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물사 연구 (책소개)/2.한국인물평전

정산 송규 평전 - 원불교 2세교주 송규 일대기

동방박사님 2022. 12. 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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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태산 박중빈과 원불교문학을 연구해온 저자 이혜화가 『소태산 박중빈의 문학세계』, 『원불교의 문학세계』, 『소태산 평전』, 『소설 소태산』에 이어 『정산 송규 평전』을 출간했다. 정산 송규는 소태산 박중빈을 잇는 원불교 2세 교주다. 소태산은 살아생전 정산에게 2인자 자리를 맡기며 “우리 회상의 법모요, 전무후무한 제법주다”라는 말을 남겼다. ‘법모’는 교단에서 정산의 역할이 소태산의 아버지 역에 대응하는 어머니 역이라는 의미이다. ‘제법주’는 법을 만드는 주인공이라는 뜻인데, 이는 소태산이 법을 만들고, 정산은 그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았음을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 정산이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책무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Ⅰ. 하늘·땅·사람
앞 이야기/ 그를 낳은 땅 별고을/ 그가 겪은 시대
Ⅱ. 성주 시대
선비의 길목에서/ 구도의 습관/ 이소의 날갯짓
Ⅲ. 호남 유력
일차 시도/ 상도 전라도/ 만국 양반/ 소태산을 만나다
Ⅳ. 법인성사
송도군의 영산 합류/ 바다를 막다/ 핏빛 손도장/ 일가 영광 이주
Ⅴ. 변산 시대
월명암 중이 되다/ 한 제자 두 스승/ 석두암 시절/ 송도성의 변산/ 하산 준비
Ⅵ. 익산 시대
불법연구회 창립/ 익산 새미르/ 회색의 이치/ 영광에서 정산은/ 소태산의 황혼
Ⅶ. 대명 시대
후계자/ 구름이 걷히다/ 해방과 현실 참여/ 정산과 주산 형제/ 유업을 계승하고자
Ⅷ. 전란과 병고
전쟁의 소용돌이/ 산 넘고 물 건너 ①/ 산 넘고 물 건너 ②/ 온몸으로 경륜을
Ⅸ. 여래여거
입멸 준비/ 니르바나/ 뒷이야기
Ⅹ. 예언과 일화
한국의 미래/ 정산의 성격/ 전생과 후생/ 스승 소태산과 효/ 인간미/ 병고/ 호생의 자비/ 역사와 예언

저자 후기
부록
_ 정산 송규 연보/ 참고 문헌/ 원불교 관련 저서 수정 자료
 

저자 소개

저 : 이혜화
 
일찍부터 소태산 박중빈에 관심을 가지고 국문학을 전공(고려대 문학박사)하면서 관련 저술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소태산 박중빈의 문학세계』(1991), 『‘새로 쓴’ 소태산 박중빈의 문학세계』(2012), 『원불교의 문학세계』(2012) 등의 연구서와 『소태산 평전』(2018)을 썼다. 이 밖에 다수의 논저와 교양서로 『책, 꽃만큼 아름답고 밥만큼 소중하다』(2007), 『미르』(2012), 『설화, 욕망을 ...
 

책 속으로

원불교에서 교조 소태산 박중빈과 후계자 정산 송규의 관계는 어땠을까? 일단 수운과 해월의 관계 유형에 부합할 것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종교사 전반에서도 그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승계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앞선 교조 쪽에서도 그러하거니와 뒤선 후계자 처지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수운의 후계 구도가 남접과 북접의 대립으로 온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든가, 이후 교단이 천도교, 시천교, 수운교 등 여러 개의 종파로 분열되었다든가 하는 데 비하면, 소태산의 후계 구도는 온전했고 분열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소태산과 정산의 계승은 교권의 인계인수라는 물리적 주고받기뿐 아니라, 소태산과 정산 상호간의 미진한 부분을 한 팀이 되어 완성하는 상보적 관계가 더 이상 바랄 수 없이 이상적이다. 그리고 정산 쪽에서 보면 이 ‘계승’이 곧 정산의 생애를 설명하는 핵심 열쇳말이기도 하다.
--- p.18

