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양철학의 이해 (책소개)/2.논리학

논리연구1 - 순수논리학의 서론 (에드문트 후설)

동방박사님 2022. 11. 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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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심리주의적 논리학을 비판하고 순수논리학을 확립한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대표 저서 최초 번역 완간!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의 가장 유명한 대표 저작 『논리 연구』가 민음사에서 완간되었다. 이 저작은 1권 『순수논리학의 서론』, 2-1권 『현상학과 인식론 연구』, 『2-2권 인식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의 기초』 등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생 후설 연구를 통해 후설 현상학의 실체를 구명해 온 이종훈 교수가 번역했다.

현상학은 객관적 실증과학을 극복할 새로운 방법론으로 간주되든 전통 철학의 심화된 형태로 간주되든, 다양한 ‘현상학 운동’으로 왕성하게 발전하면서 현대의 철학뿐 아니라 인문 · 사회과학과 문화예술 전반에 매우 깊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쳐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현상학과 현상학자 관련 연구나 서적이 많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정작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는 미미해 후설현상학이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다. 특히 후설현상학은 좀 더 독특한 배경과 원인 때문에 오랫동안 편견과 왜곡된 해석으로 뒤엉킨 매우 견고하고도 두꺼운 껍질에 에워싸여 있다.

그러므로 후설의 사상과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후설의 사상을 '기술적 현상학-선험적 현상학-생활세계 현상학', '정적 분석 대 발생적 분석' 이라는 단절된 도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근본적 오류임을 인식하고, 후설현상학의 슬로건인 “사태 그 자체로”처럼, 후설로 돌아가 후설과 더불어 철학, 즉 현상학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후설의 사상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서로서, 후설현상학의 참모습을 재정립하고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길의 기초가 될 것이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 책의 독서를 돕기 위해 1권의 도입부에 해제를 작성했으며, 책 말미에는 후설의 연보와 저술 목록을 실어 독자가 후설의 연구 방향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목차

옮긴이 해제: 후설현상학 전체의 얼개인 심리학주의 비판과 지향적 분석
머리말
제2판의 머리말

들어가는 말
1 논리학에 대한 정의와 그 학설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논쟁
2 원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갱신할 필요성
3 쟁점. 선택해 나아갈 길

1절 규범적 분과 특히 실천적 분과로서의 논리학
4 개별학문들이 이론적으로 불완전한 점
5 형이상학과 학문이론을 통해 개별학문들을 이론적으로 보충하는 것
6 학문이론으로서 논리학의 가능성과 그 정당화
7 계속. 정초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특징
8 이러한 특징과 학문 및 학문이론의 가능성의 관계
9 학문의 방법적 처리방식. 일부는 정초, 일부는 정초를 위한 보조작업
10 학문이론의 문제로서 이론과 학문의 이념
11 규범적 분과로서, 기술학(技術學)으로서 논리학 또는 학문이론
12 이와 관련된 논리학의 정의

2절 규범적 분과의 기초로서 이론적 분과
13 논리학의 실천적 성격에 관한 논쟁
14 규범적 학문의 개념. 규범적 학문에 통일성을 주는 근본척도 또는 원리
15 규범적 분과와 기술학
16 규범적 분과의 기초인 이론적 분과

3절 심리학주의, 그 논증과 통상적 반증에 대한 견해
17 규범적 논리학의 본질적인 이론적 기초가 심리학에 있는지의 쟁점
18 심리학주의자의 논증
19 이에 대립된 측의 통상적 논증과 심리학주의의 응답
20 심리학주의자의 논증이 놓친 빈틈

4절 심리학주의의 경험론적 귀결
21 심리학주의자의 관점과 그 논박에서 두 가지 경험론적 귀결의 특징
22 고립되어 작동해 이성적 사유를 일으키는 추정적 자연법칙인 사유법칙
23 심리학주의의 세 번째 귀결과 그 논박
24 계속

