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폭력연구 (독서)/4.인종주의

백인의 취약성 : 왜 백인의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그토록 어려워 하는가

동방박사님 2022. 10. 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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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뉴욕타임스 113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유색인 중심의 인종주의 논의를 완전히 뒤바꾼 문제작


왜 백인은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그토록 어려워할까? 미국에서 20년 넘게 인종 다양성 훈련사로 활동해온 로빈 디앤젤로는, 백인이 사회화를 통해 스스로도 모르게 백인 우월주의를 깊이 내면화하여 인종 문제와 관련한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부족해진다고 진단한다. 그리하여 인종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을 ‘선량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라는 백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백인의 취약성(White Fragility)’은 이렇게 디앤젤로가 수많은 강의와 훈련 등을 통해 체득하고 숙고해 고안한 개념으로, 옥스퍼드사전에서 ‘2017년 올해의 단어’로도 선정되었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2년 넘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조지 플로이드 과잉진압 사망 사건 이후 인종주의 논쟁의 중심에 서며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는데, 백인들에게 ‘별점 테러’를 당하면서 백인의 취약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해내기도 했다. 이는 비단 미국 백인과 인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XX의 취약성’ 양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적 구조 안에서는 평범하고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일 수 있다. 인종주의와 무관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목차

추천사_ 카이저 소제, 비욘세, 증인 보호 프로그램 (마이클 에릭 다이슨)
머리말

서론_ 우리는 여기서 저기로 갈 수 없다

제1장 백인에게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딪히는 난제들
제2장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제3장 시민권 운동 이후의 인종주의
제4장 인종은 백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제5장 좋은/나쁜 이분법
제6장 반反흑인성
제7장 백인의 인종적 방아쇠
제8장 그 결과: 백인의 취약성
제9장 행동으로 나타나는 백인의 취약성
제10장 백인의 취약성과 관여의 규칙
제11장 백인 여성의 눈물
제12장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교육을 지속하기 위한 자료
 

저자 소개

저 : 로빈 디앤젤로 (Robin DiAngelo)
 
백인성 연구 및 비판적 담론 분석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 교육자, 저술가. 워싱턴 대학에서 다문화교육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웨스트필드 주립대학에서 다문화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워싱턴 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의 사회복지대학원에서 ‘학생이 꼽은 올해의 교육자 상’을 두 차례 받았다. 또 20년 넘게 인종 정의와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한 상담사 겸 훈련사로 일해오고 있다. 2011년 자신...
 
역 : 이재만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중심으로 인문 분야의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문명과 전쟁』(공역), 『몽유병자들』, 『정치철학 공부의 기초』, 『번역』, 『성서』, 『신』, 『유럽 대륙철학』, 『종교개혁』, 『정복의 조건』, 『세계제국사』, 『철학』, 『역사』,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공부하는 삶』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북미의 백인은 인종 분리와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그에 따른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결과 우리는 인종 스트레스로부터 차단되는 동시에 우리에게 이점을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종으로 인한 불편함을 거의 겪지 않기에 이제까지 우리는 인종 체력을 기를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사회화 과정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거나 결코 인정하지 않는 우월의식을 내면화하게 되고, 결국 인종에 관한 대화에 매우 취약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인종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을 선량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라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인종주의 체제와 우리를 연관짓는 모든 시도를 마음을 어지럽히는 부당한 도덕적 모욕으로 여긴다. 아무리 적은 인종 스트레스라도 우리는 견디지 못한다. 이 사회에서 백인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암시하기만 해도 대개 일군의 방어적 반응을 보인다. 그런 반응에는 분노, 두려움, 죄책감 같은 감정과 논쟁하기, 침묵하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같은 행동이 포함된다. 우리 백인은 이런 반응으로 도전을 물리쳐 균형을 회복하고, 인종적 편안함을 되찾고, 인종 위계에서의 우위를 유지한다. 나는 이 과정을 백인의 취약성으로 개념화한다.
--- p.24, 「서론 “우리는 여기서 저기로 갈 수 없다”」 중에서

나는 인종주의에 대한 의견이 없는 백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 또는 서구 문명의 역사를 가진 다른 어떤 문화에서든─ 성장하거나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인종주의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갖지 않기란 정말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인종주의에 대한 백인의 의견은 대체로 확고하다. 그러나 인종 관계는 몹시 복잡하다. 의식적으로 꾸준히 공부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의견이 정보에 근거하지 않는 의견, 더 나아가 무지한 의견이 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백인이라면 나는 당신을 모르더라도 인종주의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십중팔구 무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지난 수백 년을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도 지속적인 사회적역학이라고 하는 인종주의를 섬세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미국의 주류 문화에서 우리에게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2~33, 「제1장 “백인에게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딪히는 난제들”」 중에서

