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문학의 이해 (독서)/8.외국현대소설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2022) - 일본 장편소설

동방박사님 2024. 4.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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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의 커브길에서 우린 무얼 좇고 있는 걸까?”
제148회 나오키상 역대 최연소 수상 작가의 원톱 화제작
단지 쓸모 있고 싶었던 젊음들의 깊고도 거대한 이야기


일본을 뜨겁게 달군 나오키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이자,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아사이 료. 젊음을 대변하는 아이코닉 작가인 그가 다시 한번 세대를 관통하는 변화구로 독자들의 곁을 찾아왔다. 작품은 주인공의 성장기를 와이드하게 그려내며 어른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을 법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룬다.

럭셔리한 두뇌에 퍼펙트한 운동신경을 갖춘 만년 1등 유스케. 그에게는 타고난 소심함으로 무장한 오랜 단짝친구 도모야가 있다. 뉴페이스 전학생 가즈히로는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둘의 관계에 호기심을 품고, 실마리를 풀어줄 운명의 책과 맞닥뜨리는데…. 인정받고 싶은 관종의 욕구, 책임과 역할이라는 굴레. ‘젊음’이라는 무게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순 없다. 작품은 치열한 각자도생을 통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내면의 불안에 주목하며 쉼 없이 어른들의 생장점을 건드린다. 오늘도 생의 커브길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 헤매는 모든 이에게. 과연 너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하나의 태양이 될 수 있을까.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1 시곗바늘 올라서기
2 ‘나’라는 친밀한 외부인 Ⅰ
3 ‘나’라는 친밀한 외부인 Ⅱ
4 손쉽게 무너지는 법 Ⅰ
5 손쉽게 무너지는 법 Ⅱ
6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건데요? Ⅰ
7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건데요? Ⅱ
8 열망과 낙망 사이 Ⅰ
9 열망과 낙망 사이 Ⅱ
10 나는 나의 세계를 주문한다
 

저자 소개 

저 : 아사이 료 (Ryo Asai,あさい リョウ,朝井 リョウ)
 
1989년 5월 기후현 태생. 젊음을 대표하는 소설가. 와세다대학 문화구상학부를 졸업했다.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스바루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2012년 동명의 작품이 영화화되며 일약 화제를 모았다. 2013년에는 소설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정욕』으로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치어 남자!!』 『...

역 : 곽세라

작가이자 번역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과 인도 델리대학교 힌두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유명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중 인도로 떠나 요가와 철학, 명상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피트니스와 웰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저서로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너를 어쩌면 좋을까』,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

책 속으로

“‘내일은 반드시 소중한 친구를 만날 거야’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되면 생각하는 거야. 내일은 꼭 만나게 될 거라고. 쿠키 반죽을 눌러 펴는 것처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 돼. 그렇게 한 번에 하루씩 살아내는 거야.”
--- p.41~42, 「시곗바늘 올라서기」 중에서

‘유스케 패거리’. 가즈히로는 비록 마음속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부르고 있는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최근 자신과 유스케 사이에 우정이 있었던가 싶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과 도모야와 유스케. 셋은 분명 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자신과 유스케는 정말 친했던 것일까?
--- p.93, 「‘나’라는 친밀한 외부인 Ⅱ」 중에서

아야나는 양쪽 눈에서 렌즈를 뺀다. 실은 먼저 손을 씻고 싶었지만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야나에겐 알 수 없는 확신이 있었다. 이 아이라면 자신의 맨눈을 본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나, 태어날 때부터 눈 색깔이 좀 특이해서 말이야. 초등학교 때 남자아이들이 그걸 갖고 놀렸어. 그게 싫어서 중학교 가면서부터 까만색 컬러렌즈를 끼기 시작한 거야.”
--- p.154, , 「손쉽게 무너지는 법 Ⅱ」 중에서

