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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언론 (2023) - 정파적 언론 생태계, 현실과 해법

동방박사님 2024. 2.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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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불편한 언론 (부제: 정파적 언론 생태계 현실과 해법)』은 30년 가까이 언론 현장에서 일했던 전직 언론인으로, 언론윤리 연구와 교육을 계속하고 있는 심석태 교수(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가 한국 언론을 둘러싼 고질적인 정파성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언론인, 언론 소비자, 정치권 등 언론을 둘러싼 여러 주체들이 얼마나 정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사실에 입각해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을 언론과 언론 소비자 모두가 불편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제대로 된 언론은 모두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언론인은 물론 언론 소비자, 정치권력까지, 모두가 언론이 어느 정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국 사회의 언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도서는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정파성의 개념과 함께 언론 정파성을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짚어본다. 2부에서는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언론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의 문제와 언론인 등의 문제를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특히 최근 수년 간 나타난 ‘불편한 사례’들을 통해 얼마나 한국 사회에 언론을 둘러싼 정파성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3부에서는 이런 언론의 정파적 생태계를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다양한 대안을 논의한다. 특히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비롯해 소비자인 시민들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언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둘러싼 모든 주체들이 ‘정파적 언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가 조금씩 ‘불편한 언론’을 실천하고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목차

머리말/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언론이 불편한 사회 4

제 1 부 한국 언론의 정파성과 소통의 위기

지금, 언론 정파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 15
‘중립적·객관적 보도’ 폄하…겉과 속 다른 언론 제도 15 | 언론 독립성에 대한 이중 기준과 ‘정파적 언론 생태계’ 18 | ‘좋은 정파성’과 ‘나쁜 정파성’을 구별할 것인가? 19
정파성이 불러온 한국 사회 소통의 위기 23
공론장 위협받는 사회…진보적 사실과 보수적 사실이 따로 있나? 23 | ‘언론의 위기’ 즐기는 사람들…언론이 제자리 돌아가야 25 | 정치병행성과 정치적 후견주의…언론이 선수가 되면 안 돼 27 | 민낯 드러낸 언론 정파성 문제…본질을 성찰할 기회 30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방송장악 시즌 2’ 논란 32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으로 시작된 도미노 게임 32 | 공영방송과 줄곧 갈등 빚은 윤석열 정부 33 | 이명박 정부 데자뷰…반복되는 ‘방송장악론’ 35
‘유리한 언론환경 만들기’와 ‘언론장악’의 차이 37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공영방송 강제 접수 37 | ‘유리한 언론환경 조성’과 ‘방송장악’의 차이 40 |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일어났던 일들 42 | 공수표가 되어버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 약속 45
‘불편한 언론’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회로 48
정치적 과열 분위기 그대로 전이된 언론계 48 | 언론은 고발하고 감시하는 것…원래 좀 불편한 것이 정상 50

제2부 정파성에 대한 한국 언론의 이중성

제1장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은 신화일 뿐인가
언론인의 참정권이 법률로 제한되는 이유 56
언론인의 참정권·직업선택의 자유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56 | ‘선거의 공정성’과 ‘언론의 독립성’ 57
방송 편성 개입은 범죄다 59
‘방송독립성 침해’ 인정된 최초 사례 ‘이정현 판결’ 59 | 보도 당사자의 불만 표시 vs.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침해 61 | 공식적 대응이면 ‘불만 처리’…비공식적 접촉은 ‘압력’ 63
정치적 독립성을 신화로 만드는 규제기관의 정치적 구성 65
방송통신위원회의 뿌리 깊은 정치적 구조 65 | ‘정치 심의 체제’ 구조화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69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관철된 정치 구조 72
정치의 일부가 된 공적 언론 지원 기관 76
상임이사들이 이사장 업무배제에 해임 시도까지 76 | ‘언론 지원’ 기관이 ‘언론 관리’ 기관으로 79

제2장 정치와 너무나 가까운 한국 언론인
정치인, 사회운동가와 언론인의 차이점 84
직접적인 대변자 역할을 하는 정치와 사회운동 84 | 언론에 요구되는 ‘독립성’…“취재 대상과 거리를 유지해야” 87 | 독립성 선언한 언론윤리 규범들 89
스스로 정치인·사회운동가를 지향하는 언론인 91
관찰자에 머무르느냐, 직접 ‘선수’가 되느냐 91 | 행동가가 되고 싶은 언론인들 92
언론인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외형적 공정성 96
언론인의 ‘공정하거나 공정해 보여야 할’ 의무 96 | 취재 기자의 “대통령님 파이팅” 발언 99 | 한국 언론인들의 거침없는 SNS 활동 101 | 느슨하고 사문화된 한국 언론의 SNS 가이드라인 104 | SNS 기준 재검토해야…‘공정해 보이는 것’의 중요성 107
지켜지지 않는 언론윤리: 사문화된 정치권 진출 제한 규정 109
한겨레신문사가 지면에서 유감을 표한 이유 109 | 정권을 불문하고 반복되는 ‘사실상 현직’ 언론인의 권력행 112 | 공영 언론사 현직 기자가 특정 후보 지지선언 참석하기도 115 | 언론사마다 다른 규정들…실제 발동 사례도 없어 117 | ‘정치참여 제한’ 규정들, 애초에 장식용이었나? 121

