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생각의 힘 (책소개)/4.비판적사고

비판적 사고 (2020) -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

동방박사님 2023. 9. 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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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낯설고 두렵고 불편한 것을 마주하는 생각의 힘

쾌락을 추구하면서 선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잘 살기 위해서는 꼭 일을 해야 할까? 사랑한다고 결혼하는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기성 세대의 가치관이 깨지고, 수많은 타자들과 공존해야 하며, 과학기술의 속도가 다른 분야의 속도를 넘어서고 있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가려내고, 잘못된 통념에 맞서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기해낼 수 있는 단단한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이 책 『비판적 사고』는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제안하며, 노동, 젠더, 타자, 인권, 과학기술 등 현대사회의 중요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생각의 근육을 길러볼 수 있는 생각의 과정을 담아냈다. 질문을 던지고, 근거를 찾고, 통념을 의심하며, 가치의 잣대를 적용해 보는 일련의 과정은 지식과 이론, 교양을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내고 삶의 문제에 적용해보는 연습이기도 하다.

목차

책을 펴내며: 삶의 문제를 질문하기 위해서_박권수

Part 1 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

비판적 사고/ 낯설고 불편한 것을 마주하는 생각의 힘_박기순

Part 2 역사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민주주의와 젠더/ 프랑스혁명 권리 선언의 주어는 왜 남성이었을까_박정미
쾌락과 삶/ 쾌락을 추구하면서 선한 삶을 살 수 있을까_원용준
노동 개념의 근대적 기원/ 잘 살기 위해서는 꼭 일을 해야 할까_박기순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 과학적 이론이란 무엇인가_박권수

Part 3 차이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성, 사랑, 가족/ 사랑하면/해서 결혼하는가_박정미
타자와 인권/ 다수자와 소수자는 공존할 수 있는가_한상원
인간-기계 관계의 변화/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_박권수
예술과 삶/ 예술 작품은 우리를 어떻게 성찰하게 하는가_마희정
 

저자 소개 

저 : 마희정
 
충북대학교 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소설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창의융합교육본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이청준의 <눈길>에 나타난 모성성」, 「이청준의 <신화를 삼킨 섬>에 나타난 회귀의 서사구조」 등이 있다.
 
저 : 박권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제약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논문 제목은 “조선 후기 상수학의 발전과 변동”이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과학과 상수학, 술수학, 주역, 점복, 풍수, 비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조선시대의 과학기관이자 술수기관인 관상감과 관상감 소속 중인, 그리고 역서에 관한 논문들을 제출하였으며 관련 사료들을 번역하는 ...

저 : 박기순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근대 철학과 현대 프랑스 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다. 저서로 『덕의 귀환』(공저, 서울대출판문화원)이 있다.

책 속으로

사유가 번역과 같다면, 즉 어떤 것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나’라는 콘텍스트 안에서 그것이 다른 것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면, 모든 사유는 근본적으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읽기와 사유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한에서 사유는 곧 ‘다르게 사유하기’를 의미하게 된다. 요컨대, 생각이라는 것의 본성 자체가 ‘다르게 생각하기’일 수밖에 없다.
--- p.36~37

비판적 사고는 그 필연적 계기로서 차이, 사건, 충격, 갈등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들과의 대면과 충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평화는 편안함을 주지만, 그 안식은 우리를 정체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판적 사고는 용기를 요청한다. 낯설고 두렵고 불편한 것을 마주하고자 하는 용기 말이다.
--- p.59

우리가 흔히 ‘프랑스 인권 선언’이라고 부르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은 제목부터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선언은 왜 권리의 주체를 인간이나 시민 중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양자를 병기했을까? 인간의 범주와 시민의 범주는 같은가, 다른가? 다시 말해, 인간이 아닌 시민은 존재할 수 없지만, 시민이 아닌 인간은 존재할 수 있는가, 없는가? 만약 인간과 시민이 다르다면, 양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의 목록에는 차이가 있는가? ‘homme’(영어로 번역하면 man)는 ‘femme’(영어로는 woman)의 반대말로서 남성만을 가리키는가, 아니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지칭하는가? 시민은 남성형 명사(citoyen)로 표기되었는데, 여성형 명사로서의 시민 또는 여성시민은 성립할 수 있는가?
--- p.65