인종은 인종 간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백인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하고 있는 사회적 관념이다. ‘백인’이라는 용어는 1600년대 말에 식민지법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1790년경 인구조사에서 사람들에게 각자의 인종을 말할 것을 요구했고, 1825년경 이른바 혈통의 등급에 따라 누구를 인디언으로 분류할지 결정했다. 1800년대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민자들이 물밀 듯이 들어옴에 따라 미국에서 백인 인종 개념은 더욱 공고해졌다.
--- p.48, 「제2장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중에서

다수의 백인 청소년이 인종주의는 과거의 일이며 자신들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여기도록 배웠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2014년 MTV가 후원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옮긴이)는 자신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더 관용적이며 평등과 공정에도 더 헌신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는 인종 색맹이라는 이상에 더 헌신하면서 인종 문제를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문제로 남겨두고, 인종 간 불평등을 줄이는 조치에 반대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백인 밀레니얼 세대의 41퍼센트가 정부가 소수집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고, 48퍼센트가 백인에 대한 차별이 유색인에 대한 차별만큼이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p.96~97, 「제3장 “시민권 운동 이후의 인종주의”」 중에서

미국에서의 삶은 인종 분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전체 인종 집단 가운데 백인은 인종 분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경제적 위치에 있을 가능성도 가장 높은 집단이다. 백인을 길러내는 인종 분리 환경(우리의 학교, 직장, 동네, 상점가, 예배당, 오락시설, 사교 모임 등)은 우리의 경험과 시각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화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유색인을 보지 못하며, 인종 다양성의 부족을 문제로 인정하는 백인 성인은 거의 없다. 사실 좋은 동네와 나쁜 동네를 분류하는 기준은 언제나 인종이다. 이런 평가는 백인 내부의 경제력 격차에 근거하기도 하지만, 어떤 학교에 흑인과 라틴계 학생이 (백인이 보기에) 상당수 다닐 경우 백인은 그 학교를 나쁜 학교로 인식할 것이다. 설령 주변에 유색인이 있더라도 우리에게 인종 간 우정을 쌓으라고 장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p.126, 「제4장 “인종은 백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중에서

인종주의를 나쁘게 만드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이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패러다임 안에서는 나에게 인종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 곧 심한 도덕적 타격─ 일종의 인신공격─ 을 가하는 것이다. 이 타격을 받을 경우 나는 나의 인격을 변호해야 하고, 나의 행위를 반성하는 일보다 인종주의자 혐의를 벗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좋은/나쁜 이분법은 백인이 인종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종주의가 무엇이고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어떤 방식으로 인종주의에 가담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이는지에 대해 말할 수 없게 한다. 이런 역학을 논의하지 못하거나 우리 안에서 발견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인종주의에 계속 가담할 수밖에 없다. 좋은/나쁜 이분법은 평균적인 백인이 인종주의를 이해하는 것─저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 p.135, 「제5장 “좋은/나쁜 이분법”」 중에서

우리는 백인이 우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문화 안에서 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흑인이 열등하다는 메시지도 끊임없이 유포된다. 그러나 반흑인성은 우리 모두가 흡수하는 부정적인 고정관념 그 이상이다. 반흑인성은 우리의 백인 정체성의 근간을 이룬다. 백인성은 언제나 흑인성에 기반해왔다. 제2장에서 논한 대로, 아프리카인 노예화를 정당화할 필요성이 생기기 전까지는 인종이나 백인종 개념이 없었다. 열등한 흑인종을 따로 만들어내는 것은 동시에 ‘우월한’ 백인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백인종 개념은 흑인종 개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백인은 흑인을 필요로 한다. 흑인성은 백인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 p.164, 「제6장 “반反흑인성”」 중에서

백인의 취약성은 괴롭힘의 한 형태로서 기능한다. 당신이 아무리 정중한 방식으로 시도할지라도, 나는 당신이 그냥 물러나 포기하고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면전에서 당신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백인의 취약성은 유색인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그들의 자리에’ 묶어놓는다. 이런 측면에서 백인의 취약성은 인종 통제의 강력한 형태다. 사회권력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제7장에서 논한 백인의 취약성을 촉발하는 원인들을 백인의 권력과 통제력에 대한 도전으로, 그리고 백인의 취약성을 도전을 단념시키고 권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
--- p.198, 「제8장 “그 결과: 백인의 취약성”」 중에서

