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국제평화 연구 (독서)/4.미중패권

제국의 충돌 (2022) - '차이메리카' 에서 '신냉전'으로

동방박사님 2022. 10.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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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국 정치경제 분야의 선도적인 전문가 훙호펑
모든 사안에서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관계 분석
원인은 결코 이데올로기 차이가 아니다
자본 간 경쟁은 어떻게 지정학적 충돌을 부추기는가


중국 정치경제 분야의 선도적 전문가인 훙호펑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미중 관계의 역학을 분석하는 새로운 책을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사안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의 원인은 이데올로기 대립에 있지 않다. 이는 명확히 자본 간 경쟁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지정학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이전에도 미중 관계는 오바마 정부를 기점으로 밀월관계에서 좀더 경쟁적인 관계로 변해왔다고 분석했다. 『제국의 충돌』에서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 사이의 변화가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 변화의 기저에 있다는 것을 논증한다. 세간에 나오는 다수의 설명이 미중 관계 악화를 민주주의 체제-권위주의 체제의 대립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베버주의적 관점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어떤 행위자들이 각각 더 중요한지 다면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미국은 세계 권력과 국제적 위신을 유지하려는 베버주의적 강박에 따라 외교 정책 엘리트들이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여기는 반면, 재무부·국가경제위원회·의회 등은 거대 기업의 영향력에 대해 더 개방적인 편이라고 바라본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 미국에서 국가와 기업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중국에 공동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저자는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그리기 위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힘의 변화를 파악하며 제국 충돌의 최악을 피할 방법을 전망한다.

 

목차

1장 서론: 지구적 갈등의 정치사회학
2장 공생
3장 자본 간 경쟁
4장 세력권
5장 결론: 돌아온 제국 간 경쟁

부록
1. 위기에 빠진 중국의 성장 모델
2. 대담: 중국의 세기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3. 제국의 충돌: 훙호펑과의 대담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훙호펑 (Hung Ho-fung)
 
홍콩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인디애나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1년 존스홉킨스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의 동학 및 한계, 중국의 부상이 지구적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 18세기 이후 중국의 국가 형성과 대중 저항의 궤적 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Protest with Chinese Char...

역 : 하남석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부교수. 저역서로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다: 대안적 문명과 거버넌스』(공저),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혁명에서 ‘신시대’로』(공저) 등이 있다. 중국의 체제 변동과 대중 저항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책 속으로

국가주의적 관점과 경제학적 관점을 넘어, 국가 간 경쟁과 기업 조직 간의 경쟁 혹은 초국적 연결을 세계질서와 갈등의 형성에 있어 상호작용하는 두 개의 자율적 영역으로 보는 더 섬세한 국제정치 이론들이 있다. 이러한 이론들의 통찰에 기반해 이 책에서 나는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과 기업 사이의 자본 간 관계를 연결시켜 1990년대와 2000년대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 및 2010년대 그 공생관계가 경쟁으로 변화한 원인들을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지구정치경제의 거시적인 구조 변화를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업 및 국가 간의 중간 수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 p.16

중국의 MFN 지위 갱신과 인권 문제를 연계시키는 클린턴의 입장은 1989년 톈안먼 사건 진압 이후 외교 기관의 인권 이상주의자들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입장은 무엇보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필수적인 지지자들이었던 노동조합의 경제적 우려에 대한 대응이었다. 미국의 노조들은 중국의 무노조, 저임금 노동과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해왔다. 따라서 중국의 MFN 지위와 인권 조건을 연계시키겠다는 공약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자유화에 대한 보호주의적 반대 입장을 살짝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 pp.31~32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처럼 아직 중국과 이해관계는 없지만 미중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많은 기업은 중국이 수출의 큰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이미 미중 무역에 의존하고 있던 기업들, 특히 일찍부터 중국 제조업체에 아웃소싱한 신발 및 의류 소매업체들은 로비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에 속하지 않았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AT&T 같은 통신 회사, 휴스 일렉트로닉스 같은 인공위성 제조 회사, 엑슨모빌 같은 에너지 회사 등 중국 무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 수출품에 대한 낮은 관세로 확실히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업들이 로비활동에서 가장 적극적인 그룹에 속했다는 것이다. 보잉 및 기타 항공기 제조업체도 이 범주에 속한다.
--- pp.37~38

