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3.통일문제

냉전의 추억 (2009)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동방박사님 2022. 10. 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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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스물네 가지의 이야기 주머니 속에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관계(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학계(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를 두루 경험한 저자는 이명박 정권하 남과 북의 모든 관계가 중단된 시점에서 과거 냉전의 시기를 새롭게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냉전의 추억』에는 남과 북의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북한 당국에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설득하겠다면서 비가 억수로 오는 1955년 6월 어느 날 임진강을 헤엄쳐 건넜던 김낙중 씨 이야기, 1963년 국제 육상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의 신금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남쪽에 살아 계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해 남북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던 이야기, 1991년 일본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최초의 단일팀이 중국팀을 극적으로 꺾어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던 감동의 이야기…….

비록 남북 관계가 후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책은 이제껏 남북 관계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새롭게 기억하게 하여 새로운 앞날을 바라보게 한다. 냉전의 추억과 기억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멀리 있는 것 같은 평화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냉전의 추억 속에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듯이, 앞으로도 만들어질 새로운 길. 추억 속에서 그 새로운 길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냉전의 추억, 그리고 평화의 미래

1_ 만남의 기억
이야기1 마음속 38선은 무너졌나요? 남과 북의 첫 만남
이야기2 당신의 이름, 북괴에서 북측으로, 남북 호칭사
이야기3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넌 사람들, 밀사의 세계
이야기4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민간 방북사
이야기5 아, 금단아! 애가 끓는다, 이산가족 상봉사

2_ 대결의 풍경
이야기6 영화보다 극적인 한국판 마타하리, 간첩 열전
이야기7 산 사람 죽이고, 죽은 사람 망명시키고, 북한 정보 왜곡사
이야기8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남북이 주고받은 말과 욕
이야기9 사재기 열풍과 만들어진 공포, 1994년 6월 전쟁 위기의 진실
이야기10 사과받으려면 대화해라, 남북 유감 표명사

3_ 교류의 추억
이야기11 코리아 팀의 “아리랑”이 그리워라, 체육 교류사
이야기12 평양은 트로트를 좋아해, 가요 교류사
이야기13 워커힐 쇼와 집단체조 공연, 예술 경쟁사
이야기14 주는 마음 받는 입장, 선물 교환사

4_ 협상의 교훈
이야기15 무수단의 로켓과 파도, 미사일 협상의 역사
이야기16 최악의 부실 협상, 1995년 쌀 회담의 교훈
이야기17 엇박자의 추억, 한미의 대북 정책 갈등사
이야기18 오해와 이해에서 헤맨 20년, 미국의 대북 정책
이야기19 대화해야 풀려난다, 억류 협상

5_ 협력의 미래
이야기20 희망의 길, 공동 번영의 땅, 개성 공단
이야기21 모진 풍파 헤쳐 온 금강산아, 잘 있느냐?
이야기22 서해, 냉전의 바다에서 평화 번영의 바다로
이야기23 철마는 달리고 싶다, 남북 철도 연결사
이야기24 퍼주기 이데올로기와 인도적 지원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김연철 (金鍊鐵, 두타)
 
작가 한마디냉전을 추억하는 것은 성찰하기 위해서다. 기억은 때론 고통이고 망각이 치료가 될 때도 물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감정이 상할 수도 있지만, 기억의 의지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경험이 지혜를 낳고,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고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 있다.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2001),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
 

관련 자료

작가 인터뷰
이 책을 누가 봤으면 좋겠는지?
남북 관계에 대해 일반적 상식을 가진 모든 사람. 특히 택시 운전사 아저씨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래서 욕설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분단 문제를 보았으면 한다. 다음으로는 1970~80년대도 ‘역사’라고 생각하는 젊은 청춘들이 읽고 기억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남북 관계를 지켜보면서 한숨 쉬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읽으면 바랄게 없겠다.

이 책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분단 문제는 무거운 주제일 뿐 아니라, 사람들은 다들 스스로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냉전의 추억은 재미있는 소재다. 이 책을 보면 눈물이 핑 돌고,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1년이 조금 넘도록 《한겨레21》에 "냉전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는데, 매번 원고지 25매를 쓰기 위해 자료도 많이 보았고, 관계자들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다. 연재물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은 또 다른 고생이었다. 제한된 지면에 꾸겨 넣느라고 과도하게 압축했던 부분을 좀 더 상세하게 풀었다. 국제적인 냉전사에서 한반도와 비교할 만한 유사 사례를 보완했고, 시기적으로 꼭 들어가야 하는데 빠진 부분도 보충했다.

