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이데올로기 연구 (독서)/2.러시아혁명사

스탈린의 서재 (2024) - 독재자의 책읽기와 혁명

동방박사님 2024. 3. 2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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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을 사랑한 독재자,
스탈린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스탈린의 전쟁』으로 한국에도 낯익은 현존 최고의 소련사가 제프리 로버츠(아일랜드 코크대 명예교수)는 신작에서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그의 일생과 시대를 비추는 시도를 했다. 『스탈린의 서재』(원제 Stalin’s Library)는 책을 사랑한 독재자의 서재로 들어가 그의 사상과 신념, 혁명과 전쟁, 국정과 외교에 미친 영향, 인격과 감정의 내면까지 파고든 새로운 스타일의 전기다.

스탈린은 하루에 300~500쪽을 읽을 수 있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생전 2만5천 권의 책을 모았으며, 그중 많은 책에 길고 짧은 문구나 혹은 ‘횡설수설’, ‘동의함’, ‘옳아’처럼 여러 ‘포멧키(pometki, 표시들)를 여백에 달아 자신의 생각, 감정, 신념을 드러냈다. 스탈린 사후에 그의 장서는 뿔뿔이 흩어졌으나, 그가 개인적으로 메모를 달아놓은 400여 점의 텍스트들과 장서 목록은 살아남았다. 러시아 기록 보관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와 스탈린이 책에 남긴 내밀한 기록을 좇은 저자는 냉혹한 독재자의 얼굴 뒤에 감춰진‘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의 면모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평생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서를 삶의 이정표로 삼은 스탈린은 트로츠키, 카우츠키 같은 정적의 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진심’이었다. 현실 정치와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책을 읽었던 스탈린은 혁명, 대숙청, 전쟁 등 중요한 정치적 국면이 찾아올 때마다 책이 주는 교훈에 의지했다. 제프리 로버츠는 미시적 접근법과 거시적 접근법을 교차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스탈린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소련사의 핵심 시기 또한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스탈린은 역사서와 소설, 희곡, 영화 대본 등 각종 문학 작품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스탈린의 눈에 비친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진진하다.

저자가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관한 연구의 정점에서 쓴 이 책은 2022년 출간 후 영국의 「히스토리 투데이(History Today)」, 호주의 「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인도의 「오픈(Open)」 등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스탈린 시대를 연구한 역사학자 김남섭(서울과기대 교수)의 탁월한 번역으로 완성된 『스탈린의 서재』는 지식인 스탈린의 삶과 그의 시대에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크렘린의 학자

1장 잔혹한 폭군과 책벌레
2장 스탈린 전기 작가들의 돌을 찾아서
3장 읽기, 쓰기, 혁명
4장 독재자 장서의 삶과 운명
5장 흥, 망할 놈의 크리스마스! 스탈린의 포멧키
6장 역공학: 스탈린과 소비에트 문학
7장 소련의 편집장

나가는 글: 책을 사랑한 독재자

미주
추가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제프리 로버츠 (Geoffrey Roberts)
 
스탈린, 제2차 세계 대전, 소련 군사 및 외교 정책의 역사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 1952년 런던 남부 뎁트포드에서 태어났다. 노스스태퍼드셔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국제 관계학으로 학사 학위를 얻었다. 1980년대 영국 노동조합 NALGO의 교육부에서 일한 그는 1989년 첫 책 『불경스러운 동맹The Unholy Alliance』을 출간해 호평을 받은 뒤 대학으로 돌아왔다. 이후 런던 정치경제 대학에서 박사학위...

역 : 김남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러시아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사이며, 최근에는 냉전기 소련 사회의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스탈린 시대의 노동 수용소와 흐루쇼프 시대의 소련 사회, 소련과 냉전 등 소련사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함께 쓴 책으로 『세계화 시대의 서양 현대사』, 『러시아의 민족 정책과...