제3장 한국 언론의 정파적 장면들
미디어 비평, ‘정파성 비판’에서 ‘정파성 논란’까지 127
대통령 바뀌면 논조·제목 급변하는 신문들 127 | 정파성 논란에 빠진 저널리즘 비평 129 | ‘신화’와 현실의 거리…저널리즘 비평도 한 차원 높아져야 137
대선 승리의 전리품 취급되는 공영방송 140
결국 현실이 된 2023년판 공영방송 사장 해임 시도 140 | 공영방송이 대선 전리품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43
하나의 언론만 봐서는 사실 파악이 어려운 사회 146
‘진실 찾기’ 도움 안 되는 ‘소비자 영합’ 뉴스 146 | 참사 보도에서도 사실 확인 앞서는 ‘눈치보기’ 151 | 상대에 대한 야멸찬 공격…정파적 보도의 현실적 효용성 155 | 선거 기간 넘쳐난 녹취록 보도…김건희 녹취록의 경우 160 | 대선 1년 반이 지나 불붙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162 | 정파적 공세 격화되면 ‘권력의 언론 탄압’만 남아 167 | 사실 검증 생략된 오보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 169
소비자의 정파성으로 완성되는 정파적 언론 생태계 177
언론 신뢰도 조사에 나타나는 한국 언론 소비자의 정파성 177 | ‘비판적 언론 소비’로 포장된 사실상의 정치 활동 183 | 특정인 호칭까지 바꾸는 실력행사…반복되는 언론 손보기 186 | 대안 자처하는 ‘사이버 레커’들, 나은 것이 무엇인가? 193 | 성공한 수익 모델이 된 정파적 언론, 누가 먹여 살리나? 196
언론시민단체는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자유로운가 201
정파적인 언론시민단체가 언론의 정파성을 비판할 수 있나 201 |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후견주의적 관계의 구조 202
학계는 과연 ‘정파적 언론 생태계’에서 자유로운가 208

제3부 정파적 언론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언론의 정파성에 대한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216
정치와 언론 사이에 방화벽을 높이자 219
언론규제기구에서 정파성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219 | 방통위원·방통심의위원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 221 | 여야 ‘나눠먹기’ 구조를 바꿔야…운영 방식도 개선 필요 223 | 방통심의위 구성 방식, 근본적 개편해야 226 | ‘공영방송 장악론’을 끝낼 지배구조 만들어야 229 | 언론 관련 기관에 정파성 배제 원칙 세워야 232
정치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언론인이 해야 할 것들 236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에 관한 공동 원칙 세워야 236 | 언론인의 SNS 활동 등에서 정치성 배제해야 239 | 언론인 전체 규율하는 자율규제기구가 필요하다 241
사실 중심 보도로 자극적·대립적 보도 악순환 끊어야 243
자극적·대립적 보도만 자제해도 정파성 크게 완화할 수 있어 243 | 가치 추구도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야 246
뉴스 리터러시 교육으로 공론장을 살리자 249
건강한 언론 생태계는 건강한 소비자가 만든다 249 | 정권 영향 배제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251

맺음말/언론 제도 전반 개혁 위한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254

저자 소개

저 : 심석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강대학교에서 법학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로스쿨(블루밍턴)에서 LL.M. 과정을 졸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1991년부터 SBS에서 기자로 일했다. 보도본부장을 끝으로 2020년 3월부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로 예비 언론인 교육을 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언론학회 이사, 방송학회와...

