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본학 연구 (독서)/6.일본현대정치

일본 우익 설계자들 (2017) - 아베安倍를 등위에서 조종하는 극우조직 ’일본회의’의 실체

동방박사님 2023. 3. 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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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폭주하는 아베 정권의 망언과 도발
끊이지 않는 증오 발언과 증오 시위
서점에 쌓인 혐한과 배외주의 책들
이 모든 일의 설계자는 누구인가?

“출간 전 증쇄를 하고, 판매 폭주로 일시 품절 상태에서도 베스트셀러를 이어간 화제의 책”
“출판 정지 요청과 출판 금지 소송으로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
“2017 일본 신서대상 수상작”

최근 한 학교법인이 국유지를 헐값 매입해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하고, 학교명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홍보하며 모금 활동을 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 법인이 운영하는 쓰카모토유치원에서는 원생들에게 독도 문제를 두고 한국을 비난하고, “아베 총리 힘내세요”라고 응원하게 시키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과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두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확인 결과 이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일본회의 소속 회원임이 밝혀졌다. 쓰카모토유치원은 이 책 『일본 우익 설계자들』에서 아이들에게 전시 가요를 부르게 한, 일본회의와 깊은 관계가 있는 곳으로 적시한 바로 그 유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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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며

제1장 일본회의란 무엇인가
아베 내각을 지배하는 일본회의의 면면 / ‘일본회의의 동료 내각’이 된 제2차 아베 내각 / 일본회의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 일본회의의 활동 방법 / 단숨에 진행된 개헌 운동 / 일본회의에 모인 종교단체 / 일본회의에 모인 종교단체의 활동 실태 / 일본회의 참여 종교단체의 다양성

제2장 역사
‘설립선언’과 ‘설립취지서’로 본 일본회의 계보 / 원호 법제화 운동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 종교단체 모임으로 출발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 / ‘생장의집’의 사회운동과 민족파 학생운동 / 무라카미 마사쿠니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 / 일본청년협의회와 가바시마 유조의 등장 / 전후 70년 아베 담화에서 엿보인 ‘압력’의 역사 / 20년 전 ‘전후 50년 결의’에 가해진 압력 / ‘침략’이라는 한마디를 둘러싼 6월 6일의 공방 / 기타오카 신이치의 ‘변절’이 암시하는 것 / ‘아베 담화’에서 엿볼 수 있는 20년 전부터의 ‘집념’ / 1995년의 앙갚음 / 일본회의를 만든 남자가 말하는 ‘전후 50년 결의’의 진상 / 야스쿠니신사와 일본회의 / ‘야스쿠니신사 문제’의 시작 / ‘야스쿠니신사법’에 흔들린 종교계 / 일본회의의 원류는 ‘야스쿠니신사법안’의 실패에 있었다

제3장 헌법
드디어 시작된 일본회의에 의한 개헌 ‘카운트다운’ / 만화 [헌법의시간입니다]의 한 장면에 전율하다 / 개헌의 분수령은 2016년 참의원 선거 / 아베 정권에서 엿볼 수 있는 ‘반헌’ 강령 / 쇼와40년(1965년)대부터 준비되어 있던 ‘반헌’ 시나리오 / 선택적 부부 별성은 왜 최고재판소에서 기각되었을까 / ‘부부 별성 저지’에 쏟은 일본회의의 열정 / 앞으로 주 전쟁터는 국회가 되는데……