책 속으로

자주 주목되곤 하는 스탈린의 편집증偏執症은 정치적인 것이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편집증은 1917년 이후 볼셰비키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가 종종 빈약하다는 사실, 소비에트 국가가 여전히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이미 러시아 내전 당시 소비에트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자본주의 열강이 대연합을 꾸려 공격을 재개하면 여전히 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반영했다. 스티븐 코트킨Stephen Kotkin이 언급한 대로 “혁명의 문제들은 스탈린 안에 있는 편집증을 끌어냈고, 스탈린은 혁명에 내재한 편집증을 끌어냈다.”
--- p.44

문제는 이 젊은 시절을 입증하는 스탈린의 기본적인 개인 문서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증거 대부분이 매우 당파적이고 편향된 회고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회고록의 필자들이 스탈린을 어떻게 회상하는지는 그들이 그의 후기 인생을 어떻게 보고 판단하는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스탈린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스탈린에 대한 인식조차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하고 내전, 테러, 대규모 폭력으로 권력을 확고히 한 이후에 그가 살았던 생애와 그가 지녔던 페르소나에 대한 지식으로 과잉 규정된다.
--- p.111

스탈린은 ‘그렇지-그렇지’, ‘동의함’, ‘좋아’, ‘정확해’, ‘옳아’처럼 감정을 분출하기도 했다. 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는데, 스탈린은 여백에 므-다m-da라고 써서 이 상태를 표시했다. 므-다는 번역하기 힘든 표현인데, 어리둥절해서 말하는 내용을 곱씹어보는 상황을 나타낸다. 의역한다면 공손하게 ‘정말입니까?’나 ‘확실합니까?’ 정도일 것이다. 레닌과 마찬가지로 스탈린이 가장 빈번하게 단 주석은 NBnota bene(주의라는 뜻의 라틴어 문자)나 그에 상응한 러시아어 Vnvnimaniye(주의)이었다.스탈린의 포멧키는 그의 기분과 목적에 따라 달라졌다. 포멧키는 대개 정보를 담고 매우 짜임새가 있으며 잘 통제됐다. 보통 스탈린은 색연필―푸른색, 녹색, 빨간색―을 사용해 표시를 했다. 가끔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두세 가지 색으로 책에 표시하곤 했다. 스탈린은 때때로 약어를 사용했으나 대체로 항상 읽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단어들을 전부 그대로 썼다. 스탈린의 주해 스타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짧아진 것 말고는 세월이 흘러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 p.225

1925년 5월에 스탈린이 자신의 장서 분류 체계를 짰을 때, 트로츠키는 이미 레닌 사후에 벌어진 권력 승계 투쟁에서 가장 맹렬한 경쟁자이자 주요한 상대로 등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스탈린은 일반적인 주제에 기반을 둔 분류 체계로부터 따로 떼내 관리할 책들을 적은 마르크스주의 저자들의 명부에서 트로츠키를 여섯 번째에 두었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을 제외하면, 카우츠키(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최고 이론가)와 플레하노프(러시아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만이 트로츠키 앞에 있었다.
--- p.233

스탈린의 마음을 끈 것은 비스마르크의 정치적 현실주의, 실용주의, 전술적 유연성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갖고 있던 또 다른 특성은 복잡한 정세에서 전략적 비전과 성공적인 단기적 책략을 결합하는 능력이었다. 그들의 정치는 완전히 반대였을 테지만, 스탈린처럼 ‘철혈재상’은 국가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하기를 원한 사람이었다. 마르크스주의 이념의 헌신적인 추종자로서 스탈린은 “정치적 판단은 저 멀리서 역사의 말이 내는 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비스마르크의 경구를 아마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 p.271

스탈린은 으레 그랬듯이, 자신과 자신의 생애에 관한 부분과 지나친 찬양을 누그러뜨리고 축소했다. 책에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의 연표에서 자신의 생일을 발견한 스탈린은 선을 그어 그것을 지우고는 옆에다가 이렇게 썼다. “개자식들!”
--- p.294

