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인간과 건강 (책소개)/2.백세시대

나를 찾는 시간 (2022) - 나이 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슬프지 않다

동방박사님 2024. 5. 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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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투병의 시간을 거쳐 고즈넉한 삶을 얻은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말하는 우리 인생의 버킷리스트

이 책의 저자인 유창선 박사는 3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시사평론가의 한길을 걸었다. 정치적 암흑기에 대학을 다녔던 저자는 진보적 사유를 실천하고 행동하는 정념의 삶을 살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진영에 갇히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리던 그의 합리적 이성은, 무조건적 편들기를 요구하는 진영의 입장과 점차 불화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인기와 출세를 위해 대세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무리를 떠나 자발적인 고독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랬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뇌종양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거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책은 생사의 기로에 섰던 저자가 두 번째 삶을 살게 되면서 갖게 된 인생에 대한 단상과 사유를 담은 글들을 모아놓았다. 진영의 시대 속에서도 경계인의 삶을 살려 했던 저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울였던 눈물겨운 노력들, 투병의 시간을 거치면서 달라진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시선,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은 먼 데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었다는 깨달음, 세상에서 한발 물러서고 나니 고즈넉하고 평온한 삶이 열리더라는 경험, 그러니 동네 아저씨가 되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더라는 얘기들이 잔잔한 문장 속에 담겨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사람이 갖게 된 긍정적이고 평온한 마음의 행복을 읽게 된다. 아직도 여러 후유증들로 몸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저자가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며 감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목차

프롤로그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1부.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무리 짓는 시대의 외로운 자유
내가 정치를 하지 않은 이유
이가ㅣ 없으면 잇몸으로,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다
나를 지키는 선택, 동네 독서실로 들어가다
신념을 과신 말라,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2부. 투병의 시간, 다시 태어난 삶

뇌종양 수술,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폭풍
사랑하는 삶의 아름다운 힘
병상에서 책을 썼던 이유
인생 여행으로 남은 제주 한달 살기
동네 방역근로를 하고 받아 든 급여명세서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 평생 친구가 되다

3부.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

인생 버킷 리스트, 1순위는 무엇일까
부부라는 인연
천직을 생각하는 사람이 오래 간다
우리는 왜 자꾸 불안할까
내 생각대로 살아가기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4부. 나이 들어간다는 것

나이 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슬프지 않다
지금도 일하는 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돈, 나이 들수록 더 필요하다는 진실
고집스럽게 나이 들지 않기
죽음을 기억하는 삶
나를 돌보는 삶을 위해

5부. 고즈넉한 삶의 시간

태풍이 지나가고 찾아온 고즈넉한 삶
좋은 길을 걷는 인생의 기쁨
카페에서 일하는 남자
혼자의 시간은 자기와 함께 있는 것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기
나를 사랑하는 삶

에필로그
내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

저자 소개 

저 :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부터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평론을 해온 1세대 정치평론가였다. 평생 정치 얘기를 하던 사람이 문화예술에 관한 책을 써서 나타나니 독자들은 의아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5년 전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병상에서 만난 것이 음악이었다. 불 꺼진 병실에서 밤마...

책 속으로

나의 삶은 수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3년 4개월 전 갑작스럽게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투병의 시간을 견뎠다. 그런데 그 뒤로 세상과 내 자신을 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평생 해온 방송 활동은 그만두게 되었다. 이곳 저곳 오가는 세상 일들로부터 거리를 두니 자연스럽게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가져다준 것은 세상과의 단절로 인한 고립감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시선에서 생겨나는 마음의 평온함과 충만함이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면서 자아를 갖게 되고 점차 자신의 목표에 따라 사는 정념의 삶을 살게 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표의 성격과 방향은 다르겠지만, 대개는 인생의 불꽃을 피우는 시간을 길게 갖는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내 것이 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무엇인가를 해내기 위한 정념으로 가득 찼던 나의 삶에는 이제 세상과 거리를 두는 관조의 삶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세상에 대한 거대한 담론들을 내려놓고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소시민으로 만족한다.
---「1-1.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중에서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다. 자기한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면 갑갑해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나는 그저 야인의 신분으로 무엇에 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내세울 이력은 없었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길에 만족한다
---「1-3. 내가 정치를 하지 않은 이유」중에서

우리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서로가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100사람이면 100개의 생각이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하물며 사람마다 의견이 갈라지게 되어 있는 정치에 관해서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내 생각은 언제나 옳고, 당신들의 생각은 언제나 틀리다’는 태도로는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없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당신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서로 간의 소통도 가능하다. 그것이 서로 다른 생각들의 공존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사유하는 정치적 삶’을 우리에게 주문했다. 그녀가 말한 정치는 다원적 인간들 사이에서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6. 신념을 과신말라,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중에서