인종주의를 개개인의 잔인한 행위로 개념화하는 이 우세한 견해에서 보면, 유색인을 의식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지독한 사람들만이 인종주의를 자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그릇된 개념이긴 하지만, 좋은 조짐은 아니다. 사실 이 개념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꼭 필요한 대화와 자기반성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한다. 이 개념을 가진 백인은 인종주의를 암시하기만 해도 분노할 뿐 아니라 대개 인종주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방식에도 울분을 터뜨리곤 한다. 백인을 오랫동안 상대한 뒤 나는 우리의 불가피하고 대개 무의식적인 인종주의적 전제와 패턴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데 필요한 일군의 암묵적인 규칙을 발견했다(틀림없이 수많은 유색인도 발견했을 것이다).
--- p.215, 「제10장 “백인의 취약성과 관여의 규칙”」 중에서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을 사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내 직장에서는 연대와 지원을 구하는 사람들의 비공식 점심 모임을 갖기로 했다. 모임 직전에 한 유색인 여성이 나를 한쪽으로 불러 참석하고 싶지만 “오늘은 백인 여성들의 눈물을 지켜볼 기분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대처하겠다는 말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모임을 시작하면서 나는 백인 참가자들에게 눈물을 흘릴 것 같으면 부디 방에서 나가달라고 말했다. 여러분과 함께 지원을 구하겠지만 다인종 집단에서 울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토론이 끝난 뒤 나는 잔뜩 성이 난 한 백인 여성에게 유색인 앞에서 울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를 한 시간 동안 설명해야 했다.
--- p.228, 「제11장 “백인 여성의 눈물”」 중에서

어느 유색인으로부터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피드백을 받을 때, 나는 다른 유색인에게 가서 내가 좋은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 행동은 내가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는 데 동의하도록 그 유색인을 압박하여 다른 유색인이 아닌 나의 편에 서게 하는 것이다.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마음은 그를 위로하고픈 강한 충동을 낳으며, 나는 위로를 구함으로써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이 충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색인에게 확인받으려는 욕구는 부적절하다. 나의 욕구는 일종의 ‘분열시켜 정복하는 전략’으로 기능한다. 더구나 나의 욕구는 유색인의 피드백이 부당한 공격이었다는 생각, 그리고/또는 피드백을 주는 올바른 방법이 있었고 문제의 유색인이 관여의 규칙을 위반했다는 생각을 강화함으로써 인종주의를 지탱하는 것이다. 한 유색인에게 다른 유색인에게서 받은 피드백의 부당성에 대해 불평하는(나의 불평을 감추기 위해 제아무리 정중한 어법으로 말하거나 에둘러 말한다 해도) 나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나의 인종주의와 결탁하도록 유색인을 압박하는 것이다.
--- p.261, 「제12장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중에서
 

출판사 리뷰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 《뉴욕타임스》 113주간 베스트셀러 ★★★

조지 플로이드 과잉진압 사망 사건 이후 불타오른
인종주의 논쟁의 중심에 선 ‘백인의 취약성’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흑인이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피해자의 이름은 조지 플로이드로, 사건 당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플로이드가 저항을 하지 않았고 수차례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8분 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했다. 같이 출동한 경관들은 플로이드가 의식불명 및 심정지 상태였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쇼빈을 말리지 않았고, 결국 플로이드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영상을 촬영한 행인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졌고, 이로 인한 시위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인종주의 논쟁 또한 크게 일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 아마존, 뉴욕타임스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백인의 취약성》이다. ‘백인의 취약성(White Fragility)’이라는 개념은 이 책의 저자인 로빈 디앤젤로가 고안한 것으로, 옥스퍼드사전에서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을 만큼 주목받았다. 2018년 출간 직후부터 현재(2020년 11월)까지 2년 넘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책에 대한 언론과 학계, 독자층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지만, 조지 플로이드 과잉진압 사망 사건 이후 인종 논쟁이 양극화된 분위기에서는 호평과 악평을 모두 받았다. SNS와 아마존 리뷰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상당수는 책을 읽지도 않은 이들이다)이 이 책에 소위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 ‘백인의 취약성’이 어떤 개념이고 이 책에 무엇이 담겨 있길래 이토록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선 것일까?

베테랑 인종 다양성 훈련사의 실전 경험에서 길어낸,
인종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 ‘백인의 취약성’


로빈 디앤젤로는 백인성과 인종 담론 연구자이자 고역스러운 “인종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주로 백인 청중을 이끄는 일”을 20년 넘게 해온 인종 다양성 훈련사로, 미국에서 인종 형평성 훈련에 관심이 있는 거의 모든 백인 조직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온 유명하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디앤젤로는 수많은 다양성 워크숍 현장에서 인종주의 체제와 그에 가담하는 백인의 행태를 거명하고 문제 삼는 훈련사의 지적에 백인 참가자들이 드러내는 갖가지 방어적 반응을 지켜보면서, 저런 반응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오랜 기간 숙고한 끝에 ‘백인의 취약성’ 개념을 고안해냈다. 그는 이 책을 시작하며 “나는 백인이며 이 책에서 백인의 집단역학을 다룬다”고 밝히고, 자신이 정의한 백인의 취약성을 바탕으로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들어 미국의 인종주의를 분석하며 백인으로서 같은 백인 독자들에게 백인의 취약성을 직시하게끔 독려한다.