5절 심리학주의의 논리적 근본법칙 해석
25 모순율에 대한 밀과 스펜서의 심리학주의적 해석
26 원리에 대한 밀의 심리학적 해석은 어떠한 법칙도 산출하지 않고 완전히 모호하고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험법칙을 산출한다
25와 26의 부록. 경험론의 몇 가지 원리적 결함
27 논리적 원리를 그 밖의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유사한 반론. 기만의 원천인
애매함
28 사유의 자연법칙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이 법칙을 논리적으로 규제하는 규범법칙으로
파악할 수 있을 모순율의 추정적 양면성
29 계속. 지그바르트의 학설

6절 심리학주의의 조명에서 삼단논법 추론. 추론공식과 화학공식
30 삼단논법의 명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시도
31 추리공식과 화학공식

7절 회의적 상대주의인 심리학주의
32 이론 일반이 가능한 이념적 조건. 회의주의의 엄밀한 개념
33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회의주의
34 상대주의의 개념과 그 특수한 형태
35 개인적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
36 종적 상대주의와 특히 인간학주의에 대한 비판
37 일반적 논평. 확장된 의미에서의 상대주의라는 개념
38 그 모든 형식에서 심리학주의는 상대주의이다
39 지그바르트 논리학에서 인간학주의
40 에르트만 논리학에서 인간학주의

8절 심리학주의의 편견
41 첫 번째 편견
42 상세한 설명
43 관념론적 반론에 대한 검토. 그 결함과 정당한 의미
44 두 번째 편견
45 ‘순수수학도 심리학의 한 분과가 될 것이다’라는 데 대한 논박
46 순수수학과 유사하게 순수논리학의 탐구영역은 이념적 영역이다
47 논리적 근본개념에서 그리고 논리적 명제의 의미에서 입증하는 증명
48 결정적 차이
49 세 번째 편견. 명증성의 이론으로서 논리학
50 논리적 명제가 판단의 명증성의 이념적 조건에 관한 명제로 애매하게 변형됨.
그 결과로 생기는 명제는 심리학적 명제가 아니다
51 이러한 논쟁에서 결정적 문제

9절 사유경제의 원리와 논리학
52 들어가는 말
53 마흐-아베나리우스 원리의 목적론적 성격과 사유경제학의 학문적 의미
54 사유경제학의, 주로 순수연역적 방법학의 영역에서 정당화된 목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
순수연역적 방법학과 논리적 기술학의 관련
55 순수논리학과 인식론에서 사유경제학이 무의미함 그리고 사유경제학과 심리학의 관계
56 계속. 순수논리적인 것을 사유경제적으로 정초하는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10절 비판적 고찰의 결론
57 우리의 논리적 노력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오해에 대한 숙고
58 과거의 위대한 사상가 가운데 우선 칸트와의 연결점
59 헤르바르트 그리고 로체와의 연결점
60 라이프니츠와의 연결점
61 순수논리학의 이념을 인식비판으로 정당화하고 부분적으로는 실현할 독자적인 연구의
필요성
추가. 랑에와 볼차노를 참조

11절 순수논리학의 이념
62 학문의 통일성. 사물들의 연관과 진리들의 연관
63 계속. 이론의 통일성
64 학문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학문의 원리와 학문 이외의 원리. 추상적 학문과 구체적 학문 그리고 규범적 학문
65 학문 또는 이론 일반이 가능한 이념적 조건의 물음.
A. 현실적 인식과 관련된 물음
66 B. 인식의 내용과 관련된 물음
67 순수논리학의 과제. 첫째 과제: 순수의미의 범주, 순수대상적 범주 그리고 그 법칙적
결합을 고정시키는 것
68 둘째 과제: 이러한 범주들 속에 근거하는 법칙과 이론
69 셋째 과제: 가능한 이론들의 형식에 관한 이론 또는 순수 다양체이론
70 순수 다양체이론의 이념에 대한 설명
71 작업의 구분. 수학자의 작업수행과 철학자의 작업수행
72 순수논리학의 이념을 확장하는 것. 경험적 인식의 순수한 이론으로서 순수 개연성이론

후설 연보
후설의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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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후설은 1859년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세기 독일과 프랑스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현상학의 창시자로서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와 더불어 현대사상의 원류라 할 수 있다. 1876년부터 1882년 사이에 라이프치히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철학과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했고, 1883년 변수계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84년 빈대학교에서 브렌타노 교수에게 철학강의를 듣고 ...

