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6.작가인물탐구

박용래 평전

동방박사님 2022. 12. 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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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60~70년대 한국적 서정의 독보적 경지를 선보이며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박용래 시인의 시전집과 산문전집, 평전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울타리 밖」을 비롯해 「겨울밤」 「저녁눈」 「점묘」 등의 명시들로 확고한 문학사적 평가를 얻고 후배 시인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지만, 그의 문학성이 온전히 갈무리된 전집이 미비한 점은 오랜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 등의 작업으로 시 정본 연구의 면밀함을 인정받은 고려대 고형진 교수가 수년간의 자료 조사와 연구 끝에 내놓은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산문전집』, 그리고 그의 문학적 일대기를 담은 『박용래 평전』은 시인이 생전에 발표한 시와 산문 작품, 미발표 원고, 편지 등을 망라하고 시인에 대한 전기적 사실과 증언 등을 두루 참조하여 박용래 시인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목차

머리말

시인의 죽음
영결식과 보문산 시비
본적, 부여
고향, 강경
유년 시절
강경상업학교 입학
홍래 누이의 죽음
군산의 바다
조선은행 경성 본점
북방의 설경과 유이민의 초상
조선은행 대전 지점
해방과 『동백』 창간
김소운을 찾아서
목월과의 만남
대전 문학의 현장
6·25전쟁과 『호서문학』
대전의 문화예술인들
습작
『현대문학』 신인 추천
이태준 여사
등단
공주의 동료 시인들
가장의 삶과 가학리
오류동의 청시사靑枾舍
부여와 대전의 후배 시인들
시인의 비애와 좌절
문단의 다변화와 운명의 미소
첫 시집 『싸락눈』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
시상식 풍경
「호박잎에 모이는 빗소리」 연재
공동시집 『청와집』
문단 활동의 절정기
대전의 조각가와 도예가
대전의 화가들
시집 『강아지풀』
시세계의 변모와 육사陸史의 정신
「월훈月暈」의 탄생
동요풍의 출현
목월의 죽음
고향 방문과 홍재의 죽음
시집 『백발의 꽃대궁』
마지막 한 해
시인의 죽음, 그 이후

박용래 연보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고형진
 
고려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UC 버클리 객원교수를 지냈고, 현재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시인의 샘』 『현대시의 서사지향성과 미적 구조』 『또 하나의 실재』 『백석 시 바로 읽기』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 『백석 시의 물명고』 등이, 엮은 책으로 『정본 백석 시집』 『정본 백석 소설·수필』이 있다. 2001년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리뷰

‘눈물의 시인’ 박용래 문학세계의 모든 것

박용래 시인은 1925년 충청남도 강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명문인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나 은행 업무에 대한 환멸과 시에 대한 열망으로 3년 만에 그만두었고, 그뒤 몇 차례의 짧은 교직 생활을 제외하고는 줄곧 시쓰기에 전념했다. 195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6월호에 「가을의 노래」, 1956년 1월호와 4월호에 「황토길」과 「땅」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그는 등단 13년 만에 첫 시집 『싸락눈』을 간행하고 이듬해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 두번째 시집 『강아지풀』, 1979년 세번째 시집 『백발의 꽃대궁』을 펴냈다.

박용래의 시는 짧은 시행 안에 풍경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서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 같이 다가온다. 여기에는 함축적인 이미지와 엄격한 언어 조탁에서 비롯된 그의 독특한 회화적 형식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박용래 시인은 스스로 ‘점묘의 기법’이라고 부른 바 있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겨울밤」 전문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극단적일 만큼 간결한 형식을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응축된 시적 감흥을 담아내는 이러한 방법은 박용래 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사라져가는 가난하고 가여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이 깔려 있다. 그것은 때로는 아득한 고향을 그리는 슬픔으로, 때로는 소박한 사물들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눈길로 드러난다. 생전 어느 자리에서고 자주 눈물을 보여 ‘눈물의 시인’으로 불렸던 박용래 시인은 그 눈물을 고이 모아 그 정수를 시로 세공해냈다.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다정과 스스로에 대한 엄격과 염결이 그의 시를 지탱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눌더러 물어볼까 나는 슬프냐 장닭 꼬리 날리는 하얀 바람 봄길 여기사 부여扶餘, 고향故鄕이란다 나는 정말 슬프냐.
-「고향」 전문

이처럼 전통적인 서정시의 가락에 섬세한 언어로 세공한 독자적인 형식을 입혀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어온 박용래 시인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그 시적 기법과 정신의 폭을 넓혀나가던 중 1980년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시에 대한 지나칠 만큼의 엄격함으로 등단 이후 25년 동안 이백 편이 채 안 되는 작품만을 남긴 과작의 시인이었던 만큼 시인의 때 이른 죽음은 한국 현대시사의 큰 안타까움이 되었다.

박용래는 백석을 비롯해 이장희, 윤동주, 이육사, 오장환, 박목월 등의 시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이는 그의 작품에 원용되는 이들의 시와 그가 산문에서 직접 언급한 시인들의 이름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바다. 특히 박용래 시인이 백석 시의 애독자였고 「우유꽃 언덕」 「그 봄비」 등의 시에 백석과의 긴밀한 연관성이 드러난다는 고형진 교수의 지적(『박용래 평전』, 111~115쪽)은 박용래 시인의 시적 계보를 확인하는 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점이다. 개별 시 작품뿐 아니라 시인의 산문과 전기적 사실을 종합할 때 얻어지는 이와 같은 발견과 통찰은 한 시인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정돈된 자료와 저술이 긴요한 까닭을 잘 보여준다. 박용래 시인이 남긴 모든 시와 산문, 그리고 그의 시적 생애를 아우른 세 권의 책은 그러한 발견을 위한 자산이자, 그의 시를 사랑하고 또 새롭게 읽어나갈 이들 모두에게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삶 속에서 문학을 살아간 시인의 초상

『박용래 평전』은 박용래 시인의 시전집과 산문전집을 엮으며 누구보다 그의 문학세계를 깊이 들여다본 고형진 교수가 수년에 걸쳐 시인에 관한 기록과 자료를 검토하고, 그와 가까웠던 이들을 찾아 직접 확인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시인의 문학과 일생을 조명한 뜻깊은 저작이다. 특유의 면밀한 조사와 연구로 시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하나하나 검토해 오류를 바로잡고, 시인의 고향을 비롯해 그가 거쳐간 장소를 일일이 방문해 그의 내면 풍경을 상상하고, 그와 관련된 인물과 텍스트를 두루 참조해 그 영향 관계를 밝히는 열정과 수고는 박용래 시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때로는 엄밀한 논증으로, 때로는 극적인 이야기로 전해지는 박용래 시인의 일생은 “오직 시인으로만 살았던”(6쪽) 이의 일대기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던 열 살 위 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고, 시쓰기에 매진하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던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미련없이 그만두고, 존경하는 시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먼길을 떠나 밤길을 헤매고, 마음이 통하는 시인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기꺼이 눈물을 글썽이는 시인의 모습은 운명적으로 시인의 길을 걸어간, 삶 속에서 문학을 살아간 시인의 초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시인이 온몸으로 통과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극적인 현대사와 당대의 문단 풍경은 학술적인 연구서로는 접하기 어려운 당대 역사와 문학의 미시적인 면면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