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인물사 연구 (독서)/2.한국인물평전

조선 최고의 개발자 김정호 (2021) - 나의 삶은 항상 신제품 개발이었다

동방박사님 2024. 2. 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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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인 김정호가 아닌 개발자 김정호로부터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배우다!

우리는 흔히 김정호 하면 ‘대동여지도’를 떠올리고, 완벽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올라가고 전국을 세 번이나 답사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역사적 기록이 남긴 오해일 뿐이다. 김정호가, 존경하는 역사적 위인 10위 안에 늘 손꼽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김정호를 영웅이라고 부르며 그를 칭송한다. 물론 그가 우리나라 지도 역사에서 혁혁한 공헌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영웅이란 미명 아래 감춰져 있던 여러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조선이라는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양반도 아닌 평민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는지, 소비자가 원하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무한 아이디어를 내고 수없이 콘셉트를 바꾸면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애쓴 그의 집념을 배우면서 위인 김정호가 아니라 ‘개발자 김정호’라는 새로운 모습을 만나야 한다.

오랜 시간 김정호의 지도와 지지를 연구해오며 여러 권의 책으로 김정호를 다뤄왔던 이기봉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왜곡된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 면밀히 들여다보고, 팔리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실패하고 끊임없이 도전한 제품 개발자 김정호의 모습을 21세기 서울에 환생한 김정호와의 ‘환생 인터뷰’란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풀어냈다. 일반인에게는 그동안 몰랐던 인간 김정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며, 신제품 개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개발자에게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전국을 한 번도 답사하지 않았고 백두산은 근처에도 안 갔다

전국 답사와 백두산 등정 /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국문헌비고』 / 그림식 전국 고을지도책 / 중앙집권 국가와 지리지의 나라 / 전국 답사설과 백두산 등정설의 탄생과 지속

2부 대동여지도 들고 길 찾아가면 무조건 헤맨다

지도와 길 찾기 / 걸어서 다닐 때의 길 찾기 / 대동여지도는 길 찾기용 지도가 아니었다 / 지도는 왜 만들었는가?

3부 전통 시대에 근대식 측량은 쓸모가 없었다

지도의 정확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측량하지 않은 이유 / 정확한 지도를 그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 우리나라의 길은 엉망이었는가? / 그러면 근대식 측량 지도를 왜 만든 거지?

4부 슬픈 근대, 우리나라 고지도의 역사를 왜곡하다

슬픈 근대와 근대식 측량 지도에 대한 강박관념 / 나의 삶과 대동여지도가 왜곡되다 / 일제가 왜곡했다? /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지도만이 지도다? / 지도 이용의 문제를 가볍게 여기도록 만들다

5부 ‘정확한’이란 타이틀은 정상기에게

정상기와 신경준은 김정호보다 한 수 위였다 / 지도의 크기를 무심코 지나치지 마라 / 정확한 지도 제작의 달인을 상상할 수 있어야 / 지도는 국가의 기밀이었다? / 백리척, 제작이 아니라 이용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6부 ‘자세한’이란 타이틀은 신경준에게

자세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전국 고을지도책을 만들다 / 초대형의 도별지도와 전국지도, 멋있지만 별로 쓸모가 없었다 / 고을지도책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개선되다

7부 나는 각수로 시작해 지도 출판사의 사장에 오른 평민이었다

나는 양반도 중인도 아니었다 / 나는 지도를 팔려고 만들었다 /?양반과 중인이 평생 동안 지도를 만들어 팔면 집안에서 쫓겨났다 / 1800년대 전반의 조선은 변화와 기회의 시대였다

8부 전국을 모두 연결해서 그린 후 지도첩과 지도책으로 만들다

제대로 개선해서 만들면 잘 팔리겠는데… / 전국을 연결해서 그린 후 지도첩으로 만들다 / 지도첩을 지도책으로 바꾸다 / 지도책의 이어보기와 축척의 문제를 차선책으로 해결하다

9부 청구도, 신분의 벽을 깨고 세상에 태어나다

찾아보기의 문제를 해결하다 / 축척의 문제를 해결하다 / 기호를 정교하게 만들고 고을의 통계정보를 수록하다 / 청구도로 이름을 바꾸다

10부 청구도, 세계에서 찾아보기 가장 쉬운 지도책으로 완성되다

세계 최고의 찾아보기지도를 만들다 / 역사 정보를 강조하다 / 통계와 기호 정보를 약화시키다 / 지도의 외곽선 등을 목판에 새겨 인쇄하다 /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11부 찾아보기 편리한 청구도에서 이어보기 편리한 대동여지도로