화장실 문밖에서 자신의 험담을 듣는 상황은 그야말로 청춘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자신이 괴물로 불리고 있었다니. 그보다 애초에 그렇게 많은 침을 튀기고 있었다니. 그 모든 것을 요시키는 모르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예감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고 그저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었을 뿐이었다.
--- p.212-213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건데요? Ⅱ」 중에서

아야나가 가리킨 곳은 나무 그늘 아래 있는 벤치였다. 아야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도모야보다 먼저 그곳에 앉았다. 아야나의 몸이 바로 곁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이틀 전 여름축제가 떠올랐다. 신사 경내에 단둘이 있었을 때 멀리서 들려오던 가마의 종소리. 아야나가 손을 가슴에 모으고 “저, 도모야, 나 있잖아…”라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
--- p.409 「나는 나의 세계를 주문한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른으로 살기엔 어딘가 서툰 젊음들을 위한 ‘생장점 소설’

일본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유력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그 영광의 순간을 노미네이트와 동시에 거머쥔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있다. 바로 젊음을 대변하는 소설가 아사이 료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젊음이라는 프레임은 그대로 유지하되 확장된 세계관으로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세상에 맞서는 특유의 기질과 예기가 현재를 사는 어른들에게 활로를 열어주었다.
소설은 단짝 친구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럭셔리한 두뇌로도 모자라 퍼펙트한 운동신경까지 갖춘 유스케에겐 소심함을 타고난 친구 도모야가 있다. 뉴페이스 전학생 가즈히로는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둘의 관계에 이내 호기심을 품는다. 그리고 이내 실마리를 풀어줄 운명의 책과 맞닥뜨리며 비밀에 한발 다가서는데….
작품은 성장기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또한 어른이 되는 중에 맛보는 필연적인 감정을 충실히 공유해나간다. 기쁨과 슬픔이 있고, 통증과 회복이 있다. 한마디로 뿌리 깊숙한 곳부터 당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셈. 누구나 셰어 가능한 정서로 쉬운 인생은 없다고 말하는 소설은 미완의 어른인 모두의 생장점을 마디마디 짚어주고 있다.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으로 대변되는 관종 욕망의 이중주

작품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무기력한 나날을 천사 코스프레로 연명하는 간호사 유리코, 사랑이라는 감정을 활력소 삼아 파워업하는 아야나, 사회문제에는 1도 관심 없으면서 레이브를 통해 으스대는 요시키, 이렇다 할 히트작도 없이 뜨거운 재기만 엿보는 다큐 디렉터 유게, 그중에서도 자멸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유스케까지….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매일같이 자신을 PR하며 살아간다는 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정 욕구의 발현이다.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자기 표출이 용이한 세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작품은 경쟁 없이 자라난 일본 ‘유토리 세대’의 분신을 통해 모두의 마음속에 내재된 관종 심리를 들여다본다. 등수와 성적표가 개인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대신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작품은 쓸모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환상을 통해 현대사회가 직면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폭로한다. 동시에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어 최소한의 타협선을 일깨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립의 스파크’를 반기는 깊고도 거대한 세계를 만나다!

작품 속에서 승부욕으로 넘치는 유스케는 쉼 없이 갈등을 일으킨다. 체육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성적 등수 폐지에 열을 올린다. 대학에 가서는 교내 양고기파티의 부활과 기숙사자치운동의 리더를 자처하는가 하면 자퇴 후 사이비 교주에게 빠지는 무리수까지 띄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기 위한 일. 그는 살아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과 대립할 대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도모야는 다르다. ‘다름’으로 야기되는 ‘다툼’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서로의 눈 색깔과 귀 모양이 다른 것은 그저 각자의 신체 특징일 뿐이라고 안위하면서.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립과 공존은 언제나 양립한다. 다시 말해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뜻. 대립은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균형을 꿈꿀 순 있다. 우리가 세상을 이루는 1,000개의 조각이라면 그 모양이 모두 달라야만 그림이 맞춰질 테니까.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라고. 그러니 평생 서로의 삶에 참견하자고. 소설은 너도나도 멀어져만 가는 팬데믹 시대에 이 같은 대립의 가치를 더없이 잘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