일반적으로 인정하듯이, 복잡함, 깊이, 세밀함은 스탈린의 강점이 아니었고, 그는 독창적인 사상가도 아니었다. 스탈린이 평생 한 일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정식,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었고, 바로 그것이 스탈린이 그토록 많이 읽은 이유였다. 스탈린의 지적 특징은 문제를 단순화하고 명확화하고 대중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사실이다. 도브렌코가 언급했듯이, “스탈린은 그의 사고에서 새로운 것을 구하려고 결코 노력하지 않았으며, 그렇기는커녕 정치적 편의를 꾀했다. 모든 경우에서 스탈린 사고의 강한 힘은 독창성이 아니라 효능에 있다.”
--- p.334

스탈린의 문학 취향은 레닌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었다. 1930년대부터 문학뿐 아니라 건축, 음악, 영화, 미술에서, 말하자면 소비에트 문화 전반에서 이러한 태도가 지배적이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처럼 1920년대의 아방가르드주의에서 후퇴한 사실을 문화적 반혁명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후퇴로 소비에트 당국이 의식적으로 꾀한 정치적 목표는 소비에트 문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대중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적이고 다가가기 쉬운 것을 뜻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요체이기도 했다.
--- p.386

스탈린 사후 어떤 소련 지도자도 스탈린만큼 지적이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그들은 모두 수많은 소련 국민이 그랬듯이 독서를 좋아한 스탈린의 습관을 공유했다. 볼셰비키는 인민의 의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했지 만, 그들의 책 문화는 계속 번성했다. 그 문화의 표시와 흔적은 오늘날의 러시아에, 특히 기록보관소에 잔존한 스탈린의 장서에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 p.456

출판사 리뷰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 스탈린에 대한 새로운 시각

20세기 세계사에서 스탈린만큼 논쟁적이고 문제적인 인물이 더 있을까? 스탈린은 사회주의 체제의 수호를 위해 무수히 많은 인민을 희생시킨 냉혹한 독재자인 동시에 나치 독일의 패망에 기여하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데 성공한 유일무이한 지도자이다.

양극단으로 나뉘는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냉전의 정치 논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소련이 냉전의 막을 열었다고 본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스탈린을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광신도’로 보았다. 스탈린이 이념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나머지 팽창주의적이고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펼쳤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미국에 더 큰 책임을 물은 학자들은 스탈린을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현실정치가로 보았다. 국익 앞에 신중하게 행동하는 온건하고 실용주의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스탈린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는 지운 것이다. 두 학파 모두 스탈린을 단편적으로 그려낸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반된 견해는 ‘이념에 대한 지향과 합리성은 공존할 수 없다’는 하나의 전제 조건을 공유한다. 합리적인 개인은 이기적 선택을 내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나 이념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좇게 되어 있다는 서구의 자유주의적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제프리 로버츠는 전제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스탈린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차가운 손익 계산뿐만 아니라 공동체나 이념에 대한 믿음과 헌신 또한 합리적 개인을 설명하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스탈린의 서재』에 따르면, 스탈린은 평생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깊은 애정과 러시아 혁명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이러한 신념은 때로는 대숙청과 같은 무자비한 탄압으로, 때로는 수세적이고 타협적인 외교 정책으로 이어졌다.

제프리 로버츠는 ‘이념적 광신도냐, 온건한 현실정치가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스탈린을 평가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 스탈린을 사상에 대해 깊은 정서적 애착을 가진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으로 바라봐야 그에 대한 입체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스탈린의 개인 장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이념과 정치적 신념이 가진 깊이와 진정성입니다. 러시아 혁명을 수호하고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것이 그가 일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한 목표였습니다. 스탈린은 이상주의자였지만 그것이 그가 무자비하거나 실용주의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 인터뷰 中)

마키아벨리보다 비스마르크에 더 관심을 드러낸 ‘포멧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탈린의 서재’로 깊숙이 들어간다. 서재만큼 한 인물이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의 사상과 이념의 깊이는 어떠했는지를 잘 반영하는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2만5천 권에 다다르는 장서를 모은 스탈린은 직접 도서 분류 체계를 짰을 뿐만 아니라, 많은 책에 밑줄을 긋고 주해를 달았다. 제프리 로버츠는 ‘히히’, ‘하하’, ‘쓰레기’ 등 스탈린이 달아놓은 수많은 포멧키를 하나하나 분류하고 분석함으로써 장서 속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스탈린의 모습을 그려낸다.

