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생각의 힘 (독서)/1.국제사회비평

로힝야 제노사이드 (2024)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동방박사님 2024. 4. 1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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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혐오와 차별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
이 시대 인류의 휴머니티를 실험하는 제노사이드!


저자가 로힝야 사태로 전하려는 사실은 간단하다. 보편적 인권과 소수자 권리를 우리가 편의적으로 적용하거나 내팽겨친다면 결국 다수 모두가 같은 불행으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결국 다수자 내에서도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을 부르고 극소수 지배층의 분할통치만을 강화한다.

미얀마는 지난 2021년 쿠데타 이후 3년째 내전 중이다. 과거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미얀마의 다수 민족인 버마족 내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투쟁이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그런 구도는 깨졌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이제 진정한 연방민주주의, 즉 로힝야를 포함한 수많은 소수민족과의 연대에 기초해야만 가능하다. 미얀마에 대의민주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군사독재가 지속된 이유도 소수민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로힝야 사태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환기를 준다. 인종, 젠더, 종교, 민족은 당장은 대중 동원에 편리한 도구이다. 독재를 하려는 쪽에서나 독재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진보 운동에 나선 쪽들이 소수자들을 옹호하고 연대하면서도 이 정체성 정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향후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도 심해지는 젠더, 종교, 지역에 기반한 혐오와 차별을 되돌아보게 한다.
- 정의길 (한겨레 국제 선임기자 ) 서문 중에서

목차

서문 혐오와 차별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
프롤로그 로힝야 미래를 ‘집단 살해’하다
약어 및 용어사전

제1부 증오의 시대

1. 사이클론, 쿠테타, 그리고 제노사이드
2. 미얀마의 ‘아파르트 헤이트

제2부 이슬람 학살

1. 폭동의 확산
2. 불교 극단주의, 군부 파시즘과 손잡다

제3부 로힝야는 ‘벵갈리’인가

1. 빼앗긴 시민권, 1982
2. 토착민, 로힝야

제4부 제노사이드 반세기

1. 종족을 말살하려는 ‘의도
2. 제노사이드의 전개

제5부 그들의 고통이 쯔나미처럼 다가왔다

1. 난민, 살아남은 자들
2. ‘강제송환’ 잔혹사

제6부 국경의 위험한 신호

1. 죽어도 떠나는 사람들
2. ‘버만화’와 ‘이슬람화’에 맞서다

에필로그 로힝야의 ‘나크바’ 팔레스타인의 제노사이드
부록 로힝야 제노사이드 연표
 

저자 소개

저 : 이유경
 
2004년 미얀마를 시작으로 네팔, 아프가니스탄, 인도, 이란, 카슈미르(인도령&파키스탄령), 라오스(집속탄), 레바논,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태국 등 아시아 지역 분쟁과 인권 이슈를 화두로 취재해온 국제분쟁전문기자. 현장 르포와 분쟁의 이면을 탐사하는 보도방식에 천착해왔으며 [한겨레21], [시사인], 독일 진보 일간지 [Neues Deutschland] 등에 기고하였다. [한국일보] 국제면...

책 속으로

‘인재’는 계속됐다. 사이클론 발생 2주가 지나도록 어떠한 구호물자도 받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현지 언론이 전하는 상황이다. 15년 전 사이클론 나르기스 현장에 유엔이 악세스를 얻어내기까지 재난 발생 후 13일이 걸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현 쿠테타 군부는 더 악랄해졌다. 게다가 군부는 6월 8일 국제엔지오 단체들의 구호활동까지 전면 중지시켰다. 구호단체에게 발급해온 ‘여행 허가증’Travel Autorization(TA) 발급을 중단한 것인데 이미 발급된 허가증도 효력을 중단시켰다. 〈유엔인도주의 업무 조정국〉U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은 “인도주의 구호기관들에 대한 당국의 TA를 이미 발급된 것조차 효력이 중지됐다”면서 “이미 사이클론으로 피해입은 타운쉽에 대한 구호물자 배급 계획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 p.60