역 : 이종훈 (李宗勳)

 
이종훈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후설 현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대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가기』(2017), 『현대사회와 윤리』(1999), 『아빠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전 3권, 1994-2006), 『현대의 위기와 생활세계』(1994)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후설, 2010, 2019), 『논리연구』(전 3권, 후설, 2018...
 

책 속으로

‘확실히 심리학은 더 이상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답변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심리학은 모든 논리학의 핵심을 형성하는, 필증적으로 명증하고 그래서 초경험적이며 절대적인 정밀한 법칙을 줄 수 없다. 즉 사유법칙을 사유하는 자로서 인간 정신의 특징을 성격 짓는 자연법칙으로 간주하듯이, 올바른 사유작용을 정의하는 적합성의 본질은 (습관, 경향, 전통과 같은) 다른 어떤 심리적 영향으로도 희미해지지 않는 이러한 사유법칙이 순수하게 작동하는 데 놓여 있어야만 한다.(127~128쪽)

모든 인식은 ‘경험과 더불어 시작하지만’, 그 때문에 실로 경험에서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곧 사실에 대한 각각의 법칙이 경험에서 생긴다는 것이며, 바로 여기에는 그 법칙은 개개의 경험에서 오직 귀납을 통해서만 정초될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한다. 만약 통찰해 인식된 법칙이 존재하면, 따라서 그 법칙은 사실에 대한 (직접적) 법칙일 수 없다.(140쪽)

나는 순수논리학과 인식론을 새롭게 정초하는 시도를 통해 논리학의 본질, 특히 인식작용(Erkennen)과 주관성(Subjektivitat)과 인식내용(Erkenntnisinhalt)의 객관성(Objektivitat) 사이의 관계를 보편적으로 비판해 반성하도록 촉구하려 한다.(머리말)

심리학에 기초한 현대 논리학이 거의 예외 없이 분야의 불완전한 경계 설정, 즉 이질적인 것을 추정적인 분야의 통일체에 혼합하는 것, 더구나 이질적인 것이 대상을 완전히 오해한 것에 근거하는 오류를 범했다. 특히 심리학에 기초한 현대 논리학이 이러한 우를 범해 위험에 처해 있다. 즉 이론적 기초를 오해함으로써 또한 이렇게 생긴 분야들을 혼합함으로써 논리적 인식에서 진보가 본질적으로 억제되었다.(60~61쪽)
우리는 진리를 심리적 체험의 흐름 속에 등장하고 다시 사라지는 경험적 내용과 같이 ‘파악하지’ 않는다. 진리는 현상들 가운데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하나의 일반자(Allgemeines), 즉 하나의 이념이 하나의 체험인 총체적으로 변경된 의미에서 체험이다. 진리도 하나의 이념이며, 우리는 이 이념을 다른 모든 이념과 마찬가지로 직관에 근거한 이념화(이것은 여기에서 당연히 통찰의 작용이다.)의 작용 속에서 체험하고, 구체적인 개별적 사례들(즉 여기에서는 명증적 판단의 작용들)이 산재된 다양체에 대립해 비교하는 가운데 그 동일한 통일체에 의해 명증성을 획득한다.(201~202쪽)

순수논리학은 다른 모든 학문적 분과의 절대적 자립성에서 체계적이거나 이론적인 통일체의 이념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한정하고, 순수하게 이 개념에 근거한 이론적 연관을 탐구한다. 이때 순수논리학은 그 자체가 ‘형식’에 따라 그 법칙의 내용에 지배되는 고유한 특성, 즉 이 학문 자체가 진리의 체계적 통일체로서 이루어진 요소들과 이론적 연관이 그 학문 자체의 이론적 내용에 함께 속하는 법칙에 지배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질 것이다.(238~239쪽)