백악관에서 월가의 견해가 우위를 차지하면서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무역 정책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외교 정책 엘리트들 대신 대중국 무역을 확대하려는 연합 세력을 구축한 기업의 목소리가 강력해졌다. (…) 결국 기업과 월가의 힘이 우세했다. 1994년 5월 26일 클린턴은 중국의 인권 개선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MFN 지위를 갱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인권 조건을 연례 갱신 과정에 연계시키겠다는 자신의 1993년 정책을 뒤집은 것이었다.
--- p.41

민주당 의원들은 미 의회에서 중국대사관이 고용한 로비 회사가 활동을 늘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직접적인 로비 노력은 효과가 없었고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워싱턴의 세력균형을 연계 조치 해제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1990년 초, 주미 중국대사관의 경제고문인 황원쥔은 주요 미국 기업에 모두 서신을 보내 “미국 정부, 의회 및 언론 매체에 귀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양국의 이익 손실 방지를 위해 중국의 MFN 지위를 유지시키기 위한 활동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 p.44

요약하자면, 클린턴 행정부의 첫해에 워싱턴의 외교 정책 엘리트들은 중국의 인권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무역을 우선시했다. 중국 공산당과 국가는 가장 강력한 미국 기업 중 일부를 자신들의 ‘대리 로비스트’가 되도록 동원해 미국 정책을 흔들었고, 민주당 정부가 정치적 자유화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을 우선시하도록 만들었다. 사후 정당화로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중국의 민간 기업과 중산층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이는 결국 정치적 자유화의 추진으로 이어진다는 ‘건설적 관여’ 이론을 내세웠다. 어쨌든 중국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일당 통치에 손상을 입지 않고 미국 주도의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초대했다.
--- p.51
 

출판사 리뷰

미국 기업들, 중국 정부의 대리 로비스트가 되다

미중 관계를 살펴보는 데 있어 이 책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의 주요 분기점에 따라 두 행위자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분석한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개방 정책을 취했고, 미국은 1993년 10년 만에 빌 클린턴의 당선으로 민주당이 집권당이 됐다. 따라서 미국 외교가에서는 인권 이상주의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는데, 이들은 중국이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만 자신들과의 무역에서 최혜국대우MFN를 갱신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여기엔 노동조합을 의식해 보호무역을 펼치려는 미국의 감춰진 속내도 있었다). 이러한 단서 조항은 민주당의 주요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MFN 지위를 갱신해주지 않는다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보복당할 우려가 컸고, 다른 한편 중국 정부도 1992~1994년 경제위기를 맞아 수출 지향 성장을 택해 두 국가 모두 상대와의 자유무역을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을 대리 로비스트로 활용하면서 난국을 타개해나갔다. 가령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은 미중 무역 자유화로부터 입을 혜택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컸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을 회유했고, 이로써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대신해 미국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다만 의외의 지점이 있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듯 중국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미국의 신발, 의류 업체들이 대리 로비스트가 된 것이 아니라, AT&T 같은 통신 회사, 휴스 일렉트로닉스 같은 인공위성 제조 회사, 엑슨모빌 같은 에너지 회사, 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 등 중국 무역과 아무 관련이 없고 관세 혜택을 직접 받지 않는 기업들이 로비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시기 중국 정부는 미국 내 목소리가 큰 기업들로 하여금 백악관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중국의 인권 조항과 무역 자유화를 연관시키지 마라’며 전화나 개별 서한을 보내도록 종용했다. 더욱이 이들 기업 중 다수는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선거운동 자금 기부자였다. 이를테면 AT&T는 1992년 선거 때 단체 기부자 중 가장 큰 기업 기부자로 200만 달러 이상을 냈다. 휴스 일렉트로닉스도 클린턴의 적극적인 기부자로, CEO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두 통의 직설적인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이는 자신들이 선거운동 때 재정 지원을 했으니 MFN 문제를 비롯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재고하라는 요청이었다.

