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계국가의 이해 (책소개)/6.아프리카이해

아프리카 역사

동방박사님 2022. 12. 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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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격동하는 땅 인간의 요람
아프리카

통념과 오해를 뛰어넘어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분석적 연구
광활한 대지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역사’의 역사를 들여다보다


‘아프리카 역사’는 아주 거대하고 포괄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학문적 연구로서 인정받은 지는 40~50년 밖에 되지 않았다. 19세기와 20세기 유럽 중심의 역사 인식으로 바라본 아프리카는 미개하며 과거에 종속된 땅이었고, 문자성과 집단적 역사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들어 단편적이고 모호하게 인식되었던 아프리카의 정치와 사회, 이념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상당 부분 결함이 있고 불완전한 연구 과정을 거쳐 아프리카 역사의 역사도 다른 어떤 대륙의 역사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해왔다. 존 파커와 리처드 래스본이 공동 집필한 이 저서는 그 다면적이고 생생한 연구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독자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프리카 역사는 세계 다른 지역의 역사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동일한 ‘보편적 진리’들과 동일한 학문적 분석 방법으로 분석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아프리카의 과거를 연구할 때는 아프리카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아프리카 자체의 고유하고 다양한 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한마디로 어떻게 쓰여야 아프리카 역사가 ‘아프리카다운가’?” _36-37쪽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제1장. ‘아프리카’란?
제2장. 아프리카 사람들: 다양성과 통일성
제3장. 아프리카의 과거: 역사 자료
제4장. 세계 속의 아프리카
제5장. 식민 시대 아프리카
제6장. 미래에 대한 상상과 과거의 재구성
제7장.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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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존 파커 (John Parker)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도시 만들기: 초기 식민지 아크라(Accra)의 가(Ga) 국가와 사회』 『통나아브(Tongnaab): 서아프리카 신의 역사』(공저) 『죽음의 시간: 서아프리카에서의 죽음과 죽음의 역사』 등을 저술했으며, 『근대 아프리카 역사 옥스퍼드 핸드북』의 편집인이다.
 
저 : 리처드 래스본 (Richard Rathbone)
 
2003년 조기 퇴직할 때까지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등지에서 가르쳤다. 현재는 웨일스 에버리스트위스대학의 명예교수이며, 학장으로 근무했던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원의 역사학 명예교수를 겸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제2차세계대전』 『식민지 가나에서의 실패와 정치』 『은크루마와 추장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공저) 외에도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역 : 송찬면
 
한국외대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1987년부터 가봉, 자이레, 기니, 콩고, 알제리에서 재래시장 신발가게 운영부터 철도, 신도시 건설 같은 수십조 원대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20여 년간 아프리카 사람들의 느긋함을 배우며 살다가, 8년 전
년 전부터는 횡성에서 농사와 독서와 번역일로 소일하고 있다.

책 속으로

아프리카의 생태계는 엄청나게 다양할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방식으로 매년 계절의 리듬에 따라 항상 바뀌어왔고 아직도 바뀌는 중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풍광은 ‘인위적으로’, 인간 활동의 결과로 그 모양이 형성되었다. 외래 종자의 도입으로 농경 방식이 바뀌었으며, 보리와 밀은 수천 년 전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북쪽으로 들어왔고, 바나나는 첫번째 밀레니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옥수수와 카사바는 1500년대에 아메리카에서 건너왔다. 오늘날의 아프리카에는 콘크리트, 유리, 나무, 골 진 철판들을 사용하여 건설한 도시의 풍광도 보이며, 이 대륙 사람들의 거의 절반이 이런 도시에 살고 있다.
--- p.30

과거의 유럽인 여행가들, 선교사들, 식민지 관리들, 민족지학자들은 ‘부족’이라는 단일한 개념에 다양한 정체성을 욱여넣는 경향이 있었다. 이 개념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해하려는 외부인의 모델이었다. 이 모델이 사용될 때는 여러 가지 함축된 의미를 내포했으며, 이 모델을 통해 종종 아프리카 사회와 국가의 실상을 밝히기도 했지만, 왜곡된 시각으로 이 모델을 만들어낸 자신들의 사고 경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 p.73

아프리카 언어의 음역 작업은(그에 따른 표준화 과정도) 식민 지배 시기에도 지속되었고, 지방의 역사적인 전승들도 이런 방식으로 기록되었다(5장 참조). 유럽인 지배자들은 많은 지역에서 아프리카 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데 편리하도록 토착 언어의 사용을 중요시했다.
--- p.92

어느 시점 어느 지역에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행한 노예사냥이 지역 공동체에 참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다른 곳에서는 나라를 세운 사람들과 군벌들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장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세 지향성’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걸쳐 삶의 리듬을 지속적으로 형성했던 ‘국지적’이고 ‘포괄적인’ 다른 역사적 과정을 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 p.134