포멧키를 통해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향한 스탈린의 ‘진심’이다. 그는 저서, 팜플렛뿐만 아니라 사소한 메모 하나 놓치지 않을 정도로 레닌이 남긴 기록을 중요시했으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을 계속 읽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정적의 글도 탐독했다는 사실이다. 스탈린은 1925년에 장서 분류 목록을 정리할 때 자신과 치열하게 권력 승계 투쟁을 벌이고 있던 트로츠키를 마르크스주의 저자들의 명부에서 여섯 번째에 두었다. 그는 정적에게 비판할 지점뿐만 아니라 배울 점을 찾기도 했는데, 트로츠키의 『테러리즘과 공산주의』에 스탈린이 남긴 무수히 많은 ‘동의’ 표시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스탈린은 볼셰비키의 폭력 혁명을 비판한 카우츠키의 저서에 ‘거짓말쟁이’, ‘바보’ 등 경멸조의 포멧키를 남겼으나, 카우츠키의 전문이라고 인정받는 분야인 경제 문제와 농업 문제를 다루는 저술들은 밑줄을 쳐가며 꼼꼼하게 살폈다.

또한 스탈린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이데올로기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지도자나 국가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하는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령, 그는 비스마르크 회고록을 닳도록 읽었다. 비스마르크는 ‘反사회주의법’으로 악명을 떨친 지도자였으나, 국가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하길 원했다는 점에서는 스탈린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 이후 광활한 다민족, 다인종 국가를 하나로 통합할 의무를 짊어진 스탈린은 독일 통일을 완수한 비스마르크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같은 맥락에서 연방제를 채택한 미국의 헌법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심지어 스탈린은 1936년에 발표된 새로운 헌법 초안을 만들 때 미국의 헌법을 참고하기도 했는데, 『부르주아 국가의 헌법들』이라는 책에 적힌 포멧키가 이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스탈린이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하지만, 그는 19세기 독일의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의 실용적인 현실 정치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탈린의 관심사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아마도 자본주의 국가의 헌법에 관한 책들일 것입니다. 이는 소련 헌법 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는 소련이 서방보다 우월한 정치·사법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안적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저자 인터뷰 中)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스탈린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당시 스탈린이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참고한 책은 『쿠투조프 사령관』으로, 1812년에 나폴레옹군을 격파하는 데 성공한 러시아 장군의 군사 전략을 다룬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프랑스군이 러시아로 진격한 1812년과 독일군이 소련 국경을 넘은 1941년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한 스탈린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라디오 방송으로 명연설을 남길 수 있었다. 스탈린은 전쟁뿐만 아니라 혁명, 제1차 5개년 계획, 대숙청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도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역사와 예술에 대한 스탈린의 관점

