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4.빈곤문제

빈곤의 역사 (2011) - 교수대인가 연민인가

동방박사님 2024. 4.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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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발생한 문제 ― '빈곤'

빈곤의 문제는 사실상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은 사람과 덜 잡은 사람에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땅을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으로 결국 '부'(富)의 차별화 현상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문명의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된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빈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빈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16세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 사회로의 진입에 의해 이루어졌다. 빈곤 문제를 종교적ㆍ윤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던 시각이 점차 쇠퇴하고 이제 사회정책, 집단이익 혹은 국가 이성 차원의 분석대상이 된 것이다. 빈곤 극복을 위한 '노동'의 강조, 18세기 들어서 사회부조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 제기, 빈곤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사회 진보에 따른 인류애적 연대감과 공공교육에 의해 빈곤 문제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 역시 존재했음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최고도로 발전한 21세기 현재에도 '빈곤' 문제는 인류가 풀어나가야 할 지난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우리 사회 역시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예전에 비해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비록 서구 역사 속에서의 빈곤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산업화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빈곤'에 대한 역사적 문제의식을 통해 그 대안 마련을 위한 혜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목차

서론 빈곤이라는 낙인과 빈궁에 대한 태도

제1장 중세: 빈민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1. 빈민에 대한 중세의 에토스와 사회적 현실
2. 보시와 걸인들
3. 농촌의 빈곤과 도시의 빈곤

제2장 근대사회와 빈곤
1. 사회적 국면
2. 경제발전 지역과 빈곤화 기제
3. 빈곤의 규모

제3장 새로운 사회정책
1. 1520년대 ― 대변화의 시기
1) 파리 ― 도덕적 우려와 공포
2) 베네치아 ― 사회 위생과 억압
3) 이프르 ― 도시 빈곤과 부조 개혁
2. 자선 개혁
3. 자선을 둘러싼 논쟁 ― 도시 정책에서 국가 이성으로

제4장 빈민 감옥
1. 로마의 걸인 행렬
2. 생계수단으로서의 노동, 처벌 수단으로서의 노동
3. 프랑스의 종합병원과 '대감금'

제5장 현대와 빈곤
1. 빈곤화와 빈곤의 '발견'
2. 박애 운동
3. 민중의 빈곤

결론 동정심의 역사

보론1 브로니슬라프 게레멕은 누구인가
보론2 근대적 빈민 부조 정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사항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브로니슬라프 게레멕 Bronislaw Geremek
1932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유대인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바르샤바 게토에 갇혀 지냈으며, 친아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 1943년 그는 스테판 게레멕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그곳을 탈출했으며, 스테판 게레멕은 그의 양부가 되었다. 1950년 바르샤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곧 프랑스 파리로 유학하여 페르낭 브로델, 조르주 뒤비, 자크 르 고프 등 아날학파의 대가...
 
역자 : 이성재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근대적 빈민부조정책의 탄생: 16세기 프랑스 도시의 부조 정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중앙대 연극학과에서 「일본 여성가극 보총에 나타난 양성의 형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4월에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무대에서의 양성의 형상」으로 연극학 박사학위를, 2006년 3월에 파리사회과학...

출판사 리뷰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발생한 문제 ― '빈곤'

빈곤의 문제는 사실상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은 사람과 덜 잡은 사람에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땅을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으로 결국 '부'(富)의 차별화 현상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문명의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된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빈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빈곤 내지 빈민의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것이었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무수히 많은 걸인, 유랑민, 행려병자 등의 존재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은 대개 역사서술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왔다. 최근 들어서야 이들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빈곤에 대한 기존의 개념 규정은 주로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흔히 물질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빈곤을 물질적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즉 "전체 소득이 신체적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저 수준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벤저민 S. 라운트리)를 빈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빈곤 개념에 의하면 그 최저 수준은 생계비 또는 영양에 의해 측정되며 학자들은 이를 통상적으로 '절대적인 빈곤'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대해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소득과 교육, 권력, 기회 등이 박탈되어 있는 '상대적 빈곤'과 이들이 겪고 있는 심성을 소외, 무력, 절망으로 구별하여 빈곤을 물질적 측면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확장시켜 나가기도 했다. 한편, 카를 마르크스와 같이 빈곤 문제를 '착취'의 한 형태로 본 경우도 있다. 즉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생산관계 속에서는 자본가에 의한 노동자의 잉여노동 착취, 그리고 기계의 자동화에 따른 노동소외의 결과로 노동자의 궁핍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빈곤에 대한 접근방식은 빈곤이란 당시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심성의 복합적인 관점이 함께 맞물려 들어가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의 총체적 모순임을 도외시한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변화하는 사회 내에서 빈민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따라서 이들은 빈민을 단순히 가난한 사람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사회의 주변으로 내몰리고 그로 인해 가난하게 된 사람, 즉 주변인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주변인은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서 도시 생활의 주변에 놓여 있었고, 생산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으며, 신분ㆍ명예ㆍ존경을 기반으로 하는 계층 조직에서 무시되는 존재였기 때문에 신분 사회에 속하지 못했다. 그들은 경제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항구적인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 지위의 부재'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업화(자본주의 사회화)에 따른 '빈곤'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급변

