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서양철학의 이해 (독서)/3.윤리학

스피노자의 윤리학 수업 (2022)

동방박사님 2022. 11. 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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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피노자 형이상학의 핵심 개념인 실체와 속성, 양태, 자기원인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독특한 실재, 변용, 이미지, 상상, 코나투스같이 스피노자 철학의 독창성을 잘 보여 주지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개념들도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문화이론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스피노자의 정서(affectus, affect) 개념의 본질을 간명하게 정리하면서, 스피노자 정서이론의 또 다른 중심 개념인 정서모방 개념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었지만,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윤리학』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5

1강 스피노자의 생애와 『윤리학』 개괄 15

1장·스피노자의 생애와 저작 15
1. 스피노자는 누구인가? 15
2. 생애와 저술 22
3. 스피노자의 저술 목록 29

2장·『윤리학』의 구조 30
1. 『윤리학』의 목차 30
2. 『윤리학』의 주요 용어 32

2강 실체, 속성, 양태: 스피노자의 존재론 39

1장·스피노자의 우주 39
1. 스피노자의 신(神):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 39
2. 비인격적 존재자로서의 신 43
3. 자기 원인 49

2장·실체란 무엇인가? 54
1. 실체는 단 하나만 존재한다 54
2. 실체와 양태 56
3. 실체와 속성 58

3강 산출하는 자연과 산출된 자연 73

1장·실체는 어떻게 양태들을 생산하는가? 73
1. 양태의 존재론적 지위 73
2. 무한 양태와 유한 양태 80
3. 산출하는 자연과 산출된 자연 93
4. 원인으로서의 양태 95

2장·무한 양태와 유한 양태의 관계에 대하여 100

4강 평행론과 정신의 본질 111

1장·스피노자의 데카르트 비판 111
1. 데카르트와 이원론의 유산 111
2. 데카르트 비판의 논점 115

2장·평행론이란 무엇인가? 121
1. 평행론의 정의 121
2. 정신의 본성 128

5강 정신적 자동장치 135

1장·인식의 과정 135

2장·상상 148
1. 상상의 정의 148
2. 상상의 기능 152

6강 인식의 종류 159

1장·세 가지 인식의 종류 159
1. 상상, 이성, 직관적 지식 159
2. 적합한 인식과 부적합한 인식 169

2장·수동성에서 능동성으로 177
1. 정신의 수동성과 능동성 177
2. 부적합한 인식에서 적합한 인식으로 181

7강 인간의 본질로서의 욕망 189

1장·코나투스와 욕망 189
1. 스피노자에게 개체란 무엇인가? 190
2. 스피노자 인간학의 기초: 코나투스 196
3. 인간의 본질로서 욕망 200

2장·세 가지 일차 정서: 욕망, 기쁨, 슬픔 208
1. 역량의 변화로서의 정서 208
2. 세 가지 일차 정서 212

3장·연관망으로서의 정서 217
1. 사랑과 미움 217
2. 정서들의 연관망 220

8강 정서모방 231

1장·모방 욕망, 욕망의 모방 231

2장·정서모방 236
1. 암비치오: 잘 보이려는 욕망 237
2. 마음의 동요 244
3. 지배욕 248

9강 정서의 힘, 이성의 역량 253

1장·스피노자 윤리의 기본 개념들 253
1. 수동정서와 능동정서 255
2. 좋음과 나쁨 269

2장·어떻게 수동성에서 능동성으로 이행할 수 있는가? 276
1. 정서에는 정서로 276
2. 슬픔에서 기쁨으로, 수동성에서 능동성으로: 들뢰즈의 해석 282

10강 자유의 길 293

1장·정서들의 이성적 질서 293
1. 욕망을 탈구축하기 293
2. 마치 현자인 것처럼 행동하기 302

2장·신의 지적 사랑 309
1. 『윤리학』 5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309
2. 스피노자 철학에서 사랑의 개념 313
3. 신을 향한 사랑 315
4. 2종의 인식과 3종의 인식 320
5. 신의 지적 사랑의 의미 327

맺음말 335
 

저자 소개 

저 : 진태원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등이 있으며,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
 

책 속으로

이 책은 무엇보다, 스피노자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윤리학』을 직접 읽어 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독자들, 또 『윤리학』을 직접 읽어 보려고 시도했지만 난해하고 복잡한 논의에 좌절감과 실망감을 경험한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대한 상세하고 엄밀한 연구서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쉽게 풀어쓰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 p.5

스피노자에게는 원자와 같은 나눌 수 없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개체란 그 자체가 복합체이며, 더욱이 아주 많은 부분들의 연합체입니다. 스피노자는 인간들이 형성하는 집합체 역시 이런 의미에서 독특한 실재라고 주장합니다. 가령 국가와 같은 것 역시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는 코나투스를 자신의 본질로 하기 때문에, 독특한 실재를 뜻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장에 모여서 시위나 집회를 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 역시 스피노자에 따르면 독특한 실재를 구성합니다.
--- p.88

하나의 이미지는 항상 그것에 상응하는 관념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미지가 먼저 존재하고 그다음에 그것에 대한 관념으로서 상상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는 그것이 생겨나는 순간부터 항상 이미 그것에 대한 관념인 상상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곧 이미지는 그것에 대한 관념인 상상 없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식은 항상 이미 관념에서 관념으로 진행하지 결코 물체에서 관념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 p.138

유명론자인 스피노자에게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은 모두 개별적인 실재들입니다. 따라서 하양 일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얀 집, 하얀 말, 하얀 물감같이 개별적인 하얀 실재들만이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의지 일반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이런저런 개별적인 의지 작용들뿐입니다.

