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양철학의 이해 (책소개)/2.논리학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에드문트 후설)

동방박사님 2022. 11. 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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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후설의 현상학은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가다머, 하버마스, 데리다 등의 현대철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과학과 문화예술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길사는 2009년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이념들』1-3권을 동시에 출간한 바 있다.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이념들』은 제1권, 제2권, 제3권이 함께 전체적으로 이해되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전기의 정태적 분석 대(對) 후기의 발생적 분석 또는 제1권의 선험적 관념론 대 제2권의 경험적 실재론이 결코 단절되고 대립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어서다. 또한, 전체를 관통해 항상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보완적 작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2021년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이념들』1-3권의 개정판을 준비했으며 1-2권을 먼저 선보인다.

 

목차

·순수현상학의 일반적 입문

엄밀한 이성비판으로서의 선험적 현상학│이종훈·25
머리말·51

제1장 본질과 본질인식

제1절 사실과 본질
1. 자연적 인식과 경험·59
2. 사실. 사실과 본질이 분리될 수 없음·61
3. 본질통찰과 개별적 직관·63
4. 본질통찰과 상상. 모든 사실인식에 독립적인 본질인식·67
5. 본질에 관한 판단과 형상적 보편타당성에 대한 판단·68
6. 몇 가지 근본개념. 일반성과 필연성·70
7. 사실학문과 본질학문·72
8. 사실학문과 본질학문의 의존관계·75
9. 영역과 영역적 형상학(形相學)·76
10. 영역과 범주. 분석적 영역과 그 범주·79
11. 구문론적 대상성과 궁극적 기체. 구문론적 범주·83
12. 유와 종·85
13. 일반화와 형식화·86
14. 기체의 범주. 기체의 존재와 ‘여기에 있는 이것t’o(de ti)·88
15. 자립적 대상과 비-자립적 대상. 구체물과 개체·90
16. 실질적 분야에서 영역과 범주. 아프리오리한 종합적 인식·92
17. 논리적 고찰의 결론·94

제2절 자연주의의 오해
18. 비판적 논의로 들어가는 말·95
19. 경험과 원본적으로 부여하는 작용을
경험론으로 동일하게 확인함·98
20. 회의주의인 경험론·101
21. 관념론적 측면의 막연함·104
22. 플라톤적 실재론에 대한 비난. 본질과 개념·106
23. 이념화작용의 자발성, 본질과 허구·109
24. 모든 원리 가운데 원리·111
25. 실천에서 자연과학자인 실증주의자,
반성에서 실증주의자인 자연과학자·112
26. 독단적 태도의 학문과 철학적 태도의 학문·113

제2장 현상학적 근본고찰

제1절 자연적 태도의 정립과 이것의 배제
27. 자연적 태도의 세계: 자아와 나의 환경세계·117
28. 사유주체(cogito). 나의 자연적 환경세계와 이념적 환경세계·120
29. ‘타인의’ 자아주체와 상호주관적인 자연적 환경세계·122
30.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123
31. 자연적 정립의 철저한 변경. ‘배제함’과 ‘괄호침’·124
32. 현상학적 판단중지·128

제2절 의식과 자연적 실제성
33. 현상학적 잔여인 ‘순수 의식’ 또는 ‘선험적 의식’을 예시함·131
34. 주제인 의식의 본질·134
35. ‘작용’인 사유주체. 비-현실성변양·136
36. 지향적 체험. 체험 일반·139
37. 사 유주체 속에 순수 자아의 ‘무엇을 향해 있음’과
파악하는 주의를 기울임 ·141
38. 작용에 대한 반성. 내재적 지각과 초월적 지각·144
39. 의식과 자연적 실제성. ‘소박한’ 인간의 파악·147
40. ‘제1성질’과 ‘제2성질’. ‘물리학적으로 참된 것’의
‘단순한 나타남’인 생생하게 주어진 사물·150
41. 지각의 내실적 존립요소와 이것의 초월적 객체·152
42. 의식으로서의 존재와 실재성으로서의 존재.
직관방식의 원리적 차이·156
43. 원리적 오류의 해명·159
44. 초월적인 것의 단순한 현상적 존재와
내재적인 것의 절대적 존재·161
45. 지각되지 않은 체험과 지각되지 않은 실재성·166
46. 내재적 지각의 확실성과 초월적 지각의 불확실성·168