백인의 취약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인종주의를 유지, 강화하는가?

“나는 백인 여성이다. 지금 흑인 여성 옆에 서 있다. 우리 앞에는 백인 집단이 앉아 있다. 우리는 그들 고용주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직장에서 인종을 주제로 하는 대화를 이끌려는 참이다. 방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하고 적대감으로 팽팽하다. 방금 나는 백인이 유색인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권력을 쥐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하는 인종주의 정의를 제시했다. 한 백인 남성이 주먹으로 탁자를 쾅쾅 내리친다. 그렇게 치면서 “백인은 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해!” 하고 고함을 지른다.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직원 40명 가운데 38명이 백인이다. 이 백인 남성은 왜 이토록 화가 났을까? 자신의 분노가 끼치는 영향에 왜 이토록 무심할까? 이렇게 쏟아내는 감정이 같은 공간에 있는 소수의 유색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왜 알아채지 못할까? 다른 백인들은 왜 그에게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가만히 앉아 있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을까? 어쨌거나 이제 겨우 인종주의의 정의를 말했을 뿐인데.”
- 서론 ‘우리는 여기서 저기로 갈 수 없다’ 중(23쪽)

이 사례는 미국의 한 회사에서 사내 노동자를 모아 인종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백인 남성이 보여준 행동은 전형적인 백인의 취약성의 행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개념은 ‘백인이 자기네 인종 위치에 대한 도전을 받을 때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보이는 방어적 반응’을 의미한다. 백인의 반응은 분노, 모욕감, 수치심, 죄책감 같은 감정의 형태일 수도 있고, 논박하기, 부인하기, 회피하기, 울기 같은 행동의 형태일 수도 있다.
미국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이념에 기초해 건국되었지만 그동안 미국에서 권력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정체성은 줄곧 눈에 띄게 비슷했다. 그들은 백인, 남성, 중간계급 혹은 상층계급, 비장애인이었다. 권력의 자리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곳에 없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인종주의적 사회에서 자라는 백인은 사회화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를 깊이 내면화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백인들은 자신들에게 불평등한 혜택과 이점이 주어지는 현실을 당연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백인은 인종과 관련한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인 인종 체력을 기르지 않은 채(더 정확히는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채) 자라게 되고, 결국 인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마치 무릎반사처럼 발끈하며 백인의 취약성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 결과 백인은 인종 스트레스로부터 차단되는 동시에 백인에게 이점을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인종적 세계관에 대한 도전을 ‘선량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라는 백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백인은 인종 위치에 대한 도전을 견디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그러나 백인의 취약성의 영향력 자체는 전혀 취약하지 않다. 백인의 취약성은 인종주의적 현실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압박하여 그들을 현재의 자리에 묶어놓는 강력한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인종주의적 현실에 불균형이 생길 때 기존의 균형을 회복하고 백인의 권력과 통제력을 되찾아오는 기능을 한다.
《백인의 취약성》은 이렇게 인종주의와 가장 연관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종주의 논의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백인성을 논의의 중앙으로 끌어온다. 그리고 인종주의의 여러 전제, 인종주의와 관련한 다양한 개념 등을 풍부한 근거와 사례로 풀며, 백인의 취약성이 나타나는 양상과 백인의 취약성의 기능,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의 인종주의 체제를 분석한다. 이어서 인종주의 해소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 위한 여러 전략과 지침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자신과 같은 백인(저자는 의도적으로 ‘우리’라고 지칭한다)에게 함께 더 나아지자고 요청한다.

내가 가진 ‘XX의 취약성’을 돌아보게 하는 책

한국에서 백인의 취약성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인종 문제가 큰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인의 취약성이 주는 중요한 교훈, 소수자가 차별을 말할 때 방어적 행동으로 기존의 차별적 질서를 유지하는 문제에서는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도 인종, 젠더, 장애, 지역 등의 문제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해왔고, 이로 인한 사회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의 소수자들이 차별을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백인의 취약성》은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자신을 차별 문제와 무관한 ‘선량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가 호소하는 차별 이야기에 취약해질 것이다. 한국인, 그리고 한국에 사는 남성, 비장애인, 이성애자 등은 이런 사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존재하는 차별적 구조 안에서는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차별적 구조와 관계를 맺게 된다. 저자가 ‘백인’과 ‘우리’라고 지칭하는 인종 집단에 나 자신을 대입하고 나의 인권 감수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읽어나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