제4장 풀뿌리
일본회의의 ‘지방 활동’ 실태 / 무기는 활발한 청원운동’ / 지방의원에게 배포되는 ‘정책이 아니라 사상을 묻는’ 설문 / 활동을 지원하는 고도의 사무 처리 능력 / 무명 만담가의 활동이 ‘보도’되는 이유 / 보수 논단의 ‘탤런트’를 만들어내는 시스템 / 정권에 침투해 보수 문화인을 만드는 일본회의 / 진흙탕 같은 ‘문화예술간담회’ / ‘자민당 변질’의 정체 / 개헌파 1만 명이 ‘궐기’한 날 / 길에서 만난 ‘행동하는 보수’ 관계자 / 관광버스로 대량 ‘동원’ / 압력단체로서 이상형 / ‘국가제창’과 ‘진보파 야유’만으로 지탱되는 일체감 / 기미가요 제창으로 생겨난 ‘리듬감’ / ‘9조 준수파’와 「아사히신문」에 대한 야유 / 언급되지 않았던 ‘9조 개정’ / 역시 얼굴을 내밀었던 ‘생장의 집 원리주의자 네트워크’ / 부자연스러웠던 ‘의원석’의 이유 /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일본회의?일본청년협의회 / 계기는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 / 천황 행차 때 흔드는 작은 일장기 배포 / 정념뿐이고 논리가 없는 독서회 / 합숙에서 치러진 이상한 의식 / 젊은 인재 공급원은 학생운동의 ‘2세와 3세뿐’ / “비밀이야”라고 그들은 말했다 / ‘컬트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제5장 한 무리의 사람들
이토 데쓰오, 아베 정권을 탄생시킨 아버지 / 일본정책연구센터 기관지「내일의선택」 / 아베 신조의 프로모터, 이 토 데쓰오 / 아베 신조의 특이한 경력 / 채널 사쿠라에서 아베는 무엇을 말했나 / 일본정책연구센터와 이토 데쓰오의 주장 / 일본정책연구센터의 ‘개헌 어젠다’ / 자민당의 개헌 어젠다 / 그들이 ‘헌법 개정’으로 지향하는 것 / ‘생장의 집’ 팸플릿으로 나왔던 이토 데쓰오의 저작 / 아베 정권의 최고 브레인 ‘생장의 집 정치운동’ / 이토 데쓰오의 ‘과거’ / 30년 전 ‘생장의 집’ 기관지 속 ‘이토 데쓰오’의 이름 / 모모치 아키라, ‘집단적 자위권 합헌’을 주장하는 헌법학자의 배경 / 모모치 아키라라는 학자 / 일본회의?일본청년협의회의 개헌 이론가 / 다카하시 시로, 난징사건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반대 의견서 기초자의 정체 / 일본청년협의회 간부로서 다카하시 시로 / ‘생장의 집 학생운동’ 투사로서 다카하시 시로 / ‘균형’이 결여된 다카하시 시로에 의존하는 외무성의 위험성 / 특수한 ‘이너 서클’에 지배되는 아베 정권 / 아베 정권을 둘러싼 개헌 세력의 연원 / 아베 정권을 떠받치는 ‘생장의 집 정치운동?제3의 라인’ / ‘생장의 집 원리주의’ 기관지 창간호

제6장 연원
우경화 노선의 연원에 선 남자 / 그들을 묶고 있던 것은 누구인가 / 원점에 있던 남자 / 모두가 무서워하는 안도 이와오 / ‘카리스마’가 걸어온 길 / 미시마 사건의 충격 / 전국학협과 일본청년협의회의 대립 / 일본청년협의회가 낳은 ‘반헌학련’ / 안도 이와오는 어디에서 왔는가 / ‘선배’ 안도 이와오 / ‘신의 아들’ 안도 이와오 /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말한 ‘안도 이와오’에게 일어난 기적 / 안도를 ‘신의 아들’로 만든 것 / 모든 일의 시작, 나가사키대학 학원 정상화 운동 / 스즈키 구니오와 안도 이와오 / 암살 / 질병 치료, 안도 지배력의 근원 / 「이상 세계」 100만 부 운동 / 종교와 정치의 교차점

맺으며

미주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스가노 다모쓰
1974년 일본 나라 현 덴리 시에서 태어나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유학을 끝내고 귀국 후 노숙자 생활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샐러리맨이 되었다. 2007년부터 트위터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보수 우익일수록 배외주의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지론을 내걸고 개인 언론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이 책 『일본 우익 설계자들』(원제 『일본회의 연구日本?議の?究』)을 후소샤에서 펴냈다....
 
역자 : 우상규
현재 「세계일보」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끝이 없는 위기: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내린 후쿠시마 핵재앙의 의학적·생태학적 결론』이 있다.
 
