불평등 구조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성실히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악순환이 실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임을 인식하지 못하게끔 한다. 빈곤의 문제는 개인의 윤리나 분배 정의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 지구적 차원의 구조적 불평등을 분석한 세계체제론자나 종속이론가의 제안처럼 자본주의 부국과의 교역 연결고리를 끊고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채택하는 것도 쿠바에서 볼 수 있듯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아니다. 국가 간 불평등 혹은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상이한 이해집단의 이익을 조정하기 위한 거버넌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협력적 연대와 참여가 만나는 바로 그때,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로소 자율적 발전을 향한 여린 꽃이 피는 것이다.(p.386)

 

출판사 리뷰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만든 불평등한 세계의 구조에 대한 연대기적 탐색

이 책은 세계 각 곳이 처한 빈곤의 참상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역사적 맥락에서 풀어낸다. 왜 가난한 나라는 계속해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체제의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인 단면을 켜켜이 파헤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간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1장 가난한 나라는 부유해질 수 있을까?]에서는 전 세계적인 빈곤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사회 집단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구조를 배제하고 개인의 빈곤을 설명할 수 없듯이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구조를 배제하고 특정 국가의 빈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책의 전체적 논지를 밝힌다.

[2장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갈림길]에서는 스페인 제국과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유럽의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다룬다. 스페인은 제조업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아메리카에서 약탈한 수많은 금과 은을 낭비했으나, 영국처럼 제조업이 튼실한 나라들은 그것을 원동력으로 활용해 성장했다.

[3장 부자나라의 탄생]에서는 성장한 국가가 어떻게 불공정한 경제체제를 성립해가는가를 다룬다.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산업이 성장한 후에는 자유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를 무장해제시킨다. 독일 경제학자 리스트는 이를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했는데, 자유무역은 이처럼 불공정한 교역으로 약탈적 성격을 띤다.

[4장 기울어진 찻잔]에서는 제국주의 국가의 이해관계로 시작된 플렌테이션이 어떻게 아이티와 스리랑카의 참상으로 이어졌는가를 보여준다. 최초의 흑인노예 국가 아이티와 차로 유명한 스리랑카의 비극은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약탈해서 비롯되었음을 역사적 연원에서 찾는다.

[5장 자원의 저주에 걸린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풍요로운 자원을 가졌음에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들의 사례를 다룬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풍성한 고무와 콜탄은 그 나라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지 못했고 오히려 비탄으로 이끌었다. ‘자원의 저주’는 불공정한 경제구조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장 바나나공화국과 다국적 식품기업]에서는 바나나를 둘러싼 다국적 식품기업의 만행을 고발한다. 하나의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합법적 정부를 갈아치우고, 끊임없이 내정간섭하는 양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7장 누가 진짜 해적일까?]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가 과연 저개발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국제기구들의 권고는 오히려 르완다와 소말리아 같은 나라를 피폐하게 했는데, IMF의 잘못된 권고는 르완다의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8장 세계를 여행하는 부품들, 이주하는 공장들]에서는 포스트포디즘적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윤을 찾아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현실을 짚어준다. 다국적 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국경을 넘어 공장을 옮겨 다니는데, 멕시코 국경지역의 마킬라도라 단지와 다카의 대규모 의류공장을 통해 국제분업의 실태를 보여준다.

[9장 민영화, 이게 최선입니까?]에서는 민영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민영화의 본질을 파헤친다. 효율성과 서비스를 기치로 내건 민영화는 그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키고, 빈곤한 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한다.

[10장 카카오와 밀가루]는 저개발국가의 농업 위기를 주로 다룬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에는 희미하나마 있던 보호장치가 완전히 사라진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다국적 식품기업이 농업과 생명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빈곤한 국가의 가난한 농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특히 빈곤국의 가난한 농민들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제1의 식품제국 카길에 주목한다.

[11장 세계화 시대에 떠도는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 자기 나라를 떠나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보여준다.

[12장 연결된 세계, 분리된 사람들]은 정보화사회 속의 국제적 아웃소싱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인도와 필리핀 등 영어 소통이 가능한 저개발국가에 기업이 콜센터를 설립해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들의 일자리마저 위태롭게 만들 전망이다.