강원도 사투리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북한 사람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걸로 알고 있다. 북한 연구자로서는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에피소드가 있다면?
언젠가 사무실에서 탈북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잠깐 들린 손님이 다가와 내 손을 붙잡고 “아이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까?” 그렇게 말해 황당했던 적이 있다. 촌스럽게 생겼다는 거. 좋은 표현으로는 ‘정이 가는 스타일’ 아니겠나? 당연히 북쪽 사람들을 만날 때는 편리하다. 자기들과 비슷한 외모, 끝에 철자 들어가는 이름……. 그래서인지 처음 만나도 크게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편집자: 필자는 강원도 사투리를 쓴다. 언뜻 들으면 북한 사투리처럼 들린다. 예전에 필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에피소드 한 가지. 한번은 북한의 한 호텔 사우나에서 한 무리의 남한 사람들이 사우나를 하고 있었단다. 김연철 박사는 ‘약간’ 혼자 떨어져 있었는데, 근처에 있던 북한 사람들이 김연철 박사에게 친근하게 물어보더란다. 쟈들은 어디서 온 거냐고…….)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 그 이후로 여러 번 북한을 왕래하면서 갖게 된 생각은?
2000년 7월, 처음으로 방북했는데 충격이 컸다. 북한 연구자로서, 북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여러 가지로 착잡했다. 돌아온 후, 삼성경제연구소장이 소감을 물어 “충격을 받았고 착잡하다”고 대답했다. 그분 말씀이 기억난다. “우리도 전쟁 끝나고 어려웠어. 그래도 지금 이만큼 발전했지. 북쪽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어.” 그때 처음으로 ‘아, 경험이 지혜를 낳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뒤로 기업연구소에서 북한 공장을 방문하거나, 북한 사람들과 함께 해외 경제 시찰을 했으며, 정부에 들어가서는 남북 회담의 현장을 지켜보았고, 민간 전문가로 방북할 기회도 있었다. 그러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 즉 같음을 추구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그 속에서 서로 공존하고 협력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정도의 평화도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 대한 필자의 애정이 느껴졌다.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에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들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남북 교류의 현장을 지켜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분단의 피해자들도 다루었다. 열정을 기억하고, 눈물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역사의 보상 아닐까?

이 책에서 금강산 관광, 개성 공단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현대 아산의 이 대리, 박 대리, 힘내라”는 구절에 마음이 ‘짠’했다.
아무래도 금강산 사업을 추진했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마음이 짠하다. 벌써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안쓰럽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분들도 있고, 진짜 어려울 때 격려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개성 공단은 통일부 보좌관으로 일할 때, 개성으로, 미국으로 돌아다니면서 애썼기 때문에 아무래도 애정이 각별하다.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많이 알게 되었다. 고생 고생하면서 겨우 한숨 돌렸는데, 다시 남북 관계가 악화되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참으로 야속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그분들은 이제 대안이 없다. 중국·베트남·인도에서 사업하다가 안돼서 개성으로 갔는데, 지금 와서 개성이 저 모양이니,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눈앞이 깜깜한 것이다. 그분들 사정을 알기 때문에 사실 더 답답하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볼 때 이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억제하고 최대한 이성을 발휘할 것! 자나 깨나 핵심은 해법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하다.

왜 지나간 냉전의 추억을 기억해야 할까?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과거를 보는 시간의 길이만큼 앞날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백 년 뒤의 한반도를 그려 보려면 최소한 우리가 걸어 온 1백 년 이상의 시간을 돌아보아야 한다. 경험이 지혜를 낳는 것이고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산은 아닌가 봐’ 하면서 내려온 산을 죽어라고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여보세요~! 거기는 길이 없어요!” 그렇게 외치고 싶다.

관계(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학계(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를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흔치 않는 경험일 텐데, 느꼈던 점은?
많이 배웠다. 바둑으로 치면 서봉수 류라고나 할까? 한 바퀴 돌다 보니, 이야기도 보이고,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자님 말씀대로 역시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진짜 많이 아는 것이다.” 실전 경험들이 연구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왜 대학에 자리 잡지 않았는지?
가고 싶지만 받아 주는 데가 없어서(웃음). 헤겔은 46살이 되어서야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가 되었다고도 한다. 물론 지금은 어디에서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노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많이는 모르고, 또 노래를 잘 못해서(웃음). 그래도 한곡 꼽으라면, “심장에 남는 사람” 정도? 몇 년 전 고려호텔에서 묵었을 때, 마침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부른 북한 여가수 장윤희 씨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같이 갔던 일행들이 CD를 구해 싸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인물 평전 읽기를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유를 물어 봐도 될까?
아직도 철이 안 들어서일 것이다. 꿈이 많기도 하고.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까? 매우 궁금하다. 평전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국내에 좋은 평전이 그렇게 많지 많아서 안타깝다. 평전은 품이 많이 들고, 시대와 사람을 어울리게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평전으로는 김형수 시인이 쓴 문익환 평전이 최고이고, 해외 평전으로는 스콧 니어링, 파블로 네루다, 카뮈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름에는 오명도 있고 악명도 있고 허명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름보다야 무명이 낫겠지……. ‘나는 어떻게 얼마나 기억될까’, 할 일 없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버릇이 있다(웃음).