 

책 속으로

에토 세이이치가 “우리 모두의 힘으로” 만든 “아베 내각”이라고 일본회의의 공적을 기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본회의가 지원하는 단체인 ‘일본회의국회의원간담회(日本?議??議員懇談?)’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2014년 9월 성립한 제3차 아베 내각의 모든 각료 19명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퍼센트를 넘었다.([표 1] 참조)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공명당 출신 각료 외에는 거의 모두가 일본회의국회의원간담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제3차 아베 내각의 특징이다. 이미 아베 내각은 ‘일본회의 동료 내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p.22

지방의회에서 의견서 채택 등의 활동 방법은 기존 리버럴(liberal, 진보) 진영과 좌익 진영이 전개해온 운동 방법으로, 특별히 새롭거나 신기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일본회의가 그동안 좌파가 해온 운동 방법을 모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회의의 운동 방법은, 방법 자체보다 규모의 거대함과 집요함에 더 특색이 있다. 일본회의와 관련 단체가 실시하는 이벤트에는 매번 다수의 참가자가 있으며, 각종 단체가 연일 여기저기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회의는 다수의 의원을 통해 시?정?촌 의회부터 국회까지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동원력이야말로 일본회의의 특징이다.
일본회의는 어떻게 이러한 동원력을 보유하기에 이르렀을까? 그들의 ‘본대(本隊)’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일본회의의 활동과 동원을 지적할 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언급되는 것이 종교단체와의 관계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일본 최대 우파 조직 일본회의를 검증”이라는 제목의 2014년 7월 31일 자 「도쿄신문(東京新聞)」 특집 기사일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일본회의의 내력 분석과 지식인의 논평 형태로 일본회의와 종교단체 간의 관련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일본회의 측도 종교단체와의 관계를 특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 p.31

연합군총사령부의 점령 정책의 일환으로 메이지(明治: 1868~1912)?다이쇼(大正: 1912~1926)?쇼와(昭和: 1926~1989)라는 원호(元號, 연호年號)에 법적 근거를 부여했던 황실전범(皇室典範)이 개정된 것은 1947년이다. 개정 직후에는 원호제에 관한 열띤 토론이 국회에서 펼쳐졌지만 독립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완전히 사람들에게서 잊혀버렸다. 자민당조차 원호제 유지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정부도 1961년에는 원호제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국회 답변에서 명확하게 인정했다.
물론 이런 흐름에 신사본청과 일본유족회(日本i遺族?)를 비롯한 종래의 보수 진영은 기를 쓰고 반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여론을 동원하여 정부와 여당을 움직이는 데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것이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다.
‘일본을 지키는 모임’은 지방의회의 의견서 채택 운동 전개, 전국 각지에서 원호법 채택 요구 시위 실시, 각계 저명인사를 초빙해 원호법 심포지엄 개최 등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운동 시작 후 불과 2년 만에 원호법 입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루오후, 2003, 255~276쪽)
수많은 보수계 단체가 오랜 세월이 걸려도 성공하지 못한 원호 법제화를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불과 수년 만에 달성한 것은 보수 진영에 충격을 안겼다. 그 이후 신사본청과 일본유족회 등 기존 보수단체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의 주위로 모여 연대를 강화하고 운동 기법을 도입하게 된다.
40년 전 원호법 제정 운동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 이것이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일본회의’의 원류다. --- p.44~45

2015년 7월 28일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평화 안전 법제에 관한 특별위원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민주당 오쓰카 고헤이(大塚耕平) 의원의 질문에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은 있을 수 있다”라고 답변해 사실상 ‘선제공격’을 용인했다. 대체로 헌법 조문을 어떻게 읽어도 ‘집단적 자위권’이든 ‘선제공격’이든 용인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개헌을 목표로 하는 아베 정권은 이 모두를 ‘헌법 해석의 변경’으로 극복했다.
이로써 헌법은 알맹이가 빠지게 되었다. 알맹이가 빠져 부정되는 것은 쇼와헌법만이 아니다. “정부야말로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헌주의의 근간까지 녹아 없어져버릴 것이다.
왜 아베 정권은 헌법을 유린하고 입헌주의를 짓밟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낼 열쇠는 역시 일본회의와 그 핵심 조직인 일본청년협의회에 있다. --- p.81