문제는 하양 일반을 개별적인 하얀 것들의 보편적 근거나 토대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의지 일반을 모든 개별적인 의지 작용의 근거 내지 원인이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의지 일반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러한 의지 일반의 능력에 입각하여 개별적인 의지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은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에서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관점입니다.
--- p.147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보면 바위가 파괴되지 않고 바위로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코나투스의 활동의 표현입니다. 또한 이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건물로서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코나투스 덕분입니다. 이 물통이나 이 책상 역시 자기 나름대로의 코나투스를 발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를, 우리가 보통 개체라고 부르는 것에게 고유한 것으로 한정하지도 않습니다. 국가와 같은 집합적인 실재도 코나투스를 갖고 있으며, 지구 전체도 자기 나름대로의 코나투스를 계속 발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코나투스를 좁은 의미의 의식적인 노력이나 지향적인 추구 행위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p.198

스피노자는 ‘의지’와 ‘욕구’를 구별합니다. 의지와 욕구는 모두 코나투스의 표현이지만, 의지는 정신의 측면에서만 표현되는 코나투스를 가리키며, 욕구는 정신과 신체에서 동시에 표현되는 코나투스를 가리킵니다. … 욕구를 통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또는 본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활동을 수행합니다. … 욕망은 욕구에 의식이 더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갓난아기가 아무런 의식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빨려고 하는 것은 욕구에 해당할 것입니다. 반면 어린아이가 시금치를 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고기를 달라고 칭얼대는 것은 욕망에 해당하겠죠.
--- p.201~202

우리는 보통 이성과 욕망 내지 정서를 서로 상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성이 강하면 욕망이 약해지고 반대로 욕망이 강해지면 이성이 약해진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데카르트의 경우처럼 이성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욕망이나 정서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따라 나오게 됩니다. … 『윤리학』에서 스피노자가 가장 중요한 비판 대상으로 설정하는 관점은 바로 이것, 즉 정신과 신체를 상반된 것으로 이해하고, 정신이 정념 또는 정서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p.207~208

스피노자는 놀랍게도 우리의 욕망이나 감정, 정서는 어떤 개인의 자발적인 주관적 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슬퍼하거나 기뻐하고, 사랑하거나 미워할 때, 이는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기쁨, 사랑과 미움에 대한 모방으로 이루어지는 작용입니다. 따라서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의 욕망도, 우리의 슬픔도, 우리의 사랑도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 셈입니다.
--- p.232

보통의 경우, 수동은 외부 원인에 의해 작용을 당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능동은 외부 대상에 대하여 행위자가 작용을 가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능동만이 원인으로 이해되며, 수동은 보통 결과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반면 스피노자는 능동을 적합한 원인으로 정의하고 수동을 부적합한 원인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능동과 수동의 차이는 원인이냐 결과냐, 작용을 가하냐 작용을 겪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원인이냐의 차이로 규정됩니다.
--- p.263

수동적인 기쁨은 역량의 증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외부 대상을 원인으로 하고 있고, 따라서 외부 대상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보면, 윤리적으로 볼 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 정서에 대한 인간학적 설명이나 윤리적 평가에서는 기쁨과 슬픔의 구별, 즉 행위 역량의 증대냐 감소냐 하는 구별만큼이나 그러한 기쁨이 수동적인 기쁨이냐 능동적인 기쁨이냐 하는 구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단 슬픔은 항상 수동적이며, 능동적인 슬픔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 p.264~265

이전 철학자들은 사랑의 핵심을 사랑의 대상의 현존과 그 지속에서 찾습니다. 반면 스피노자는 사랑의 핵심을 대상의 현존이나 부재에서 찾지 않고, 그것이 “기쁨”의 일종이라는 점, 다시 말해 존재 역량의 증대를 낳는 정서라는 점에서 찾습니다. 따라서 스피노자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그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의 역량이 증대된다는 사실이 더 본질적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 p.314

스피노자는 『윤리학』 맨 마지막에서 “고귀한 모든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고 말합니다. 스피노자가 말한 자유의 길이 고귀한 만큼 뒤따르기가 쉽지 않음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이 강의록을 끝까지 청취한 독자들은 이미 그 자유의 길로 성큼 접어든 셈입니다. 모처럼 시작한 그 길을 따라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 독특한 자유의 여정을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걸어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 p.335

출판사 리뷰

일생에 한 번은
철학 공부를 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사람은 평생에 한 번은 철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세상의 이치와 삶의 의미를 골똘히 물을 때가 한 번은 있게 마련이다. 그때는 우리가 삶에서 이런저런 위기에 직면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던 것들이 갑자기 불확실해지는 순간, 나 자신의 존재가 초라해지고 내 삶이 의문부호로 바뀌는 순간이 그런 순간들이다.