결국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러한 논쟁에 궁극적인 해명도 우선 가장 근본적인 인식론적 차이, 즉 실재적인 것(Reales)과 이념적인 것(Ideales)의 차이를 올바로 인식하는 데 또는 이 차이가 분석되는 그 모든 차이를 올바로 인식하는 데 달려 있다. 따라서 ‘도대체 이념적인 것은 그 자체로 무엇이며 실재적인 것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이념적인 것이 어떻게 실재적인 것에 관련되는지’, ‘이념적인 것이 어떻게 실재적인 것에 내재하며(einwhonen) 그래서 인식될 수 있는지’가 분명하게 이해되어야만 한다.(268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후설현상학의 탄생과 현상학 운동의 출발점이 된 기념비적 저술

수학자로 출발한 후설은 수학의 기초를 논리학에서, 또 논리학의 기초를 인식론에서 정초함으로써 철학의 참된 출발점을 근원적으로 건설하고자 자신의 관점을 끊임없이 비판해 갔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없으면 줄곧 검토하고 수정했을 뿐 어떤 자료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전에는 『산술철학』(1891), 『논리 연구』 1권(1900), 『논리 연구』 2권(1901),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1911),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제1권(1913), 『시간의식』(1928),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1929), 『(데카르트적) 성찰』(프랑스어판, 1931), 『(유럽 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1936)만 출간되었다. 더구나 그의 사상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던 『논리 연구』부터 『엄밀한 학문』까지 10년 동안, 또한 『이념들』 1권부터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까지 16년 동안의 모습은, 1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제자들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전쟁이라는 시대의 극한적인 상황 때문에 전혀 알려질 수 없었다. 그 결과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 나간 후설 현상학의 총체적 모습보다 그때그때 발표된 저술을 통해 ‘의식(이성)을 강조한 관념론인지, 경험의 지평구조를 밝힌 실재론인지’, ‘주관적 합리론인지, 객관적 경험론인지’ 등 각기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인식되고 평가되었다.
후설은 『논리 연구』 1권에서 논리법칙이 심리적 사실에 근거한 심리법칙이기 때문에 논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과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주의는 객관적 진리 자체를 주관적 의식체험으로 해소시키는 회의적 상대주의에 빠질 뿐이라고 철저히 비판함으로써 객관주의자로 부각되었다. 물론 그는 주관적 심리학주의뿐 아니라 주관에 맹목적인 객관적 논리학주의도 비판했다.
그리고 다음 해 출간된 2권에서 다양한 의식체험을 분석함으로써 의식의 본질구조가 지향성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분석을 순수논리학보다는 체험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의 고유한 관심사로 간주한 동시대인들은 후설이 소박한 자연적 태도에 머물렀기 때문에 경험이 발생하는 사실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타당할 수 있는 권리를 해명하고자 주관성으로 되돌아가 묻는 선험적(반성적) 태도의 작업을 심리학주의로 후퇴한 것, 심지어 ‘단순한 의식철학’, ‘주관적(절대적) 관념론’으로까지 오해했다. 그 결과 그는 간단히 주관주의자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동일한 제목 아래 일관된 문제의식을 다룬 두 책의 초고는 이미 1898년경 완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동시에 또는 적어도 같은 해 출간되었다면, 처음부터 후설현상학은 ‘객관주의인지 주관주의인지’ 하는 논란조차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후설현상학 전체를 시종일관 이끌어 가는 얼개이자 핵심적 과제는 주관과 객관의 본질상 불가분한 상관주의에 입각한 심리학주의 비판과 궁극적 근원을 부단히 되돌아가 묻는 선험적 태도에서 의식에 대한 지향적 분석이다. 이번에 『논리 연구』 1권과 2권을 같은 해에 번역해 출간함으로써 상반된 관점에서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룬 것으로 파악하는 뿌리 깊은 편견과 오랜 오해를 말끔히 씻어 낼 뿐 아니라 후설 현상학 전체의 참모습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 순수논리학과 후설현상학의 서론, 『논리 연구』 1권