제3절 순수 의식의 영역
47. 의식의 상관자인 자연적 세계·172
48. 우리의 세계 밖에 있는 세계의
논리적 가능성과 실질적 이치에 어긋남·175
49. 세계를 무화함의 잔여인 절대적 의식·177
50. 현상학적 태도와 현상학의 장(場)인 순수 의식·180
51. 선험적 예비고찰의 의미·182
52. 보충. 물리학적 사물과 ‘나타남의 알려지지 않은 원인’·186
53. 동물적인 것과 심리학적 의식·194
54. 계 속. 초월적인 심리학적 체험은 우연적이며 상대적이고 ,
선험적 체험은 필연적이며 절대적이다·197
55. 결 론. 모든 실재성은 ‘의미부여’를 통해 존재한다 .
결코 ‘주관적 관념론’이 아니다·199

제4절 현상학적 환원
56. 현상학적 환원의 범위에 관한 물음. 자연과학과 정신과학·201
57. 순수 자아를 배제하는 문제·202
58. 신의 초재(超在)는 배제된다·205
59. 형상적인 것의 초재.
보편수학(mathesis universalis)인 순수논리학을 배제함·206
60. 질료적-형상적 학과를 배제함·209
61. 현상학적 환원의 체계화의 방법론적 의미·211
62. 인식론적 예시. ‘독단적’ 태도와 현상학적 태도·215

제3장 순수현상학의 방법론과 문제제기

제1절 방법론적 예비숙고
63. 현상학에 대한 방법론적 숙고의 특별한 의미·221
64. 현상학자의 자기-배제·224
65. 현상학이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 관계함·225
66. 명석하게 주어진 것에 대한 충실한 표현. 명백한 전문용어·227
67. 해명의 방법. ‘주어짐에 가까움’과 ‘주어짐에 떨어져 있음’·229
68. 참된 명석함과 거짓된 명석함의 단계. 정상적 해명의 본질·232
69. 완전히 명석한 본질파악의 방법·233
70. 본질해명의 방법에서 지각의 역할.
자유로운 상상의 우선적 지위·235
71. 체험을 기술하는 형상학(形相學)의 가능성 문제·239
72. 구체적인 그리고 추상적인 ‘수학적’ 본질학문·240
73. 현상학의 문제에 적용. 기술(記述)과 정확한 규정·244
74. 기술적 학문과 정밀한 학문·246
75. 순수 체험의 기술적 본질학인 현상학·248

제2절 순수 의식의 보편적 구조
76. 다음 연구의 주제·251
77. 체험영역의 근본적 특유성인 반성. 반성에 대한 연구·254
78. 체험의 반성에 현상학적 연구·259
79. 비판적 논의. 현상학과 ‘자기관찰’의 어려움·264
80. 순수 자아에 대한 체험의 관계·276
81. 현상학적 시간과 시간의식·279
82. 계속. 동시에 체험을 반성하는 지평인 세 겹의 체험의 지평·284
83. ‘이념’으로서 통일적 체험의 흐름에 대한 파악·286
84. 현상학의 주요주제인 지향성·288
85. 감각적 질료(hyle)와 지향적 형상(morphe)·294
86. 기능적 문제·300