서울을 자세하게 그려 넣다 / 산줄기를 없애다 / 지도책에 대한 설명문, 청구도범례를 써서 가장 앞쪽에 수록하다 / 더 정확한 지도, 더 자세하고 체계적인 지리지를 국가에 부탁하다 / 생각보다 평이 좋지 않았다 / 이어보기 편리한 대동여지도를 향하여…

12부 이어보기 편리한 대동여지도, 새로 시작하다

찾아보기와 축척 표시의 편리함을 포기하다 / 기호의 사용을 다시 강화시키다 / 우리나라를 다시 그리기 시작하다 / 찾아보기와 기호의 사용… 여러 가지가 다시 고민되다 / 두 개의 서울지도, 사고의 도그마를 깨다

13부 목판본 대동여지도, 끝나지 않은 꿈

완전한 내 작품을 꿈꾸다 / 지도첩의 크기와 찾아보기 / 축척의 표시 / 기호 사용의 세분화와 서울지도 / 네 번째 목판본 대동여지도, 마지막 아이디어를 쏟아 붓다 / 다섯 번째 대동여지도, 끝나지 않은 꿈

14부 전국 고을지리지, 진정한 지리학자 김정호의 꿈

나는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 『동여편고』 2책, 편할 때 참고할 지리지를 편찬하다 / 『동여도지』 20책, 나만의 첫 번째 전국 고을지리지 / 『동여도지』 3책, 지도와 지리지의 결합을 시도하다 포기하다 /?『여도비지』 20책, 최성환과 합작한 전국 고을지리지 / 『대동지지』 20책, 미완성의 작품은 꿈을 가진 자의 특권이다

15부 낱장 목판본 지도들, 나에겐 효자 상품이었다

지도의 수요를 창출하다 / 수선전도, 김정호답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호다운 서울지도 / 우리나라 전도인 해좌전도, 최고의 히트 상품 / 도리도표, 길 정보와 지도의 결합 / 여지전도, 김정호답지 않게 보이지만 역시 김정호다운 세계지도 / 21세기에 ‘김정호다움’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저자 소개 

저 : 이기봉
1967년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쌍학리의 아끔말에서 태어나 수원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문명이란 무엇인가?’란 주제의 저술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수도, 지방 도시, 마을, 풍수, 고지도, 독도, 지명, 도로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

책 속으로

사회자 : 그러면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선생님께서 전국을 답사하고 백두산을 올라갔다 왔다고 보는 것이 세계 최고의 나라 조선을 세계 최하의 나라로 만들었다는 뜻인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정호 : 제가 전국을 답사하고 백두산을 올라갔다 왔다는 생각은 조선에 정확한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정보가 없어서 제가 직접 조사하거나 측량하러 다녔다는 뜻 아닌가요? 저는 앞서 전국 답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백두산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대동여지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닐 테니까 뭔가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있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 p.15~16

김정호 : 지금까지 저 김정호를 백성과 나라를 늘 염려하고 걱정해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위대한 애국자, 심하게 말하면 현실 속에 존재하기 어려운 신화 속의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냥 가족을 잘 먹고 잘살게 해 주려고 노력했던 평범한 가장(家長)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주면 돼요.

앞의 표를 잘 보면 저는 평생 동안 지도와 지리지만 만들었는데요, 한 권의 소형 지도책, 여섯 장의 낱장 지도뿐만 아니라 초대형의 지도를 열두 번, 전국 지리지를 다섯 번이나 만들었어요. 이 정도면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조금도 없었다고 봐야겠죠? 저는 맨날 지도를 만들고 지리지를 편찬하는 일에만 몰두했는데 어떻게 먹고살았을까요?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지리지는 돈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요, 그렇다면 남는 것은 지도밖에 없잖아요.

저는 지도를 만들어 팔아서 먹고살았던 사람이고요, 많이 팔려면 당연히 이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이용하기 불편한 지도가 많이 팔릴 리는 없잖아요? 안 팔리면 내 가족이 굶는 건데요, 제가 가족을 굶게 만들면서까지 돈도 안 되는 일에 매진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겠죠?
--- p.221~222

김정호 : ‘야! 이거 제대로 개선해서 만들면 잘 팔리겠는데….’ 이런 ‘감’이요.

