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계국가의 이해 (독서)/2.영국이해

그러니까, 영국

동방박사님 2023. 1. 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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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왕은 위로하고, 권력은 겸손하며, 개인은 자유롭다”
어느 지식 유목민의 영국 생활 이야기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에서 멀어져가는 영국, 우리는 ‘영국’이라는 나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스포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찬란했던 영국의 발자취와 역사가 오늘날의 영국 사회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짚어본다. 때로는 사소하지만 진지하고, 때로는 유쾌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영국을 좀 더 세세하게 만날 수 있다.

목차

1장 역사의 현장을 거닐다
2장 전쟁과 외교, 영국은 어디로 가는가
3장 경제를 알면 영국이 보인다
4장 의회의 탄생과 개인의 자유
5장 영국의 종교와 교회의 흥망성쇠
6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7장 영국의 전통을 지키는 교육
8장 스포츠와 게임, 영국인의 발명품
9장 셰익스피어에서 조앤 롤링까지
10장 영국인의 여유는 문화에서 나온다
11장 영국인은 왜 로열패밀리를 사랑하는가?
 
 

 

 

저자 소개 

저 : 윤영호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증권과 자산운용업에 종사했다. 15년간 러시아어를 쓰며 살았다. 러시아어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조지아, 러시아에서 일할 때 쓴 효율적인 언어였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지내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옵션투자 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
 

책 속으로

가난이 개인의 책임인가, 국가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쟁을 지속하다 보면, 가난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이 쏙 빠지게 된다. 가난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이 간과되면,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가난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게 된다. 가난한 아이들이 입을 상처를 우려해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면서도, 자기 아이가 가난한 아이와 같이 어울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난이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없다면, 가난이 개인의 책임이든 국가의 책임이든 상관없이 가난하지 않은 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예산 편성보다 더 선행하는 복지의 조건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다. 그것이 없다면, 복지는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영국은 복지 예산은 없을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존재한다.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가난을 대하는 영국인의 자세」중에서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마거릿 대처의 정책은 반동이지만, 영국 정치사의 관점에서 보면 정상으로의 복귀다. 영국은 자유방임, 자유 경쟁, 자유 시장, 작은 정부라는 가치에 기반을 둔 국가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주장하는 노동당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 마거릿 대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상에 정부의 돈이란 없다. 다만 납세자의 돈이 있을 뿐이다.” 이 주장이 가지는 설득력으로 보수당은 20세기 정치를 주도할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의 보수당도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그 말의 참뜻을 새겨야 하고, 한국 정부와 국회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걷고 쓸 때 늘 명심해야 하는 말이다.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납세자 돈의 중요성은 정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정부의 돈이란 없다」중에서

지난 20년간 남자 테니스는 놀라운 인기를 누렸다. 스위스의 페더러, 스페인의 나달, 세르비아의 조코비치, 영국의 머리Andy Murray가 재미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21세기 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인 로저 페더러는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선수 중에 연수입이 가장 많은 선수가 되었다.

수년간 지속해온 페더러와 나달의 양강 구도를 깨고 조코비치가 등장했을 때, 테니스 팬들은 그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북유럽이 주도하고 있던 테니스계에 변방인 세르비아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 페더러를 누르고 우승한 순간 조코비치의 어머니는 “이제 페더러의 시대가 가고 조코비치의 시대가 왔다”라고 말했다. 테니스 팬들은 그 말에는 테니스에 어울리는 격조가 없다고 생각했다. 테니스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페더러를 이기고 우승한 것을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페더러와 같이 경쟁하면서 테니스가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런던 여름 스포츠의 꽃, 윔블던 테니스」중에서

사람들은 어려운 순간에 의지할 지도자를 찾는다. 총리와 왕을 동시에 가진 국민은 의지할 지도자가 둘이 있는 셈이다. 물론 총리와 왕이 사랑받고 있을 때에 해당하는 말이다. 여왕을 만나서 위로를 받는 것은 여왕에게는 자신을 위로할 권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여왕은 현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질문에 어느 50대 영국인은 이렇게 답했다. “여왕은 돈과 권력의 무례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여왕은 돈으로는 살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러시아의 푸틴Vladimir Putin도 여왕 앞에서 얌전하게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했으며, 모두에게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도 여왕에게 예의를 다했죠. 여왕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이렇게 길었다. “여왕은 위로하고, 권력은 겸손하며, 개인은 자유롭다.”
---「공동체의 슬픔과 여왕의 위로」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영국’이라는 나라 돌아보기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문화적?사회적 차이가 존재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지만 또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의 자유보다 공공의 이익을 더 소중한 가치로 여긴다. 또 어느 지역에서는 종교적 교리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교리보다는 종교적 관용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또 어떤 민족은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지만, 다른 민족은 포용적 리더십을 원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각 나라, 혹은 지역마다 중요한 가치가 다르게 형성된 사회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와 다른 ‘사회’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재미있는 일일뿐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떤 나라일까? 영국이 가진 사회적 배경 속에서 그들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삶을 살아왔는지, 영국 사회의 현재 모습이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등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단지 선진국, 혹은 선망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비교하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판적이면서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영국, 권력은 겸손하고 개인은 자유로운 나라

