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교육의 이해 (책소개)/2.교육문제비평

역사학 선언 (2018)

동방박사님 2023. 3.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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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역사학 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저자)

인문학 위기의 시대, 거시적 관점을 통한 역사학의 진전을 위하여


이 책은 역사학의 미래와 장기 지속의 회귀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 학자의 역할에 관한 수많은 토론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단기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시대에 역사학자는 자신의 동료 시민에게 어떻게(그리고 왜) 더 긴 시간의 범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인문학으로 무장한 거시적 관점으로, ‘장기 지속’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역사학은 과거에 대해서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윤리적 책임을 갖는 앞을 내다보는 학문이다.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의미 있는 예견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과거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이, “더 멀리 뒤돌아볼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바탕에서 역사학이 가야 할 방향과 관점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역사학 발전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자 한다.

목차

서론_ 인문학의 불꽃?

제1장_ 뒤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기: 장기 지속의 등장
운명과 자유 의지에 대해 생각하기 | 반사실적 사고 | 이상향주의적 사고

제2장_ 짧은 과거: 혹은 장기 지속의 후퇴

제3장_ 장기와 단기: 1970년대 이래 기후 변화, 거버넌스, 그리고 불평등
기후에 대한 장기적 사고 | 국제 거버넌스에 대해 생각하기 | 불평등 | 신화의 만연

제4장_ 빅 퀘스천, 빅 데이터
새로운 도구들 | 빅 데이터의 부상 | 보이지 않는 문서고들 |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와 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 빅 데이터의 시대는 대학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전문가 간의 전쟁 | 연구 중심 대학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 윤리적 관점을 지니고

결론_ 과거의 공적 미래
 

저자 소개 

저 : 조 굴디 (Jo Guldi)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시카고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으며, 브라운 대학을 거쳐 현재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 데드먼 인문과학 대학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Roads to Power: Britain invents the Infrastructure State(Cambridge, MA., 2012)와 The Long Land War: A Global History of ...
 
저 : 데이비드 아미티지 (David Armitage)
 
컬럼비아 대학 역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지성사 및 국제관계사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 정치학과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세인트 캐서린스 칼리지 명예연구원이자 시드니 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2001년 롱맨/히스토리 투데이(Longman/History Today)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The Idelogical Origins ...
 
역 : 안두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국제관계사 담당 교수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8세기 영국 지성사 및 외교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및 옌칭 연구소 특별 연구원을 지냈으며, 논문으로는 “The Anglo- French Treaty of Utrecht of 1713 Revisited: The Politics of Rivalry and Alliance” 등이 있으며, 편서로는 Fenelon...
 

책 속으로

전후 미국의 경우에는 비정부 기구의 증가, 미국 패권의 확장, 국제연합과 같은 초국가적인 거버넌스 기구의 확대, 그리고 세계은행의 탄생에 따라 장기 지속 역사를 소비할 여력을 갖춘, 기아와 가난 그리고 가뭄과 독재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에 목말라하는 폭넓은 계층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후 베이비 붐 시기에 태어난 역사학자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직접 다루기를 포기하고 인종과 계급에 관한 미시사로 후퇴하면서 장기 지속 역사는 역사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작가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65쪽/ 제1장_ 뒤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기: 장기 지속의 등장)

지구 온난화 그리고 토지와 물을 둘러싼 전쟁을 목전에 둔 이 시대에 자원과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사회 내 그리고 사회 간 계급 투쟁을 다룬 역사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40년 동안 대중은 우리의 장기적인 과거와 그것이 미래에 대해 지니는 의미에 대한 일련의 만연된 신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지만, 이들 신화 중 전문적인 역사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는 사실 전무하다. (…)
역사학은 이처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이야기를 뒤흔들 힘을 지니고 있다. 짧은 과거의 가장 중요한 기여 중 하나는 진화론적 생물학, 경제학, 인류학, 그리고 정치학의 뿌리까지 감염시킨 엄청난 신화를 뒤흔들어놓았다는 데 있다. (109쪽/ 제2장_ 짧은 과거: 혹은 장기 지속의 후퇴)

