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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2023) - 비판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가

동방박사님 2023. 9. 2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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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필로버스 총서’ 첫 번째 책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비판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가』는 아도르노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상원 교수가 필로버스에서 진행한 『계몽의 변증법』 강독 세미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계몽의 변증법』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의 사상가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학파’ 내지는 ‘비판이론’이라고 불린 지식인 그룹의 1세대를 대표하는 저작이다.

한상원 교수는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를 통해 『계몽의 변증법』이 지닌 오늘날의 의미를 추적하고, 우리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틀로 활용하고자 제안한다.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 고전이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사상의 정수를 담은 『계몽의 변증법』을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필로버스 총서는 에디스코가 필로버스(www.philoverse.com)와 함께 인문사회 분야 신진 연구자들의 출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10

1강 서문 & 계몽의 개념 15
책의 제목에 관하여 18 / 비판을 통한 구원 20 / 책의 발생사 23
/ 계몽의 약속과 좌절 25 / 공포와 지배 29 / 지식은 권력이다 33
/ 체계와 통일성 37 / 주술과 미메시스 40 / 우상 금지 원칙과 부정사유 43

2강 부연 설명 1: 오디세우스 또는 신화와 계몽 47
부르주아 개인의 원형 52 / 내적 자연의 억압 57 / 자기보존의 역설 61
/ 등가교환과 희생제의 66 / 오디세우스의 모험들 72 / 자연 지배와 인간의 지배 78

3강 부연 설명 2: 줄리엣 또는 계몽과 도덕 83
어두운 사상가들 86 / 성숙과 자기보존 89 / 도덕적 폭력 96
/ 고삐 풀린 시장경제 100 / 계몽에 대립하는 계몽 104 / 전도된 칸트, 사드 107

4강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1 113
문화산업 비판의 의미 116 / 개별자의 예속 118 / 관상학적 방법: 벤야민과 아도르노121 / 뉴미디어와 K-콘텐츠 시대의 문화산업론 128 / 위대한 예술 132

5강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2 137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140 / 욕망의 억압 145 / 웃음의 폭력 150
/ 유흥의 기능 154 / 동일성 논리의 역설 158 / 개별자의 잉여인간화 160

6강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 1 167
인종주의의 변증법 171 / 자유주의의 이중성 176 / 동화된 유대인들 179
/ 대중운동으로서 반유대주의 186 / 반유대주의의 정치경제학 193
/ 혐오의 발생학: 이디오진크라지와 미메시스 196 / 억압된 것의 회귀 205

7강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 2 211
허위적 투사 214 / 편집증적 주체 219 / 폭력에 대한 변명 226
/ 절반의 교양인 229 / 개인과 자유 237 / 사유의 폭력성 243

8강 스케치와 구상들 251
두 개의 세계 254 / 유물론과 금욕주의 262 / 진보의 대가 264 / 대중사회 268
/ 모순들 270 / 철학과 노동분업 274 / 인간과 동물 278
 

저자 소개 

저 :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이 있으며, 역서로 『공동체의 이론들』(공역),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현대 정치철학의...

책 속으로

비판을 거치지 않은 계몽은 또다시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을 지배하고, 지배의 원리로 고양되었고 그 결과 파국적인 인류 역사가 나타났지요. 그래서 계몽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판의 목적은 계몽을 폐기하고, 소멸시키고, 절멸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비판을 통해서 대상을 구원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 p.20

『계몽의 변증법』은 1940년대, 전체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전체주의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두 유대인 지식인들이 발행한 최초의 철학적인 전체주의 분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철학적인’ 전체주의 분석이냐면, 전체주의 분석에 대해서 정치경제학적인 접근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 있겠지만, 이 두 저자는 ‘계몽과 계몽이 대변하려고 했던 근대적 이성이 어째서 실패했는가’를 주로 규명하면서 전체주의 분석을 이성 비판과 연결하는 철학적 작업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 p.29

계몽은 홉스적인 근대로 귀결되었습니다.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리바이어던 형태의 전체주의 정권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것이 공포를 극복하고 자기보존을 추구했던 계몽적 주체의 역설적 귀결이었습니다. 왜 계몽은 자신이 추구해 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로 나타났을까요? 이것이 해명돼야 할 내용입니다.
--- p.33쪽

현대사회에 적용해 보자면, 이런 계몽의 동일성 논리를 가지고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혐오 논리예요. 다양한 파국적인 상황에 접한 인간이 공포에 직면했을 때 그 공포를 반드시 특정 대상에게 투사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게 혐오의 메커니즘입니다. 제노포비아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다양한 혐오의 메커니즘 역시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을 1940년대에 썼지만, 21세기에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혜안 중 하나가 혐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공포라는 정념과 지배의 상관관계에 관한 저자들의 서술은 오늘날의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p.36~37쪽

『계몽의 변증법』 저자들이 가하는 웃음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금욕주의적인 명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웃음이라고 하는 것까지도 비판적 이론의 고찰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산업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웃음을 팔고 그 웃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상의 행복을 주는데, 그런데 때로 그러한 웃음 앞에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하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로 말입니다.
--- p.154쪽

