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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블 셔울 서울 (2023) - 역사, 풍경, 시민을 위한 도시 건축 이야기

동방박사님 2024. 3.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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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 도심 서울을 재건하라

“서울”을 생각하며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그것은 긍정적인 것인가, 부정적인 것인가? ‘풍경’, ‘역사’ 그리고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대문 도심은 역사 도심다운 아늑한 풍모를 잃어버렸고 문화유산 역시 개발 속 파편처럼 존재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600년 역사 수도”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구호와 현실 사이 어디쯤인가를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도시유감』, 『서울, 도시의 품격』을 쓴 건축가이자 작가 전상현의 신간 『셔블 셔울 서울』은 서울, 특히 사대문 도심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바람직한 변화상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변화의 추동력이 될 시민의 공감대 형성을 희망한다. 저자는 현재 서울이 그 위상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야 하는 변곡 구간에 있다는 판단과 새로운 방향으로 담론의 물꼬가 트일 때가 되었다는 바람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과연 역사와 풍경과 시민을 아우르는 현대 서울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시대마다 주어진 과제가 있다. 사대문 도심은 그것만의 독특한 지형과 역사가 있다. 서울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탈맥락적 글로벌 시티가 아닌 우리네 역사 도심에 맞는 맞춤형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역사, 풍경, 시민이 아우러질 수 있다면, 느리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움이 아니라 양질을 추구하자. 완보는 못 하더라도 진보는 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무다. 또한 그것이 첫 단추를 잘못 낀 현대 서울의 숙명이다.” 일제 강점, 군부독재 및 산업화 과정에서의 격심한 훼손에 더해 자연화된 ‘개발주의’ 광풍 속에서 어그러진 서울을 역사 도심답게 재건해야 할 과제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이상 실무에 임해 현재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책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역사인문 건축 이야기를 꾸준히 펼쳐온 저자는 가상 대화 형식의 이번 책에서 직접 찍고 그린 여러 사진과 스케치,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해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그 방향과 방안에 대해 논했다.

목차

들어가며 - 서울, 성장에서 성찰로

1장 - 서울의 역사 풍경

사대문 도심, 홀대받은 서울의 원형 / 새 술은 새 부대에: 한양(1) / 독자적 도시 유형: 한양(2) / 풍수와 조영 그리고 풍경: 크기에 대한 이해(1) / 환경과 기술: 크기에 대한 이해(2) / 삶에 대한 태도: 크기에 대한 이해(3) / 한양, 조화로운 풍경 도시

2장 - 사라진 풍경 도시

탈풍경적 개발에 대한 변명 / 탈풍경화의 대표 주자들: 정부서울청사, 힐튼호텔, 서울스퀘어빌딩, 종로타워 / 풍경 회복이 필요한 이유

3장 - 관성의 저항, 남산 풍경

능욕과 선전의 남산 수난사 / 미완의 회복: 남산 제 모습 찾기 / 잘못된 만남: 남산과 아파트 / 한 걸음 더: 남산 르네상스 / 전통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한옥 호텔 / 현대건축 유산의 위기: 힐튼호텔 철거 / 또 한 번의 풍경 위기: 힐튼호텔 재건축 / 엇갈린 건축 유산의 운명 / 건축 유산의 생존을 위한 고민 / 힐튼호텔 재건축을 공공성 회복의 기회로 / 남산에 남겨진 숙제들

4장 - 미약한 행보, 광화문 풍경

국가대표 경관의 불협화음 / 국가상징의 입체적 무력화: 경복궁 / 국가상징 경관의 찬탈: 조선총독부 / 조선총독부 철거, 신한국의 새 경관 / 관철된 염원, 상징의 말소 / 부정 유산, 끝나지 않은 논쟁 / 외래 근대건축 유산, 조선총독부 청사 / 다른 역사, 다른 정서, 다른 유산 / 기억 살리기, 유연한 해법으로 / 미완의 재구조화: 광화문광장(1) / 보행 중심 도시 선언: 광화문광장(2)

