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계국가의 이해 (책소개)/5.중동이슬람

이슬람과 민주주의 (2021) - 인도네시아 이슬람 단체 무함마디야의 민주적 전통

동방박사님 2023. 10. 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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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 무함마디야! 그 조직 운영 원리와 의사 결정 체계 속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역사적 전통과 문화, 일상의례, 품위와 예절, 집단 심성, 인도네시아의 심층으로 초대하는 안내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 무함마디야를 인류학적으로 논하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깊숙한 곳을 탐구해온 인류학자 김형준이 10여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단체인 무함마디야의 조직 운영 원리와 의사 결정 체계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10년부터 무함마디야의 선거, 사회 참여, 종교 행사, 내부 분쟁 해결 과정 들을 현지조사하며 무함마디야의 조직 원리가 민주주의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

한편 저자는 무함다미야에서 열성적인 회원과 지지자 들과 함께 지내면서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원칙 저변에 깔려 있는 인도네시아 자바 인들의 뿌리 깊은 예의범절과 배려와 존중심을 발견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원칙과 전통이 개혁주의 운동을 한 축으로, 품위와 예절을 중시하는 자바 문화를 다른 한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힌다.

또한 이 책은 인류학적인 금언과 노하우로 가득 차 있어, 인류학을 전공하거나 인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독자에게 맞춤하다. 이 책에는 연구자와 피연구자 사이의 관계 형성, 문서 자료를 다루고 제한하는 법, 여러 단서들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법 등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전통과 관행을 객관적으로 기술하여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한 관계를 논하는 데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자바 인들의 심성, 그리고 인류학 이론과 실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타의 책들과 큰 차별점을 지닌다. 이러한 점들이 이 책을 인도네시아 연구의 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게끔 한다.

목차

머리말 5

1 무함마디야: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 17
2 이슬람과 민주주의 49
3 무함마디야의 탄생: 아흐마드 다흐란 81
4 무함마디야의 출범과 초기 발전 113
5 무함마디야의 성장: 조직 확장 149
6 집단지도체제와 선거: 무함마디야식 민주주의의 기초 179
7 선거 과정과 결과, 선거문화 211
8 집단지도체제와 카리스마적 지도자 255
9 조직 운영방식: 무샤와라 289
10 무샤와라의 절차, 결정의 특징 311
11 중앙 본부와 지부, 지부와 아말 우사하 345
12 자율과 분권: 중앙 본부와 지부, 지부와 아말 우사하의 관계 383
13 개인 숭배와 파벌 형성의 억제: 비인격적 지도자 427
14 조직 통합: 느슨한 연대, 광신의 부정 463

맺음말 507

참고문헌 513
그림 출처 521
찾아보기 523
 

저자 소개

저 : 김형준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사회문화 변동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최근 인도네시아 이슬람 조직의 민주적 전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할랄과 현대적 소비: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법을 둘러싼 논쟁을 중심으로”, “까움안 공동체에서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으로: 인도네시아 이슬람단체 무함마디야의 리더십 변화와 그...

책 속으로

조직 운영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그 독특함 때문이었다. 이슬람 단체라는 말이 전해주는 인상과 달리 무함마디야는 5년에 한 번씩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했다. 선출하는 지도자는 한 명이 아닌 여럿이었고, 이들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며 단체를 운영했다. 이러한 리더십 체계에 맞추어 단체의 의사결정은 협의와 합의에 기반을 두었다. 선거와 협의는 이전까지 막연히 알고 있던 이슬람 단체의 특징인 일인지도체제, 특히 종교적 권위를 축적한 신성한 종교 지도자가 이끌어가는 지도체제와 차이를 보였다.
---p.9

이슬람과 민주주의적 전통이라는 주제 역시 “히잡은 패션이다”와 같은 반응을 도출할지도 모르겠다.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연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독자가 많을 것이며, 이들에게 있어 이 글은 이슬람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유포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히잡 책의 제목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다면 내가 이슬람을 전파하려는 사악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p.10

문화인류학자의 연구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참여 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진행된다. 이를 당시의 정치 환경에 적용할 때 두 가지 접근 방식이 떠올랐다. 하나는 마을과 같은 지역을 연구하는 것이며, 다양한 정치 활동과 집단간 역학을 분석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특정 정치집단을 연구하는 것으로써 한 집단의 특징을 깊이 있게 조사할 수 있었다. 첫 조사를 마을에서 행했기에 두번째 조사는 집단을 중심으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pp.26,27