과거에는 주변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았던 사건 중 오늘날 유용한 열매를 맺고 있는 사건을 발굴하고 기술한다면, 아주 오래된 혹은 가까운 과거의 예 모두 대안적인 거버넌스 전통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조안 서스크는 토지와 물을 둘러싼 역학의 변화가 좀 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현재의 경우와 유사한 선례를 찾고자 500년이 넘는 과거를 파헤쳤다. 폴 톰슨은 자연 보호와 유기 농법 그리고 지속 가능한 건축과 관련된 역사적 자료를 훌륭히 개괄했다. (…) 이들 역사 연구는 새로운 운동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과학자와 정책을 수립하는 이가 미래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면 어디를 살펴봐야 하는지 귀뜸해주며, 그렇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겠다. (135~136쪽/ 제3장_ 장기와 단기: 1970년대 이래 기후 변화, 거버넌스, 그리고 불평등)

우리 시대 활용 가능한 수량화된 데이터는 넘쳐난다. (…). 오늘날 역사학자는 수 세기는 아닐지라도 수십 년에 걸친 국제 무역로, 인구 성장, 평균 임금, 강수량, 기상 지도 등을 중첩해보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역사학자는 빼어난 장기 지속 디지털 프로젝트 중 하나로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1200만 명이 넘는 노예를 실어 나른 3만 5000번가량의 노예 항해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환대서양 노예무역 데이터 베이스에 기초해 만들어진 국제 노예무역의 전도를 훑어볼 수도 있다. (…)
그럼에도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 중 역사학자에 의해 판독된 것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187~188쪽/ 제4장_ 빅 퀘스천, 빅 데이터)

스콧의 연구는 그가 조미아(Zomia)라 칭한 중국 제국 변방에 위치한 고산 지대에 대한 딥 히스토리였다. 스콧은 조미아가 포악하고 약탈적인 정권으로부터 도망쳐 온 이들로 이루졌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렇기에 조미아의 사람들은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았으며, 정원 재배가 아니라 야생 향료나 야생 뿌리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 같은 이유로 그들은 위계적인 정치 형태보다 평등적인 정치 형태를 취했으며,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종교(received religion)가 아니라 예언자적인 문화를 따랐다. 그들이 역사를 낭송하는 것보다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였다. 다시 말해, 수 세기에 걸쳐 구릉지에 모여든 사람들에 대한 일련의 미시사는 제국과 중앙집중화 그리고 자본주의와 위계 질서의 필연성에 대한 통상적인 설명을 뒤흔드는 아주 강력한 거시적인 이야기가 된다. (225~226쪽/ 결론)

오랫동안 미시사가들은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자연스럽게 감소시킨다는 주장을 반박하고자 연구를 수행해왔다. 사실 수 세기에 걸친 데이터는 그러한 주장에 반하는증거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하에서 불평등의 영구화를 다룬 수많은 서적이 있음에도 대중은 그러한 주장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자본주의는 실업의 감소와 평등의 증대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의 간명한 시각 자료는 손쉽게 유포되어왔다. 그처럼 큰 어려움 없이 얻어낸 합의에 도전할 수 있었던 사실상 유일한 역사적 데이터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었다.
---(230쪽/ 결론)
 

출판사 리뷰

지난 세기를 풍미한 ‘장기 지속’ 개념이
21세기 역사학에 재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단기주의의 망령을 딛고 나타난 장기 지속의 관점


20세기에는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1985)로 대표되는 아날(Annales)학파의 사학이 시대를 풍미해왔다. 브로델은 “현재는 가장 가까운 과거의 사건들이나 현실의 정세들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문명들의 역사적인 심층 구조에서 파악할 수 있는 좀 더 느린 역사의 연속성 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현재 진행되는 역사는 사회과학의 인식과 관점에 의존한다고 명료하게 진단했으며, 여기에 세 개의 문명 층위를 대입하였다. 맨 위층은 정치사나 사건사로서 매우 변화무쌍하며, 다음 층은 도도히 흐르는 정신사나 문화사 층이고, 맨 밑바닥이 사회·경제생활 증으로서 이곳이 바로 ‘장기 지속’ 층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장기 지속’ 개념은 한 세대 동안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에 되돌아왔다. ‘단기주의’가 횡행하면서 거시적 관점이 결핍되어 인간과학의 보편적 위기를 낳았고, 단기주의에 대항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새로운 장기 지속은 매우 다른 지적 대안으로 이루어진 생태계 속에서 등장했다. 새로운 장기 지속의 기원은 과거에 있지만, 그 자체는 지극히 미래 지향적이다. 그러한 점에서 새로운 장기 지속은 역사학적 사고의 근본으로서 회귀를 서양에서 그리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선도하고 있다.