5장 - 머나먼 여정, 사대문 도심의 정체성 회복

역사 도심, 점적 역사 경관에서 면적 역사 경관으로 / 광화문광장을 풍경 회복의 진원지로 / 가상 풍경으로 공감대 형성을 / 현실적 해법에 대한 고민과 상상 / 첩첩산중 속 한 걸음은 역사 도심의 숙명

나가며 - 이 시대 사대문 도심에 필요한 고민, “진보는 새로움이 아니다”
 

저자 소개 

저 : 전상현
 
10여 년간 건축사사무소와 건설사에서 실무를 수련한 후 2020년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대학에서 10년째 강의를 하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글을 쓴다. 저서로는 《도시유감》과 《서울, 도시의 품격》(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이 있다. 주요 작품으로 숭인공간(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분 우수상)이 있다. 유튜브 채널 아키텍처와이Architecture Why를 통해 도시와 건축에 대한 ...

책 속으로

사대문 도심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입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뽐내기에 좋은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과거의 한양은 이 점이 돋보이는 도시였습니다. 그 풍경이 일품이었지요. 그리고 이 풍경의 얼개는 해방 후까지도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하지만 산업화 시기 이후 크게 망가져요. 그러면서 역사 도심의 분위기와 정체성 모두 희미해지지요.
--- p.15

근본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뒤처진 후발 주자가 가진 조급함과 서구 콤플렉스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서구적 현대화를 통해 발전된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자 하는 열망이 컸기에 우리네 도시 풍경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거지요. 이걸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 설명하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정당성 획득을 위해 경제개발에 매진하고 그 과정에서 일말의 의심 없이 서구의 도시개발 모델을 따라 서울을 개발한 거지요.
--- p.53

우리가 남산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 토대를 확실히 공유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사유화로 인한 도시 공간의 계층화가 일어나는 이유지요. 하지만 산수에서까지 사유화에 의한 계층화를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난개발로 인한 풍경의 퇴락도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산수는 시민 모두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남산에 풍경을 해치지 않는 공공시설만 들어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 p.163

총독부 청사 자리에 지하 전시관을 만드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지상의 경복궁 풍경을 유지하면서 지하에 전시관을 만드는 거지요. 구체적으로는 일제의 국권 침탈을 주제로 한 역사 전시관을 만들어 치유된 경복궁 아래에 상처 입은 역사를 겹쳐 놓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에겐 잊으면 안 되 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는 걸 가장 뼈아픈 자리에서 공간구조로 암시하는 거지요.
--- p.211

우리는 사대문 도심을 신도시처럼 끊임없이 개발해왔어요. 그 결과 역사적 풍모(분위기)를 잃었지요. 덕분에 경복궁 같은 문화유산과 북촌 같은 동네를 빼면 사대문 도심이나 강남이나 풍경이 별다르지 않습니다.
--- p.251

탈고를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많은 이야기를 한 탓인지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건축 전문지에서 본 한 문구가 떠올랐다. 그 문구는 현대건축 유산의 위기를 다룬 글 속에 첨부된 사진 속 피켓 문구였다. 그 문구는 필자가 한 많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구가 틀림없었다. “진보는 양질이지 새로움이 아니다Progress is Quality, Not Novelty.”
--- p.284

출판사 리뷰

서울의 오래된 미래

서울의 어원은 《용비어천가》에 처음 언급되었다. [셔블] 정도로 발음할 수 있는 이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 “서울”이 되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도심’이자 ‘수도’로서의 역사에만 집중해도 600년에 이르는 서울은 많은 것들을 품고 있고 품어왔던 도시다. 하지만 식민과 독재라는 격심한 현대사의 격랑 및 산업화 속 ‘자연화된 개발주의’에 도달한 현대 한국사회에서 크게 훼손된 서울의 모습을 볼 때 “역사 도심”이라는 말은 왠지 와닿지 않는다. 현직 건축가이자 도시 건축에 대한 역사적, 인문적 탐구를 이어온 작가 전상현은 이제라도 서울의 역사적 풍모와 역사 경관 고유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나가자고 호소한다. 늦은 듯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목표지점을 향한 전투적 자세”가 아니라 “성찰”을 향한 “태도의 전환”을 모색할 기회라고 말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일”이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늑함”이라는 풍경 유전자를 소유했던 서울의 고고했던 모습은 현대적으로 계승되어야 할 오래된 미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서울의 역사 풍경과 사대문 도심