그런데 참 희한했던 것은 처절했던 그 상황에서도 마음은 평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술날을 기다리던 시간에도, 수술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투병과 재활을 하던 시간에도, 불안과 낙담의 정서가 아닌 긍정의 정서가 내 곁에 있음을 느끼곤 했다. 물론 몸은 힘들었다.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신체의 조건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악물려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것은 나를 살리려고 애를 쓰던 가족들의 사랑이었다.
---「2-1. 뇌종양 수술,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폭풍」중에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불이 꺼진 고요한 병실은 내게는 그런 사유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때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고통스럽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의 기록들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실 침상의 밥상으로 쓰이는 작은 테이블을 펴놓고는 노트북에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해 나갔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는 마음으로 투병과 재활의 얘기들을 썼고, 퇴원을 앞두고 한 권의 책으로 낼 수 있었다. 다시 책을 쓰고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2-3. 병상에서 책을 썼던 이유」중에서

그렇게 먼 곳으로 와서 세상을 저만큼 거리를 두고 건너다 보고, 세상은 나를 잊고,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런 삶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의 시인 쑤리밍의 글에서 ‘진정한 시인에게 조용함은 필수불가결한 품성이다’라는 말을 읽은 기억이 났다. 나는 시인은 아니지만 조용한 내 품성대로 살 수 있는 삶을 그려왔다. 그것이 건강을 잃은 상황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인지, 아니면 내가 본시 살고 싶었던 삶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그 고즈넉한 시간이 더없이 좋다는 것만은 이미 내 몸이 알려주고 있었다.
---「2-4. 인생 여행으로 남은 제주 한 달 살기」중에서

나는 이제 평생 건강을 챙기면서 살기로 했다.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어렵게 회복시켜 놓았던 신체 기능이 퇴화할지 모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다. 그래서 육체의 기능이 허락하는 날까지 운동을 꾸준히 계속할 것이다. 운동은 이제 내 평생 친구가 되었다.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즐겁게 하는 운동이 되었다. 그렇게도 운동하기를 귀찮아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운동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한동안 건강을 잃었고 투병하느라 고생도 엄청 많이 했지만, 반대로 얻은 것도 적지 않은 셈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생기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생기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2-6.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 평생 친구가 되다」중에서

우리들이 각자 담아놓은 버킷리스트 가운데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소중한 것은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가 아닐까. 내가 죽는 순간 곁에 있을 사람은 결국은 가족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면 자명해진다. 우리 인생의 버킷리스트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놓다가 미처 지우지 못하고 가게 될 것, 바로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가 될 것만 같다.
---「3-1. 인생 버킷리스트, 1순위는 무엇일까」중에서

부부가 함께 살면서 특히 피해야 할 것은, 어느 한쪽을 외롭게 만드는 일이다. 부부이면서도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적당히 포기하고 그냥 따로 살다시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경우 대개는 나이가 더 든 뒤에 결국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부부 사이에는 뒤끝이 많다. 살면서 억울했던 것들, 서운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이 장년 이후의 특징이다. 참고 살다가 자식들이 다 큰 뒤에 황혼 이혼을 결심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 게다. 그러니 쓸쓸한 황혼을 맞지 않으려면 부부가 인생의 소소한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노력을 젊었을 때부터 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을 것이고, 그때는 내 힘이 지금 같지 않을 때일 것이다.
---「3-2. 부부라는 인연」중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우울하고 슬프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의 아름다움은 젊은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청춘 시절보다 더 무르익은 내면의 성숙함이야말로 빛 바라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준다. 젊어도 추할 수 있고, 나이가 들고 늙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잃는 것이지만, 젊은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4-1. 나이 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슬프지 않다」중에서

10~20만원이 있고 없고는 어차피 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애당초 없었던 돈으로 생각하고 그 돈으로 젊었을 때부터 연금저축 같은데 쌓아가면, 세월이 지나고 은퇴를 하게 되었을 때 삶의 질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효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건강만 과신하고 보험이 절실하게 필요할 상황에서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 착각한 것이 그런 후회를 낳았던 것이다. 병마나 재난들은 언제나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지금 당장은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정말 그것이 긴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체험을 거친 이후로는 보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이제는 자식들에게도, 젊었을 때부터 소득 가운데 일정한 만큼은 미래를 대비하여 보험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지출하라고 권유한다.
---「4-3. 돈, 나이 들수록 더 필요하다는 진실」중에서