프랑스혁명의 역사는 근대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지위, 시민권市民權, citizenship의 경계가 단지 우연한 누락이 아니라, 적극적 배제를 통해 확립되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시민의 자격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성 -이성적이고, 독립적이며, 병역을 수행할 수 있는 육체적 힘- 과 등치되었다. 그 결과, 남성과 다른 여성의 속성 -임신, 출산과 같은 생물학적 능력, 그리고 오랫동안 여성과 결부되어온 사회문화적 특징들, 예컨대 감성, 의존성, 양육과 보살핌의 의무- 은 시민의 자격에 미달하거나 그것과 대립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당시 남성 혁명가들은 시민의 지위를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추방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 p.90

우리는 일을 원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노동은 항상 그것이 실행되는 특정한 체제 하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노동은 그러한 체제나 문화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작동되고 규정된다. 이때 인간의 본질적 활동으로서의 노동의 의미는 왜곡되거나 소외될 수 있다. 즉 노동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과 나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활동이 아니라 욕구 충족을 위해 해야만 하는 힘든 노고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이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일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일하기가 싫다. 우리의 얼굴과 몸에는 매일 기계처럼 해야만 하는 낯선 노동에 따른 피로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다른 것을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고, 친구들을 만나 술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가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일에 지친 피로를 풀고 노동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것들은 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다면 나의 자아실현, 세상과의 진정한 교류의 기회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세상이 어떤지 관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살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생존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잘 그리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들, 정의와 아름다움 등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 p.131~132

사실 자동화와 로봇화가 산업 생산의 전 과정에서 진행된다면, 이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차지하는 임금 노동자의 위치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따져봤을 때, 산업 생산 체제에서 자동화와 로봇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체되어서 사라지는 만큼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신하거나 보완해주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자동화된 공장에 로봇세를 징수하는 문제나 혹은 노동자들인 일반 국민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세금을 이용하여 보장하는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p.281
 

출판사 리뷰

제대로 질문하기 위해서는 질문으로 인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비판적 사고는 질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질문은 의지를 갖는다고 해서 생가지 않는다. 우리를 질문으로 인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글은 ‘역사’와 ‘차이’라는 두 차원을 매개 삼아 독자들을 질문으로 이끌고 간다. 생각의 중심을 다른 차원에 놓아봄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권리 선언의 주어는 왜 남성이었을까」는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거론되는 프랑스혁명 당시 ‘인권’의 주체가 ‘남성 시민’에 한정되어 있었으며 이는 “적극적 배제”의 결과였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페미니즘 태동의 의의를 짚는다. 한 시대와 하나의 체제 내에서 통용되는 보편성과 정당성의 개념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잘 살기 위해서는 꼭 일을 해야 할까」는 ‘좋은 삶’과 ‘좋은 일’에 대한 통념들에 의문을 던지며, 현대사회에서의 노동의 면면을 복합적으로 생각해보도록 안내한다. 노동이 좋은 삶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조건인가, 하지만 그 대가 때문에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일어나지는 않는가, 그렇지 않기 위해 생계를 위한 노동만 한다고 할 때 그로 인한 사회적 활동 일반의 축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노동하지 않는 시간의 활동들이 단순히 노동의 피로를 풀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노동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가, 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노동과 삶의 문제를 심도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그밖에도 권력에 저항하는 권리로서 천명되었던 ‘표현의 자유’가 소수자를 조롱하는 혐오발언을 옹호하는 논리로 등장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다수자와 소수자는 공존할 수 있는가」, 사회 전반적인 자동화와 로봇화의 현상이 인간 노동과 생산 체제에 미칠 영향에서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로봇세와 기본소득제 논의를 검토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등이 실려 있다.

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 훈련

이 책은 대학 교육 현장에서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충북대학교에 재직 중인 다양한 전공의 교수 7명이 약 1년간 꾸준히 세미나를 통해 정리한 내용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한 명의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과 덕성”으로서의 생각의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책은 대학 교육의 소용을 묻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교육자들의 성실한 응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