“파시즘은 지배에 대항하는 억압된 자연의 반란을 직접적으로 지배에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점에서 또한 전체주의적이다.”(210/277) 저는 이 문장이 굉장히 현재성이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날에도 인종주의적인 선동, 부활하고 있는 네오파시스트 운동이나 극우적인 운동들은 근원적으로 인간의 억압된 내적 자연이 일으키는 반란들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이 아니라 파괴적인 충동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권위주의나 혐오의 상태인 것입니다. 오늘날 소위 자유민주주의는 계속해서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적인 개인들이 왜 철저하게 반자유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배를 자발적으로 욕망하게 되는가 하는 물음들도 우리가 한번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텍스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현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209~210쪽

데카르트로부터 출현하는 코기토cogito라는 문제설정을 보면, 세계의 중심을 ‘사유하는 나’에서 찾지 않습니까. 그런 근대적인 주체는 이런 의미에서 세계를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편집증 환자의 논리를 맹아적으로 내포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하게 되면, 자유주의나 자유방임주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p.224쪽

저자들은 사유가 지배로부터 해방되어 폭력의 철폐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반유대주의가 아닌 인간적인 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해방은 “허위적 투사에 대한 대항운동”(225/299)으로서 가능할 것이고, 그럴 때라야 비로소 “반성에 의해 깨어지지 않는 자기고집이라는 비옥한 토지 위에서 번성하는 정신의 병에 대한 극복”(225/299)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저자들은 그러한 해방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간을 포함해 모든 박해받은 자들의 해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런 구절에서도 상당히 벤야민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최종적 구원은 지금까지 역사 속에 희생당한 모든 영혼의 구원이라는 설명이 「역사철학테제」에 등장합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역시 이런 문장 속에서 모든 인간 심지어는 모든 동물에게까지 가해진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고 그 누구도 더 이상 희생제물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 p.236쪽

〈아바타 2〉를 보면 고래 사냥을 금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보존된 자연’ 같은 스펙터클을 만들어 내고 그 스펙터클을 관객이 즐기게 하지요. ‘실재하는’ 자연이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자연을 창조해 낸 뒤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거기에 ‘자연 보호’라는 맥락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관객들이 그 행성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과 폭력들을 보면서 즐기게 되는 메커니즘이 펼쳐집니다. 할리우드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의도가 아무리 선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메커니즘 안에는 그것이 보여주는 이중의 시선, 위선적인 시선이 녹아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p.285쪽
 

출판사 리뷰

계몽의 변증법,
비판과 성찰의 힘에 대하여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상원 교수와 함께 읽는 『계몽의 변증법』

위기의 시대, 근대적 이성의 실패를 진단하는
계몽의 변증법을 사유하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교육 수준은 높아졌지만,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높은 자살률과 직장 내 스트레스 지수 등 다양한 지표가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모든 걸 자기 책임으로 여기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논리 속에서 현대인들은 번아웃에 시달리고, 타인에 대한 혐오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 감정 속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논리가 만들어 내는 불안정성과 불평등에 우리는 병들어가고 있다. 또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지금 전 세계가 심각한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위태로워진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3년에 만들어진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의 사상가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학파(비판이론) 지식인들도 이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인류는 참으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지 않고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
_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서문 중에서


프랑크푸르트 학파 1세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공동 집필한 『계몽의 변증법』은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묻는다. 근대 철학이 발흥하고,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을 거치면서 철학이 구현하려고 했던 계몽, 즉 합리성, 지성, 이성을 토대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달성하려고 했던 사유 운동은 왜 이상적 상태가 아니라 파시즘과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되었는가. 인간이 기대하던 진보는 왜 비극을 맞이했는가.

한상원 저자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학파 1세대 지식인들은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희망과 좌절을 경험했고, 나치즘의 위기와 세계대전, 아우슈비츠 학살을 겪었다. 따라서 이들의 이론에는 바로 그러한 시대 경험이 응축되어 있고, 이렇게 비극으로 귀결된 역사를 해명하고자 하는 철학적 소명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조사연구소의 소장으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호르크하이머를 비롯해 아도르노, 에리히 프롬,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등 연구소 지식인들은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기나긴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이 망명 생활 중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1944년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함께 집필한 책이 바로 『계몽의 변증법』이다.