문화인류학자에게 여러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는 꿈에 그리는 연구 현장이다.
---p.29

몇천 명의 군중이 운집한 운동자 유세에서는 경찰서로 끌려갈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사회자의 소개로 어쩔 수 없이 연단에 올라 짤막한 인사말을 하고 내려오자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얼굴을 보는 순간 경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유세장을 감시하는 정보 경찰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가방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준 연구허가증이 있었다. 이를 확인한 후에도 못내 아쉬웠던 그 경찰은 앞으로 자신에게 연락한 후 선거유세를 조사하라고 명령하며 훈방 조치했다.
---p.29

주 지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올 때 어둠은 이미 사라졌다. 밤새 이어진 여정에 대해 생각해보자 무함마디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신을 위해, 종교를 위해, 무함마디야를 위해 사심 없이 희생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에는 형용하기 힘들지만 나를 끌어드리는 흡입력이 있었고 그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p.34

오랫동안 이어지는 회의에 대해 무함마디야 활동가들은 합의라는 면을 부각했다. 조직 내 의사결정이 합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 회의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지를 묻자 이들은 같은 답을 반복했다.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동일했다.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회의를 몇 차례 더 한다는 것이다.
---p.42

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종교와 연결지어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슬람권 국가의 정치 체계를 바라볼 때에는 상이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다수의 학자가 이슬람을 핵심 요소로 취급한다. 이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현실을 설명할 때에도, 민주화의 전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에도 이슬람이 등장한다. 기독교와 같은 종교임에도 이슬람이 이슬람권 국가의 민주주의 담론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p.52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양립 가능함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자유, 평등, 계약 개념이 이슬람 교리의 근저에 놓여 있음에 주목했다. 또한 협의와 합의가 이슬람식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이며, 개인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존중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p.60

국가적 수준에서의 연구가 가진 단순화의 문제, 종교적 요인과 종교 외적 요인을 구분하기 힘든 한계 등을 극복할 방법 중 하나는 자발적 결사체 수준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전통과 관행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시적 수준으로 관심을 돌릴 때, 우리는 이슬람 교리가 특정 집단의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집단 내 권력과 권위의 분배, 집단 내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양식, 집단 내 갈등해결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밝힐 수 있다. 이는 이슬람 교리에 내재한다고 주장되는 민주적 가치와 제도가 현실 세계에서 활용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p.66

대중교육의 확대와 정보화는 새로운 종교적 환경을 요약하는 개념이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근대적 변화와 세계화의 흐름이 이슬람 사회에 영향을 미쳤고, 전통적 의미의 종교 권위가 작동할 기반을 약화시켰다. 경전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현실 상황과 현실 문제를 해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 이슬람의 가르침을 실천할 능력은 종교적 권위를 뒷받침할 요소로 부상했다.
---p.78

죡자의 특별함이 인정된 이유는 이곳이 이슬람 왕국 마따람Mataram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식민화 이전 마따람은 자바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네덜란드 식민지 치하에서도 자치령으로서 독립적 지위를 유지했다. 이러한 위상은 현재까지도 이어져서, 죡자는 자바 전통, 나아가 인도네시아 전통을 응축적으로 표현하는 곳이라 여겨진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첫번째 대학이 설립된 곳으로서 사회적 담론 형성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유지해왔다.
---p.89

새로운 환경에서 변혁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 아흐마드 다흐란Ahmad Dahlan이었다. 그는 민족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닌 이슬람을 변혁의 씨앗으로 선택했고 그의 투쟁은 무함마디야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p.90

다흐란의 개혁주의 역시 근대주의를 내포했다. 그는 근대적 제도를 이슬람식으로 변용함으로써 서구의 진보를 좇아갈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태도는 전통 이슬람 지도자들한텐 완전히 배척되었다. 그리스도교가 지배하는 서양에서 출현했다는 이유로 이들은 서구적인 것에 반감을 표하며 서구적 제도를 거부했다.
---p.101

다흐란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상황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한다. 술탄의 절대적 권위와 그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라는 규범을 고려할 때, 다흐란의 행동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실상 자신의 생명을 내던진 행위였다. 그의 행동은 조용하게 이루어졌지만, ‘혁명적’이라고 규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성격을 띠었다. 이런 이유로 전기의 작가는 그를 혁명가로 묘사했다.
---p.111