스탈린의 독서가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국정 운영에만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스탈린은 역사서 편집에 깊이 관여했으며, 유전학, 언어학 논쟁에도 개입했고, 소설, 희곡, 영화 대본 등의 문학 작품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조금이라도 공산주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서술이 없는지 확인하는 데 혈안이 된 편집증적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가 학문과 예술을 대할 때 늘 경직된 사고 틀 내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탈린의 서재』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스탈린의 의외의 면모를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역사학을 대하는 스탈린의 태도이다. 非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인 로베르트 비페르의 저서를 가장 즐겨 읽었던 스탈린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대신 추상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시대 구분만을 강조하는 역사 교과서에 큰 불만을 표했다. 이념적 필요에 의해 재단된 역사 서술 대신, 사실, 사건, 이름이 있는 보다 실증적인 역사 서술을 선호했던 것이다. 스탈린은 문학에 대해서도 유사한 입장에 섰다. 그는 작가들을 사회주의적 인간형을 창조할 과업을 짊어진 “인간 영혼의 기사”로 칭하긴 했으나, 문학을 공산주의 이념에 완전히 종속시킬 순 없다고 보았다. 가령, 미하일 불가고프의 희곡이 “非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 비판받을 때는 “문학이 공산주의적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급진적 성향의 작가들을 달랬으며, 막심 고리키가 주최한 작가들과의 회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진심으로 말하지만 여러분은 예술가의 머리를 추상적인 테제로 빽빽이 채우지 말아야 합니다. 작가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이론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삶을 알아야 합니다. 예술가는 무엇보다도 삶을 사실대로 그려야 합니다.”

스탈린의 일대기를 소련사와 교차해서 읽는다

이처럼 『스탈린의 서재』는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스탈린에 관한 사실들을 전달함으로써 그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제프리 로버츠가 이러한 미시적 접근법만을 취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 격변에 맞춰 스탈린의 삶이 요동치는 양상을 거시적으로 그려내는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스탈린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소련사의 핵심 흐름과 논쟁점 또한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학자를 꿈꾸던 유년 시절에서부터 지하 혁명조직에 가담하게 된 청년 시절, 정적을 제거하고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중장년기까지의 스탈린의 삶은 전쟁, 내전, 혁명 등 근현대 러시아사의 주요한 국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박진감 넘치는 서술로 러시아사와 스탈린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묘사한 저자는 특히 러시아 혁명의 전개 과정에서 스탈린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 ‘스탈린이 과연 볼셰비키의 권력 장악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는가?, 스탈린은 러시아 내전 동안 볼셰비키 지도자 중 가장 무자비했는가?, 스탈린은 볼셰비키 혁명이 유럽으로 확산되지 못하게 했는가?’ 등의 논쟁점을 하나하나 자세히 다루며 밀도 높은 분석을 제시했다.

한 권의 책으로 스탈린의 생애와 소련사의 핵심 쟁점을 모두 톺아볼 수 있다는 게 『스탈린의 서재』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근현대 러시아사에 입문하는 독자부터 새로운 스타일의 스탈린 전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독자까지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말

저는 스탈린의 삶과 이력을 폭넓게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기존의 전기 형식을 따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스탈린에 대한 좋은 전기는 많지만 활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그의 삶을 자세히 묘사한 전기는 없었습니다. 1920년대 초부터 스탈린은 줄곧 읽고, 쓰고, 편집하고, 텍스트에 표시를 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그가 펼친 활동을 탐구하면 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옮긴이의 말

이 흥미로운 저서에서 저자인 로버츠가 스탈린에 대해 내린 최종적 결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스탈린이 청소년 시절부터 책 읽기에 몰두한 독서가였으며, 혁명 운동에 종사하면서부터는 많은 볼셰비키처럼 광범위한 독서가 사람들의 사상과 의식은 물론이고 본성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정치적 행동주의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스탈린은 이 독서 활동을 통해 “정서적으로도 이해력이 뛰어나고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으로 성장했으며, 스탈린이 “수십 년간 야만적 통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깊이 간직한 신념에 대한 정서적 애착의 힘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 _한국어판 출간 인터뷰