우선, 2011년 7월 25일, 이 도시에 100년 넘게 자리잡고 있던 수니 무슬림 묘지가 불도우저로 갈려나갔다. 멕띨라 무슬림들이 2008년과 2011년 무슬림 묘지를 파괴하지 말아달라 정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소용없었다. 불도우저를 들이민 건설업체 ‘세인 란 소 프레이 예이’Sane Lan So Pyay Yay는 자신들이 그 땅을 사들였다며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2013년 멕띨라 폭동 당시 불도우저가 신속하게 동원되고 모스크 등을 거침없이 파괴한 건 일종의 ‘데자뷔’다.
--- p.94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계속된 주민카드 교체 과정에서 ‘헌 카드(NRC) 반납하면 새 카드(NSC) 준다’는 군부 당국자들의 말에 ‘그린카드’로 불리는 NRC를 반납했던 로힝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핑크 카드’ NSC를 받지 못했다. 몇 년 지나서야 그들이 받은 건 ‘화이트 카드’다. 화이트 카드는 1994년, 방글라데시에서 미얀마로 송환된 로힝야 난민들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나눠준 게 그 시작이다. 구 카드 NRC를 반납하지 않으면 10년형에 처해진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반납하지 않은 로힝야들이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그린카드’는 그들이 과거 이 나라 시민권자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물이다.
--- p.135

그런데, 미얀마는 로힝야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자국 국민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온갖 억압적 국가기구들을 동원한 박해와 폭력에는 거침이 없다. 이를테면 미얀마가 〈유엔인구기금〉의 협조로 시행한 2014 인구 조사 당시 로힝야만 통째로 제외됐다. 기계적 논리로 보자면 시민권 박탈 이후 미얀마와 로힝야의 관계는 ‘국가 대 국민’의 관계조차 성립되지 않는 단절된 관계다. 그러나 로힝야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 그 로힝야와 관계를 단절한 국가는 다시 억압적이고 폭력적 국가기구들을 들고 와서 로힝야들에게만 가혹하게 들이댄다. 로힝야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고, 출산을 제한하며 이동을 제한하고 움직임과 생계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비국민’ 로힝야들에게 위협과 명령과 으름장 행사는 계속됐다. 로힝야들이 직면한 이 같은 환경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치밀하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성격 자체도 제노사이드의 중추적 요소인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에 해당하는 대표적 정책 세 가지 즉 산아제한, 결혼 제한, 이동의 자유 제한을 다뤄보려 한다.
--- p.189

마웅도 시민 기자 압둘(35, 가명)은 1월 13일 밤 9시 30분께, 로힝야 입단속을 하려던 경찰은 물론 ‘마을 행정관’ 아웅 잔 퓨가 이끄는 라까인 무리들이 로힝야 촌락으로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그들은 비틀넛(담뱃잎 류의 기호식품) 노점에 앉아 있던 젊은이들을 잡아가려 했다. 유엔 비공개 보고서는 이 상황을 ‘로힝야 주검을 손전화로 몰래 촬영한 목격자를 연행하고 증거물인 손전화를 압수하기 위해 보안군들이 로힝야 촌락에 들어간 것’으로 전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젊은이들이 목청 높여 도움을 청하자 로힝야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연행에 실패한 라까인 무리들은 일단 자리를 떴다.
--- p.273

출판사 리뷰

로힝야 이슈는 봄의 혁명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가장 최근의 대학살로 간주되는 2016~2017년 사례를 뛰어넘어 보다 길고 깊은 호흡으로 로힝야 제노사이드를 담아보려 했다. 제노사이드는 단시간의 이벤트가 아니다. 2017년 발생한 학살은 제노사이드 마지막 단계 즉, ‘대량 절멸’의 사건으로 진단되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단계로 보기도 한다.) 그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제노사이드 인프라’가 구축됐고, 진화했다. 로힝야들에게 가해진 박해의 무게는 수십 년 동안 로힝야들을 짓눌렀을 것이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나는 로힝야 제노사이드가 2017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2017년 이후의 상황을 모두 살펴보는 게 이 끔찍한 범죄 사례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고 거북한 주제인데다 다루는 시간의 길이가 짧지 않다 보니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챕터 별 흐름과 배경을 요약해 본다.