1994년 5월 26일 클린턴은 중국의 인권 개선과 상관없이 MFN 지위를 갱신할 것이라 발표했는데, 이러한 대중국 무역 정책 역전은 노동조합, 인권 옹호자, 인권 개선을 목표로 했던 외교 정책 엘리트, 미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체의 연합에 대한 비즈니스 연합의 승리였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국가는 미국 기업들을 대리 로비스트로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조정했다. 미국 쪽 자료로는 이 당시 중국이 백악관과 의회에 로비하도록 미국 기업들을 끌어들인 구체적인 단서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 보고서를 보면 중국 관료들이 어떻게 강압적 수단으로 지시해 미국 기업이 중국을 대신하여 워싱턴에 로비하도록 요구했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중국 관료들은 보잉이 중국에 유리한 정책을 펴도록 로비하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중국 국영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을 중단하겠노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중국 국가와 미국의 정치·경제 엘리트 간의 계속된 상호작용 속에서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 상대로 보는 미국의 충동은 억제되었다.

2010년 이후 무엇이 미중 관계를 바꾸었나

하지만 미중 무역 자유화의 시대는 저물어갔다. 2008년 경제 대침체 이후 과잉축적의 위기를 맞은 중국 공산당과 국유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압박해 수익성을 회복하려 했다. 세계무대에서 이러한 자본 간 경쟁은 중국 국가로 하여금 아시아와 그 외 지역에서 그 세력권을 개척하도록 유도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대립에 직면하자 우호적인 미중 관계를 보장하는 데 앞섰던 미국 기업들은 뒤로 한발 물러섰고, 미중 외교 정책 엘리트들 간의 갈등이 벌어져도 특별히 손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움을 달라며 오히려 정부에 요청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이 같은 성향 변화는 2010년경 이후 거의 모든 문제에 걸쳐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적대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오바마 정부 2기 때 워싱턴의 대중국 정책은 눈에 띄게 방향을 바꿨다. 이때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이 두드러졌고, 중국이 인접국에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과 해군부대를 배치했다. 동시에 오바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박차를 가했다. 오바마 정부는 정중하고 부드러운 레토릭을 사용했으나 미국의 동맹 국가들을 줄 세울 의지를 레토릭 속에 뚜렷이 숨기고 있었다. 두 제국의 충돌은 유럽과 일본의 여타 기업들 간의 자본 간 경쟁도 격화시켰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으로서 두 나라의 비중을 합치면 GDP에서는 세계 전체의 거의 40퍼센트, 국방비에서는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해 향후 세계 정치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며, 21세기에 미래의 세계질서 또는 혼돈을 결정짓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통계 자료들을 근거로 하건대, 중국이 성공적인 경제체인 것은 맞으나 많은 영역에서 미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물론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서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은 크게 올랐는데, 가령 미국 지도자들을 직접 모욕하도록 외교관들을 풀어준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현재 문제는 좀더 구조적인 것으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많은 국유 기업에서 발생한 과잉생산 및 부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정부는 외국 기업과의 더 공격적인 경쟁을 개시했지만, 이는 사실 중국의 불안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18세기부터의 중국 경제사를 훑으면서 국가의 통제와 불안을 읽어낸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자본 간 경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앞으로 몇 년간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하게 심해질 것이다. 다만 저자는 낙관론을 잃지 않을 근거도 있다고 본다. 비교하건대 지금 두 제국의 대립은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의 경쟁관계와 굉장히 유사한데, 다행인 점은 중국이 점점 군사화되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해도 당시의 독일보다는 훨씬 덜 군국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중 간의 관계는 악화될 게 분명하지만, 직접적인 군사 충돌보다는 WHO, WTO, UN과 같은 글로벌 통치 기구에서의 경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