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한국근대사 연구 (독서)/6.근대한반도전쟁

구한말 러시아 외교관의 눈으로 본 청일 전쟁 (2009) - 조선 땅에서 벌어진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의 충돌

동방박사님 2024. 3. 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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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한말 러시아 외교관으로 한반도땅에 머물던 제노네 볼피첼리가 청일전쟁에 대해 남긴 기록물로,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저자는 청일전쟁을 아시아의 구석에서 일어난 작은 분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동양문화의 대표주자 청나라와 서구문명을 일찍이 받아들여 서양문화의 대표주자 일본의 전쟁은 서양 문명과 동양 문명의 충돌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전쟁을 통해서 아시아의 맹주 자리가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판도를 뒤흔든 전쟁이 다름 아닌 우리땅에서 벌어졌다. 한반도는 청나라와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에게도 지정학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지였기에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청일전쟁의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한 러시아인이 바라 본 조선의 문제와 동아시아의 판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외국인인 남긴 우리의 역사와 청일전쟁에 대한 기록은 과거의 우리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과거와 현재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차

발간사
독자들에게
서문

제1부 조선 문제의 기원
제1장 세 나라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소고
당 왕조의 전쟁 / 쿠빌라이 칸의 무적함대 / 히데요시의 조선 침공
제2장 조선 현대사 약술
제3장 전투 발발 직전 발생한 사건
김옥균 암살 / 동학교도 / 중국의 육군과 해군 / 일본의 육군과 해군

제2부 조선 전투
제1장 전투 발발
서울 왕궁에 대한 침략 / 풍도 해전
제2장 첫 번째 군사작전
아산 전투 / 전쟁 선포 / 포트아서와 웨이하이웨이에서의 해군 시위
제3장 평양전투
사전 설명 / 혼성여단의 진격 / 삭령지대의 진격 / 본대의 진격 / 원산지대의 진격 / 평양과 중국군
제4장 평양 공격
혼성여단 / 삭령지대와 원산지대 / 본대 / 중국군의 퇴각과 평양 함락

제3부 중국에서의 전투
제1장 해양도 해전
제2장 제1군의 중국 침략
압록강 횡단 / 제5사단의 작전 / 제3사단의 작전
제3장 리젠트스워드 반도에서의 전투
제2군의 상륙 / 진저우만과 다롄만으로의 진격과 점령 / 포트아서 점령
제4장 만주 주둔 제1군
제5사단, 제1군의 우익 / 제3사단, 제1군의 좌익
제5장 제2군의 진격
제6장 웨이하이웨이 전투
제7장 첫 번째 평화 사절
제8장 만주 전투의 지속
제9장 두 번째 평화 사절

부록
A. 일본 공사 오토리 게이스케가 조선 정부에 제안한 개혁안
B. 전투 발발 전 조선 문제에 관해 중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서
C. 고승호의 침몰과 생존자의 진술
D. 중국과 일본의 전쟁 선포
E. 상하이에 거류하는 두 일본인의 인도에 관한 서신
F. 이토 제독과 정 제독이 주고받은 서신
G. 웨이하이웨이 항약
H. 도태 우창병과 이토 제독이 주고받은 서신
I. 히로시마 평화회담
J. 휴전
K. 평화협정과 관한 문서


청일전쟁의 작전지도에 나오는 지명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제노네 볼피첼리 (Zenone Volpicelli)
 
구한말 대한제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으로 그의 저서에서는 블라디미르라는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제노제 볼피첼리가는 이름 또한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추측된다. 1899년는 『Russia no the Pacific and the Siberian railway』라는 책도 출판했다. 『차이나 리뷰 China Review』에는 런던의 왕립아시아학회 중국 부문 명예사서로 소개되기도 하였으나 자세한 이력은 찾기 어렵다. 볼피...
 
역자 : 유영분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극동에서의 이번 전쟁은 단순히 두 민족 간의 전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전쟁이자 서양 문명과 낡은 동양 문명의 산발적인 잔존물 간의 전쟁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23

“[성환 전투에서 일본의 승리를 두고] 이번 전투는 3세기 만에 치른 대외 전쟁에서 일본이 수행한 첫 전투였고 철저하게 유럽식 체제로 조직된 새로운 군대의 첫 시험 무대였다.” --- p.144

“[황해 해전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면서] 후장총이 보병의 전술을 바꾼 것처럼 속사포의 도입이 해상 전투를 바꿨다.” --- p.221

“[중국과 일본에 대한 서구열강의 편견이 뒤집히는 순간을 설명] 포트아서 함락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극동에 있는 외국인들은 (중략) 몇 달간 준비한다면 중국군은 포트아서와 같은 가공할 요새에 대한 일본군의 어떠한 공격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추측은 단 하루 동안의 전투로 부정되었고 결국 커다란 충격파를 몰고 왔다.” --- p.276-277