제 1부는 ‘증오의 시대’로 열었다. 여기서 ‘증오의 시대’란 우선 2010년대를 특정한다. 동시에 로힝야 제노사이드 전반의 세월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 2010년대는 미얀마가 소위 ‘민주화 이행기’를 지나며 “개혁”과 “개방” 두 단어가 ‘미얀마’라는 국가명의 수식어로 따라다니던 시기다. 군인 출신 테인세인 대통령의 ‘준 민간정부’(2011~2015)가 그 10년의 앞부분을 채웠고, 나머지 후반 5년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정부(2016 ~ 2020)가 채웠다. 아웅산 수치 정부는 1962년 네윈의 군사 쿠테타 이후 들어선 최초의 민간정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NLD 정부는 2008년 군정헌법에 따라 사실상 군과 권력을 분담해야만 했던 ‘하이브리드형 민간정부’였다는 점이다.

2010년대는 또한 ‘민주화’ 바람을 타고 스며든 ‘표현의 자유’가 매우 악랄하게 남용된 시대이기도 하다. 로힝야를 향한, 그리고 미얀마의 무슬림 커뮤니티를 향한 혐오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고 폭력적으로 분출됐다. ‘로힝야 제노사이드’ 프레임으로 보자면 그 시대는 증오의 시대였다. ‘민주화’ ‘개혁’이 지배 담론이었을 지는 몰라도 그 ‘민주화’는 군부가 ‘기획’한 것이었고 ‘개혁’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기획의 구체적 출발선은 2008 군정헌법이다. 이 책이 2008년 5월에서 출발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여, 제 1부 첫번째 장인 ‘사이클론, 쿠테타, 그리고 제노사이드’는 로힝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로힝야 대학살이 벌어진 2010년대가 어떤 예고편으로 등장했고 흘러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장이다. 또한 15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2008년 5월과 2023년 5월의 두 사이클론이 증오의 시대를 어떻게 이어주고 있는지도 담았다. 아울러, 로힝야 제노사이드의 제도적 상징성이 가장 큰 ‘시민권 박탈’ 이슈를 현장 취재발로 부분 다룬다.

제 2부에서는 로힝야 박해의 확장 버전으로 2013년 미얀마 중북부 소도시 멕띨라에서 벌어졌던 ‘멕띨라 학살’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멕띨라 학살’은 로힝야를 향한 혐오가 무슬림 커뮤니티 혐오로 이어지면서 이들을 향한 혐오 스피치와 폭력이 고조되는 시점에 발생한 중대한 사건이다. 이 모든 박해와 폭력을 끝없이 선동하는 극우 이데올로기이자 군부정치가들의 도구 ‘불교 극단주의’ 문제가 2부에서 집중 다뤄진다.

제 3부는 로힝야 제노사이드의 제도적, 상징적, 실질적 대표성을 지닌 이슈 바로 시민권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로힝야를 위조된 정체성이라 보고 “로힝야 = 벵갈리”라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으로서 로힝야의 토착성을 살펴봤다. ‘로힝야는 미얀마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장이다.

제 4부는 제노사이드 범죄에 대한 설명과 제노사이드 방지 협약의 내용과 배경 등 이론과 정보를 우선 담았다. 이어 로힝야들이 반세기동안 직면해온 박해 상황들을 시기별로 상세하였다. 제노사이드의 이론과 로힝야 제노사이드의 실제를 맞춰 보려는 시도다. 내용의 성격상 문헌 연구 방식에 크게 의존했다. 로힝야가 직면한 박해 상황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는 게 단순히 분노와 동정에서 비롯된 감정적 배설이 아니라는 점, 이미 명문화된 국제규약과 국제법에 기반하여 토론과 고민의 과정을 거친 ‘과학적’ 판단이자 역사적 근거가 차곡차곡 수반된 분석이라는 점을 공유하는 게 4부의 취지다.