책 속으로

언론은 이런 갈등 지향적 정치 구도에 아주 요긴한 도구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정치 갈등의 전위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언론인들 사이에 전반적인 윤리 의식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파성 문제로만 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많이 후퇴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p.5

정말 무서운 것은 돈 문제와 달리 정파성 문제에서는 무엇이 정상인지 분별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오히려 당당하게 큰소리를 치는 일도 다반사다. 자기 나름의 정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 p.6

제목을 ‘불편한 언론’으로 정한 것은 언론은 원래 ‘내 편’이나 ‘네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좀 불편한 소리를 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편을 들어주는 언론은 어느 쪽이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정파적인 언론의 길을 선택하면 적어도 한 진영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생존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정파적이지 않은 언론은 어느 쪽의 환영도 받지 못한다. 모두에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손쉽게 어느 편을 선택하지 않는 언론과 언론인도 불편하고, 독자들도 자기편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을 보면 일단 불편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 그런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 p.7

그럼, 한국 언론은 실제로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거나 중립적인가?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언론 중에서 제대로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 p.15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에서 언론인은 구체적인 정치 과정에도 참여하고 사회 운동도 한다. 언론인이 관찰자, 감시자가 아니라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학자 강명구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게임을 하면서 중계까지 하는 형국”인 셈이다.
--- p.18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는 정파성은 이런 ‘의견의 다양성’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에 기반한 ‘일관된 입장과 태도’가 아니라 오로지 진영적 이해관계에 따른 공방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조건을 걸고 ‘정파성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칫 한국 언론을 병들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 p.21

한국 언론의 정파성 때문에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공적인 논의의 전제가 되는 사실 확인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어느 한 언론만 봐서는 도대체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 p.23

도대체 한국에서 지금 언론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정파적 언론관이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생각해볼 때가 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확신에 빠져 특정 정파의 행동대 역할을 하는 언론인과 소비자, 언론 관련 단체들은 도대체 언론은 본질적으로 무엇이어야 하는지, 자신들 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너무나 간명하게 자신과 상대방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 p.27

정치권은 언론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잘못을 들춰내면 그 문제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발부터 한다. 이런 태도는 그대로 그 정권 지지자들에게 전이된다. 특정 진영 전체가 불편한 언론을 공격하고 무릎 꿇도록 압박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언론도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공격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남는 것은 특정 정치권과 호흡을 맞추는 정치병행성이나 정치적 후견주의뿐이다.
--- p.49

정치권이 끊임없이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언론의 이런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기본 속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 p.50

정치화가 문제인 것이 어디 언론인뿐일까? 결국 관건은 뉴스 소비자들이다. 뉴스 소비자들이 누군가가 던져주는 프레임에 쉽게 빠지면, 이런 흑역사의 반복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 p.52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방송산업과 통신산업의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이처럼 방송통신 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을 파행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방송통신업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해외 사업자들의 시장 잠식은 물론 새로 등장하는 AI 등의 쟁점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정책과 규제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에도 높은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 p.69

방송의 내용을 국가 공권력이 직접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민간 독립기구’인 것처럼 만들어 놓았지만 실상은 여야 대립이 그대로 투영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정치적이라는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 p.71

독립성을 지킨다는 것은 언론 활동이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익’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저널리즘 교과서인 로젠스틸과 코바치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도 언론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 p.88

이런 독립성의 뿌리는 그 책의 두 번째 원칙에 있다.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시민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민은 특정 언론의 취재원이나 특정 독자나 소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회의 구성원인 일반적인 시민이다. 소속된 집단이나 진영을 따지지 않는, 그냥 일반적인 시민이다.
--- p.89

언론은 ‘선수’가 아니라 관찰자이거나 감시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주권자인 국민이 중요 사안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필요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공급할 수 있다.
--- p.91

언론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국내 언론은 상호 매체 비평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언론의 상호 비판은 일종의 ‘동료 비판(peer review)’으로 서로 잘못을 감시함으로써 좋은 보도를 위한 자극이 된다. 하지만 저널리즘 비평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매체에 대한 공격 수단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 p.138

지지자들은 한쪽에는 한없는 이해와 관용을 베풀면서 반대쪽에는 악마화는 물론 음모론까지 덧씌우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보도를 반복적으로 접하면 사회 전반에 대한 매우 비현실적인 관념을 형성하게 된다. 언론이나 유튜버 채널이나, 독자나 시청자를 상대로 프로파간다, 혹은 일종의 심리전을 펼치는 셈이다.
--- p.151

정보를 조작해 사람을 속이는 심리전은 너무나 오래된 전쟁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어디까지나 적국을 향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는 노엄 촘스키의 말처럼 현대 민주주의는 정치적인 거짓 선전에 휘둘리는 일이 잦다.
--- p.176

해마다 발표되는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일부인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는 국내에서 매우 많이 인용된다. 주로 한국 언론 신뢰도가 올해는 몇 년째 세계 꼴찌라는 식의 기사들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심각하다는 뉴스를 남 얘기하듯 앞다퉈 속보로 전하며 조회 수를 올리는 것도 한국 언론이라는 사실이다.
--- p.177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중요하다고 보는 태도와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의 상관관계를 보면 완전 정비례 관계는 아니지만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볼수록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p.180

