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4.빈곤문제

빈곤의 문제 (2016)

동방박사님 2024. 4. 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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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대를 앞서간 ‘경제학계의 이단아’의 첫 단독 저서
케인스가 훗날 찬사를 보낸 홉슨의 ‘비평과 통찰’


지금 작금의 세계는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빈부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몸집을 불려왔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버블이 무너지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각국은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 진작을 도모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는 유례없는 제로금리대로 접어들고야 말았고 자본과 함께 세계를 자유롭게 부유하던 저렴한 노동력은 실업률이 치솟음에 따라 각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해있다.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를 통과시킨 것 또한 해법을 찾지 못한 분노가 눈에 쉽게 띄는 동료 노동자들을 향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누구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이런 상황일 때, 과거로 돌아가 힌트를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는 『빈곤의 문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의 영국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저자는 1990년대에 레닌과 얽혀 ‘잉여자본의 국외투자가 제국주의의 식민지 점령을 초래한다’는 단순화된 홉슨-레닌 테제로 널리 알려졌던 J. A. 홉슨이다. 비록 『제국주의론』이 그가 나이 들어 그간의 사상을 발전시켜 도달한 이론이긴 하나, 그는 비단 제국주의에 관한 이론으로만 규정될 수 없는, 평생 경제학을 기반으로 서민의 생활과 빈곤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실천적 사회학자였다.

목차

저자 소개 4p
머리말 6p

제1장 빈곤의 측정 13p
제2장 기계화가 노동자 계급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 53p
제3장 대도시의 인구 과밀 75p
제4장 노동 착취 구조: ‘고한제도’ 105p
제5장 고한제도의 원인 143p
제6장 고한제도의 처방 165p
제7장 노동시장에서 미숙련 노동자 계급의 초과 공급 205p
제8장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 227p
제9장 빈곤이 비윤리적인가 257p
제10장 ‘사회주의 법’ 275p
제11장 미숙련 노동자 계급의 미래 301p

참고문헌 333p
미주 336p
J. A. 홉슨 생존 시기의 역사 연표 338p

저자 소개

저자 : J. A. 홉슨
John Atkinson Hobson 존 애트킨슨 홉슨은 영국의 사회경제학자로서 ‘경제학계의 이단아’라고 불렸다. 중산층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고전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 그 분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런던에서 불황과 대규모 실업을 목도한 그의 관심은 금방 경제학적 사안들로 옮겨갔는데, 멈머리A. F. Mummery와의 교류를 통해 당시의 경제학의 전제를 뒤집는 이단적인 사상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
 
역자 : 김정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대통령 비서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내가 변화시킬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알라의 사생아 IS』 등이 있다. 위 타이틀 외에도 감수자 이름으로 나간 타이틀까지 합하면 꽤 많은 경제경영, 자기계발 타이틀을 번역했다. 출간 예정인 책...

책 속으로

영국의 산업 환경이 격변하면서 대도시마다 빈곤층이 양산되었다. 그리고 빈곤층에 의무 교육과 값싼 신문, 공공도서관 등 무수한 경로로 지식이 확산됐다. 빈곤층의 정치적 영향력과 정치의식이 성장하면서, 빈곤층 내에 빈곤에 대한 자의식과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와 국민이 빈곤층의 지적수준과 윤리의식, 위생관념을 길러줬고, 따라서 빈곤층 스스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필요에 눈 뜨기 시작한 것이다. 낯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던 빈곤층에게 우리가 새로 가르친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는 가르쳐줬지만, 인간다운 삶을 성취할 만한 힘은 부여하지 않았다. 만약 빈곤의 뜻이 갖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라면, 역사상 바로 지금이 빈곤이 가장 심각한 때이다.
---「제1장 국민소득과 노동자 소득」중에서

어쩌면 미래의 과학기술이 대도시의 과밀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 산업화 때문에 대도시로 쏠리는 힘의 방향을 역전시킬 것이다.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대도시마다 공장의 흡인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제적 자원이 언젠가는 전국에 편리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분배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한곳에 모여 일하고, 한곳에 모여 사는 인구과밀의 생활도 청산하게 될 것이다. 충분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인류는 오늘날 철과 증기의 시대보다 확실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제3장 대도시의 인구 과밀」중에서