한창 왕성하게 일하고 사람들을 만날 젊은 나이에는 자신에게 무엇 하나라도 상실되면 곧 마음의 상처가 된다. 그래서 자신이 잃게 된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한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굳이 그렇게 모든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이제 남아있는 생의 시간이 유한함을 의식하니 그냥 이렇게 살아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후유증들이 남아있는 몸의 조건에서도, 나는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5-1. 태풍이 지나가고 찾아온 고즈넉한 삶」중에서

대개 인간은 젊은 시절에는 뜨거운 정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합리적 이성과 균형의 사고를 가진 모습으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그러다가 늙어가기 시작하면서 자기 고집이 강해지는 사람으로 흔히 퇴행하기도 한다. 우리를 늙게 만드는 것은 나이의 숫자보다도,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마음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향한 여러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들으려 하는 사람은 쉽게 늙지 않는다.
---「4-4. 고집스럽게 나이 들지 않기」중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 자기 삶의 결핍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결국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대개가 인생의 후반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패턴인지도 모른다. 젊음이 일생 가운데 불꽃 같은 시기였다면 더 나이가 든 후에는 그 격정 이후의 평화로움을 얻고 싶어하는 게 우리의 마음일지 모른다. 더 일찍 자기의 내면을 돌보며 넓고 깊은 자아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4-6. 나를 돌보는 삶을 위해」중에서

남은 인생 시간동안 육체가 허락할 때까지 좋은 길을 부부가 함께 많이 걸으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은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다. 골방의 정신세계에 갇혀 미움과 질투와 증오의 싸움을 하고 있을 시간에 좋은 길을 찾아가서 마음껏 걸어 보시라. 세상이 달라 보이고, 내 삶이 다르게 생각될 것이다. 그래서 걷는 것은 철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말년에 깨우친 진리이다.
---「5-2. 좋은 길을 걷는 인생의 기쁨」중에서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일도 없는 단조롭고 루틴한 일상의 하루하루다. 뜨거운 정념도, 눈부신 화려함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꿈틀거리는 변화도 없다. 출렁이지 않고 고요하다. 동적이지 않고 정적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루틴하다는 것은 단조롭고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단조로움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평온한 삶이 될 수 있다.
---「5-5.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기」중에서

자기 외부로부터의 평판에 중심을 두고 사는 사람은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을 사랑하며 자기 내부에 삶의 중심을 두는 태도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속박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구가할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찾는 삶은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 자신에게로 맞추는 삶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결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저 세상이 아닌 내 자신에게 달려있지 않겠는가.
---「5-6. 나를 사랑하는 삶」중에서

출판사 리뷰

수십 년 전 진보적인 이념을 머릿속에 가졌던 청년은 이제 예순의 나이를 넘어 이념이라는 것의 공허함과 부질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념을 버리고 난 빈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것은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충만한 행복감이었다. 저자는 지난날 자신이 매달렸던 거창한 것들이 사실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시간 속에서 변색되거나 탈색되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남은 것은 가족밖에 없고, 인생의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늙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시했던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다가, 내 삶에서 정작 무엇이 소중했던가를 너무 늦게서야 깨우치곤 한다는 것이다.

내가 원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던가를 생각해 보려는 사람들,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를 생각하고 설계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많은 울림과 여운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이렇게 인생 후반기를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
나이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슬프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유창선 박사는 평생을 정치 평론가로 살았다.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는 당연한 주변의 시선을 뒤로 하고 정치 평론가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었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저자의 정치 평론은 많은 이들의 끄덕임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하며 신망과 인기를 얻었다.

저자의 이력만 살펴보면 이 책에는 예리하고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60년 이상을 살아온 대한민국 중년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약 3년 전 찾아온 뇌종양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은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인생을 ‘고즈넉함’으로 바꿔놓았다. 나이 든다는 것이 생각만큼 슬프지 않다는 깨달음을 선물했다.

‘나를 찾는 시간’에는 저자의 뇌종양 판정의 순간부터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웠던 투병의 시간, 이를 악물고 참아온 재활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대단히 위험한 연수(숨골)라는 곳에 위치한 제법 큰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뇌신경 손상으로 인한 소소한 후유증들이 저자의 몸 구석구석에 남았다. 수술 후 8개월 동안 막혀 있던 식도가 열려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남들보다 힘들다. 마비되었던 혀가 거의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완전치 않다. 수술 후 수없이 실신을 반복하게 만든 기립성 저혈압도 회복은 되었지만 몸의 상태에 따라 혈압이 떨어질 때가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이런 몸으로 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생애 어느 때보다도 가장 평안하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저곳 오가는 세상일들로부터 가끔은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동네 아저씨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평안하고 고요한 시간만큼이나 이 책에는 삶의 휴식과 여유가 있다. 저자의 환경이 다른 이들보다 낫기 때문에 느껴지는 여유가 아니다. 뇌종양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지난 후라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저자만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보낸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