그때 철학은 더없이 귀중한 삶의 반려가 된다. 철학은 우리의 물음에 대해 간단하고 쉬운 답변을 제시해 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더 깊은 질문을 하도록 이끌어간다. 이 물음들을 통해 우리는 자명한 것처럼 보였던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삶의 의미와 가치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고 만들어가는 것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물음을 던지는 법을 배우고, 그 물음들에 직면하면서 삶의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사람이 평생에 한 번은 철학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철학자들의 철학자 스피노자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불릴 만큼 많은 철학자들에게 경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헤겔은 “누구나 철학을 시작할 때는 스피노자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베르그손은 “철학자는 누구나 두 개의 철학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철학이고 다른 하나는 스피노자 철학”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또한 들뢰즈와 가타리는 스피노자를 “철학의 그리스도”라고 지칭했고, 알튀세르는 스피노자야말로 “마르크스의 직접적 선조”이며 “이 세상에 출현한 이단이 남긴 가장 위대한 교훈 가운데 하나”라고 부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네그리는 스피노자를 서양 근대철학의 주류 노선이 도저히 길들일 수 없었던 “야생의 별종”과도 같다고 경탄했다.

서양 근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무수한 철학자들이 스피노자에게서 발견한 것은, 사유의 극한까지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스피노자 사유의 엄청난 힘이었다. 당대의 누구도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신학의 권위도, 기존의 철학적 사고의 관습도, 정치적 폭력의 소용돌이도 스피노자 사유의 힘을 꺾지 못했다. 스피노자는 오히려 그것들을 철학적 사색의 촉매로 활용했고, 그 결과 『윤리학』이라는 근대 철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을 산출하게 되었다.

좌절감을 안겨주는 난해한 『윤리학』

『윤리학』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집약하고 있는 책이다. 스피노자가 15년의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이 책은 형이상학에서 인식론과 정신이론, 인간학과 심리학, 윤리학과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한 권의 책 속에 담고 있다. 플라톤의 『국가』, 헤겔의 『정신현상학』, 마르크스의 『자본』과 비견될 만한 서양 철학의 걸작이 스피노자의 『윤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윤리학』을 직접 읽어보기 위해 책을 펴드는 독자들은 큰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을 연상시키는, 정의, 공리, 정리, 증명 등과 같은 낯선 수학 용어들이 등장할뿐더러, 스피노자의 논의가 워낙 압축적이고 밀도 높게 전개되어, 채 몇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책이 『윤리학』이다. 더욱이 기존에 나와 있는 한글 번역본들은 여러 가지 번역의 문제점도 포함하고 있어서 국내 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다.

『윤리학』을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스피노자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직접 번역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강독 수업을 진행해 왔다. 이 강독 수업을 통해 지은이는 『윤리학』에 수없이 존재하는 난해한 대목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스피노자의 철학 용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도 스피노자 형이상학의 핵심 개념인 실체와 속성, 양태, 자기원인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독특한 실재(res singularis, singular thing), 변용(affectio, affection), 이미지, 상상, 코나투스(conatus) 같이 스피노자 철학의 독창성을 잘 보여 주지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개념들도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문화이론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스피노자의 정서(affectus, affect) 개념의 본질을 간명하게 정리하면서, 스피노자 정서이론의 또 다른 중심 개념인 정서모방 개념을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이는 스피노자의 정서 개념과 정서모방 개념은 인간학과 심리학, 윤리학과 정치학을 관통하는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스피노자가 말하는 자유 개념의 진의를 파악하는 관건이라고 역설한다.

스피노자 철학, 특히 그의 『윤리학』이 현대 인문사회과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스피노자 철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윤리학』의 난해함 때문에 그의 철학 및 주요 개념들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인용을 위한 인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에서 지은이는 스피노자가 『윤리학』의 전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으며, 이러한 설계에 따라 『윤리학』이라는 거대한 지적 기념비를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 세심하게 개념들을 배치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었지만,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윤리학』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피노자와 함께 생각하기, 스피노자와 함께 살아가기

모든 훌륭한 철학이 그렇듯이, 스피노자 철학 역시 우리 시대와 약 400년의 시차를 두고 있음에도, 마치 우리 동시대의 철학인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읽는 것은 단지 과거의 고전 한 권을 읽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삶의 양식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구조화하고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왜곡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삶의 양식을 어떻게 비판하고 어떻게 그것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스피노자와 함께 사유하기는 스피노자와 함께, 스피노자의 모범을 따라, 살아가기와 다르지 않다.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은 독자들에게 그 길에 함께 나서 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