대산 김대거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좌우보처불은 문수, 보현보살이시다. 우리 소태산 대종사 부처님의 좌우보처불은 정산 종사와 주산 종사이시다.”([교사이야기], 34) 했더란다. ‘대지(大智) 문수보살, 대행(大行) 보현보살’이라 하듯이 문수는 지혜로, 보현은 실행으로 중생제도를 돕는 역할이니, 정산이 문수에 상응하고 주산이 보현에 상응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산과 주산의 성격과 능력의 차별성을 잘 지적한 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 동네 사람들이 정산은 선동(仙童, 신선 세계 산다는 아이)으로 주산은 장수(將帥)로 부르기도 했다 하는 말이나, 사람들이 형을 외유내강에 춘풍화기(春風和氣, 봄날의 따뜻한 바람과 화창한 기운)로, 아우를 외강내유에 추상열일(秋霜烈日, 늦가을의 된서리와 한여름의 불볕)로 평하였다는 말이 근사한 지적이라 할 만하다.
--- pp.262-263

11시 40분, 산회하라는 정산의 지시로 대중을 흩어 보냈다. 12시 10분쯤 알부민 주입이 끝나고 정산이 말했다. “종사님께 할 일을 다 못 해드리고, 어머니 앞에서 떠나게 되고, 정전 일과 영모전 일 못 끝내서 미안하다. 종사님은 만고대성이시다.” 첫째는 소태산의 뜻을 받들고 추모하는 사업들을 충분히 진척시키지 못함을 안타까워한 것이요, 둘째는 모친 이운외가 91세로 아직 생존해 있는 터에 먼저 감을 죄송해하는 것이요, 셋째는 『정전』의 수정 편찬과 더불어, 소태산 이하 역대 선령들의 위패를 모시고 추모하는 공간인 영모전(永慕殿) 건립에 미처 힘이 닿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니 이것은 첫째의 구체적 내용이기도 하다.
--- p.337
 

출판사 리뷰

“대종사는 우리의 정신을 낳아주신 영부(靈父)시라면
정산 종사는 그 정신을 길러주신 법모(法母)시라.”
- 대산 김대거

교조 박중빈 소태산과 2세 교주 정산 송규의 안정적 계승

국가나 종교, 기업을 막론하고 창업자(시조)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후계 구도일 것이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룩한 성취를 계승할 후계자가 마땅치 않거나, 있다 하더라도 온전한 계승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간의 업적이 부정당하게 쓰이거나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계 문제라면 어느 대(代)인들 중요하지 않겠느냐만 특히 창업 1세와 2세의 경우에는, 계승의 제도화가 정착하기 이전이므로 후계자의 안정적 계승은 더욱 비중이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과 원불교 2세 교주인 정산의 계승은 교권의 인계인수라는 물리적 주고받기뿐 아니라, 소태산과 정산 상호 간의 미진한 부분을 한 팀이 되어 완성하는 상보적 관계이다.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산 쪽에서 보면 이 ‘계승’이 곧 정산의 생애를 설명하는 핵심 열쇳말이기도 하다.

원불교 2세 교주 정산 송규의 삶을 들여다보다
정산 송규는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여러 곳을 전전하다 19세에 전남 영광으로 건너와 소태산을 만났다. 이때 소태산의 아홉 제자와 더불어 열 번째 제자이자 중앙 단원이 되었다. 일제의 탄압 속에 깨달음을 구하려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소태산의 말과 글을 새기고 확장하는 원불교 제법주로서의 역할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정산의 가족 또한 전남 영광으로 이주해 오며 원불교 교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독립한 후에는 원불교 전체가 나라의 재건을 위해 국민을 돕는 일에 힘썼다. 정산은 생애 말 병상에서도 제법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교도들을 불러 원불교의 말과 글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정산의 이러한 간절함은 정산이 떠나고 나서도 그에 말에 따라 교단 차원에서 원불교의 말과 글을 오롯이 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정산 송규는 우리 회상의 법모요, 전무후무한 제법주다.”
소태산은 살아생전 정산에게 2인자 자리를 맡기며 “우리 회상의 법모요, 전무후무한 제법주다”라는 말을 남겼다. ‘법모(法母)’는 교단에서 정산의 역할이 소태산의 아버지 역에 대응하는 어머니 역이라는 의미이다. ‘제법주(制法主)’는 법을 만드는 주인공이라는 뜻인데, 이는 소태산이 법을 만들고, 정산은 그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았음을 의미한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의 삶이 사람들을 모으고 자신의 뜻을 전하며 교단의 기틀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면, 원불교 2세 교주인 정산의 삶은 소태산이 전하려는 뜻을 갈고 닦아 후손들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한 사람의 생을 온전히 그려낼 수는 없겠지만, 『정산 송규 평전』을 읽다 보면 정산이 원불교 교조 소태산의 후계자로서 소태산이 말한 법모이자 제법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끊임없이 나아갔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