제3절 인식작용과 인식대상
87. 예비고찰·304
88. 내실적이며 지향적인 체험의 구성요소. 인식대상·307
89. 인식대상의 진술과 실제성의 진술.
심리학적 영역에서 인식대상·311
90. ‘인식대상의 의미’ 그리고 ‘내재적 객체’와
‘실제적 객체’의 구별·312
91. 지향성의 가장 넓은 영역으로 이행함·317
92. 인식작용의 관점과 인식대상의 관점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변화·319
93. 더 높은 의식영역인 인식작용-인식대상 구조로 이행함·324
94. 판단분야에서 인식작용과 인식대상·325
95. 감정영역과 의지영역에서 유사한 구별·330
96. 다음 절로 넘어감. 결론적 논평·333

제4절 인식작용-인식대상 구조의 문제제기
97. 내 실적 체험계기인 질료적 계기와 인식작용의 계기 ,
비-내실적 체험계기인 인식대상의 계기·335
98. 인식대상의 존재방식. 인식작용의 형식이론.
인식대상의 형식이론·340
99. 현재화와 현전화의 영역에서 인식대상의 핵심과 그 특성·345
100. 인식작용과 인식대상에서 표상의 본질법칙적 단계의 형성·347
101. 단계의 특성. 다른 종류의 ‘반성’·349
102. 특성화의 새로운 차원으로 이행함·351
103. 신념의 특성과 존재의 특성·352
104. 변양인 속견의 양상태·354
105. 신념으로서 신념의 양상태와 존재로서 존재의 양상태·356
106. 그 인식대상의 상관자와 같이 있는 긍정과 부정 ·358
107. 반복된 변양·360
108. 인식대상의 특성은 결코 ‘반성’의 규정성이 아니다·361
109. 중립성변양·363
110. 중립화된 의식과 이성의 권능. 가정함·366
111. 중립성변양과 상상·367
112. 상상변양의 반복할 수 있음과 중립성변양의 반복할 수 없음·370
113. 현실적 정립과 잠재적 정립·372
114. 정립의 잠재성과 중립성변양에 관한 계속된 논의·377
115. 적용. 확장된 작용의 개념. 작용의 수행과 작용이 일어남·382
116. 새로운 분석으로 이행함.
기초지어진 인식작용과 그 인식대상의 상관자·386
117. 기 초지어진 정립과 중립화변양 이론의 결론 .
정립의 일반적 개념·390
118. 의식의 종합. 구문론의 형식·395
119. 다수정립적 작용의 단일정립적 작용으로 변형 ·398
120. 종합의 영역에서 정립성과 중립성·400
121. 감정과 의지의 영역에서 속견의 구문론·402
122. 분절된 종합이 수행되는 양상. ‘주제’·406
123. 종합적 작용이 수행되는 양상인 혼란됨과 판명함·408
124. ‘로고스’(logos)의 인식작용-인식대상의 층.
의미작용과 의미·410
125. 논리적-표현의 영역에서 수행되는 양상태와 해명의 방법·415
126. 표현의 완전성과 일반성·417
127. 판단의 표현과 감정의 인식대상의 표현·419

제4장 이성과 실제성

제1절 인식대상의 의미와 대상의 관계
128. 들어가는 말·423
129. ‘내용’과 ‘대상’. ‘의미’인 내용·426
130. ‘인식대상의 의미’의 본질을 한정함·429
131. ‘대상’과 ‘인식대상의 의미 속에 규정할 수 있는X ’·431
132. 그 충족의 양상에서 의미인 핵심·435
133. 인 식대상의 명제. 정립적 명제와 종합적 명제 .
표상의 분야에서 명제·436
134. 진술논리의 형식이론·438
135. 대상과 의식. 이성의 현상학으로 이행함·441

제2절 이성의 현상학
136. 이성의식의 첫 번째 근본형식: 원본적으로 부여하는 ‘봄’·446
137. 명 증성과 통찰. ‘원본적’ 명증성과 ‘순수’ 명증성 ,
실연적 명증성과 필증적 명증성·450
138. 충전적 명증성과 비-충전적 명증성·452
139. 모 든 종류의 이성이 얽혀 있음 .
이론적 진리와 가치론적 진리, 실천적 진리·455
140. 확증. 명증성 없는 정당화.
정립적 통찰과 중립적 통찰이 같은 값을 지님·458
141. 직접적 이성정립과 간접적 이성정립. 간접적 명증성 ·461
142. 이성정립과 존재·464
143. 칸트적 의미에서 이념인 사물의 충전적 주어짐·466
144. 실제성과 원본적으로 부여하는 의식: 결론적 규정·467
145. 명증성의 현상학에 대한 비판적인 것·469