목록에는 앞서 언급한 ‘국회에 헌법 개정의 조기 실현을 요구하는 의견서’에 대한 청원,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중국 어선 단속을 요구하는 의견서’에 대한 청원, 그리고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의 허위 보도에 대해 국회에서 사실 규명을 요구하는 의견서’에 대한 청원 등, ‘아무튼 일본회의’라고 할 정책 목표가 망라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청원 안에 구의회에서 논의돼야 할 지역사회에 관한 청원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원인은 ‘미나토 구에서 일본을 좋게 만드는 모임’이라며 일부러 지역 시민운동단체인 것처럼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마치 지방에서 시작한 풀뿌리 운동인 것처럼 흉내 낸다’는 점이 일본회의 운동의 큰 특징인 것이다. --- p.94

어떤 의미에서 아베 신조는 ‘소선거구제의 산물’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중선거구제 시대라면 아무리 고이즈미에게 절대적인 국민적 인기가 있었다고 해도, 당내 인습과 권력 균형을 무시하고 당선 횟수가 적은 젊은 의원을 자기 파벌에서 간사장으로 발탁하기는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당내에서 반역이 일어 반(反)집행부의 봉화가 올랐을 것이 틀림없다. 고이즈미류의 ‘서프라이즈’도 ‘즉결 단행’도 공천권을 비롯한 당내 인사권을 집행부가 독점하는, 소선거구제 특유의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시에 이 이례적인 발탁은 아베의 취약함도 말해준다. 그리고 이 대발탁으로부터 불과 2년 후, 고이즈미의 뒤를 이어 아베는 총리총재(?理?裁: 총리와 당 총재 겸임)까지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년이다. 자기 파벌 안에서조차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등 아베보다 훨씬 당선 횟수나 각료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파벌의 영수로서조차 권력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채 아베는 총리총재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총리총재와 비교해 아베의 당내 권력 기반은 놀라울 정도로 취약했다. 일본회의와 ‘생장의 집 원리주의자 네트워크’를 비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베의 주위에 몰려들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이 권력 기반의 취약성에서 유래하는 것은 아닐까. 아베는 다른 총리총재보다 이용하기 쉽고, 우익단체의 상투 수단인 ‘상부 공작’이 효과를 내기 쉬운 것이다. --- p.149

“아베 정권의 보수적 경향도, 노상에서 일어나는 헤이트 스피치의 폭풍도 ‘사회 전체의 우경화’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계속해온 ‘시민운동’의 결실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목적은 이런 가설을 입증하는 데 있다.
가바시마 유조가 이끄는 ‘일본청년협의회’ 및 ‘일본회의’ 라인과 이토 데쓰오가 이끄는 ‘일본정책연구센터’의 라인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다.
여기에다 또한 ‘제3의 라인’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설이다.
이 제3의 라인이야말로 ‘행동하는 보수’ 무리로 대표되는 표면화한 우경화 시민활동과, 그 외 다양한 우경화 담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보고 있다. 이번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제3의 라인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한다.
--- p.186

