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역사이야기 (책소개)/8.제주이야기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2014)

동방박사님 2023. 3. 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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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사 최대의 비극
제주4·3 70주년 개정판
그것을 모르고서는 역사의 한 줄도 나아가지 못한다!

기억하라, 3만여 명의 애절한 통곡을!
되새겨라, 저항과 아픔의 역사를!


제주4·3 70주년
아직도 4·3을 모른다 하십니까?


입 막고 눈 감고 머리 숙이고 살아온 셀 수 없이 긴 시간. 부모형제 일가친척의 죽음에 눈물은커녕, 제사조차 숨어 지내야 했던 시간들. 영혼조차 자유를 얻지 못했던 그 긴 세월,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는 이제야 그 자리에서 통곡할 자유를 얻었다. 그렇다고 ‘4·3’이 침묵 속에 억울함과 슬픔을 넣어두었던 것만은 아니다. 1960년 4·19에서 시작된 ‘역사 바로 잡기’는 5·16쿠데타에 꺾이고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정권에 짓눌렸으나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그 목소리를 높여갔다. 2000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에 ‘국가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진상 보고서가 채택된다. 이에 국가를 대신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66주기에 ‘국가 추념일’로 지정된 뒤, 또다시 찾아온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2018년 70주년을 맞으면서 다시금 통곡할 자유와 역사의 한 줄을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70주년을 맞아 제주4?3연구소 소장이자 시인인 저자 허영선 작가가 덧붙인 ‘자서’에 제주4?3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지금 섬의 가슴은 온통 붉은 동백입니다.
눈폭풍을 뚫고 나온 통곡 없는 통꽃, 통붉음이라
그해 겨울에서 봄까지 눈물 한 점, 곡소리 한 톨마저
죄였던 섬사람들의 운명을 대신합니다.
기억하라, 반드시 기억하라는 이 기억의 통꽃,
더 이상 피어날 수 없었던 어린 눈동자를 대신해
살아있는 눈동자들이 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아선 안 될 장면을 보았던 산 자들이
속눈물을 삼키며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나 국민이 아니었던 그 시절,
수없는 꽃목숨들이 참혹하게 떠났습니다.
잊어라, 지워라, 속솜허라(조용히 해라)
강요당한 망각의 역사가
마침내 왜곡의 무덤을 뚫고 나와 파도처럼 솟구칩니다.
4·3은 그토록 찾고자 했던 제주도의 70년 진실입니다.
이 땅의 분단을 원치 않던 마지막 목소리입니다.
이제 70년, 4·3은 반드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엄정한 역사입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제주 민중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4·3’ 연대기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시인인 지은이가 지극히 쉬운 문체로, 말하듯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4·3이야기다. 하지만 한 자, 한 줄, 한 쪽을 허투루 지나치기가 어려운 깊이를 글의 안팎에 담고 있다. 지은이는 4·3의 발단과 전개, 그 끝나지 않은 역사를 섬 사람들에게 바짝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 몸짓 심지어 침묵까지도 담아냈다. 지은이 역시 그들 중 한 명이기에 독자는 더 가슴 저미는 생생함을 느낄 것이다.
저자는 8년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출간되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제주4·3》에 더하여 집단 학살의 증언과, 특히 역사의 혼돈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증언과 함께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강요배 화백의 ‘4ㆍ3 연작’ 가운데 여러 작품이 들어 있어, 그날의 참혹함과 억울함을 생생하게 더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쓰인 것은 아니다. 4·3은 역사이기에 해방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별면으로 붙이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더욱이 온 섬이 학살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제주도의 4·3유적지를 자분자분 동행하며 ‘그날’을 설명해주는 부록도 책 뒤쪽에 있다. 이를 알지 못하면 우리들은 학살터 위에서 골프를 치고, 기업 수련회를 열고, 신혼여행·효도관광·걷기여행을 하는 셈이다. ‘모르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그리 멀리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역사는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게 하는 책. ‘내일’이 ‘오늘’, ‘어제’를 묻는다면, 우리는 주저함 없이 ‘4·3’을 들려줘야 한다.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그런 책이다.