약간의 장난끼가 발동해 필자에게 이 책이 얼마나 팔릴 것 같은지 물어봤다. 필자는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20만 부만 팔자고 유쾌하게 말했다. 그래서 20만 부 팔아서 인세를 받으면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딸에게 아빠 책 많이 팔리면 북유럽 크루즈 여행 가서 백야를 함께 보자고 약속했단다.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출판사 리뷰

다시 냉전의 시대인가?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남과 북의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이야기 주머니 24개!

이야기는 1971년 8월 20일 26년 만에 남한과 북한이 드디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서로 나눈 첫마디는 “안녕하십니까?”였고 4분 만에 헤어졌다. 그 뒤로 이야기는 점점 코미디가 되어 간다. 남북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상대 지역을 방문하기로 결정되자 보여 주기 경쟁이 시작된다. 남북 모두가 갑자기 몇 달 만에 도로를 닦느라 뿌리 없는 나무를 심지를 않나, 캐딜락(남한)과 벤츠(북한)을 사들였고, 심지어 남한 대표들이 북한으로 향하는 날 비가 오는데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어 남한의 모든 신문들이 “비 오는데 웬 스프링클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1986년 11월 18일에는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모든 일간지에 실렸고, 이를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세계적 특종이라며 호외를 발간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석간신문에 “김일성은 살아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려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된다. 냉전 시대에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다. 우스워서 슬프고 슬퍼서 우스운 역설이 남과 북의 ‘냉전의 기억’이다.
이 스물 네 개의 이야기 주머니 안에는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들어 있다. 남한의 밀사 이후락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갈 때 어찌나 비장했던지 청산가리를 갖고 갔던 이야기, 그 자리에서 1968년 1월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해 김 주석이 사과했던 이야기, 북한 당국에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설득하겠다면서 비가 억수로 오는 1955년 6월 어느 날 임진강을 헤엄쳐 건넜던 김낙중 씨 이야기, 1963년 국제 육상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의 신금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남쪽에 살아 계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해 남북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던 이야기, 1989년 임수경이 평양 축전에 참가했을 때 박철언도 그 자리에 있었던 이야기, 지척에 숙소를 두고도 남과 북의 정부가 마지막에 허락을 해주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산가족 한필성?한필화 오누이 이야기, 1991년 일본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최초의 단일팀이 중국팀을 극적으로 꺾어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던 감동의 순간, 개성 공단에 처음으로 진출한 공장의 준공식 날 보았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눈물, 평양에서 “한 많은 대동강”을 불러 낭패를 본 어느 남측 인사의 경험…….

길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에는 ‘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고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숲 속에 난 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낸 밀사나 특사도 있었고, 김낙중·황석영·문익환·임수경 …… 등의 방북처럼 민간 차원의 ‘사건’들도 있었으며, 조작 간첩처럼 냉전에 희생이 된 사람들과 이산가족들의 눈물, 금강산·개성 관광객들, 개성 공단의 중소기업가들, 현대 아산의 이 대리, 박 대리……들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간 이뤄 놓은 만남, 협상, 화해, 협력의 흐름은 ‘역전 불가능한’ 성과로 여겨졌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이를 거역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했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의 등장도 좋은 기여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국제정치적 조건도, 평화에 대한 국내의 사회적 합의도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책의 제목이 『냉전의 추억』인 이유는 과거라 버릴 것이 아니라 새롭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냉전 시대라 해서 모두 적대와 대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남북 관계가 중단된 지금, 사람들은 다시 과거 냉전 시대의 남북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를 말한다. 그러나 과거 냉전 시기에도 남북 관계에는 인간적인 정조를 나누는 수많은 공식적·비공식적 만남이 있었다. 그간의 흥분과 감동의 남북 관계의 기억을 다시 살려야 한다. 냉전의 추억과 기억이 평화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다. 그러나 이 24개의 이야기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쟁점과 주제 거의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회담, 이산가족, 냉전이 낳은 간첩, 체육·문화·예술 교류, 북한 미사일·핵 문제, 대북 지원 문제, 북미·한미 관계, 억류 협상,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서해와 NLL 문제, 남북 철도 연결 ……. 그리고 각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는 좀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이야기나, 참고가 될 만한 짧은 글을 달아 주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에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