제국주의 패권은 의도했던 만큼 지배적이지도, 일관되지도, 획일적이지도 않았다는 아자이의 주장은 옳다. 아프리카인들이 식민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방법과 사례가 알려질수록, 뚜렷이 구분되는 ‘식민 시대’라는 개념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식민 시대 이전, 식민 시대, 식민 시대 이후를 뚜렷이 구분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과거를 다루기보다는, 이 세 시대 사이에 지속되거나 변화된 패턴을 추적하는 데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p.154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미래를 제안하는 데에 손쉽게 써먹을 만한 잃어버린 과거의 모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역사학자들이 아산테, 부간다, 소코토 칼리프국가 같은 강력한 식민 시대 이전 국가들을 그들의 저서를 통해 복원하여 생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한 반면, 민족주의 정치인들은 과거의 정치 구조를 소생시키지 않고 유럽 정복으로 모양이 결정된 당시의 영토를 그대로 물려받고자 했다.
--- p.201

아프리카 사회는 과거의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았고, 지금 당면하고 있는 역경도 극복할 것이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과 아프리카 개념 자체의 형성 과정에 트라우마가 지속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고통, 투쟁, 회복의 역사를 가장 잘 복구하고 재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이다.
--- p.235

거대한 건축 문화유산에 자부심이나 경외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다른 지역에서는 정치권력과 성직자의 권위가 중앙에 집중되었다는 증거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들 수 있지만, 이 지역의 오래된 도시에서는 이런 것들을 전혀 볼 수 없다’는 문장(1장, 중부 니제르), 말하자면 거대 토목공사를 위해 민중들을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역자 후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다채롭고 단일한 정체성

종종 아프리카 바깥에서 뭉뚱그려지는 것과는 다르게, 아프리카 사람들 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실로 크다. 뿐만 아니라 이 거대한 대륙의 언어, 음악, 종교, 정치, 국가 형태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다움’, 즉 아프리카의 단일성 역시 아프리카인들의 자기 인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일은 아프리카 사람들 개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만큼이나 까다롭고 모호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를 정의한 방식만큼이나 외부인이 부여한 정체성을 점검할 필요도 보인다. 특히 ‘부족’이라는 개념에 다양한 정체성을 욱여넣는 과정에서 계급의 차이나 국민성, 혈연, 종교, 문화, 언어 등이 부족 정체성에 편입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과정 뒤에는 아프리카 사회의 미개화된 문명, 비과학적인 기술과 미신에 의존하는 경향 등으로 대표되는 열등성을 암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로서 포퓰리즘에 의해 부족 내의 유대감이 강조되기도 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세운 권력자들은 ‘부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만한 일치성이 전혀 없는 다수의 다양한 사람들을 지배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혈연, 문화, 종교적 성향으로 연결된 국가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의 역사 편찬가들은 이런 면보다는 아프리카인들이 생활 터전을 옮겨가는 과정과 물질적·지적·사회적 실험을 통해 보여준 역동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_73~74쪽

제국주의 역사 기록의 위험

비록 아프리카 문명이 식민 정복을 겪은 뒤에도 살아남았을 만큼 강했지만, 대륙 곳곳에서 자행된 유럽의 식민 지배가 남긴 폭력과 착취는 큰 상처를 남겼다. 이른바 아프리카의 ‘식민 시대’라고 불리는 기간 동안 유럽의 식민 지배 세력만큼이나 아프리카 사람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식민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이 밝혀짐에 따라, 아프리카 식민 시대의 재정의와 이에 관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역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식민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간 아프리카 식민 정복이 유럽 역사의 일부로 취급되었을 만큼, 아프리카 역사는 자신의 역사 기록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타자로만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토착민 중개인들과 공모한 선교사, 관리, 민족지학자 들이 형성한 간접 지배의 주춧돌이 식민 시대 이후에 현대 아프리카의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정치 체제에 미친 영향 등 아프리카인이 아프리카 역사에서 주체성을 드러내는 면면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조심스레 살피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전에 형성된 위계 구조, 즉 유럽과 아프리카 간의 역학 관계나 전통 형성의 복잡한 성질을 짚어내며 독자가 길을 잃지 않고 최신 아프리카 역사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식민 지배를 파고들수록, 식민 지배가 파편화되어 있는데다 모순이 많았고 유동적이었으며,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의 능동적인 참여에 의존했고, 그들이 자율적인 환경에서 자신들의 어젠다를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175쪽

이 책은 제7장으로 구성되어, 아프리카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1장 ‘‘아프리카’란?’에서는 ‘아프리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인식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2장 ‘아프리카 사람들: 다양성과 통일성’에서는 아프리카다움’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다양성과 통일성에 대해 살핀다. 3장 ‘아프리카의 과거: 역사 자료’에서는 아프리카 역사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4장 ‘세계 속의 아프리카’와 5장 ‘식민 시대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식민 지배를 비롯한 세계와 아프리카의 관계를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6장 ‘미래에 대한 상상과 과거의 재구성’과 7장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에서는 식민 사관과 인종 계급 타파에 힘쓰는 아프리카 내에서의 역사 인식 변화와 더불어 아프리카가 맞은 정치적, 자연적 위기 속 역사 연구의 접근법을 고찰한다.

유럽의 식민 지배 시절은 점점 오래된 과거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 시대의 유산은 아직도 거듭되는 많은 논쟁의 대상이며, 역사학자들은 아프리카가 주권을 회복했던 1960년대 전후 시기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역사도 마찬가지지만, 전 세계가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가는 시점에 아프리카 역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핵심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짧은 책이 그런 과제를 수행할 때 유용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안내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