현실 삶의 지침으로서의 역사학 선언
“세계의 역사학자여 단결하라! 더 늦기 전에 거둬야 할 세계가 있다”


이 책은 역사학이 왜 인문학의 토대에 서서 거시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하는지를 논하면서, 구석구석 역사학을 나타내는 수많은 경구와 본질을 표현하고 있다. 역사학을 ‘세계를 더 낫게 만드는 도구’로서 거시적으로 세우려는 노력을 역사의 흐름에 따라 고찰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장기 지속 역사학을 통해 우리 자신의 위기, 인문학 내의 위기만 아니라 전 지구적 체제 전체의 위기의 순간을 특징짓는 지식 생산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현실 참여적인 학계를 제안한다.

역사의 칼은 양날의 칼이다. 한쪽 날은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날이고, 다른 쪽 날은 과거의 소음과 모순 그리고 거짓을 파헤치는 날이다. (37쪽/ 서론)

만약 과거의 신화가 우리의 정책 수립과 관계를 지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에 만들어진 거짓을 폭로하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여지를 만드는, 즉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위해 과거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키케로가 말했듯이, 역사는 삶의 지침이다. (78쪽/ 제1장_ 뒤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기: 장기 지속의 등장)

장기 지속의 회귀를 역사 속에서 살펴보고 역사적 사회문제를 주목하다
이 책의 구성 I


제1장에서는 페르낭 브로델이 제안한 본래의 장기 지속은 물론 우리의 역사적 전통이 얼마만큼 공적이며 미래 지향적인지를 밝힌다. 수 세기에 걸친 장기 지속을 살피는 역사학 연구와 사고의 두 경향의 운명을 추적한 뒤, 그보다 짧게 수십 년을 살피는 역사학 연구와 사고의 두 경향의 운명을 추적한다.
제2장에서는 미시사 중심의 단기적 관점을 비판하며, 장기 지속이 전문 역사학자 사이에서 상당한 후퇴의 시기를 거친 뒤 이제 되살아나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세계 도처의 공적 문화에서 가장 시급을 요하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일련의 전 지구적 문제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미시사는 마르크스주의와 아날 학파의 모든 것을 종합하는 이론에 대한 대응으로, 장기 지속 질문을 시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미시사의 원천은 에도아르도 그랜디(Edoardo Grendi)가 “이례적으로 ‘정상적인’(exceptionally normal, eccezionalmente normale)” 것이라 유명하게 칭한 것이었으며, 미시사의 목표는 여러 분석의 스케일을 동시에 접합시키는 것이었다. (…) 이후 세대는 짧은 과거의 시간 지평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역사학자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혁신적인 해석을 내놓아야 했으며, 짧은 과거는 수많은 새로운 해석과 상반된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93~95쪽/ 제2장_ 짧은 과거: 혹은 장기 지속의 후퇴)

‘공적 미래’에 관한 역사학의 시선, 역사학의 본질과 방향을 묻다
이 책의 구성 II


제3장에서는 공적 미래가 앞으로 닥칠 기후와 지구 거버넌스 그리고 불평등의 위기에 관한 무비판적인 추측에 의해 어떻게 마구 그리고 종종 상반된 목적을 위해 재단되어왔는지 보여주고자 했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공적 미래로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을 제안했다.
단기적인 사고가 우리 시대 정보과학 기술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제4장에서는, 과거에 관한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새롭게 분석함으로써 그와 같이 미래를 모색하는 집단적인 학술 연구 중 이미 진행 중인 몇몇 작업을 살펴본다.
결론 부분에서는 우리의 시작, 즉 우리 사회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해석할 책임을 맡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국가와 통화가 불안정해지고,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일련의 환경 사태가 절정에 다다르고, 불평등에 대한 물음이 지구 곳곳에서 정치 및 경제 체제를 곤란케 만들고 있는 때에, 이 책의 독자와 동료 역사학자에게 우리가 공적 미래(public future)라고 칭한 것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