책의 저자가 생각하는 영국의 가장 큰 특징은 “권력은 겸손하고, 개인은 자유로운 나라”다. 개인이 자유롭다는 것은 알겠는데, 권력이 겸손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저자가 경험한 영국 사회는 공권력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나라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정부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회가 유지되도록 돕는다. 영국에서 가장 큰 권력 기관인 경찰도 개인 간의 다툼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를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뿐.

이러한 모습은 ‘가난’에 대한 영국인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영국은 정부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가 부족하다. 예산도 이웃 유럽 국가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집행하는 데 인색하다. 하지만 영국인은 가난의 문제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은 가난을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이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없다면, 가난이 개인의 책임이든 국가의 책임이든 상관없이 가난하지 않은 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예산 편성보다 더 선행하는 복지의 조건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다. 그것이 없다면, 복지는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영국은 복지 예산은 없을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존재한다.”

영국인은 왜 로열패밀리를 사랑하는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영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왕’의 존재다. 아직까지 왕이 존재하고 다스리는 나라, 실질적 권력은 없으나 왕의 영향력이 막강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인들은 여왕에 대한 존경심이 크고, 애정이 많다. 이는 단지 여왕뿐 아니라 왕실 멤버 모두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로열패밀리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도 뉴스가 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가 된다. 얼마 전 여왕의 손자이자 왕위 계승권자 3순위인 해리 왕자가 그의 아내 메건 마클과 함께 왕실을 떠났다. 이 뉴스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영국인은 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로열패밀리를 사랑할까? 이에 대한 질문에 어느 20대 젊은 영국 여성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사랑한다기보다는 보고 싶다는 말이 더 적합할 거예요. 그들을 볼 때마다 왠지 나 자신이 격조와 품격이 있어 보이는 느낌을 받거든요. 여왕이나 왕실로 인해 우리가 통합되어 있음을 느끼죠. 여왕이 없다면 우리는 외롭다고 느낄 거예요. 실제로 여왕이 없는 나라를 볼 때, 저들은 외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왕은 현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질문에 어느 50대 영국인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여왕은 돈과 권력의 무례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의미를 가진다. 여왕은 돈으로는 살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러시아의 푸틴도 여왕 앞에서 얌전하게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했으며, 모두에게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도 여왕에게 예의를 다했다. 여왕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한동안 영국인들 사이에서도 영국 왕실 존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근에는 유무형의 다양한 이익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면에서도 ‘왕실 존치’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왕실 존치에 대해 반대하는 영국인도 21퍼센트나 된다.

영국에 관한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잡학사전”

이 외에도 이 책은 영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국의 역사, 문화, 정치, 사회, 경제뿐 아니라 스포츠, 문학, 교육, 종교, 복지에 이르기까지 열한 가지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어떤 이야기는 들어봄직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전혀 새롭고, 또 어떤 이야기는 그럴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영국이라는 나라를 알려준다. 영국을 여행하기 전, 혹은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읽어봄직한 이야기다.

저자는 영국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생활해왔다. 전공은 외교학이지만 경제(금융)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이며, 정치, 문화, 역사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저자의 박학다식하고 재치 있는 글을 보고는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표현한다.
 

추천평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이방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예리한 통찰력이다. 저자는 영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관용과 유연함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런 영국의 장점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차분하게 제시한다. 오래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지만,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그 오랜 시간 속에서도 빛바래지 않은 저자의 모국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관심이다.
- 전원경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저자)

이 책은 영국에 관한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기한 잡학사전’이다. 영국인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사소하지만 진지하고, 유쾌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을 읽다 보면 영국으로 떠나고픈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영국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할 계획이 있는 독자뿐 아니라 우리와 다른 사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꽤 매력적인 책이다.
- 김범수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