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6.작가인물탐구

천경자 평전

동방박사님 2022. 11.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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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독과 한을 예술로 승화시킨 영혼의 화가,
불꽃처럼 살다간 천경자의 전설 같은 삶과 예술세계


폭풍의 언덕처럼 휘몰아친 삶의 시련 속에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고독과 한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형의 예술가, 천경자
그녀에게 고난과 슬픔은 영혼의 불꽃을 태우는 땔감에 불과했다.

20세기 미술계 최대의 스캔들, [미인도]의 진실을 파헤치다.

천경자의 전설 같은 생애와 예술세계, 50여 점의 대표작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두 남자와의 갈등과 여동생의 죽음, 집안의 몰락으로 처절한 가난을 감내했던 천경자. 이 책은 불행한 시대 속에서 역경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친 화가 천경자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다. 50여 점의 주요 작품과 풍부한 자료사진, 흥미 있는 일화와 절절한 사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그림의 탄생배경을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천경자의 감동적인 예술혼과 미의식을 접하고 나면 오늘날 삭막한 사회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꿈을 자각하고, 현실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며

프롤로그: 천경자 예술의 마력
천경자 신드롬 | 황후의 카리스마 | 불행한 생애, 행복한 예술가

1. 정한의 뿌리
고향의 봄 | 사춘기의 방황 | 꿈에 부푼 일본 유학 | 빗나간 사랑 | 여동생의 죽음 | 뱀으로 승화된 한恨 | 부산 갈매기

2. 행복의 그림자
장밋빛 서울 | 보랏빛 환상: 채색화의 신경지 | 회색빛 우울

3. 꿈과 낭만을 찾아서
뉴욕에서 사모아로 | 타히티, 고갱의 발자취 | 파리, 화려한 고독 | 이탈리아, 보티첼리에 취해 | 베트남, 전쟁터의 시정 | 아프리카, 사막의 여왕이 되어 | 인도, 신비와 침묵의 땅 | 중남미, 탱고를 찾아서

4. 문학기행
폭풍의 언덕 | 헤밍웨이의 집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모뉴먼트 밸리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5. 환상 속의 자아상
비련의 여주인공 | 길례 언니 | 우주 소녀 | 프리다 칼로와 천경자

에필로그
자신의 한을 승화시킨 실존적 낭만주의자

부록: 희대의 진위논란, [미인도]의 진실
사건의 발단 | 진품 판정이 나온 경위 | [미인도]의 원본 | 문제의 본질과 해법

천경자 연보
도판 목록
 

 

저자 소개

저 : 최광진 (閒啞 崔光振)
 
공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고 7년간 진정한 자신을 찾아 방황한 끝에 1988년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 재입학했다. 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 비평이론으로 1호 박사학위를 받고,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04년 이미지 연구소를 열어 작가들을 위한 창작론과 예술론, 동서비교미학, 비교신화, 한국미학, 현대철학 등의 강좌들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
 

책 속으로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슬픔이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면 슬픔은 더 이상 불쾌한 고통이 아니다. 화가 천경자는 진흙탕에서 핀 연꽃처럼 자신의 비극적 슬픔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불행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화가로서의 꿈을 실현했다. 찬란한 고독 속에서도 자신의 빛깔을 보석처럼 가꾸어간 천경자의 예술세계에서 우리는 삶의 고통과 슬픔이 오히려 영혼의 불꽃을 태우는 땔감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책을 내며」중에서

천경자라는 작가가 후세에 어떻게 평가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치열한 작가의식으로 오직 창작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사른 작가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녀는 생전에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가였지만, 그녀의 인기는 오직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삶의 역경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드라마틱한 예술세계가 알려진다면,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이상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내며」중에서

당시 천경자의 카리스마와 화가로서의 자존심은 대단했다. 그녀는 종종 “전생은 황후, 현생은 가난뱅이 화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녀와의 만남이 지속되면서 전생에 정말 황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온갖 사회적 규범이 개인을 억압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직도 황후의 꿈과 기품을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프롤로그: 천경자 예술의 마력」중에서

뱀 스케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터졌다. 북한군이 침공했다는 소문이 돌며 세상이 어지러웠지만,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뱀 집을 찾았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자 독을 품은 독사의 몸뚱이가 꽃처럼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화가 나면 색깔이 엷어지고 부풀어 오르거나 똘똘 뭉쳐 똬리를 틀거나 몸을 꼿꼿이 세우는 뱀의 생태에서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1. 정한의 뿌리」중에서

젊은 시절 억수로 내리붓던 인생의 장대비는 이제 그친 것일까? 작품 [비 개인 뒤]에서 우산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듯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20대에 그녀는 우산도 소용없는 폭풍우 속에서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끝없이 내릴 것 같았던 빗줄기는 어느덧 잦아들고, 머지않아 등장할 태양을 예고하듯 화사한 보랏빛 꽃잎들로 너울거린다. 대지의 흙먼지를 삼킨 비로 인해 대기는 청명하고, 우산은 비로소 고독한 자신을 보호하는 안락한 둥지가 되었다. 이 최소한의 둥지는 힘든 삶을 버텨내고, 자신의 꿈을 가꾸어줄 소중한 터전이다. 이 비가 그치면 머지않아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꽃들은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2. 행복의 그림자」중에서

홍익대학교 교수가 되면서 서울 생활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삭막한 도시생활은 예술가에게 필요한 미의식을 고갈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환상의 원천이 고갈되고, 창작의 동기가 약화되자 그녀는 작가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것은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화가로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3. 꿈과 낭만을 찾아서」중에서