역사 속의 빈곤 문제에 대한 고전적 작업은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 몰라(Michel Mollat)에 의해 이루어졌다. 즉 그는 빈곤에 대한 두 가지 대응방식인 '찬양과 경멸'을 연구하여 『중세의 빈민』(Les Pauvres au Moyen age)을 펴내 이 방면의 선구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의 저자인 게레멕의 연구성과 또한 '빈곤'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게레멕은 프랑스를 포함한 서유럽에서 16~17세기를 거치면서 빈민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도시 당국이 이들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했는데, 그 대책이란 주로 억압적인 것이었다고 본다. 이것은 빈곤의 문제에 대해 취했던 중세 당시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즉 중세 시대에는 사람들이 빈민들에게서 '예수'의 이미지를 찾았다면, 16~17세기 빈민 정책의 근간에는 빈민은 더 이상 예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회에 '위험한' 계급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중세 시대에는 빈곤과 빈민의 문제에 대한 통제권을 '성직자'가 행사했다면, 근대에 들어서는 시(市) 당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책의 원제인 "교수대인가 연민인가"는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빈곤과 빈민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바로 16~17세기 산업화 사회(또는 자본주의 사회)로의 급속한 변화가 그 주요 원인이었다. 사실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관점에서 일종의 타락인 빈곤을 산업화 시대 이전의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방식과 맥락에서 파악했다. 유대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모든 위대한 종교들은 빈곤에 신성한 지위를 부여한 반면, 부귀(富貴)는 가장 오래된 사회문화적 원형에서도 고귀한 가치를 지니? 못했었다. 그러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통해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이 사회저 현실에 맞게 적응하자 가치 체계가 역전된 것이다. 16세기 초에 바로 빈곤에 대한 사회정책, 집단적 태도, 종교적 교리에서 결정적인 쇄신이 일어난 것이다. 이전 세기에는 빈곤에 대한 매우 다양한 태도 ― 빈곤에 대한 찬양, 수용, 단죄 ― 가 존재했지만 빈민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입장과 빈민의 지위를 결정했던 핵심적인 요인들은 대부분 '신성한 영역'에 속해 있었다. 중세와 근대가 빈곤 문제에 접근한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이 영역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은 '빈곤'에 대한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빈곤에 대한 관념들을 다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빈곤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려고 했다. "물이 불을 끄듯이 보시(布施)는 죄를 씻는다"라는 말과 자선(慈善)을 통해서 천국을 갈 수 있다는 '구원의 경제학' 그리고 겸허한 마음가짐이 성스러운 빈곤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성직자들의 저서 속에서 확인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 근거한다. 이는 결국 빈민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으로써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빈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16세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 사회로의 진입에 의해 이루어졌다. 빈곤 문제를 종교적ㆍ윤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던 시각이 점차 쇠퇴하고 이제 사회정책, 집단이익 혹은 국가 이성 차원의 분석대상이 된 것이다. 빈곤 극복을 위한 '노동'의 강조, 18세기 들어서 사회부조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 제기, 빈곤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사회 진보에 따른 인류애적 연대감과 공공교육에 의해 빈곤 문제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 역시 존재했음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최고도로 발전한 21세기 현재에도 '빈곤' 문제는 인류가 풀어나가야 할 지난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우리 사회 역시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예전에 비해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비록 서구 역사 속에서의 빈곤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산업화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빈곤'에 대한 역사적 문제의식을 통해 그 대안 마련을 위한 혜안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