논리학에 대한 상반적 견해와 후설의 비판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그 자체로 완결된 학문처럼 보였으나 근대 이후 논리학주의와 심리학주의의 견해가 대립했다. 논리학주의는 논리학이 순수한 이론적 학문으로서 심리학이나 형이상학에 독립된 분과라고 주장하고, 심리학주의는 논리학이 심리학에 의존하는 분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설에 따르면, 논리학주의와 심리학주의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규범적 학문 속에 내포된 이론적 영역은 이론적 학문을 통해 해명되어야 하며, 이론적 학문 역시 실천적 계기를 배제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주의는 이념적인 것(Ideales)과 실재적인 것(Reales), 그리고 이념적인 것이 실천적 계기로 변형된 규범적인 것(Normales)의 근본적 차이를 혼동했다.
또한 심리학주의에 따르면, 논리법칙이 심리-물리적인 실험을 반복해 일반화한 발생적 경험법칙으로서 사유의 기능 또는 조건을 진술하는 법칙이기 때문에 논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후설에 따르면 순수논리법칙은 그 대상이 현실적으로나 가능적으로 존재하는지를 함축하거나 전제하지 않는다. 마음이 심정적으로 느낀 인과적 필연성과 보편타당한 논리적 필연성은 결코 혼동될 수 없다. 제한된 경우들을 일반화하는 심리학의 경험법칙에는 항상 귀납법적 비약이 내포될 수밖에 없고 예외가 언제든지 가능한 개연적 근사치만 갖기 때문이다.
심리학주의의 인식론에는 ‘어떠한 진리도 없고, 어떠한 인식도 없으며, 어떠한 인식의 정초도 없다.’라는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 전통에 따라 ‘개인이 모든 진리의 척도’라고 주장하는 개인적 상대주의와, 모든 판단은 인간에 대해 참이기 때문에 진리의 척도를 인간 자체, 즉 인간의 종(種)에 두는 종적 상대주의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 상대주의의 주장은 ‘어떠한 진리도 없다, 라는 진리는 있다.’라는 명제와 똑같은 진리치를 갖는 가설로서 자가당착이다. 그리고 종적 상대주의의 주장도 모순율에 배치된다. 이처럼 심리학주의의 상대주의는 논리적 원리를 우연적인 사실에서 도출하기 때문에, 사실이 변하면 원리도 달라지고 그 결과 자신의 주장마저 자신이 파괴하는 자기모순과 회의주의의 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후설의 심리학주의 비판의 의의

후설은 1913년 『논리 연구』 1권과 2권의 개정판에서 1권의 몇 군데 문구만 수정했다. 즉 수 개념의 궁극적 근원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순수논리학에서 찾는 심리학주의에 대한 비판은 곧 그 이후에 지속된 선험적 인식비판에 대한 최초의 형태이다. 후설은 마지막 저술 『위기』에서 “『논리 연구』에서 ‘선험적 현상학’이 최초로 출현했다.”라고 밝힌다. 이러한 선험적 인식비판의 태도는 선험적 현상학의 이념과 더불어 『엄밀한 학문』과 『이념들』 1권에서 실증적 자연주의에 대한 비판,『논리학』에서 공허한 형식논리학에 대한 비판, 그리고 『위기』에서 물리학적 객관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후설은 주관에 대해 맹목적인 객관적 논리학주의도 철저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사실은 후설현상학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와 축이 주관과 객관이 서로 분리되거나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관-객관-상관관계’를 지향적으로 분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손쉽게 잊어버리기 쉬운 아킬레스건이다.
또한 후설은 소박한 실증적 자연과학뿐 아니라 이러한 방법론에 현혹된 객관적 학문 일반이 그 객관성에 의미와 타당성을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창조해 가는 주관성을 망각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성격은 특히 ‘이론적 실천’이라는 개념에 잘 드러나는데, 이것은 심리학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밝힌 ‘이념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그리고 ‘규범적인 것’의 관계와 구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즉 실천의 기초는 이론에 근거하고 실천이 학문적 성격을 지니려면 이론을 전제해야 하므로 실천은 이론에 의해 정초된다.
그러므로 『논리 연구』 1권의 심리학주의비판은 그 부제처럼 ‘순수논리학의 서론’에 그치지 않고 ‘후설현상학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서론’, 즉 후설현상학 전체의 얼개이다.