1. 선생님은 소련 군사 및 외교 정책 분야의 석학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탈린의 전쟁』(Stalin’s War)이 번역 출간되어 좋은 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스탈린이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그의 지적 생활과 전기를 탐구하는 『스탈린의 서재』(Stalin’s Library)의 접근법은 상당히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스탈린의 서재』를 집필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저는 스탈린의 장서가 남긴 흔적과 그가 표시하거나 주해를 단 수백 권의 책이라는 환상적인 사료 덕분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스탈린의 가장 내밀한 생각과 감정, 신념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사료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스탈린의 삶과 이력을 폭넓게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기존의 전기 형식을 따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스탈린에 대한 좋은 전기는 많지만 활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그의 삶을 자세히 묘사한 전기는 없었습니다. 1920년대 초부터 스탈린은 줄곧 읽고, 쓰고, 편집하고, 텍스트에 표시를 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그가 펼친 활동을 탐구하면 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 지금까지 스탈린은 이념적 광신도 혹은 온건한 현실 정치가로 양면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스탈린을 사회주의적 신념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로 그림으로써 양분된 평가가 지닌 한계를 극복한 게 선생님 연구의 특성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스탈린을 어떤 인물로 평가하시나요?

: 스탈린의 개인 장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이념과 정치적 신념이 가진 깊이와 진정성입니다. 스탈린만큼 권력을 활용하는 데 능숙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습니다. 러시아 혁명을 수호하고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일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한 목표였습니다. 스탈린은 이상주의자였지만 그것이 그가 무자비하거나 실용주의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탈린은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위해 책을 읽는 현실적인 지식인이었습니다.

3. 선생님은 『스탈린의 서재』 3~4장을 통해 스탈린의 생애와 소련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여러 스탈린 전기와 비교했을 때 『스탈린의 서재』가 갖는 차별성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존 연구의 어떤 점을 극복하려고 하셨나요? ·

: 스탈린에 대한 훌륭한 전기는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스티븐 코트킨(Stephen Kotkin)과 올레그 흘레브뉴크(Oleg Khlevnuik)의 전기가 있고, 스탈린의 정치사상에 대한 에릭 반 리(Erik Van Ree)의 중요한 연구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 또한 스탈린을 주로 지식인으로 보고 스탈린의 개인 장서에 있는 자료 중 일부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탈린의 서재』에 적용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방식을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탈린의 서재』에는 스탈린을 다룬 다른 연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발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탈린이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이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이것이 이 책의 큰 줄기를 이루는 생각이죠. 스탈린은 책과 사상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이념에 대한 정서적 애착의 힘 덕분에 그는 수십 년 동안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지식인으로서 환상적인 업적을 남기는 동시에 1930년대의 대테러와 같은 중대한 악행도 저지를 수 있었지요.

4. 스탈린의 독서 이력 연구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 것 같습니다. 스탈린의 포멧키(pometki, 책에 남긴 표시) 중 어떤 게 가장 인상 깊었나요?

: 개인적으로는 스탈린의 포멧키가 제 개인 서적에서 볼 수 있는 표시들과 유사해서 매우 놀랐습니다!

스탈린이 트로츠키의 몇몇 글과 칼 카우츠키와 같은 다른 정치적 반대자들의 글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스탈린은 정적들로부터도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또한 그는 짓궂은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하”나 “히히”가 그가 우스꽝스럽거나 재미있다고 느끼는 문장에 흔히 남긴 주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코멘트는 바로 ‘주의 표시(NBnota bene: 주의라는 뜻의 라틴어 문자)’였지요.

스탈린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서 외에도 장편, 단편 소설, 시, 영화 대본, 희곡 등의 문학 작품을 두루두루 읽었습니다만, 가장 많이 읽은 것은 역사서였습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이념이 사회와 인간 세계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단서라고 여기긴 했으나, 가장 좋아하는 역사가는 非마르크스주의자인 로베르트 비페르(Robert Yuryevich Vipper)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초기 기독교에 관한 글을 주로 쓴 연구자이죠.

사람들은 스탈린이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하지만, 그는 19세기 독일의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의 실용적인 현실 정치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탈린의 관심사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아마도 자본주의 국가의 헌법에 관한 책들일 것입니다. 이는 소련 헌법 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는 소련이 서방보다 우월한 정치·사법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안적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5. 5장은 스탈린과 레닌의 관계, 대테러의 동기, 스탈린의 반유대주의와 러시아 중심주의, 스탈린의 전쟁 지도자로서의 역할 등에 대한 설명을 포함합니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이 상당수 다뤄지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쟁점이 있나요?