제3절 이성이론의 문제제기에 일반성의 단계
146. 가장 일반적인 문제·474
147. 문제의 세분화. 형식논리학과 가치론, 실천학·476
148. 형식적 존재론의 이성이론 문제·480
149. 영역적 존재론의 이성이론 문제. 현상학적 구성의 문제·482
150. 계속. 선험적 실마리로서의 영역인 사물·488
151. 사물의 선험적 구성의 층(層). 보충·492
152. 선험적 구성의 문제를 다른 영역으로 이행함·494
153. 선험적 문제를 충만하게 연장함. 연구의 분류·496

찾아보기·503
 

저자 소개

저 :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후설은 1859년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세기 독일과 프랑스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현상학의 창시자로서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와 더불어 현대사상의 원류라 할 수 있다. 1876년부터 1882년 사이에 라이프치히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철학과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했고, 1883년 변수계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84년 빈대학교에서 브렌타노 교수에게 철학강의를 듣고 ...

역 : 이종훈 (李宗勳)

 
이종훈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후설 현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대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가기』(2017), 『현대사회와 윤리』(1999), 『아빠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전 3권, 1994-2006), 『현대의 위기와 생활세계』(1994)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후설, 2010, 2019), 『논리연구』(전 3권, 후설, 2018...
 

책 속으로

일반화(Generalisierung)와 특수화(Spezialisierung)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관계―실질적인 순수 논리적으로 형식적인 것 속으로 일반화(Verallgemeinerung), 또는 그 반대로, 어떤 논리적으로 형식적인 것이 실질화(Versachlichung)―와 첨예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일반화는―예를 들어 수학적 해석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형식화(Formalisierung)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특수화는 탈-형식화, 즉 논리적-수학적 공허한 형식 또는 형식적 진리를 ‘충족시킴’과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어떤 본질을 어떤 순수-논리적 본질의 형식적 일반성에 종속시키는 것은 그 본질을 더 높은 본질-유에 종속시키는 것과 혼동되면 안 된다.
--- p.86

우리는 자연적 태도의 본질에 속한 일반정립을 작용중지하고, 이 일반정립이 존재적 관점에서 포괄하는 각각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는다. 따라서 항상 ‘우리에게 거기에’ ‘현존해’ 있고 의식에 적합한 ‘실제성’으로 언제나 거기에 남아 있는 이 자연적 세계 전체를, 정말 그
자연적 세계 전체를 괄호칠 것을 원할 때, 괄호 속에 넣는다. 그러한 괄호침이 나의 완전한 자유이듯이 그렇게 실행한다면, 따라서 이때 나는 마치 내가 소피스트인 것처럼 이 ‘세계’를 부정하지 않고, 마치 내가 회의주의자인 것처럼 세계의 현존(Dasein)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공간적-시간적 현존에 관한 모든 판단을 나에게 완전히 차단하는 ‘현상학적’ 판단중지를 한다.
--- p.129

우리는 현상학적 판단중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배웠지만, 결코 그 판단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을 배우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미 말한 것에서 판단중지의 전체 영역을 한정함과 더불어 그 판단중지의 보편성을 제한함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주어져 있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모든 사유작용을 지닌 우리 자신을 포함해 세계 전체가 배제되었을 때, 도대체 무엇이 남아 있을 수 있는가?
--- p.131
 