다흐란이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그가 지지한 개혁주의가 신비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숭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p.125

하위 지부가 무함마디야 확산의 주역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부와 중앙 본부 사이의 분권화된 관계였다. 중앙 본부는 지부 설립을 허가하는 권한을 가졌지만, 지부 활동은 자율적이고 자족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직적 자율성은 새로운 지부 형성을 용이하게 만듦으로써 무함마디야의 팽창을 견인할 수 있었다.
---p.162

‘과도한 조사’는 어떤 주제와 관련되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연구하는 행동이다. ‘조사’라는 말이 이용되지만, 이 문제는 보통 조사가 끝나고 나서 인식하게 된다. 현장에서 얻은 자료를 분석 과정에서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할 때 이 표현을 떠올리게 된다. 과도한 조사의 결과물은 용도 폐기는 아닐지라도 보통 세상으로 나와 빛을 볼 기회를 잃게 된다.
---p.182

궁금증은 현지조사의 필수 요소이다.
---p.184

현지조사를 하는 문화인류학자와 연구 대상자의 관계는 다면적이다. 겉으로 보면 문화인류학자가 일방적으로 자료를 얻는 입장에 놓인 듯하다. 하지만 문화인류학자 역시 무엇인가를 연구 대상자에게 준다. 연구 대상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일컫는 라포rapport가 형성된 조건이라면,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더 쌍방향적이다. 물질적이고 비물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호혜적 상황에 놓인다.
---p.218

새로운 위원의 진입 방식은 무함마디야 내에서 카리스마적 권위를 지닌 지도자의 출현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다. 단체 내 특정 집단에서 카리스마적 권위를 획득한 인물이라도 이를 조직 전체 수준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거를 거쳐야 한다. 선거에서 높은 득표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중을 단숨에 휘어잡으며 지도자로 인정받는 식의 모델을 선거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p.235

모든 회원이 동등하며 조직의 규정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을 둔 비판은 아민 라이스가 한때 카리스마적 지도자였는지를 의문시하게 할 정도였다. 이러한 비판은 “가장 뛰어난 활동가”조차도 조직의 규정, 관행, 전통의 틀에서 행동할 때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카리스마적 지도자라 할지라도 카리스마를 드러내지 않을 때에만 지도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p.284

우호적인 대화 방식과 소재를 통해 양 측은 긴장도를 늦추고 서로에 대한 불만 표현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 외에 또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 존중, 존경의 표명을 통해 현재의 갈등이 순간적인 것이며 분쟁해결 후 서로의 관계가 이전으로 복원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p.332

무함마디야 활동가가 보기에 스승에게 보이는 극도로 조심스럽고 예의 바른 행동은 엔우를 대표하는 특징이었다. 이를 예시하는 사례로 거의 빠짐없이 거론되는 행위는 종교 지도자를 만날 때의 의식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종교 지도자에게 무릎을 꿇거나 몸을 낮춘 채 다가가 고개를 숙여 손등에 입을 맞추는 행동은 종교 지도자로부터 축복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 지부 활동가는 이런 끼야이의 모습을 “술탄 같네”라고 비꼬아 말했다. 거만하게 앉아 있는 끼야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행위는 낮은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써 이는 봉건 사회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p.436

종교 지도자의 신성화에 대한 거부, 파벌 형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 조직 통합을 위한 느슨한 이념과 탈정치, 조직과 지도자에 대한 감정적 연대 형성의 억제 등은 제도와 규정에 따라 조직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이 아닌 조직이 유일한 권위를 가진 통합적 실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p.508
 

출판사 리뷰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조화 속의 단체, 무함마디야

무함마디야는 1912년 인도네시아 이슬람 개혁주의자인 아흐마드 다흐란Ahmad Dahlan이 죡자까르따Yokyakarta를 근거로 세운 이슬람 단체다. 현재는 회원 수가 많게는 4,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걸맞게 무함마디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슬람교와 민주주의, 특히 선거를 비롯한 절차를 중시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 우세했으며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된 학자들이 이슬람교에선 민주주의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서구 그리스도교와 민주주의를 거부한 이슬람교의 전통 신학자들 또한 같은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전통을 살펴보면 이슬람교와 민주주의의 조화와 양립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전통은 선거를 통한 집단지도체제, 종교 지도자의 신성화 거부, 중앙집권화의 견제 및 지방 조직의 자율성, 토론과 협의를 통한 의사 결정 들을 통해 드러난다. 무함마디야보다 큰 이슬람 단체인 나흐다뚤 울라마Nahdlatul Ulama, 엔우가 권위와 숭배에 호소하는 조직 원리를 가진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무함마디야에선 사회적 종교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고 동등함을 강조한다(1장의 밥 먹기 에피소드, 13장 종교 지도자에 대한 인사 내용 참조).