: 대숙청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키는 것이 제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입니다. 193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대규모 탄압은 소비에트 시스템의 적으로 간주된 이들을 뿌리뽑겠다는 스탈린의 결단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계급의 적과의 투쟁에 대한 이념적 차원의 신념뿐만 아니라 그의 정서에 의해 추동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스탈린의 역사관(가령,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러시아의 건설에 있어서 이반 뇌제가 한 잔혹한 역할에 대한 스탈린의 긍정적 평가)이 대숙청을 낳았다고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관이 스탈린에게 자신의 억압적인 행동을 수 세기에 걸친 러시아 역사의 일부로 위치시키는 장기적인 관점을 제공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스탈린이 자신을 러시아 중심주의자가 아닌 소비에트 애국주의자로 여겼다는 사실입니다. 스탈린은 그루지야 출신으로 러시아 문화와 역사에 대해 상당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볼셰비키가 차르에게 물려받은 거대한 국가의 다국적, 다민족적 특성을 유지하는 데도 헌신했습니다.

스탈린은 개인적 편견은 가지고 있었으나, 의미 있는 차원의 반유대주의자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의 가까운 동지들 중 일부는 유대인이거나 유대인 아내가 있었습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그는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에 반대했습니다. 가령 1948년, 소련은 팔레스타인에 독립된 유대 국가를 세우는 것을 찬성했습니다. 이후 드러난 그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은 정치적인 것으로, 시오니즘의 형태를 띤 유대 민족주의를 향한 적대감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대 민족주의를 소비에트 시스템의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의 전쟁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제가 쓴 책(『스탈린의 전쟁』)이 따로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도 나와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6. 개인적으로 역사와 예술에 대한 스탈린의 관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스탈린의 서재』에 따르면, 스탈린은 역사적 사실을 추상적인 사회구성체에 대한 논의로 수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으며, 예술을 공산주의 이념에 종속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저는 스탈린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미덕을 따랐기에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스탈린의 이런 면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네, 스탈린은 좋은 예술과 역사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매우 도덕적인 말을 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기준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탈린은 결국에는 늘 정치적으로 올바른 예술의 편을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는 엄격한 역사 방법론의 미덕을 자주 설파했지만, 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진 않았습니다. 가령, 공산주의의 역사를 다룰 때 그러했죠. 스탈린은 공산당과 당의 정치적 필요를 늘 우선시했습니다. 스탈린의 입장에서는 진실이 혁명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결정했던 거죠.

7. 한국의 소련사 연구자들과 교류가 있으신가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 안타깝게도 저는 한국어를 하진 못하지만, 소련 역사에 관해 좋은 연구를 발표한 한국계 학자 몇 분을 알고 있습니다. 가령 노경덕 교수의 『스탈린의 경제고문Stalin’s Economic Advisers』은 매우 훌륭한 저작이지요. 얼마 전에는 스탈린과 한국전쟁의 기원에 관한 한 젊은 한국 여성의 박사 학위 논문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꼭 방문하고 싶어요.

8. 이 책을 읽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 『스탈린의 서재』는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대한 제 연구의 정점에 위치한 책입니다. 한국어로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여러 지식과 더불어 즐거움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추천평

현존 최고의 소련사가 중 하나인 제프리 로버츠의 『스탈린의 서재』는 소련 독재자의 수 만권에 이르는 장서와 이에 대한 그의 메모 분석을 통해, 평생 ‘책벌레’였던 스탈린의 삶 전체를 비추는 일종의 전기다. 이 책은 기존에 전 세계에서 출판된 수많은 스탈린 전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균형적인 시각 덕에, 스탈린의 행적과 정책은 그 어느 책에서보다도 객관적으로 조명받는다. 스탈린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와 진보 운동, 나아가 현대사 일반에 관심 있는 독자는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 노경덕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