“[삼국간섭을 두고] 현대 유럽의 엄청난 군사적 발전을 고려할 때 역사적으로 가장 가공할 이 동맹은 극동에서 일본이 가진 힘과 지난 전쟁에서 일본이 보여 준 기량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증명서였다.” --- p.370

“[이토 제독이 정여창 제독에게 항복을 강권하는 편지 중에서] 한 개의 기둥만으로는 거대한 건축물의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 p.449

출판사 리뷰

청일전쟁의 현장감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

청일전쟁은 아시아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비록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패했음에도 서구열강은 여전히 중국(의 잠재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랬던 중국이 아시아 변두리의 소국으로만 여겨졌던 일본에게 패배한 것이다. 이 충격적인 희소식을 접한 서구열강은 전쟁의 승자 일본과 함께 중국(과 조선)을 제국주의 만찬의 메뉴로 삼는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서구열강의 경계대상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조정된다.
『구한말 러시아 외교관의 눈으로 본 청일전쟁』은 구한말 대한제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지낸 제노네 볼피첼리(Zenone Volpicelli)가 청일전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1896년에 영국에서 출간한 THE CHINA-JAPAN WAR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영국에서 출간된 책인 만큼 전쟁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근대 이전의 한중일 삼국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고, 한국 근대사는 좀 더 자세하게(홍종우의 김옥균 암살 장면을 소상히 소개할 정도로(pp.73-80)) 서술했다.
장차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식민지 경쟁을 벌이게 될 러시아 외교관이 썼기 때문에 일본을 비판적으로 기술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저자는 일본의 승리를 이끈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는 데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각 전투를 승리로 이끈 일본 군대의 혁신적 전술과 영웅적 업적을 중국의 낙후된 전술과 오합지졸에 불과한 중국군의 현실에 대비하여, 앞서가는 국가와 뒤처지는 국가의 조건이 무엇인지 서술하는 식이다. 이는 저자가 참고한 자료들의 대부분을 일본 측에서 작성했기 때문이겠지만, 청일전쟁 전까지 변방의 작은 나라 정도로만 여겨졌던 일본이 아시아 최강국인 중국을 꺾었다는 데 대한 놀라움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결론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일본의 미래를 낙관한다. 일본이 과거 한문학 분야에서 본고장인 중국을 넘어선 것과 같은 성공을, 서양의 과학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 동력으로 삼는 과정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일본은 분명 “동양과 서양의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이 융합되는 도가니가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청일전쟁이 끝나고 9년 후, 더욱 성장한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까지 제압하고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손에 쥐게 된다.

전투가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어떤 책보다 생생하게 청일전쟁을 그려냈다는 데 있다. 각 전투를 말할 때마다 청일 양군의 군비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 일본군이 어떤 작전을 펴 청군을 제압했는지, 전투의 결정적 장면은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방어하던 청군은 어떻게 싸우다 물러났는지, 양측의 손실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전투의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특히 1894년 9월 17일에 벌어진 황해해전을 묘사하는 부분(pp.199-224)에서는 전투의 긴박한 상황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설명하여(pp.206-208) 한눈에 배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투에 참여한 함선들도 일일이 그림으로 재현하여 실었을 뿐 아니라, 함선의 규격이나 무장 상태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두었다.

왜 일본은 승리했는가?
저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요인으로 외국의 차관 없이 전쟁을 치러낸 일본의 부, 유럽이나 미국에 뒤지지 않는 산업 수준을 꼽았지만, 무엇보다 열렬한 애국심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무장상태에서는 오히려 청나라가 일본보다 앞선 면이 있었다. 서구열강의 군사 전문가들조차 청나라의 무장상태를 놓고 보았을 때 일본의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을 치른 사람들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평상시에는 비판적이었던 정파들까지 전쟁 중에는 침묵했고 모두 앞을 다투어 자기희생과 애국심을 보여줬지만 청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애국심이야말로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는 핵심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전쟁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초대하는 자료들
이 책에서는 부록으로 전쟁 기간 중 양국이 주고받은 각종 편지글과 협상문서들,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진술서 등을 총 146쪽에 걸쳐 실었다. 이 중에서 특히 두 개의 자료가 눈에 띈다. 하나는 청일전쟁의 개막식이었던 ‘풍도해전’에서 침몰된 중국측 함선 고승호의 생존자들이 남긴 진술인데, 현장감 넘치는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웨이하이웨이 전투에서 중국의 정여창 제독과 일본의 이토 제독이 나눈 편지인데, 예의를 차리면서도 단호하게 항복을 강권하는 이토 제독과 ?결하는 순간까지 부하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정여창 제독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독자는 더욱 현실감 있는 전쟁 현장과 청일 양측의 팽팽한 협상 과정 속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