천경자의 여인들은 머리에 화려한 꽃을 얹고 있지만, 내면의 불안한 감정과 예민한 신경이 손끝까지 전달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천경자의 작품은 고갱이나 루소처럼 인간이 자연에 완전히 동화된 관념적인 원시주의가 아니라, 그것을 동경하지만 동화될 수 없는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천경자의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자신의 내적 대립과 갈등을 관조함으로써 의식을 고양시키고, 자전적인 에고이즘을 넘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3. 꿈과 낭만을 찾아서」중에서

천경자는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영혼을 찾아 헤맸던 바로 그 장소에 서서 후려치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히스 꽃과 잡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황야에서 천경자는 살면서 겪어야 했던 수모와 불쾌감, 아픈 상처들을 씻어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인생도 가파른 경사와 완만한 언덕, 그리고 깊은 계곡에 휘몰아친 비바람을 견뎌낸 폭풍의 언덕이었다.
---「4. 문학기행」중에서

천경자의 여인상들은 항상 머리에 화려한 꽃을 달고 있는데, 이것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미친 여인들에서 착상한 것이다. 미쳤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타인에 의해 억압되어 이성적 통제기능이 상실된 것이며, 상대를 굴복시키지 않고 스스로를 자학하고 고통을 감내하다 생긴 착하고 슬픈 질병이다. 교활하고 타인에게 폭력적인 사람은 결코 미치지 않는다. 미쳤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실과 환상의 간극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천경자는 이처럼 환상이 현실이 된 미친 여자들에게서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5. 환상 속의 자아상」중에서

일각에서는 천경자의 작품을 샤갈이나 고갱, 루소, 혹은 프리다 칼로 같은 서양 작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화풍을 적당히 섭렵한 작가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샤갈의 환상적인 화풍이나 고갱과 루소의 원시주의적 작품에는 삶에서 비롯된 자신의 실존적 불안과 고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또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는 불행한 자신의 실존적 고통이 절절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환상과 낭만이 부재한다. 이들과 달리 천경자는 자신의 고통스런 실존과 환상적인 낭만을 공존시켜 생명 내부의 갈등을 해소시킨 실존적 낭만주의자이며,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한과 신명의 미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필로그」중에서

이 사건은 한국미술계를 이끌어 온 다수의 전문가들이 개입되어 있고 나 역시 그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진실과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를 감시했다. 때로는 상처를 덮어두는 것이 미덕일 수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상처가 계속 덧난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곪은 것을 짜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록」중에서

4개월간 미국에 머물고 서울에 돌아온 천경자는 “절필은 죽음과도 같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자신의 마지막 회고전을 위해 묵묵히 붓을 들었다. 항간에 [미인도] 사건 이후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화랑 거래를 의식하지 않고 그렸기 때문에 작품성 있는 대작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부록」중에서

시간은 지났지만 원칙을 지킨다면 [미인도] 사건의 해법은 간단하다. 이미 작가가 위작이라고 했기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품임을 주장하려면,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납득할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은밀하게 흘린 소문과 보고서는 진실과 다른 왜곡된 것이었다. 또한 실증적인 증거는 없지만, 안목상 진품으로 본다면 학술적인 대응을 하면 된다. 그럴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한 작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위작임을 시인하고 [미인도]를 폐기처분해야 한다. 이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5년이 지나도록 [미인도]에 대한 학술 논문 한 편 없이 왜곡된 소문과 권위적 주장으로 일관해왔다.
---「부록」중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왜곡된 소문 대신 건전한 학술적 논의들이 활발해지고 천경자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보급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것만이 죽어서도 잊지 못할 [미인도] 사건에 대한 천경자의 한을 승화시켜주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록」중에서
 

출판사 리뷰

1. 천경자의 전설 같은 생애와 예술세계, 50여 점의 대표작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두 남자와의 갈등과 여동생의 죽음, 집안의 몰락으로 처절한 가난을 감내했던 천경자. 이 책은 불행한 시대 속에서 역경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친 화가 천경자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다. 50여 점의 주요 작품과 풍부한 자료사진, 흥미 있는 일화와 절절한 사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그림의 탄생배경을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천경자의 감동적인 예술혼과 미의식을 접하고 나면 오늘날 삭막한 사회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꿈을 자각하고, 현실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2. 프리다 칼로 못지않은 한국의 화가, 천경자의 한의 미학

천경자는 생전에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가였지만, 그녀의 인기는 오직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저자는 삶의 역경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감동적인 예술세계가 알려진다면,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이상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천경자의 인생노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슬픔과 한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 또 그러한 천경자 특유의 작품세계가 샤갈이나 고갱, 루소, 혹은 프리다 칼로 같은 예술가들과 어떤 면에서 유사하고 차이 나는지를 미학적으로 다루었다. 그럼으로써 [미인도]에 묻힌 천경자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서양 작가들과 다른 천경자의 한의 미학을 설파한다. 최근 『한국의 미학-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로 주목받은 저자는 천경자를 자신의 실존과 낭만을 공존시켜 생명 내부의 갈등을 해소한 ‘실존적 낭만주의자’로 규정하고, 이는 굿이나 판소리에서 나타나는 한국인 특유의 한과 신명의 미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3. 세기의 스캔들, [미인도]의 진실을 추적하다

천경자의 굴곡진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었던 [미인도] 사건은 20세기 한국 미술계의 최대 스캔들로 기억된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1991년으로부터 25년이나 지났지만 [미인도]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천경자 회고전을 기획하고, 한때 화랑협회 감정위원을 지낸 바 있는 저자는 실증적 자료를 통해 [미인도]의 왜곡된 소문과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미학적 분석을 통해 [미인도]의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또한 권위적 주장을 삼가하고 학술적 논의를 통해 천경자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만이 죽어서도 잊지 못할 [미인도] 사건에 대한 천경자의 한을 승화시켜주는 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