출판사 리뷰

일본 사회 우경화의 실체를 뿌리까지 파들어간 문제작
『일본 우익 설계자들』은 일본의 태평양전쟁 전으로 회귀, 즉 일본 우경화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파헤친 걸작 논픽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베 정권을 지탱하는 우파 민간 조직 ‘일본회의’에 초점을 맞추어 일본 우익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진보 세력의 시민운동이 비웃음의 대상으로까지 격하된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꾸준하게, 조직적으로, 더욱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풀뿌리 보수운동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보수 우익의 전위 조직 ‘일본회의’는 마침내 위로는 각료 중 80퍼센트를 배출하며 아베 정권을 장악하고, 아래로는 지방의회와 보수 잡지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1970년대 안보투쟁 시대부터 40년 이상 우파 시민단체로 활동하며, 이제 아베 정권과 함께 ‘개헌’을 통한 ‘일본제국헌법의 부활’이라는 숙원, 즉 보수혁명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일본 민주주의가 압살당하고 있다는 진단 아래, 그 배후에서 아베 정권의 어젠다와 활동을 조직하고 설계하는 보수 압력단체 ‘일본회의’의 참모습을 방대한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 심층 취재로 낱낱이 밝혀낸다. 그리하여 일본 우익의 기원, 역사, 사상, 목표,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 활동 실태, 인맥을 생생히 폭로하고, 그 이면의 충격적인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몰상식하고 새로울 것 없는, 그러나 대단히 조직적이고 민주적인 집단
아베 정권의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이 발족한 이후 특정비밀보호법 채택,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내각회의 결정, 그리고 ‘안보법제’의 강행 처리라는 안하무인격 정권 운영은 멈출 줄 모른다.
전국 각지 길거리에서는 “조선인을 죽이자” “한국인은 나가라”라고 외치는 시위와 집회,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와 ‘헤이트 데모(증오 시위)’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헤이트(증오) 책’ 출판 붐도 지속 중이다. 어느 서점이든 혐한이나 배외주의를 부추기는 책이 쌓여 있다.
이러한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저자의 표현대로 정상 궤도를 이탈한, 도를 넘어선 “폭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폭주를 설계하고 실현하고 조종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일본회의’라는 보수단체라고 저자는 적시한다.[각종 보도와 자료에 따르면 ‘일본회의’는 일본판 네오콘, 아베의 돌격대. 일본 풀뿌리 극우파의 사령탑(2016년 기준 회원수 3만 8천 명. 47개 광역자치단체별 본부, 241개 지부), 일본 극우 대본영 등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애초 저자가 이 책의 원본인「풀뿌리 보수의 준동」을 후소샤(扶桑社) 계열 웹 미디어 ‘하버 비즈니스 온라인’에 연재하기 시작한 계기는 일본회의와 그 주변 무리가 “지금까지 ‘우익’ 또는 ‘보수’라고 불렸던 사람들과 사는 세상뿐 아니라 주장 내용마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저자가 접한 그들의 행동은 “이상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격하다기보다는 추악한” “기본 소양이 결여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낡고 구태의연했다. 그런데 너무나 기묘하게도, 그런 그들의 운동이 그 어떤 단체나 집단의 것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고 조직적이었다. 심지어 민주적이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그들의 집회 현장과 모임과 이벤트를 쫓아다니고, 수십 년간에 걸친 각종 출판물과 신문 잡지 기사, 광고, 홍보 전단,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관련 자료를 뒤지고, 옛 학생운동 참여자부터 정치계 거물까지 인터뷰한다.