실제 존재하는 사실이 아니라 반복해서 사실인 것처럼 주장해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런 가상의 사실을 믿게 하는 것이다. ‘대안적 사실’이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붙인다. 사실이면 사실이고 거짓이면 거짓인 것이지 사실의 대안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대안적 사실’은 그냥 ‘허구’, ‘거짓말’을 교묘하게 비틀어 표현한 것일 뿐이다.
--- p.182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기사는 ‘가짜뉴스’, 이를 보도한 언론인은 ‘기레기’라고 공세를 펼친다. 이런 행동을 언론에 대한 비판적 소비, 언론 소비자 주권 등 다양한 표현으로 정당화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는 지지하는 정치 진영이나 인물을 도우려는 정치 활동이다.
--- p.186

‘언론의 정파성’ 문제를 얘기하면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언론이 어느 정도 정파적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식의 얘기를 한다. 우선 지금 언론이 ‘어느 정도’만 정파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 p.216

이 모든 대책의 출발점은 언론을 중심으로 한 정파적 생태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인식의 변화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언론이 우리 편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헝클어진 언론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출발점이 만들어진다.
--- p.218

출판사 리뷰

언론은 원래 불편해야 한다.
- 언론윤리 전문가 심석태, 『불편한 언론』 출간! -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오래전부터 문제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해결되기보다는 점점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언론이 정파성을 앞세우고, 언론 소비자들이 정파적 언론에 열광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우리 사회의 소통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 왜 지금, 언론 정파성 논의가 필요한가?

현재 우리 언론 상황을 보면 정치적 사건을 정리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과 감정을 그대로 옮겨오는 듯하다. 언론은 원래 숨기고 있는 것을 들추고 고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치인이든 시민들에게든 불편한 존재여야 한다. 정치는 언론을 정권 장악의 수단으로 삼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포기해야 한다. 언론 통제 기구들에서 정치적 여야 대리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야 대리전 구조를 민주적 통제라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언론의 극단적 정파화가 결국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깨어 있는 언론 소비와 언론 자기편 만들기를 구분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언론을 포획하려는 정치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 활동을 빙자해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행태를 가려내야 한다. 사실상 정치 진영의 언론 자기편 만들기 전략은 사회 구성원 전체를 정치적 후견주의 체제에 속에 가둬놓는 전략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어느 정권에서나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을 놓고 격전이 벌어진다. 각종 언론관련 진흥 지원 기관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권도 자기가 집권했을 때 이런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데, 반대로 다른 쪽에서 이런 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도돌이표가 반복된다.

■ 언론이 독립적일 수 있는가?

언론업계, 언론인의 정치적 독립성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상당수 언론인은 정치적 독립성을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로 해석한다. 정치적 후견주의는 숨겨진 사실이 아니다. 공영방송에 만들어진 다양한 노조는 노동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나뉘어 있다. 언론인들은 기자가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알지만 SNS나 방송을 통해 특정 정치인을 지니 또는 비난하는 등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동을 한 기자를 해고까지 하는 것에 반해 한국 언론사들은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언론인에 대해 사실상 방임하는 태도를 보인다.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이 잦은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언론인 집단이 이미 정치적 경향성을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은 별로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의 언론인은 스스로 정치인이기도 하고,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언론인은 관찰자, 감시자가 아니라 직접 선수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 됐다.

■ 건강한 언론 생태계는 건강한 소비자가 만든다.

이런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어느 한 언론만 봐서는 도대체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저널리즘의 기본 방법론을 지키는 것이 양립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됐다. 소비자들은 정파적 입맛에 맞을수록 그 언론을 지지하고 반대 언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런 생태계 형성에 적극 참여한다. 정파적 그룹을 독자로 확보하면 상당한 수익이 따라온다. 포스트트루스니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니, 언론자유의 역설 등등 다양한 논리로 이런 정파적 언론 생태계를 옹호하는 학자들도 있다.

문제 해결은 언론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언론), 언론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정치), 언론을 제 용도로 사용하는 것(소비자)이다. 언론은 자율적 통제장치를 만들고 스스로의 윤리적 원칙과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정파적 언론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부 극단적인 정파적 언론인이 전체 언론에 미치는 해악을 언론계 전체가 명확하게 지적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저널리즘적 원칙과 방법론 하에서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는 언론을 정권 장악의 수단으로 삼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포기해야 한다. 언론 통제 기구들에서 정치적 여야 대리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야 대리전 구조를 민주적 통제라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언론의 극단적 정파화가 결국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깨어 있는 언론 소비와 언론 자기편 만들기를 구분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언론을 포획하려는 정치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 활동을 빙자해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행태를 가려내야 한다. 진정한 언론 소비자 교육, 제대로 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공통의 사실 파악 기능을 상실한 사회는 공론장이 형성될 여지 자체가 없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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