제 5부에서는 방글라데시 동남부 콕스바자르에 펼쳐진 로힝야 난민들의 삶을 담았다. 2017년 대학살 발생 훨씬 이전인 70년대 말부터 견뎌온 로힝야들의 삶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격하게 공유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난민살이 실상을 통해 로힝야 제노사이드 범죄가 공간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떻게 확장성과 파급력을 지녔는가에 대해 이해하는 장이다. 아울러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송환 이슈를 70년대 상황부터 차근차근 짚었다.

마지막으로 6부 ‘국경의 위험한 신호’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하나는 로힝야 보트난민 스토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로힝야와 가장 가까운 이웃 라까인족 이야기다. ‘보트난민 스토리’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 국경을 넘나드는 보트난민들의 현실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공간을 찾아 끝없이 국경을 들락거리는’ 간절한 몸부림을 공유한다. 그들이 탈출하려는 공간은 비단 미얀마뿐만이 아니다. 1978년 1차 대축출 이후 거의 두 세대에 걸쳐 살아왔던 방글라데시 캠프 역시 그들이 벗어나려는 공간이다. 피난처가 되어야 마땅한 난민 캠프에도 울타리가 들어서고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는 현실은 로힝야들에게 ‘벗어나야 하는 또 다른 세계’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로힝야들이 방글라데시 당국에 체포, 구금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캠프를 탈출하려는 로힝야들은 점점 늘고 있다. 로힝야 보트난민을 추적해 온 〈아라칸 프로젝트〉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기준 그해 3,572명의 로힝야들이 34개의 난민선에 올랐다. 65%가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이들이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미얀마 라까인주를 출발하는 보트난민 비율이 높았으나 그 추세가 뒤집혔다. 보트난민 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범죄가 한 커뮤니티에 가하는 고통의 무게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라까인 주 무장단체 이야기는 로힝야 제노사이드를 지탱하는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 라까인주 분쟁과, 그 분쟁을 구성하는 ‘삼각구도’의 다이나믹을 다룬다. ‘라까인 변수’의 중대성이 한국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나의 문제의식에 따라 담은 주제다. 그 중에서도 현재 독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장단체 ‘아라칸 군’Arakan Army(이하 “AA”)을 중심으로 다룬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살이 벌어진 2017년 이후의 라까인주 정세, 더 나아가 미얀마 정세까지 연동된 환경을 이해하려면 AA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로힝야 제노사이드’는 ‘포스트 - 2017’시대 여전히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국면과 정세에 놓여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그 정세에 주연급으로 부상하고 있는 조직이 바로 AA다. 라까인 정치와 AA에 대한 이해 없이는 로힝야 이슈를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로힝야 말살 정책을 펴 온 핵심 주체는 당연하게도 역대 미얀마 군부 지배자들이다. 그러나 로힝야들의 본향인 라까인 주의 주류종족인 라까인 커뮤니티도 이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해온 가해집단이라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두 커뮤니티 갈등은 흔히 1948년 버마가 독립하기 이전 영국 식민지 시대, 특히 2차 대전 말미에 해당하는 1940년대 영국과 일본이라는 두 제국이 ‘아라칸’Arakan(현 라까인주)을 포함하여 버마 영토에서 충돌하던 시기로 거슬러 간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좀 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해보면 두 커뮤니티가 아라칸 땅(라까인 주)에서 평화롭게 공존했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라까인 민족주의자들, 인종주의자들, 극단주의 세력이 로힝야를 타깃삼은 국가 폭력에 동참해온 근현대사는 매우 슬프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두 커뮤니티간 반목의 역사를 잘 알고 있을 군부에게 분열정책은 ‘로힝야 제노사이드’의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현재 라까인주 또 다른 통치 세력으로 부상 중인 AA는 로힝야는 물론 미얀마 이슈를 추적하는 연구자, 언론인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조직이다. 2017년 대학살을 기준으로 ‘전과 후’ AA가 어떤 스탠스를 보였는지, 그리고 영토 장악력을 키워가는 AA통치하에서 라까인 커뮤니티는 로힝야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이웃이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AA자체가 또 하나의 억압 세력으로 ‘군림’할 것인지 등 중요한 물음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