[13장 장미와 새우]에서는 수출상품을 위해 국가의 환경이 파괴되는 현실을 다룬다. 장미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수자원이 고갈되고, 새우를 수출하기 위해 삶의 터전이자 자연의 방파제인 맹그로브숲이 파괴되는 현실은 선진국이 얼마만큼 환경에 대한 비용을 가난한 나라에 떠넘기는가를 잘 보여준다.

[14장 국제원조와 공정무역의 나르시시즘]에서는 원조와 공정 무역을 다루는데,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 다달이 보내는 기부금이나 우리가 구매하는 공정무역 상품이 빈곤 국가의 가난을 덜어내는 데 과연 도움이 되는지, 국가 및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원조가 빈곤국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15장 스스로 만든 변화, 연대가 키운 희망]에서는 스스로 빈곤을 극복해가는 희망적 사례를 제시해준다. 환경도시로 유명한 브라질의 쿠리치바와 볼리비아는 아직 미미하지만 빈곤을 극복하는 진정한 길은 가난한 나라 스스로 찾아갈 때 더욱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다.


가난한 나라는 왜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빈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삐쩍 마른 채 눈만 보이는 아이, 그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젖도 말라 있다. 장기적인 내전으로 난민생활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 있다. 고된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먹고산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을 통해 비쳐지는 가난한 나라의 비참한 풍경들이다.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풍요로움을 향유하지만, 세계 저편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빈곤을 겪으면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이 전 세계 부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빈곤층이 전 세계 부의 1퍼센트만을 소유한다. 부의 불평등 정도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같은 해 기준으로 상위 1퍼센트에 해당되는 세계 부자의 80퍼센트 이상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10개국에 몰려 있다. 그러나 사하라이남 지역이나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가난한 나라가 빈곤한 이유에 대해 내적 요인을 주로 거론한다. 혁신의 부재, 지속되는 내전과 정치 불안정, 탐욕스럽고 무능한 독재자, 창의적 마인드의 부족, 그리고 심지어는 개발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열대기후 그리고 게으른 국민성 등을 주된 이유로 든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입장들을 전면으로 반박한다. 국가의 빈곤을 내적 요인에서 찾는 입장은 한 국가의 발전과정이 다른 국가의 발전과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세계체제론이나 종속이론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이 지적해왔듯이 선진국이 발전했던 주된 원인은 주변부 국가들에 대한 침탈과 착취에 의한 것이고, 그들의 발전은 주변부 국가들의 저발전과 빈곤을 고착화시켰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검증해내고 있다. 이 책은 풍성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빈곤의 속성을 켜켜이 파헤치고 있으며, 제국주의의 식민정책과 지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어떻게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화했는가를 연대기적 맥락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다리 걷어차기, 불평등한 세계경제의 고착화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도착은 서구 중심의 세계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심장한 사건이다. 스페인이 아메리카에서 약탈해온 금과 은은 유럽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금과 은을 비롯한 수많은 자원을 가져온 스페인은 부강해지지 못했다. 제조업이 발전하지 못한 스페인은 원자재를 싼 값에 팔고, 영국 같은 나라로부터 비싼 값에 공산품을 수입했다. 영국,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이처럼 스페인이 수탈해온 금과 은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근대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추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이들 발전국가들은 초기에는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철저히 보호한 뒤에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발전하지 못한 나라에 자유무역을 강요함으로써 발전의 통로를 막아버린다. 독일의 경제학자 리스트는 이를 가리켜 ‘사다리 걷어 차기’라 했다.

이렇게 발전한 나라들은 곳곳에 식민지를 두어 식민지에서 생산된 1차산품을 싸게 사오고 대신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식민지에 비싸게 팔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식민지는 자원의 공급지이자 제품의 소비지로 전락했으며, 그럼으로써 부를 축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고 그러한 구조는 고착화되었다. 선진국의 이른바 자유무역은 실제로는 약탈이나 다름없었다.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적 약탈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예로 끌려갔으며, 인도인들은 3천 년 이상 꽃피웠던 면방직 산업을 버리고 차밭이나 아편밭의 노동자가 되어야 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자국의 농부들이 미국인의 아침식사를 위해 터무니없는 저임금을 받고 바나나를 키우게 했다.