출판사 리뷰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에드문트 후설은 1859년 독일의 메렌 주에서 태어나 1938년 프라이부르크에서 79세로 사망했다. 할레 대학강사, 괴팅겐 대학강사와 교수,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수, 그리고 은퇴 후 죽는 날까지 오직 강연과 집필에 몰두했던 그는, “철학자로서 살아왔고 철학자로서 죽고 싶다”는 유언 그대로,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 자체였다.
50여 년에 걸친 학자로서 그의 외길 삶은 보편적 이성을 통해 모든 학문의 타당한 근원과 인간성의 목적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책임에 근거한 이론(앎)과 실천(삶)을 정초하려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즉 선험적 현상학(선험철학)의 이념을 추구한 것이었다. 이 이념을 추적한 방법은 기존의 철학에서부터 정합적으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견에서 해방되어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직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과 방법은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나간 그의 사상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련 아래 독자적인 사상을 전개한 수많은 현대철학자, 심지어 충실한 연구조교였던 란트그레베와 핑크까지 나중에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선험적 현상학을 비판하고 거부했다. 후설은 이들이 거둔 성과를 높게 평가했지만, 결코 선험적 현상학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지했다. 그가 후기에 ‘생활세계’를 문제 삼았던 것도 선험적 현상학(목적)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길(방법)이었다. 방법(method)은 어원상(meta+hodos) ‘무엇을 얻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뜻하듯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저술의 정태적 분석과 후기 저술이나 유고의 발생적 분석으로 드러난 모습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라, 마치 어떤 건물에 대한 평면적 파악과 입체적 조망처럼 전체를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보완관계이다. 그것은 모든 의식체험이 시간적으로 등장하는 그 자신의 역사, 즉 시간적 발생을 갖기 때문에 1904~1905년 강의 이후에는 이 발생적 분석을 줄곧 적용하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어떤 저술 어떤 부분에서 정태적 또는 발생적 분석이 더 전면에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후설 현상학, 그 무한한 탐구의 지평

현상학은 객관적 실증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론으로 간주되든 전통철학이 심화된 형태로 간주되든, 다양한 ‘현상학 운동’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현대의 철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과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매우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또한 사회철학이나 분석철학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지점에서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공동작업도 꽤 이루어졌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현상학에 관한 논문이나 입문서가 적지 않으며, 주요 현상학자들의 원전도 여러 권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심리학, 사회과학, 문학(예술)비평, 심지어 철학의 전문분야인 현상학과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체육이나 의학에서도 현상학에 관한 기본지식을 알고자 간절히 원한다. 그렇지만 현상학계에서는 정작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연 우리가 후설 현상학을 어느 정도 충분히 이해했다는 사실을 뜻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현상학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강렬하고 급증하는데도, 이에 대해 현상학계가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통일적으로 온전히 밝혀놓지 못한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현상학계에서조차 후설 현상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공하는 학자들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학회의 활동이 미약해서가 아니라, 그의 현상학을 그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후설의 사상이 발전해나간 단계를 ‘기술적(記述的) 현상학 대(對) 선험적 현상학 대 생활세계적 현상학’ ‘정태적 분석 대 발생적 분석’ 또는 ‘주관적 관념론 대 객관적 실재론’이라는 단절되고 도식적인 틀 속에 억지로 집어넣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심지어 현상학의 기본문제인 의식의 ‘지향성’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거나 일관성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시켜 해석하기 때문이다. 후설 현상학을 피상적으로 비판한 현상학자들의 견해나, 단순히 이러한 견해에 의존해 편파적으로 소개하는 2차 문헌들의 명백한 한계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절된 도식적 이해의 틀도 부분적으로는 후설 현상학이 그때그때 발전해나간 단계의 일정한 모습을 전달해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후설이 이전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단순히 땜질해 보완하거나 이전 단계에서 분석하고 주장한 것을 완전히 거부한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철저히 왜곡시킨다. 그 결과 후설 현상학이 제시해주는 새로운 분야를 생생하게 연구할 열정과 에너지는 곧바로 식어 굳어지고 그 무한한 탐구의 지평은 간단히 차단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