■ 후설현상학의 일관된 주제인 지향적 의식분석, 『논리 연구』 2권

현상학의 중심 문제인 의식의 ‘지향성’

후설은 『논리 연구』 2권에서 의식의 다양한 체험을 분석해 그 본질적 구조가 의식은 항상 ‘무엇에 대한 의식’, 즉 지향성이라고 밝혔다. 후설은 의식체험의 표층에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층적 구조를 표상(지각, 판단)작용, 정서작용, 의지작용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객관화하는 표상작용을 의식의 각 영역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가장 기본적인 1차적 지향작용으로 파악해 표상작용을 모든 작용의 근본적 토대라고 파악한다. 즉 표상작용은 ‘이론’의 영역이고, 정서작용이나 의지작용은 ‘실천’의 영역이다. 따라서 그의 분석이 표상작용에 집중된 것도, ‘이념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그리고 ‘규범적인 것’의 관계에서처럼, 결코 정서작용이나 의지작용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당한 정초 관계를 밝히는 데 있다.
이로써 모든 인식에 타당성과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궁극적 근원인 순수의식을 해명하는 선험적 탐구의 길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표현과 의미

후설은 의식의 지향성을 전제해야만 가능한 언어를 분석해 의미의 지향적 구조를 밝힌다. 언어는 언제나 ‘무엇에 대한’ 기호이다. 그러나 모든 기호가 그 기호로써 표현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호는 기호와 그것이 지적한 것이 필연적으로 결합된 ‘표현’과, 이것들이 협약이나 연상에 의해 어떤 동기로 결합된 ‘표시’로 구분된다. 그런데 표현에서 가장 기본적 기능은 ‘통지기능’이다. 표현은 의사소통하는 심리적 체험(형식)과 문자나 음소, 즉 물리적 체험(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통지하고 통지받는 것이 일치되어 표현에 생생한 의미를 부여하고 대상성을 직관하는 것이 곧 ‘의미기능’이다. 그러나 표현의 본질은 의미기능에 있기에 통지기능은 의미기능의 보조 수단이다. 통지기능이 없어도 (예를 들어 표정, 몸짓, 독백 등)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의미기능이 없는 표현은 불가능하고, 의미를 통해 표현된 대상성은 비록 가상이더라도 그 표현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미기능에서 의미지향은 의미충족에 선행하고 의미 충족이 없어도 표현을 이해시켜 주기 때문에 의미충족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의 담지자”이다.

진리와 ‘명증성’

후설에서 ‘명증성’은 ‘사고한 것이 주어진 사태나 대상과 일치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진리는 의미지향과 의미충족이 일치하는 명증성이다.
결국 실증적 자연과학이 표현하는 기호나 공식, 도형은 그 직관적 충족이 아프리오리하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결코 나타날 수 없는 사물 그 자체’는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둥근 사각형’처럼 단지 의미지향만 지닌 이치에 어긋난 것이다. 그러나 정밀한 자연과학이 탐구하는 그 자체의 ‘자연’은 무한한 이념이나 기하학의 도형과 같이 실제로 경험된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충족시킬 수도 그 진리성을 검증할 수도 없는 이념화된 산물이다.
결국 『논리 연구』 1권의 심리학주의 비판이나 2권의 경험의 대상과 그 대상이 주어지는 방식 사이의 보편적 상관관계에 대한 지향적 분석은 심리학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객관적 형태심리학의 소박한 자연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심리학 등을 통해 이성(순수의식)에 관한 참된 학문의 길을 제시하려는 선험적 현상학은 후설현상학에서 변함없는 주요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