스페인 제국이 무자비하고 세련되지 못한 약탈을 통해 이 연대기의 첫 부분을 써내려갔다면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영국 등 유럽 여러 제국들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식민지배와 무역을 통해 조금은 더 우아하게 그러나 똑같이 약탈적인 방식으로 빈곤 연대기의 페이지들을 차례로 채워나갔다. 이후 전통적인 제국주의에서 신제국주의 정책, 신자유주의 정책 등 여러 형태로 변형되면서 고착된 불공정한 경제체제는 확대 재생산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특히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 그리고 다국적기업들이 국가를 대신해 불공정한 체제를 지탱하는데 앞장선다. 오늘날의 세계는 이처럼 무장 해제 당한 채 구석으로 내몰린 빈곤한 국가가 중무장한 부유한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게임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일상 속에서 세계의 빈곤과 만나다

왜 가나는 초콜릿으로 유명하고, 코스타리카는 커피로 유명하고, 스리랑카(실론)는 차로 유명할까? 마치 특정작물이 한 국가를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받으면서 그 나라의 전통 속에서 그러한 작물들이 재배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철저하게 제국주의 국가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한 지역에 특정작물을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플렌테이션은 주곡을 재배하는 면적을 줄이게 하는 등 식민지 주민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곤 했다.

이 책에서는 아침에 먹은 신선한 바나나, 출근하며 마신 향긋한 커피, 오후에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 저녁으로 먹은 칵테일 새우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에 숨겨진 빈곤의 역사를 추적해내고 있다. 막대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졌음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다이아몬드를 팔아야 하는 짐바브웨, 콜탄으로 인해 내전이 지속되는 콩고민주공화국, 세계1위 카카오 생산국이지만 자국민은 굶주리는 코트디부아르, 새우양식을 위해 자신들의 삶터를 파괴해야 하는 맹그로브 숲 주민들.

바나나공화국이란 말은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반영한 말로, 한정된 일차산품의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지해 주로 미국 등의 외국 자본에 제어받으며 부패한 독재자와 그 수하가 정권을 장악한 정치적으로 불안한 작은 나라를 가리키는 경멸적 용어다. 이 말은 보통 냉전 시절 미국에게 휘둘리던 엘살바도르, 벨리즈, 온두라스, 과테말라 같은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지칭했는데, 넓게 보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지역의 국가에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무의식 중에 소비하는 일상적 재화들이 빈곤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면밀하게 추적해냄으로써, 세계가 불공정한 경제체제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연대와 희망의 길, 진정한 대안은 빈곤국들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세계는 빈곤국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하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에는 원조와 공정 무역이 있다. 이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 다달이 보내는 기부금이나 우리가 구매하는 공정무역 상품이 빈곤 국가의 가난을 덜어내는 데 과연 도움이 되는지, 국가 및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원조가 빈곤국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원조나 공정무역이 지닌 헌신과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 없지만, 그것의 이면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가령 원조의 경우 자칫 현지의 산업 기반 형성에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고, 원조자금을 독재자가 착복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것은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정치적 결정을 요구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보편적 인간애와 연민에 의존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책에서는 윤리적 소비자로서 참여하는 것에는 세계 저편에 살고 있는 이들의 빈곤에 대한 책임감이 배제되어 있으며, 그러한 참여는 지속성과 책임감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개발국의 빈곤 재생산 기제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서 공정무역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미미하지만, 스스로 빈곤을 극복해가는 희망적인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환경도시로 유명한 브라질의 쿠리치바와 볼리비아를 통해 가능성을 제기한다. 쿠리치바는 도시구성원들이 빈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데 협력하였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도 대다수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 볼리비아는 최근 몇 년간 모랄레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 내 다양한 이해집단의 신뢰와 연대를 이끌어내고 여러 사회 자본을 활용하여 빈곤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지만, 세계적으로 빈곤에서 탈출하여 선진국 반열에 오른 사례가 지극히 제한적인 만큼 세계의 경제체제가 구조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희귀한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일반화하여 빈곤국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쿠리치바나 볼리비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진정한 대안은 빈곤국들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 이 책에서는 빈곤국에게 어떤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보다 우리의 발전이 그들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않는지 그리고 그들이 함께 발전할 길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