사회자 : 이용의 관점에서 해동여지도는 거의 최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도 제작 및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야 이거 제대로 개선해서 만들면 잘 팔리겠는데….’ 하는 ‘감’이 왔다고 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랬는지 궁금합니다.

김정호 : 약간의 콘셉트만 바꾸면 새로운 지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었는데요, 아주 간단한 거였어요. 해동여지도는 월경지나 견아상입지가 복잡한 지역을 제외하면 고을별로 지도를 따로 그려서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잖아요. 그걸 모두 연결해서 그리면 지도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지도 수요가 창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예요.
--- p.245

사회자 : 그러면 두 번째 대동여지도는 신제품이 아니란 소린데요, 그동안 말씀해 오신 선생님의 삶을 들어 봤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김정호 :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다시 말할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두 번째 대동여지도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신제품은 맞아요. 다만 첫 번째 대동여지도 판매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해서 만든 신제품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어 낸 신제품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 p.375

김정호 : 바로 그거예요. 제가 지도를 제작한 목적은 잘 팔기 위한 거였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잘 팔릴 수 있도록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이용하기 편리한 지도를 제작하는 것을 최고의 원칙으로 삼을 수밖에 없잖아요.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지도의 제작은 두 번째의 원칙일 뿐이에요. 만약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지도가 이용하기 편리한 지도의 제작이란 원칙에 위배된다면 과감하게 포기될 수 있어야 해요. 거리와 방향이 정확하지만 이용하기 편리하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과연 구입해 갈까요?

사회자 :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지도가 아니라 이용하기 편리한 지도의 제작이 제일 중요했다고 수없이 이야기했음에도 우리들은 그때는 충분히 이해한 것처럼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니었다는 것이 오늘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 p.478

출판사 리뷰

“야! 이거 제대로 개선해서 만들면 잘 팔리겠는데...”
김정호 지도의 최대 수요자는 평민이 아닌 양반 지식인?


김정호의 대표작 ‘대동여지도’는 요즘 말하는 대박상품이 아니었다. 대동여지도가 생각만큼 팔리지 않자 김정호는 무려 다섯 번이나 바꿔가며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남북 6.6미터 동서 4미터의 엄청난 크기의 대동여지도는 한반도를 그 어떤 지도보다 상세하게 기록했지만 인기가 없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실용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의 히트상품은 무엇이었을까? ‘수선전도’와 ‘해좌전도’였다. 서울지도인 수선전도는 서울 사람뿐만 아니라 서울을 오가는 지방사람, 오가지는 못해도 서울을 한 번이라도 가보고 싶은 사람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최고의 효자상품인 해좌전도는 중형의 우리나라 전도지만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아서 대박을 터뜨렸다. 단군조선부터 고려까지의 지방행정체계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지역마다 중요한 역사나 지리 정보를 선별해서 써넣다.

지리 정보 중에는 특히 명산과 사찰, 섬에 대한 정보를 많이 넣었다. 소비자들이 가보거나 가보지 않더라도 알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들의 욕구는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정호는 바로 그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 책은 이승에서 환생한 김정호가 「역사 환생 인터뷰」라는 역사방송에 등장해 안시리 사회자, 궁금이라는 개그맨, 그리고 여러 청중과 함께 김정호에 대한 오해와 한평생 지도를 만들며 살아온 그의 삶, 우리나라 여러 지도의 역사와 지도 제작 방식,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총 15부로 구성된 50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보다 큰 지도 이미지를 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고지도를 보관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등의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경로를 제공하였다.

1부와 2부에서는 전국을 한 번도 답사하지 않았고 백두산은 근처에도 안 간 김정호가 어떻게 대동여지도 같은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는지, 그리고 대동여지도가 지닌 한계 등을 알려준다. 3부와 4부에서는 근대식 측량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고지도의 역사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소개한다.

5부와 6부에서는 ‘정확한’ 지도 제작으로 유명한 정상기와 ‘자세한’ 지도 제작자로 이름을 날린 신경준의 지도에 대해 살펴본다. 7~9부에서는 신분의 벽을 깨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 10~13부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가장 쉬운 지도책이라 할 수 있는 청구도와 거기서 한발 나아간 대동여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세히 살펴본다.

14부에서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소비자의 욕구를 좇아간 지도가 아니라 시대를 반영한 정확하고 상세한 전국 고을지리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지리학자 김정호의 꿈을 담았다. 마지막 15부에서는 김정호 최고의 히트상품인 해좌전도와 수선전도를 비롯한 낱장 목판본 지도들의 이야기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김정호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