익숙한 풍경, 그렇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들의 역량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저자는 일본회의의 역사, 조직, 활동, 인물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며 충격적인 진실에 육박해간다. 이론과 추측이 아니라 사실과 증거에 근거하여 뿌리까지 파들어가는 이 과정은 무척 생생하고 드라마틱해서 한 편의 뛰어난 심층 탐사 보도를 보는 듯하다.
일본회의(1997년 설립)는 1974년 설립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1978년에 싹터 1981년 설립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를 전신으로 한다. 또 1970년 결성된 ‘일본청년협의회’가 사무국 역할을 하며 실무를 총괄한다. 여기에서 보듯 일본회의는 1970년 안보투쟁 시절 우익 학생운동과 뿌리가 맞닿아 있다.
1966년 7월 3일 나가사키대학 정문 앞에서 밤새 등사해 만든 ‘데모 반대·전학련 반대’ 전단지를 막 나눠주려던 민족파 우익 학생 2명이 좌익에게 얻어맞는다. 치욕을 당한 그들은 ‘좌익 타도’를 굳게 결심하고, 이어진 학생 자치회 선거에서 어려운 싸움 끝에 좌익 진영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쾌거를 거둔다. 그중 한 사람이 현재 일본회의 사무총장이자 일본청년협의회 회장인 가바시마 유조다. 즉 일본회의와 일본청년협의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나가사키대학 정상화 운동에서 승리한 투사였으며, 민족파 학생운동의 영웅이었다. 또한 그들은 오랜 학생운동 현장에서 좌익 학생운동과 대치하면서 좌익의 운동 방법과 조직 운영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태동한 일본회의 계열 운동 집단은 이후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군화, 메이지 시대와 같은 천황제 국가 부활(국기는 히노마루 즉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 애국심과 전통 가족관계 강조, 일본제국헌법 부활), 교육기본법 개정,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 정착, 남녀 평등 참여와 부부 별성(別性) 법안 반대, 역사 왜곡 새로운 역사 교과서 채택. 종군위안부 문제 부정과 철거 소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가속화했다.
이들의 운동 풍경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2015년 11월 10일, 일본회의가 주도하는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은 ‘지금이야말로 헌법 개정을! 부도칸 1만인 대회’라는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각종 종교단체와 우익단체 인원이다. 그들은 관광버스로 대량 동원되고, 대부분 노인들이다. 또 기미가요 제창과 진보파에 대한 야유가 대회장에 모인 다양한 소속의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부여한다. 더불어 여당 의원과 각료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이 집회 풍경에서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일본회의 주관으로 치러지는 여러 국민운동, 국민대회에서 공히 발견되는 ‘동원력’과 ‘사무 처리 능력’이다. 이 정도 숫자의 집회를 이처럼 매끄럽게 조직하고 진행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일본에서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사실은 정치인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바로 그들에게서 고정된 ‘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본회의는 강력한 압력단체로 존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권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중시하는 것은 이른바 “풀뿌리 네트워크”다. 일본회의는 지방 지부 또는 별동단체의 지방 지부와 지방 협력단체를 통해 광역·기초지자체 지방의회를 상대로 청원서와 의견서 채택 운동을 적극 벌여왔다. 겉보기에는 민주적 절차를 통한 평범한 시민운동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우익 운동의 최전선인 셈이다. 이 운동은 해당 지역이나 마을 관련 문제가 아니라, 일본회의가 상정하여 하달한 정책 어젠다를 청원서로 제출한다. 또 심지어 지방의회 선거 시에는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사상을 검증하는 설문조사까지 실시한다.
이러한 동원력과 조직력, 민주적 운동 방법이야말로 무시할 수 없는 일본회의의 역량이자 일본 우경화의 근간을 이룬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민주주의의 향방
애초 조사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거대 조직 일본회의’라는 인상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규모도 작고 통일성도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조직이 어떻게 40여 년 이상을 지속하면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수준에 이르렀을까? 바로 그들을 지탱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청년협의회 회장 겸 일본회의 사무총장 가바시마 유조, 아베 신조의 최고 브레인이라 불리는 일본정책연구센터 대표 이토 데쓰오, 신흥 종교 ‘생장의 집’ 원리주의자 무리를 이끄는 나카지마 쇼지, 총리보좌관이자 일본청년협의회 부대표 에토 세이이치, 집단적 자위권 합헌을 뒷받침하는 안보법제의 이론가 모모치 아키라, 역사 왜곡의 이론가 다카하시 시로 등이 대표 인물들이다. 그리고 뿌리를 파고들수록 이들을 앞세운 채 뒤에 머물면서 ‘생장의 집 원리주의’ 네트워크 또는 일본 우익 네트워크를 ‘신’처럼 주재하는 한 인물의 그림자가 더욱더 짙어진다.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데모·진정·서명·항의 집회·스터디 등 ‘민주적인 시민운동’을 계속해오면서, 현재 아베 정권을 지탱할 정도로 성장하고, 국가의 헌법을 변경할 정도의 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매우 비민주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게 일본의 현재 상황은 민주주의에 복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대로 가면 ‘민주적인 시민운동’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죽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살리는 것도 ‘민주적인 시민운동’일 것이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쩌면 『일본 우익 설계자들』은 민주주의를 살리는 민주적인 시민운동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 책으로 저자는 2016년 이시바시 단잔 기념 와세다 저널리즘 대상 장려상(풀뿌리 민주주의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2017년 일본신서 대상 수상작에 선정되었다. 또 이 책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일본회의’ 관련 책 출간 붐이 거세게 일어났고, 책 속에 등장하는 관련자가 출판 정지 요청과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하여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일부 SNS를 중심으로 이 책 ‘100만 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일련의 일들을 놓고 볼 때, 일본 사회 전체가 우경화한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진단은 옳아 보이며, 일본회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민주주의를 살리고자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일본 우경화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어본 이 책이 의미심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일본 정부의 망언과 도발과 왜곡에 강력히 맞서야 하고, 전 세계로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우경화 바람에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감정적 대응이나 섣부른 예단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자세가 필요하다. 시종 사실과 증거에 기대어 정확한 현실 인식으로 우리를 이끄는 『일본 우익 설계자들』은 이를 위한 한 모범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도드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