1장(서울의 역사 풍경)에서는 조선 시대 ‘한양’이 수도로 조성되는 과정 그리고 아늑함과 조화로움을 도시적으로 구현한 ‘우리네 건축과 풍경’의 특징을 살폈다. 2장(사라진 풍경 도시)부터는 역사 도심의 핵심 ‘사대문 도심’을 들여다본다. 사대문 도심의 풍경이 총체적으로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이른바 “탈풍경”을 일으킨다고 지적받는 주요 대형 건물들의 경관적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3장(관성의 저항, 남산 풍경)에서는 남산을 중심으로 서울 풍경의 역사를 살핀다. 일제와 해방 후 독재정권의 행태들로 “능욕”과 훼손을 수없이 겪은 남산의 수난사와 1990년대 이후 서울시 중심으로 이루어진 풍경 복원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또한 최근의 힐튼호텔 재건축 이슈를 중심으로 현대 건축 유산의 건강한 거취 방향으로서의 “부분 보존”이라는 해법도 살펴본다. 4장(미약한 행보, 광화문 풍경)에서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서울을 살핀다. 특히 국가상징 경관으로 정치적, 상징적 의미가 컸던 광화문 일대가 일제에 의해 훼손되었던 과정과 1990년대 김영삼 정부가 이를 복원하면서 일으킨 ‘부정 유산’(조선총독부 청사)에 관한 논쟁들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그와 함께, ‘기억’을 중심으로 지금 다시 광화문 일대를 ‘역사’와 ‘민주주의’가 융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의견들을 개진하였다. 5장(머나먼 여정, 사대문 도심의 정체성 회복)에서는 “역사 도심을 역사 도심답게” 만들어 매력과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딪혀야 할 현실적 난제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 의식적 관점에 대해 정리했다.

새로움에 대한 집착, 자연화된 개발주의를 폐기하라

일제는 서울의 도시 건축 미학의 원리를 훼손하고, 철저하게 지배를 위한 정치적인 조형 원리를 도입했다. 독재정권(특히 이승만과 박정희)은 이를 따라 배웠다 할 정도로 극심하게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서울을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풍경은 얼마든지 훼손되어도 되는 존재가 되었다. 통일적 전망이 파괴된 자리에는 권력과 자본에 의한 “개발”만 우뚝 서게 되었다. 또한 후발 주자의 콤플렉스는 새로움에 대한 집착이 되어버렸다. 이는 사대문 도심조차(서울 전체 면적의 2.9%) 전혀 보존하지 않았을뿐더러 서울 전체를 품격 없는 개발주의 중독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형태와 높이, 마감이 제각각이고 어떠한 질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무턱대고 솟아오른 이기적인 고층 건물들(빌딩과 아파트)로 인해 능선은 붕괴하고 “충돌과 부조화”가 만연한 지금의 풍경이 도래한 이유다.

양질의 풍경, 시민의 민주주의를 향하는 역사인문 건축사의 도시 이야기

이러한 상황에서 “오래된 미래”로의 귀환은 가능할 것인가? 풍경의 회복을 위해서는 점진적이더라도 결국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의 ‘높이’를 제한해야 한다. 이는 당장 ‘효율성’과 ‘재산권’, 이른바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고고한 비판’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저자는 충분히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첩첩산중 속 한걸음이 역사 도심의 숙명입니다. 방향이 맞다면 느리더라도 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무입니다. 사대문 도심은 그것만의 독특한 지형과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은 서울 시민 혹은 한국인 전체를 위해 조화롭게 발전하기보다는 몇몇 개인과 소수집단,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맹목적으로 개발되어왔다. 그 결과 풍경은 훼손되거나 소수의 독점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도시의 건축 그리고 풍경에는 인간 집단의 삶의 기억인 역사가 깊게 배어 있고 결국 이는 다수 시민에게 계승되어야 한다. 그것은 오늘도 “규제 완화”를 외치는 서울 그리고 한국에서, ‘시민의 풍경’을 위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변화를 말하는 역사인문 건축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