 목차

제주4?3, 70주년에 다시 쓰는 자서
추천사
들어가기 전에_4·3을 묻는 너에게
들어가며_슬픔과 찬란함의 두 얼굴, 제주도

01 섬, 민중의 뿌리
해방의 첫발
섬 전체가 하나의 요새
“우리 일은 우리가 한다”
대흉년, 넘기 힘든 보릿고개

02 폭풍 전야
관덕정 광장을 울린 총성
총파업!
탄압, 저항의 불꽃

03 폭풍 속으로
1948년 4월 3일!
‘메이데이’

04 잠 못 이루는 섬
거역하는 한라산
섬은 캄캄한 요새, 해안선을 봉쇄하라
포고령 “해안선으로부터 5킬로미터!”
젊은 것이 죄

05 아, 슬픈 중산간
초토화 작전, 중산간 마을 휩쓸다0
계엄령!
동백꽃 목숨들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들
일본에서 돌아와 죽은 사람들, 떠난 사람들
영원처럼 길었던 겨울

06 한국전쟁의 회오리
예비검속, 되살아난 광풍
수형인, 행방불명된 사람들
한라산의 빗장 열리다
두 얼굴의 미국

07 집단학살, 증언들
“차마 사람이 사람을 죽이랴”
광풍, 사라진 사람들
아! 북촌리, 통곡할 수 없는 슬픔

08 아동과 여성, 그 숨죽인 고통
아이들은 시든 꽃잎처럼
아이를 가슴에 묻은 여인들
지독한 슬픔
만삭의 여인들, 그 숨죽인 고통
생애 가장 길었던 날의 기억

09 4·3 그 후
끝나지 않은 4·3, 그 후유증
고문, 삶을 비틀다
그래도 희망의 얼굴은 있었다

다시 봄날에 글을 마치며
구덩이에 묻힌 진실
평화와 인권의 세기를 나가는 여정
마침내 국가가 답한 4·3희생자추념일
제주 섬, 평화의 근거지
다시 봄날에… 슬픔 뒤의 미소를 떠올리며

참고 문헌
제주 4·3 주요 일지
4·3 답사기_4·3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지은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허영선
 
1957년 제주도에서 출생했으며 시인이다.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 4·3평화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 4·3연구소 이사·제주대 강사로 있다. 제주대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석사논문 「제주 4·3시기 아동학살 연구」가 있으며, 저서로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뿌리의 노래』, 문화 칼럼집 『섬, 기억의 바람』, 역사서 『제주 4·3』, 4·3구술집(구술 정리)...
 

책 속으로

이제 알겠느냐. 슬픈 역사, 그날 이후 제주의 서정은 그냥 그대로의 서정이 아니었음을. 섬 사람들은 왜 해가 뜨고 지듯이 잊을 수 없는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사는지를. 수많은 주검들이 떠다니는 바다,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휘몰아치던 폭설의 한라산, 우왕좌왕 살기 위한 발자국 딛지 않은 곳 없으며, 이 섬 어느 곳인들 안전한 곳 있었겠느냐는 말을….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은이의 말 중에서

오로지 살고자 산으로만 다니다 보니 ‘산사람’이 되었다던 중산간 마을의 할머니도 세상을 떴다. 살기 위해 이 땅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이들, 그들은 떠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캄캄하고 불안한 항로, 똑딱선을 타고 가며 얼마나 떨었는가. 쓰는 내내 그 시국을 살아내야 했던 그해의 눈빛들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4·3은 미래 세대, 후손들을 위한 희망이어야 한다며 힘겨운 기억을 꺼내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추천평

제주4·3이 우리나라 역사의 여정 전체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찾아내고, 제주4·3이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미래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우리는 발견해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3만여 명의 무고한 희생이 그냥 허공에서 사라지고 땅속에 파묻혀버리고 맙니다.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강우일 (주교, 천주교제주교구장,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4?3은 시인이 써야겠구나’ ‘시인이나 소설가, 화백이 가슴에 파고드는 진실을 정말 잘 그려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2만 5000에서 3만을 헤는 4?3 희생자들의 처절한 모습, 오로지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 보면 살게 된다)’며 살아온, 죽음의 문턱에 있었거나 죽음을 지켜봤던 사람들의 심정과 삶은 시인의 마음을 통해야 온전히 그려질 것 같다. 가슴을 에는 고통과 슬픔, 불끈 치솟는 분노도 시인이 제대로 말해줄 것 같다.
서중석 (역사학자,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