한상원 저자는 『계몽의 변증법』은 1940년대, 전체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전체주의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두 유대인 지식인들이 발행한 최초의 철학적인 전체주의 분석이라고 소개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 책에서 ‘계몽과 계몽이 대변하려고 했던 근대적 이성이 어째서 실패했는가’를 주로 규명하면서 전체주의 분석을 이성 비판과 연결하는 철학적 작업을 수행한다. 그들은 계몽이 대변하려고 했던 이성을 도구화된 이성이라고 비판하고, 이런 근대적 이성이 만들어 낸 세계는 “보편타당한 도덕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인간을 능력의 이름으로, 성과와 효율의 이름으로 차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는 탈도덕화된 세계”(한상원, 99쪽)라는 걸 밝힌다. 한상원 저자는 이런 논의는 1940년대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용하다고 역설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사유가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진단,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정상성’에 내재한 파시즘의 ‘야만’에 관한 냉철한 시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탈진실’과 ‘반지성주의’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출현하고 있는 일련의 징후적인 흐름들과 정치의 권위주의화라는 추세는 저자들이 분석하는 ‘계몽의 실패’ 혹은 ‘계몽의 신화로의 전도’라는 명제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시대에, 이 저작이 제출하고 있는 자연 지배 비판과 ‘자연과의 화해’에 관한 전망이 지닌 의미 역시 재사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_한상원,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12쪽

계몽, 이성, 합리성, 진보와 같은 개념들의 한계를 지적하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사상에서 ‘부정성’, 다른 말로 ‘비판’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계몽과 이성을 비판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것의 본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비판과 성찰,
비극의 시대를 건너는 힘


『계몽의 변증법』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비판을 거치지 않은 계몽이 신화로 퇴보하고,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면서 파국적인 인류 역사가 나타났다고 보았다. 그리고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인간을 해방시켜 준다고 믿었던 주체의 사유가 인간 지배의 원리가 되고, 인간을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고 믿었던 계몽의 합리성이 지배로 전도된 과정을 해명한다. 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자기반성과 성찰 없는 계몽의 퇴보가 정신의 사물화와 연결되고 그것이 대중의 무기력성을 야기하는 선동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설명한다. 한상원 저자는 이런 비판의 목적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을 폐기하고, 소멸시키고, 절멸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비판을 통해서 대상을 구원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자기반성을 통한 계몽의 현재성”을 말하는 것이 『계몽의 변증법』의 저작 의도라고 밝힌다.

칸트의 비판 철학과 헤겔의 변증법을 거쳐서 칼 마르크스와 아도르노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비판’ 개념의 계보학을 생각해 보면, 거기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게 있어요. 비판은 대상을 절멸시키는 것이 아니며, 비판을 통해서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비판이라고 하는 건 일종의 부정성이죠. 비판하는 거니까 말 그대로 부정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부정은 절멸시키거나 폐기하는 부정이 아니죠. 어떤 대상을 새로운 대상으로 구성하는 부정성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성이 규정적 부정bestimmte Negation입니다.
_ 한상원,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21쪽

『계몽의 변증법』에서 부정성은 언제나 ‘새로운 것’과 연결된다. 이런 부정성, 다른 말로 ‘비판’은 변화에 대한 전망과 결합된다.
한상원 저자는 긍정을 선험적으로 수립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허위를 부정해 나가는 과정, 현실의 허위들을 비판하는 과정이 오늘날 변증법적 사유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우리를 권력과 지배의 손아귀에 놓이게 만드는 모든 전도된 논리, 다시 말해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파괴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일성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실천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비판적 사고를 하는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문제의 핵심을 밝히는 비판적 사고가 절실하다.

저자들은 그러한 해방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간을 포함해 모든 박해받은 자들의 해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런 구절에서도 상당히 벤야민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최종적 구원은 지금까지 역사 속에 희생당한 모든 영혼의 구원이라는 설명이 「역사철학테제」에 등장합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역시 이런 문장 속에서 모든 인간 심지어는 모든 동물에게까지 가해진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고 그 누구도 더 이상 희생제물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_ 한상원,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236쪽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고, 누구도 희생제물이 되지 않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실천에 필요한 것이 비판과 성찰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이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고, 한상원 저자의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를 읽어야 할 이유다.

『계몽의 변증법』을 해설한
한상원 교수의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만의 특징


한상원 저자의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계몽의 변증법』을 계보학적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계몽의 변증법』에 등장하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사유의 여러 특징, 개념들, 저작의 내용에 관해 쉽고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이를 이론적 짜임 관계 속에서 조망한다. 저자는 어떤 개념이나 사유의 특징을 그 개념이나 사유가 도출된 맥락, 사상가들 사이의 영향 혹은 역사적 배경에 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제시한다. 예컨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사유가 칸트, 헤겔, 마르크스, 프로이트, 벤야민 등의 사유와 맺는 관계에 관해 고찰할 뿐만 아니라, 푸코를 비롯해 주디스 버틀러 같은 현대철학자들이나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담론 주제와의 연결성을 살펴 초기 비판이론가들의 사유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이 책은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고전을 현재화한다.

이 책은 20세기 중후반에 많이 읽힌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텍스트가 지닌 현재적 의미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소비하는 일상, 유튜브 같은 우리 시대의 뉴미디어, ‘뉴진스’나 ‘BTS’ 같은 아이돌 그룹, 〈기생충〉, 〈더 글로리〉, 〈SNL 코리아〉 등의 K-콘텐츠를 예로 들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문화이론을 설명한다. 또한 『계몽의 변증법』에서 혐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시대의 혐오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 숨어 있는 권력의 시선을 통찰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