‘고한’이야말로 도시빈곤의 산업적, 경제적 폐단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용어다. 모든 산업의 밑바닥에는 반드시 ‘고한’이 존재한다. 어느 산업이든지 ‘담배꽁초’처럼 비참하게 짓밟히는 노동자 계급이 존재한다. 극빈층의 수공업자와 하루 1실링 2펜스 버는 샌드위치 판매원, 런던 동부 및 중부 지역의 제조업마다 최하위 노동자 계급이 전부 여기에 해당한다. 미숙련 노동자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똑같은 처지다.
---「제4장 노동 착취 구조: ‘고한제도’」중에서

실업자 중에는 일하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없어서 실업한 노동자가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는 노동시장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유일한 실업자 처방은 오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의 수는 공동체의 소비규모에 비례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늘리는 확실한 방법은 오직 공동체의 소비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불경기에 자본의 초과공급이 노동의 초과공급으로 이어진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필수생산요건이 초과하는 이유는 오직 공동체의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대부분 노동자 계급으로 이뤄져있으며, 노동자 계급의 소비는 상위 계급에 못 미친다. 따라서 일자리수가 증가하려면, 먼저 노동자의 생활표준이 향상돼야 한다.
---「제7장 노동시장에서 미숙련 노동자 계급의 초과 공급」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소비이론과 제국주의론의 사회경제학자, J. A. 홉슨
자본주의 역사상 첫 공황을 정면으로 응시한 『빈곤의 문제』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소개되었다가 절판된 J. A. 홉슨의 『제국주의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주저인 『제국주의론』이 아니라, 그의 사상의 출발점이자 첫 단독 저서인 『빈곤의 문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독자들을 만난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첫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던 중, 영국에 자본주의 역사상 첫 경제 공황이 찾아오게 되고 런던대학에서 경제학과 고전을 가르치고 있던 30대 초반의 젊은 학자였던 홉슨은 빈곤과 실업이 만연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당시의 경제학이, 시장의 조화로운 작동을 맹신할 뿐 공황이 불러온 과잉생산과 기업도산, 실업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기존의 경제학의 전제를 전면 부정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저소비이론’을 주장하였다. 고전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저축이 투자를 불러오고, 고용과 생산을 이끄는 것으로 여겼지만, 홉슨은 역으로 과도한 저축과 과소한 소비가 실업과 빈곤을 불러온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A. F. 멈머리와 함께 『산업의 생리학』을 집필하면서 ‘저소비이론’을 발전시켰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삶과 빈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으로 단독으로 『빈곤의 문제』를 집필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영국의 노동자의 근로 환경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빈곤이란 개인의 게으름과 같은 윤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즉 ‘고한제도’의 산물임을 밝힌다. 취업시장에 과잉 공급되어 늘 실업 상태일 수밖에 없는 미숙련 노동자가 빈곤층을 이루고 있으며, 실업의 해법은 결국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라 말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깨우치고 연대해서 노동조합을 형성해야 하고, 가내수공업으로 겨우 연명하는 ‘고한 노동자’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요원한 이야기인지도 자세히 풀어낸다. 또한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공장법’, ‘8시간 노동제’와 같은 일명 ‘사회주의 법’을 제정하는 당시 영국의 추세 또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구조적 문제로서의 빈곤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오류에 머물러있기보다는 진실을 불완전하게라도 보기를 선호한” 학자


제국주의와 금융의 나라인 영국은 수많은 경제석학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간 덕분에 경제학계에서 추방된 홉슨의 책을 두고, 케인스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복잡한 감정으로 그의 새로운 책을 마주한다. 독립적인 시각에서 도출된 정통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비판을 기대하면서도, 궤변이나, 오해, 왜곡된 생각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훗날 1930년의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는 홉슨의 ‘비판과 직관’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오류에 머물러있기보다는 진실을 모호하고 불완전하게라도 보기를 선호’한 학자라는 것이 홉슨에 대한 케인스의 평가였다.

지금 여기, 한국에서 도저히 해답이 안 보인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19세기 말 영국으로 날아가 자본주의 역사상 첫 공황의 실태를 들여다봄이 어떨까. 평생 53권의 책을 쓰고 학자로서 왕성하게 활동한 홉슨이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통찰의 말들을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