무함마디야의 아버지, 그러나 평범한 인간으로 남은 아흐마드 다흐란

무함마디야, 그리고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특성을 이해하려면 설립자인 아흐마드 다흐란을 빼놓을 수 없다. 아흐마드 다흐란은 1868년 자바 마따람 왕궁 인근에서 태어났다. 궁정 문화와 이슬람 배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중동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개혁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자신에게 보장된 사회적 지위와 궁정 생활을 벗어나 개혁주의적 종교 운동가로 거듭 났다. 이런 상황에서 설립된 것이 무함마디야였다.

다흐란은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로 자바 궁정에 이슬람 개혁을 요청하는 한편, 대중 연설을 통해 개혁주의적 근대화에 앞장선다. 그의 종교적, 사회적 성향은 분권형, 탈정치, 개혁주의로 대표되며, 신비적 초월적 힘과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숭배를 거부하면서 이슬람을 이성의 종교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성향에 따라 무함마디야 또한 중앙집권적인 지도자의 거부, 지방 분권화 및 자율성 존중, 재정적인 독립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다흐란과 대비되는 인물이 아민 라이스라고 볼 수 있다. 아민 라이스는 1944년 죡자에서 태어났다. 열성적인 활동, 높은 학식과 도덕성, 사심 없음으로 높은 인기를 얻어, 급기야는 2004년 대선에 출마까지 했다.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탈정치적이었던 무함마디야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그가 대선에 실패한 후에 최고위원에 복귀하고자 했을 때에 무함마디야 전체가 그를 거부한 것이다. 무함마디야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장악될 수 없으며 사사로운 이익에 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듯 다흐란으로부터 시작된, 집단지도체제에 기반한 무함마디야의 조직 운영 원리가 지금까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무함마디야의 분쟁 해결 속에서 드러나는 자바 인의 문화와 심성

무함마디야의 분쟁 해결과 의사 합의 과정은 모두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주력한다. 그럼으로써 무함마디야의 구성원 중에서 잘못한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고, 누구든지 공동체의 일원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점을 공유한다.

이 책 10장에 소개되는 무함마디야 회원 간의 토지 분쟁과 조정 과정은 모두가 얼굴을 붉히지 않고 만족할 정도로 합의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회원들은 끈기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회의와 조정을 거친다. 때로는 음식을 나눠 먹고 때로는 언어적 유희를 즐기며 적대자끼리 우호적인 대화를 끝없이 이어간다. 그럼으로써 공동체 사회 관계를 강조하고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인도네시아 인, 특히 자바 인이 일상생활에서 예의 바르고 겸손하며 품위 있는 행동과 화를 쉽게 내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이 책은 무함마디야의 민주주의적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자바 인들의 이런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자바 인의 심층으로 안내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류학의 이론과 실제를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류학적 글쓰기

이 책엔 곳곳에 인류학적인 이론과 실제가 소개되어 인류학 전공자나 인류학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도움을 준다. 무함마디야 회원들과 교류하는 과정이나 조사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실패(?)와 난관, 감동적인 순간 들을 숨김없이 적어내는 모습에서 인류학자의 덕목을 엿볼 수도 있다.

연구자가 연구 내용을 피연구자에게 발표하는 순간의 딜레마, 선거에서의 참여로 인도네시아 경찰이 행했던 위협, 쏟아져 나오는 자료에 파묻혀 보낸 시간들이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연구를 하는 동안에 연구 지역과 대상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눈여겨봄으로써 돈오의 순간에 버금가는 인류학적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여러 장면은 이 책을 빛나게 한다.

이 책이 이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이슬람이 무조건 민주주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과 무슬림을 이해하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심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은 한다. 이 책과 같이 이슬람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쌓아나갈 때에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으로 실체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